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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8-1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 1
발 맥더미드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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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이는 나의 네이버 블로그의 menu name으로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인어의 노래..., 파스텔 색의 부드럽고, 따뜻한 -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고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음도 잠시,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너무 다른 압도적인 표지의 분위기에 질겁했다. 너, 추리소설이었구나! ㅡ 포기했다. 겨우 30페이지가 넘어가는 그곳에서. 등장 인물 이름을 써내려 가는 것울.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 못되어서, 아니 굳이 ‘좋다, 나쁘다’와 같은 둘 만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하더라도, 나쁘다,에 8,90%는 속하는 매우 저질스러운 기억력의 소유자임을 여지껏 책을 읽으며 알아차렸기 때문에 나는, 특히 추리 소설을 읽을 때에는 등장 인물의 이름, 성격, 두드러지는 특징 등을 나열하며 써놓아 가며 책을 읽는다. 그것이 내가 추리라 하는 장르를 읽는 방법이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렇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약간은 귀찮은 일이기도 하지만, 책의 내용을, 또 등장 인물에 대한 애정에 조금 더 가까이 가는 방법이라는 것은, 나의 저질스러운 기억력을 감추려는 비겁한 변명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을, 포기했다는 거다. 책의 흐름에 나를 맡기기로 했다. 등장 인물의 이름을 쓰는 시간조차도 아까울 정도로 흥미진진했기 때문에,라는 이유만으로 모험을 감행한 게다.

 

 

 

영국의 브래드필드의 게이 커뮤니티의 술집 뒷마당 쓰레기더미에 잔혹한 고문의 흔적이 역력한 시체가 발견된다. 경찰은 연쇄 살인일 가능성을 부인하지만, 네번 째 피해자가 발견되면서 연쇄 살인일 가능성을 인정하고 (처음부터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만은_), 내무부 소속의 국가 범죄 프로파일링 태스크포스 가능성 연구를 맡고 있는 토니 힐 박사의 도움을 요청한다. 네번 째 시체를 본 토니 힐은, 이렇게 망가진 시체는 블러디 메리 잔 안에 뜬 얼음덩어리처럼 피의 호수 속에 뜬 섬을 연상시키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시체 주변에 피가 없다? _ 대신, 줄이 끊어지고 팔 다리가 느슨하게 꺾여 널브러져 있는 꼭두각시 인형 같다,는 것 토니 힐이 작성한 ‘피해자에 대한 분석’에서 자연스레 눈길이 가는 부분. 사인(목의 자상), 묶인 자국(손목, 발목. 접착제로 제갈), 이빨자국 위치(목, 가슴, 복부, 사타구니), 특이사항(사후 성기 절단) - 범인은 변태싸이코 기질을 가진 게이인가? 아니라면, 당신은 무엇을 상상할 수 있는가.

 

 

 

실은 나, 책의 중반도 읽기 전에 범인을 확신했다. 남들보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서 내공이 쌓인 것도 아닐텐데, 괜히 민망함에 머쓱해진다. ‘피해자에 대한 분석’이 가장 큰 역할을 해주었는데, 유심히 살펴보면 확신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난 왜 이 사람일까, 무엇때문에? 와 같은 생각을 간직한 채로 읽어야 했는데, 중반 부분에 경찰의 추측이 얽혀지며 ‘아, 아닌가봐’라는 탄식이 나오기도 할 만큼 책은 그 자가 범인이 아닌 척,을 너무 잘했다. 그래서 확신하면서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로 그들(토니 힐 박사, 캐롤 조던 경감)의 뒤를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졸졸 쫓아다녔다. ㅡ 작품은 범인을 잡으려는 사람들과 범인의 일기로 시점이 두 갈래로 분할된다. 그것은 윌리엄 베비어의 「새의 살인」을 연상시켰는데, 나는 그 작품을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었었고, 여타 추리소설들과 좀 더 다른 스릴감을 맛보았었다. (물론, 범인의 심리가 잘 표현되서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추리 소설에서 말하는 공포를 동반한 잔혹함은, 추리하는 자의 시선이 아닌 범인의 시선이었음을, 범인의 시선이 배재된 책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부분이다. 「인어의 노래작품 역시도 그러하다. 때마침 그간 읽어온 독점적인(경찰,탐정)의 시각이 지겨워졌달까. 두 시선은 이미 다른 시점에서 알게 된 내용을 반복함으로서 독자들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할 수도 있는데, 작품은 경찰이 밝혀낸 사실 (혹은 가설)을 범인이 확대해 놓은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컨대, 토니 힐의 ‘피해자에 대한 분석’에서 손과 발을 결박하고 제갈을 물렸다,는 점이 범인의 일기에서는 사건의 전후 과정이 적나라하게 밝힌 점,등을 들 수 있겠다. 다만, 전개가 내가 생각한 그대로 가서 약간 (개인적으로) 식상함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과 (그 점은 박진감으로 인해 읽을 당시에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지만) 「인어의 노래」_ 라 하는 제목의 뜻을 유추해 낼 수가 없었다는 것. 차라리 표지에 나온 나비 ㅡ 라면 모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품을 기대 이상으로 읽었기 때문에 토니 힐 시리즈의 첫 번째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추후 저자의 토니 힐 시리즈 출간에 귀가 쫑긋해지는 것도 당연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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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3-08-03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하겠습니다.^^
 
