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그 천년의 이야기 - 상식으로 꼭 알아야
김동훈 지음 / 삼양미디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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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라는 과목에 흥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의 대학 진로의 잣대는 당연히 그쪽으로 향해 뻗어나갔지만 그것은 중간중간 회의를 몰고 오기도, 나락에 빠뜨리기도, 좌절이라는 팻말에 우뚝 세우기도 했던 그러나 나의 한쪽에 가슴 시린 꿈이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것,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규정지어진 모든 것들은 영원히 함께 해야할 나의 과제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애증을 품고 있다. 그래서 나는 건축에 대한 책들이 속속 출간이 되면 번뜩이는 눈빝으로 설레이는 마음을 두 손 가득 쥐고 그것을 검색해본다. 나는 자신만만하게 전공을 하였다하지만 실은 그쪽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하얀 백지에 꼴랑 선 하나 그어놓았을 정도로 - 아니, 선 하나도 그리다 만 것일지도, 아니면 점 하나가, 그것도 아니면 완전히 백지상태일지도 모르겠다 -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에 내가 아는 것은 폭이 넓지도, 깊지도 않다. 그렇기에 나는 항상 그것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들을 선호하게 되고, 이번에야말로 그 말에 부합되는 그런 책을 만난 것 같다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다. 사실, 이 책은 내가 재학 중일 때 교수(의 개인적인 일이)라는 명목 아래 휴강을 여러차례 했었고, 그를 보충하기 위한 강의 또한 숨이 차오를 듯 거세게 밀어붙였기에 흥미를 느낄 타이밍조차 찾아내지 못했던 ‘서양건축사’와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나는 책을 읽기 전 무엇을 안다,라고 하지 않기 위해 머릿 속을 정돈했다. 하지만 정돈했다고 생각된 머리는 참 오만하게도, 제대로 된 뜻조차 모르면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안다고 설치고 있는 나의 꼬락서니가 참 꼴불견이다.

 

 

 

“건축물이 탄생하기까지의 순간과 탄생 후에 건축물에 생긴 일들을 듣다 보면 마치 한 사람의 굴곡 많은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 건축을 읽는다는 것은 그 시대를 읽는다는 것입니다.” 홍익대학 건축도시 대학원의 김동훈 부교수가 책의 추천서를 정말 맛깔나게 써놓아 읽기 전 독자로 하여금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일조하기에 충분하고, 그것은 독자의 시선을 한 곳에 뿌리내려버린다. 천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올곧이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서있는 건축물처럼. 하지만 중간중간 이야기 흐름이 원활하지 못함을 발견하였는데 그 중 가장 신경을 쓰게 만들었던 부분인 이탈리아 로마를 예를 들어보면 포룸 루마눔→콜로세움→콘스탄티누스 대제→카라칼라 목욕탕을 설명하는 것에 너무 툭툭, 끊기는 것들이 그 장의 내용이 아닌 그곳으로 신경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현재 판테온에는 이탈리아 국왕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와 움베르토 1세, 그리고 라파엘로와 페루치 같은 예술가들이 잠들어 있다. / 로마 사람들은 특별히 목욕을 즐겼다. 그래서인지 로마 시내는 물론이고 로마인이 다스리던 곳에는 늘 공동 목욕탕을 지었다. 이것은 콘스탄티누스 대제에서 카라칼라 목욕탕을 설명하는 단계에서 넘어가는 것인데, 나만 그리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불편한 자세에서 편한 자세로 고쳐앉을 것처럼 아등바등댔고, 결국은 혼자 접속사를 만들어가며 읽었던 기억을 해내며 낄낄,거리며 웃는다. 지금에서야 쓸 때는 이렇게 쓰지만 읽는 내내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서 차라리 그것이 사진과 함께 한 장의 분량이 나온다면, 한 장에 채워 서로 다른 건축물들에 대한 간극이 조금은 필요하지 않았나 싶은데, 너무 오밀조밀하게 붙여놓으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415페이지라는 책 속에 들어있는 건축물들 중 처음 보는 것은 또 어찌나 많던지, 나의 눈을 사로 잡는 것들은 비단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자태 그뿐만이 아닌 그것이 오랜 세월 치여야만 했던 외로움까지 피부 표면에 찰싹 붙어 자신들을 기억해 달라, 저마다 소리를 높여 목청껏 외치고 있는 것처럼 독자에게 sos를 청하고 있는 듯도 하다. 그 중 뇌리를 떠날 수 없었던 것 중 하나가 인도의 '아잔타 석굴'이었는데, 인도에서 탄생한 불교가 불과 100년도 되지 않아 쇠퇴하였기 때문인데, 불교의 소멸과 함께 아잔타 석굴 또한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져 1,100여 년동안 밀림 숲으로 덮인 곳에서 사냥을 나간 한 영국군 장교에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오랜 세월 동안 훼손, 부식된 석굴과 감색되어 자신의 모양과 색깔을 잃어가는 조각상과 벽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애달픔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모든 건축물들이 하나 하나 그 특색에 맞게 경이로워 보여 혹여나 놓칠 새라 그것들을 눈에 익히려고 넋을 빼놓고 본 것도 수차례, 그것을 콧등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를 맡으며 입으로 전해지는 그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그 웅장함과 섬세함을 그 곳에 서 있는 내 두 다리를 지탱하여 직접 눈으로 봐도 시원찮을 판에, 이렇게 책 속에 실려있는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무척이나 아쉬워하며 찬바람이 부는 새벽에 책을 덮으며 상념에 잠겼다. 미래에 대한 발전따윈 이미 하늘로 벗어둔 채로 그저 그런 일을 해나가며 편하게 살고 싶어질 때마다 내가 가장 초기에 가졌던 꿈을 생각나게 해주는 그런 원동력 중 하나가 되어달라고. 나의 옆에서 나의 모자란 지식들을 다시 한번 천천히, 그렇게 읊어주고 새겨달라고. 그때엔 별 다섯개가 아닌 아홉, 열개라도 원없이 주겠노라, 약속한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시리즈에 열광하는지 그제야 알겠다며 다른 책에 비해 길고 넓적한 책의 오만함까지 인정하듯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책장에 뒤집혀 있던 책을 바로 꽂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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