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메리카노 어쩌면 민트초코 - 달콤 쌉싸래한 다섯 가지 러브픽션
사토 시마코 외 지음, 강보이 옮김, 한성례 감수 / 이덴슬리벨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항상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커피를 타두고 여유를 부렸다. 이유랄 것 없이 으레 커피에 연관된 책을 읽을 때나 에세이 혹은 소설 속의 ‘나’가 커피를 마시면 자연스레 커피를 탔다. 그때그때 그들이 마시는 커피는, 또 그 향은 코 끝을 알싸하게 후벼파는 까닭에 나는 책읽기를 잠시 멈추고서라도 커피를 타는거다. 다행스럽게도 내 입은 까탈스럽지 못해서 커피믹스, 그것이면 충분했다. 행여 내가 탄 커피가 그들의 커피에 비할 바 아닐지라도, 참 달콤한걸. 하지만 뜨거운 온기 속으로 향이 피어오르던 커피가 식어버렸을 땐, 가차없이 흘려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차가운 액체가 목구멍 속으로 들어갈 때의 그것은, 달콤함이 지독한 씁쓸함으로 바뀌는 순간,인 까닭이다. 그런 면에서 내게 이 책은 조금 미적지근,하다. 완전히 뜨겁지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찬 것도 아니었다.

 

 

 

 

 

 

 

 

 

그림에 있어 형(테오)이 천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동생, 하지만 오필리아와 직접 대면을 하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가 그림을 세상에 내보이며 입선을 하는 동시에, 그로 인한 형의 좌절, 그리고 한 시체를 양분삼아 틔워진 재스민과 비슷한 향기를 내는 하얀꽃,이야기. _ ‘stranger in paradise’

 

 

 

이미 자글자글한 주름이 가득한 스미레&렌게 자매가 운영하는 7대 불가사의를 지닌 오래된 카페, 바토. 렌게에게 듣게 되는 바토의 비밀. “당신처럼 젊은 사람은 몸에 아직 쓴맛이 배지 않아서 몸이 쓴맛을 찾는 거겠죠.” _ ‘제비꽃 커피와 연꽃 젤리’

 

 

 

파리의 무프타 시장 뒷골목에 있는 추레한 카페, 예멘에서 만난 모카 마타리 향이 나는 모이즈. 어느 날 그곳에서 모이즈의 비보를 듣게 된 그녀. 모이즈를 찾기 시작할 무렵, 생선가게에서 늘 불러주던 마드무아젤!은 마담!의 호칭으로 바뀌면서, 그동안 한 남자가 그녀의 뒤를 따라다니는 것을 비로소 알아차리게 된다. _ ‘내사랑 모이즈...... 모카 마타리의 유혹’

 


날마다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에 변화를 주고 싶어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마키. 그 소소한 일상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아키라가 있다. 유리 잔 제의를 받게 된 마키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는 도중, 아키라의 도움으로 자신이 원했지만 찾을 수 없었던 것을 발견하게 되고, 답례로 그에게 필로덴드론이 그려진 커피 잔을 선물한다. 그리고 그 사이 유리 잔이 다 완성되었고 공방에 가져다주게 되는데... _ ‘비 오는 날에는 킬리만자로를’

 

 

K마을의 사강의 집,과 너무 많이 닮아있는 브람스의 집, 그리고 그녀의 사랑, N의 이야기. “당신도 망설이고 있지? 그래도 상대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선 안 돼.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그가 오기만을 기다려서도 안 돼. (…)” _ ‘커피 마시기 좋은 날’

 

 

 

 

 

 

 

 

 

사랑을 할 때도 꽃을 기를 때와 마찬가지로 시간을 들여야 한다. 사랑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모든 연인이 비슷한 사랑을 하겠지만 오랜 세월 함께한 사랑은 두 사람이 가꾸기 나름이다. _ ‘커피 마시기 좋은 날’ :: 이제까지 내가 겪은 사랑은, 일방적일 수 없고, 일방적이어서도 안 된다고 가르쳐왔다. 두 사람이 함께어야만 비로소 사랑,이 된다. 하지만 함께 하는 그 사랑이라는 것도 너무 불완전해서, 늘 두 사람이 함께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혼면허
조두진 지음 / 예담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결혼을 하기 전 적어도 내게 1년이라는 시간을 달라,고 했었다. 그 시간은 각자의 삶을 영위하던 두 사람이 한 집에서 살기 위한 시간이었고, 또 그와 함께 살기 이전에 내 삶을 정리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시간이기도 했으며, 나를 가꾸기 위한 시간이기도 한 까닭에. 그렇게 1년이 지났고, 난 이번 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일전에 그에게 말했던 “최고의 여자가 될게”라고 말했는데,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최고의 여자,라니. 당치도 않다. 난 그저, 앞으로도 당신에게 최고의 여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만 이야기할 수 있을 뿐. 결혼을 앞둔 이 시점에서 꽤나 공감이 갈 만한, 책을 만났다.