[스틸라이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스틸 라이프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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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는 말로 형용되지 않을 만큼 푹푹 찌는 한 여름의 늦은 저녁부터 새벽까지의 시간을 이른바 ‘추리소설’을 읽는 시간으로 정해놓으며 그 시간에만 추리소설을 읽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멀티로 책을 읽었던 때였기에 가능한 것이었을지도 모르나,) 아마, 으스스한 시간에 읽는 것으로, 책의 묘미를 더 느껴보고자,는 것이 더 컸던 까닭이었음은 아니었을까. 나에게 있어 추리,라 불리는 장르는, 그 어떤 장르와는 확연하게 다른, 블랙홀과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책을 편 그 자리에서 읽는 게 대부분이어서 읽고 난 후면 어질함이 남아있기도 했었다. 그것이 바로 (적어도 나에게는) 추리라는 것이었다. 그 생각에 변함이 없는 지금와서, 그동안 추리소설에 관해 ‘고정관념’이라 불릴 만한 것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내가 읽어오던 추리소설과는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는 작품, 스틸 라이프.

 

 

 

캐나다 퀘백주의 작은 마을 스리 파인스,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평화로운 그곳에서 ‘제인 닐’이라 불리는 노부인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평소 온화하고 선량하기로 소문난 그녀의 죽음에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누구랄 것 없이 모두 꽂힌다. 그녀의 죽음은 때마침 사슴 사냥이 빈번한 시기였기에 사슴 사냥꾼의 오발로 인한 실수라고 판단되어지는 듯 하지만,  “(…)무기는 화살로 보입니다. (…) 제가 그렇게 ‘보인다’고 말씀드린 것은 어떤 무기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입니다. 과실이었다는 추정에 반하는 사실이니까요. 자수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우리는 살인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말하는 가마슈 경감 에 의해 사건은 어느새 마을 사람들과 함께 풀어나가는 방식의 추리가 된다. 과녁 쏘는 화살로 무얼 죽이려면 엄청나게 운이 좋아야 할 겁니다. 아니면, 운이 나쁘든지. (…) 과녁 쏘는 화살은 실촉이 아주 작아요. 총알 끝과는 다르죠. 하지만 사냥용 화살은 전혀 다릅니다. 라고 말하는 활쏘기 클럽의 사람들. 이는 의도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포커스를 맞추고 쏘았다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인 닐이 죽음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자는 누구인가.

 

 

 

사람들과 함께 추리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가마슈 경감은 잔잔한 강의 밑바닥을 보게 된다. 마을 사람들의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자녀와의 갈등이라던지, 부부의 불화라던지, 경제적 어려움_ 그것과 사람들은 무리 속에 얽혀 있었다. 이에 따라 저자는 냉철하고 합리적이며 이성적 사고를 가진 인물 대신, 마음이 따뜻하고 세심하여 감성적 사고가 먼저 작용할 것만 같은 가마슈 경감을 내세움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인간 본연의 모습과 마주세우는 것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게 된다. 추리 소설이라 하는 장르에서 그들의 상처를 보고 또 위로해준다,라는 거. 언뜻 전에 읽었던 미나토 가나에의 「야행관람차」도 떠올리게끔 만든다.

