눈물의 아이
김민기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남들의 평이 결여된 채로 내 판단과 의지만으로 책을 선정한다는 것에 부담감이 한껏 밀려들어오는 까닭은 아직 책을 선정하는 내 눈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이번 책을 선정하기 전, 역시나 다른 이의 리뷰를 먼저 접하게 되었는데, - 일전에 이 고질적인 습관때문에 책의 결말을 미리 다 알아버렸음에도 이것은 왜 그리도 고쳐지질 않는지 - 별 다섯개 만점에 반개짜리의 리뷰를 보는 순간 '아, 이건 아니다.' 싶었더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눈에 아른거리는 이 책의 지은이 그러니까 김민기 작가,가 궁금하여 검색해본 그의 전작인 장편소설 「가슴에 새긴 너」라던가,  「들꽃향기로 남은 너」의 평점이 무척이나 좋았기 때문에, 그리고 책의 띠지의 어느 날, 사랑하는 딸이 사라졌습니다. 《가슴에 새긴 너》의 작가 김민기가 선사하는 증오와 용서, 그리고 사랑의 슬픈 변주곡 이라는 문구때문에,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었던 책이었고, 그 선택은 지금에 와서도 후회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을 만나서 잘 읽었다고 생각하여 위로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미소를 걸치게 만드는 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책의 내용은 ‘유괴·살해사건’이라는 분노를 폭발시키기에 충분한 소재로 읽는 독자를 감싸고 있는 보호막을 깨어 찬바람이 스며들게 하여 몸서리쳐지도록 스산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야기는 결코 유괴·살해사건으로 끝내지 않고, 그가 불러낸 증오, 복수, 용서를 312페이지라는 두껍지 않은 장편소설에 작가의 역량을 발휘하여 펼쳐내고 있다. 박태수, 그는 9살인 예은이를 유괴,납치하여 14일동안 한 움막에서 성폭행을 하고 살해까지 서슴지 않고는 용서는커녕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으며, 심지어 입언저리에 실웃음을 걸어놓고 비아냥거리듯 예은이의 아비 한선재, 그를 쳐다보는 모습에서 독자는 아연실색하기에 충분하다.  더욱 경악할 사실은 박태수, 그에게는 심장이 좋지 않아 입원을 하고있는 11살인 하늘이라는 큰 딸과 프랑스로 입양보낸 작은 딸 하영이가 있다는 점이다. 자기 딸같은 자식인게다. 그런 아이에게 이 인간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란 말인가. 한선재는 그에게 왜 하필 예은이었냐고 묻고, 그에 대한 답변으로 박태수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는다. "지난봄에 난 당신과 당신 가족에게 아주 근사한 선물을 받았지. 평생 잊을 수 없는 선물이었어. 언젠가는 기필코 되돌려줘야 할 선물이었단 말이지.(······) 왜 하필 당신의 딸이냐고 물었소? 그 질문을 받고 나니까 문득 그게 궁금해지는 거요. 당신과 당신 마나님이 그때 나에게 준 선물을 벌서 잊은 건가 하고 말이요." 하지만 독자인 내 입장에서 고작 그 이유가 아직 아홉 살에게 주어진 운명이라고 하였을 때, 납득할 만한 근거가 타당치 않음은 날카로운 칼이 그의 허점을 들춰 긁은 셈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차라리 '그냥'이라는 말이 더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일런지도 모르겠다. 또한, 결말을 급조한 것 같다는 생각에 그동안의 이야기들이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는 것을 느껴야했음이 심심찮게 다가왔는데, 그것을 메울 간극은 아무 것도 없어보였다. 그저 독자 나름의 상상을 억지로 총동원하여 만드는 수밖에.

 

 

 

"이 별을 보고 있으니까 생각이 나요. 옛날에 우리는 높은 언덕에서 살았어요. 밤에 집 앞에 있는 마루에서 누워서 하늘을 보면 별들이 정말 많았어요. 아빠하고 같이 별을 볼 때도 많았어요. 그런데 아빠는 술을 많이 드셨어요. 언젠가 아빠에게 별들이 너무 예뻐서 한 바구니만 따서 갖고 싶다고 하니까 아빠가 당장 따주겠다고 하면서 마당을 펄쩍펄쩍 뛰었던 게 생각나요. 얼마나 웃겼던지 저는 배꼽을 잡고 웃었어요. 지쳐서 더 이상 뛰지도 못하는 아빠가 그러셨어요. 술이 너무 취해서 못 따겠으니까 다음에 술이 깨면 따주신다고요. 지금은 그 생각만 하면 웃겨죽겠어요." 열한 살 하늘이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박태수도 아빠였다. 그런데 박태수의 입장은 책에서 보이는 그대로를 다 믿기엔 무리가 있는 듯 싶기에 그에 대한 부연설명이 조금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하며 그 고리를 끝까지 붙잡고 읽어나갔는데, 오산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그냥 그대로 끝나버림에 허탈하기까지 한 감정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서는 책을 읽고 난 뒤의 상념에 사로잡혀 몇 분간을 내리 허우덕대며 작가가 독자에게 보여주려고 한 것은 띠지에 나와있던 그대로의 증오와 용서뿐이었을까,를 되뇌이다 그런가보다,라고 결론지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니 독자에게 던져진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오탈자 P37 , 20째줄 ː "내가 박예은이 아빠야." → "내가 한예은이 아빠야."

         p163 , 13째줄 ː 선재의 입에서 여자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 하늘이 혹은 아이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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