 

 

 

이 여자가 내 옆에 있으면 내 인생이 얼마나 자랑스러울 것인가_ 나는 올 9월에 계약만료로 일을 퇴사했지만 집에서 쉬기만 하는 성격이 못 되어서 두 달 조금 안 되게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스트레스는 적었고, 수월하게 일을 했었다. 일에 대해 쫑알쫑알대는 내게 그는 그런 나에게 그는 “벨라씨는 참 능력있는 여자야. 어디 내놔도 잘 할거야.”라고 말했었고, 그 말에 “그런데 말이야.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었다면 나를 만났을거야?”라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예상하고 있던 대로 No. 결혼을 결심하기 이전에 “내가 결혼하고 나서도 내 일을 하겠다고 하면 말릴거야?”라는 내 말에 “네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응원해줄거야.” 라고 했던 그였다. 그러고보니 그는 연애초기부터 항상 입버릇처럼 해왔던 말이 있었다. “우린 상호보완적인 존재야. 서로가 발전할 수 있게 도와줘야해. 서로가 서로에게 걸림돌이 되면 안 되는 거야.” - “내가 당신의 스케치북이 되어줄게. 당신이 좀 더 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나도 그럴게.” - 난 그에게 이 책을 다 읽고 토스하기로 했는데, ‘결혼면허’의 여주인공인 서인선에 대해 뭐라고 할지 눈에 빤히 보인다. 하하.

 

 

 

책은 서인선, 그녀는 현재 윤철과 연애중이고 그와의 결혼을 꿈꾸고 있기에, 결혼면허를 따기 위한 1년 과정의 ML 결혼생활학교에 입학하며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그려놓았다. 헌데, 모든 여자들이 다 그러한 것은 아닐텐데, 여자가 결혼에 매달려하는 모습이 자주 비쳐져 보기가 거슬린 점도 깨나 많았는데, 끼리끼리 결혼하라는 말이네. 당연히 대부분 끼리끼리 하지 않나? (…) 그럼 난 백수니까 백수하고 결혼해야해? 그건 아니지. 여자 백수하고 남자 백수가 같냐? 내가 백수로 남은 것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잖아. 결혼해서 남편 잘 보살피고, 아이들 잘 키우는 것이 웬만한 직장 일보다 중요하잖아. 특히 이 부분을 읽고는 뭐 이런 마인드를 가진 여자가 다 있어,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래, 그런 여자들이 있겠지. 나와 생각이 좀 다를 뿐. 그러니까 책에서 인선은, 현모양처가 되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녀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 스스로 빛나는 발광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와 내가 유월, 전국일주를 하던 중 부산에서 혼인신고를 제출하기 전 날에 그에게 말했었다. “나는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될거야.” 지금은, 햇빛이 참 찬란하게 빛나는 11월의 어느 오후다.

 

 

 

 

여성들은 흔히 결혼하면 이전의 친구들과 소원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락을 아예 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남편과 집안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데, 이런 것은 굉장히 나쁩니다. 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취미생활을 계속하고,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일을 붙들고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합니다. 남편과 자식, 집안을 등한시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가족들을 충분히 사랑하고 배려하십시오. 그리고 희생하십시오. 그러나 집착하지는 마십시오. 가족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결혼은 평생을 같이 할 친구를 얻는 것이라고 했다. 나와 가장 친밀하지만 다른 사람과도 얼마든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오직 나하고만 친밀하기를 바라는 것은 몰두고 집착이라고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 - 다투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얻는 32가지 대화의 기술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실은 나, 그래, 나는 공격적인 사람이다. 무척이나. 가끔은 지인에게도 지독하리만큼, 서슴없이 직설적으로 내뱉는다. 비단 그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그런 말과 행동을 할 때면. 그런 나에게 그는 “너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너만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되잖아.” 라고 진심어린 충고를 했었다. 맞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인데, 그 사람이 왜 내 기준에 부합되어야하지? 내가 뭔데? 내 말이 다 옳은 것도 아닌데. 너무 자만했고, 오만했으며, 또 거만하기까지 하다. 웃긴다, 정말 내가 뭐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그것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럴 땐,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그래,라고 대답하는 습관을 길러야하는데.

 

 

 

조금 창피하지만, 나는 인맥이 그렇게 두텁지 못하다. 내 인맥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에만 한한다. 그걸 반대로 말하자면,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마음이 가지 않으니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그렇게 아니꼽게 나갈 수가 없다. 한때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한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너무 스트레스로 다가와서 “그래, 그게 스트레스라면 차라리 그런 사람과는 말을 하지 말자.”라고 생각한 것이 아직도 습관처럼 내게 들러붙어있다. 까닭에 나는, 참, 사회생활하기가 어려운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인맥은 아직도 한정적,이고, 내 주위엔 적이 드글드글하다. 드글드글.