 

 

 

여느 추리 소설이 그렇듯, 사건이 있은 뒤에 사람이 있었다. 그것은 이도 마찬가지인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와는 약간 다르다는 점도 명시해둬야겠다. 이는 사건보다 사람을 중심에 놓았고, 그로 인해 사건이 풀리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은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서두름이 없다. 따라서 나로 하여금 관찰자로서 범인을 좇는 가마슈 경감의 자취를 따라 발걸음을 내딛던 내 두 발이 민망함을 느끼며 멈칫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그것만,이라는 이유만으로 작품을 깎아내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그것이 적어도 내게는 에러였다. 너무도 세밀한 묘사들에 따분함마저 드는 것을 숨길 수가 없었으니까. 그것은, 목적지에 다다르기 전 아름다운 경치 구경 좀 하고 가세요,라며 친절한 관광버스 아저씨의 호의가 결국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그 아름다운 경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였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에서) 작품에는 클라이막스라고 불릴 만한 것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범인이 밝혀졌을 때의 희열과 같은 것도 느낄 수 없었음이, 그렇게 아쉬울 수 없었다. 되려 허탈한 기분이었달까. 그 친절함이 싫지는 않았지만, 추리라 하는 장르에서는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는 것. 고전 추리는 나랑은 조금 맞지 않는가, 싶은 생각과 함께 가마슈 경감의 시리즈가 나온다면 다시 손을 뻗을 것인가,하는 것까지 생각이 미치자, 글쎄…라며 약간의 주저하는 듯한 거부 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탈자 :) p 329 ː 앙드레는 어깨 들썩했다 → 어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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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
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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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언저리에 내려 앉은 채 들러붙은 것을 느낀 어느 오후에, 며칠 전에 두어 장 읽다가 덮어두었던 김이설의 「환영」을 꺼내들었다. 사실 난, 이 책의 내용을 몇 개의 서평을 통해 대충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상태였고, 그래서 읽으려던 찰나 바로 손에서 놓아버렸다. 그것은 이 책의 내용이 썩 유쾌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처음 책을 덮었던 것이 ‘답답함’이라고 칭한다면, 아이니컬하게도 책을 펼쳐든 것 또한 ‘답답함’이다. 전에 말한 적 있듯이, 내가 절망적인 상황(물론, 그때의 내 상황이 절망적인 상태까지는 아니었지만)에서는, 나보다 더,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주인공의 생을 읽어내려감으로써 처연하게 바라보며 나의 안식을 찾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이 책,인 것이다. 나에게 예기치못할 위안을 줄 수도 있겠다, 싶은 책.

 

 

 

서윤영, 그녀는 누구인가 - 책상 위에 펼쳐진 채 넘어가지 않는 책,이기에 매년 낙방하는 남자의 아내이자, 성장이 제대로 되지 못해 돌이 되어서도 엉덩이로 기어다니는 아이의 엄마. 그것뿐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지만 장녀라는 이유로 포기해야했던 반짝였던 청춘의 그림자는 그녀의 삶에 있어 질질 끌리는 짐으로 변질되고 만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아버지 병원비 마련이 끝난 뒤에도) 계속되는 돈의 악순환 고리가 그녀의 목을 옥죄는 것과 동시에 손과 발을 꽁꽁 묶어 그녀의 생이 프레임을 따라 젖어들어 끝내는 얼룩진다. _ 집을 일으켜 세워줄 것만 같았던 둘째 민영이, 작퉁을 만들어 파는 사업을 시작한다는 이후, 연락이 끊기고 돈이 필요할 때마다 연락을 했었던 그녀가 다시 연락을 해왔다. 민영과 마지막 통화를 한 오년 전, 그들을 구원해줄 사람은 민영, 그녀뿐이었으니 남은 가족은 집을 파는 것에 쉽게 동의하고 기꺼이 고시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연락은 끊겼다. 그런데 이제와 연락해 또 돈타령이라니. 그녀와의 통화를 들은 왕사장이 슬몃 이야기를 꺼낸다. “아까 듣다 보니, 돈이 좀 급한 모양인데, 내가 좀 도울까?” - 윤영에게는 1부터 40까지 쓰여진 것이 생기게 된다. 숫자 1 옆에 날짜와 왕사장의 사인이 있다. 나머지 서른 아홉에도 날짜와 사인이 있어야 하리라.

 

 

언제나 처음만 힘들었다. 처음만 견디면 그다음은 참을 만하고 견딜 만해지다가, 종국에는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처음 받은 만 원짜리가, 처음 따른 소주 한 잔이, 그리고 처음 별채에 들어가, 처음 손님 옆에 앉기까지가 힘들 뿐이었다. 따지고 보면 세상 모든 것이 그랬다. 버티다 보면 버티지 못할 것은 없었다. (…) 이제 나도 내 마음대로 반찬을 싸가게 되었다. 그게 하나도 반갑지 않았다. (p58~59) 버틴다고? 어떤 걸, 어떻게? 그녀가 버텨야만 했던 것이 비단 그녀 가랑이 사이로 들어오는 욕구에 눈이 먼 자들의 성기, 그 뿐이겠는가 말이다. 그녀가 정말 버틸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버텨야만 했고, 또 버티는 것 외엔 손 쓸 도리가 없는 것. 그것은 ‘가족’이라 불리는 이름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된 그들이, 윤영_ 그녀에게 있어 비애의 전부일지도 모르겠다,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은 흡사, 어미새가 물어다 주는 벌레를 먼저 받아 먹겠다고 부리를 힘껏 벌리고 있는 그것과 닮아보인다. 그것들을 둥지 아래로 떠밀면 분노로 멈춰버린 혈액이 다시금 순환될 것도 같은데, 윤영은, 자신을 남은 생에 맡긴 채로 다시 시작하려는 모양이다.

 

 

 

끝이, 있기는 할까. (p188) 그녀에게 ‘희망’은 사치이고, 호사이며, 코웃음 칠 만큼 우스운 것과 다름 없음이다. 하긴, 그녀에게는 그 이름을 붙여 부를 만한 것이 없다. 도대체 무엇에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인가, 말이다. 아니,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주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조차 체념해야했다. 대상은, 그녀의 가족의 굴레에서 그녀를 구원해줄 것만 같았던, 그녀의 남편. 내가 바라는 건 신분 상승이 아니라, 꼬박꼬박 받아오는 월급, 생활비를 주는 남편이었다. 번듯한 벌이가 있는 가장이 필요했다. (p41) 마땅히 가져도 될, 가져야 할 희망이 결여된 여자의 모습은 것은 씁쓸하다 못해 마음이 쓰라려 오기까지 한다. 희망은, 그녀가 모든 것을 놓은 뒤에야 품을 만한 여유가 생길런지도 모르겠다, 생각한다. 그래서, - 실은 나, 이도 저도 안 될 것이라면, 차라리 윤영이 가장 비극적인 선택을 하길 바랐다. 그 비극에 얼룩덜룩한 눈물이 더해져 차라리, 그걸 해피엔딩이라고, 내 멋대로 부르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녀는 살아간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그녀는 사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내는 사람이었다. 지독하다. 정말 끝이 있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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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3-08-03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는것, 삶을 버리는것,
그것이 더 쉽기에 버티는 사람도 있어요.
언제든..얼마든지..이제라도..놔 버릴 수있는..
그런 목숨따위니까..
까짓...하면서...말이죠.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 손미나의 로드 무비 fiction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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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나라는 사람, 도대체 정체가 무얼까. 모 방송사의 아나운서로만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돌연, 여행에세이를 떡하니 내놓더란 말이다.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를 내놓았고, 난 그걸 손에 쥐고 몇 일 동안 폭 빠져 읽었는데, 그 만큼 맛깔나게 버무려 놓았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사실, 여행에세이엔 남들처럼 애정을 가질 만큼의 호기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참 괜찮았다,라는 것 정도. 그 이후, 그녀의 정체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곧 이어 관심있게 보던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찾아 읽으려는 찰나, 지인의 평을 보고 멈칫,한 후 그녀는 내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진 듯 했다. 하지만 이번에,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라는 작품을 통해 또 다시 비상하려는 그녀를 만나게 되었지만, 이걸 어쩐다. 나, 이 사람한테 왜 이렇게 부정적이 되었지. 그건 아마, 그녀가 아나운서직을 퇴사한 것이 출판사에서 제의가 있었던 까닭이라고. 그래서, 그것에 대해 ‘당신, 뭐가 그렇게 자신만만한거야?’ 라는 생각이 꿈틀거리며 자리를 잡고 들어앉았는지도..-

 

 

 

프랑스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 아버지를 돕기 위해 뱃일을 하며 살아 갔던 테오는 삶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잠재되어 있지만 그것을 억누른 채 살아가는 젊은 청년이다. 그런데 어느 날, 파리에서 온 영화제작자의 권유로, 파리로 와서 크로키 수업의 누드 모델일을 시작한다. 몇 년 후에, 새로 부임한 초빙 교수의 전속 모델 제의를 받고 승낙하고, 학교를 방문한 테오는 레아 최와 만나게 되고 오래 지나지 않아 그녀가 초빙 교수임을 알게 되었지만, 자신이 누드 모델이라 밝히지 못하고 그 길로 학교를 나오게 된다. + 테오와 레아의 첫 만남. - 레아와 테오의 운명같은 사랑을 대필하는 것과 동시에 오래전부터 자신의, 퀘퀘한 먼지 속에 있던 소설을 출간할 기회를 갖는 장미. 하지만, 신의 농간인가. 자료 조사를 위해 날아온 파리 리옹 기차역에서 프랑스 의사 로베르와 가방이 뒤바뀌게 되고, 가방 속에 들어있는 단서를 따라 그의 집을 찾아가 자신의 가방을 요구하지만, 그것은 그의 친구가 가지고 떠나버려 2주 후에나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한다. 로베르의 집에서 신세를 지고 일찍 잠에서 깬 장미는, 로베르의 집을 둘러보던 중, 우연찮게 노란 꽃으로 뒤덮인 유화 두 점을 보고 테오의 편지를 떠올리게 되고, 로베르와 대화를 나누다가 레아 최가 그린 그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림을 구입한 프로방스의 봄레미모자를 찾아가지만, 그것은 레아 최가 아닌, 루실 천. 하지만 테오가 편지에 쓴 단서는...-

 

 

 

사랑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가 있을까? 그것에 대해 나는 ‘당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당신이 머무르는 시간’이라고, 답하고 싶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장소를 낭만의 도시, ‘프랑스’로 선정했다. 하지만, - 로맨스,라... 애틋함보다는 답답함이 먼저 드는 것을 숨길 수가 없다. 내가 그간 읽어온 로맨스는 모두 해피엔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그들의 얽히고 설킨 감정선에 휘말리게 되는 것 자체를 즐기지는 않는 편이기에 로맨스를 완강하게 거부할 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로맨스,라 하는 장르는 세상을 살아가며 자연스레 우악스럽게 변해버린 심장을 말랑거리게 하여 두근거리게, 또 유약하게 만드는 데 큰 작용을 하기에 틀림없다. _ 손미나는 이번에 두 손에 여행과 예술, 로맨스, 추리까지 잘 버무린 비빔밥, 이 작품의 제목이자,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인,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를 독자들에게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첫 아이로 태동시킨다. 사실 여러 요인이 가미된 작품은 작가의 욕심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이미 몇 번 만나보았기에, 그래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채, 그저 덩어리로 남아있는 혹은, 덩어리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림을 잘 알기에, ‘이걸 어떻게 끝내시려고 그러십니까’,라며 실눈을 뜬 채 의구심을 품고 그들을 지켜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손미나, 그녀는 각각의 동선을 만들어 내어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다. 그것은, 동선이 있기에 소홀함이 있을 수 없는 것,과 같다. 한 마디로 동선이 잘 짜여져 있는,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프랑스의 봄레미모자에 사랑이야기로 가득 차있는 미술관 한 바퀴를 돌고 온 느낌이랄까. - 테오와 레아의, 장미와 로베르.. 두 갈래로 갈라져 진행되던 그들의 이야기가 종국에는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비누방울 속에 네 명의 인물이 동그랗게 말리며 하나의 큰 비누방울을 되어 그 속에서 행복한 그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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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진 , 유령 :  세계문학상 수상작.  현실에서는 백수 폐인, 온라인에서는 영웅 쿠사나기. -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등장인물이 탈북자라는 사실입니다. 기가막히게 참신한 소재에 이 작품을 읽어봐야겠다,며 동공이 저자의 이름을 스윽 훑고 지나가는 것을 확인합니다. 미스터리 요소를 한껏 가미한 이 작품에서 작가가 탈북자라는 소재까지 아낌없이 넣어가며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요?

 

 

구병모 , 고의는 아니지만 :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고 난 후의 여운이,  「아가미」를 읽고 난 후에 받은 감명이, 다시금 되살아나는 것을 느낍니다. 구병모는 그런 작가지요.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 줄 아는, 또 현실과 마주잡은 환상성에도 부정적인 마음을 들게 하지 않는, 그런 것. 이번 작품 역시 그러하다고, 책 소개에 여실히 나와있네요. 구병모라 하는 작가의 작품은, 늘 읽어야 겠다는, 생각보다 동글동글한 욕심을 만들어 냅니다.

 

 

장강명 , 표백 : 모든 틀이 다 짜여져 있는 세상, 그 속에서 똑같이 틀에 박힌 채 살아가는 청춘들. 그리고 세상의 틀을 이겨낼 재간이 없는 그들, 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을 표출해내고픈 욕망. 그것은 이름도 무서운 자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한 그들입니다. 결국 그들은 그것을 결심하고, 세상을 등지게 됩니다. 아, 무척이나 고달픈 청춘입니다. 젊은 세대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세상,을 저자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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