 

 

 

언품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것은 언제 들어도 늘 공감하는 문장이다. 나는 지금으로 5년 전만 하더라도, 참 무식했다. 그래, 무식했다는 말밖에는 더 이상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생각하는대로 내뱉고, 내뱉은대로 행동하고. 뭐, 지금은 친구들에게 “넌 진짜 많이 변했어. 우린 오빠(그)에게 정말 고마워해야해.”라는 말까지 듣는데, 그건 아마 책을 읽음과 동시에 그와의 만남이 진행되던 시점부터였음을, 난 반발할 길이 없다. 어쨌든, 내가 바뀔 수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도 내 나이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내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모습을 볼 때면 그게 그렇게 무식해보일 수가 없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참 오만한 생각이겠지. “너도 그랬잖아.”라고 하면 할 말 없을거면서.

 

 

 

소통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함께 하는 것이며, 화자와 청자가 공히 교감할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할 때 제대로 이뤄진다는 말이다. (…) ‘특별하다’는 건 거창하고 화려한 표현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상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솔한 감정을 전달하고, 상황에 어울리는 비유와 적절한 유머 등을 대화 속에 녹여낼 때 ‘특별하게 말할 줄 안다’고 할 수 있다. (p222)

 

난 참, 소박한 사람이다. 말하는 것이. 예쁘게 말하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아서 가끔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한 마디 툭, 내던지는 게 다인, 그래놓고 뒤돌아선 그냥 이렇게 얘기할걸,하며 남몰래 후회도 많이 하는, 그런, 사람이다.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어느순간부터인가 소심함까지 겸비하게 되어서는,“내 의도는 A였는데, 혹여나 B로 알아들었으면 어쩌지?”하기도 하고, 뭔가 깊이 생각해야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말을 하기보다는 글을 써서 상대방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글을 쓸 때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으니까.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니까 느끼는 것 같은데, 내 말과 행동이 ‘나’를 나타내는 지표겠구나,생각하곤 해서 좋건 싫건 간에 타인과 ‘소통’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조금 더 나를 가꿔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까닭에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였고, 다 읽고 난 순간까지도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지만, 이따금 멈칫,했던 그 순간들이 읽고 있던 이 책 때문은 아니었을까,하는 의구심은 품게 된다. 막연하게 타인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자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 자신이 조금 더 당당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지.

 

 

 

 

사과를 할 때 ‘하지만’으로 말을 이어나가면 상대방이 당신의 의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당신이 저지른 잘못된 행동에 나름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사과는 무조건 명확하고 짧아야 한다. 길어지면 또 다른 갈등이 배태된다. (…) 사과에도 나름의 유통기한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과의 타이밍’을 지나치게 오래 끌면, 그땐 사과가 아니라 단순한 양보로 변질된다. 사과의 유통기한을 최대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p29)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각자의 마음속에 저마다 다른 풍경의 ‘비밀 정원’ 같은 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는 타인이 잘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추억과 소중한 경험, 아픈 상처, 이루지 못한 꿈 같은 것들이 처연하고 은밀하게 어우러져 있을 것만 같다. ‘한 사람의 근원적 의도를 헤아린다’는 것은 이 정원을 살짝 엿보는 행위와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 낯선 길을 걷다가 아름다운 정원을 들여다보는 심정으로 슬쩍 까치발을 들어보자. 그리고 세심하게 상대를 관찰해보자. (p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어느 여행자의 기억
변종모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햇살이 꽤나 눈부신 오월,이다. 약간 떨어져있던 기온에 선득선득함이 살갗에 파고들었던 날에 책을 펼쳤었는데, 딱 한 달,만에야 변종모, 그 사람과 좀 떨어질 수 있었다. 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를 찍어놓고, 그 나라에 대해 써놓은 글을 읽으며 책을 넘기는 손끝에서 느끼는 그것이야말로 그 나라에 대한 닿지 못한 동경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어느 순간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나 여기 다녀왔어요. ctrl+C, ctrl+V 한 듯 한 사진 쾅쾅. 글 쾅쾅. 책을 내기 위해 찍은 사진, 쓴 글_ 미션클리어 하듯 찍어낸 책에서 내가 뭘 느껴야하지, 회의감마저 들었던 것. 그런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여행에세이와 멀어졌는데, 복작복작해진 마음에 혀를 내두르고 여행병이 다시금 도지고, 다시금 손을 뻗었고 다행이다, 생각했다. 그래, 참 다행이야.

 

 

 

 

 

 

그 낯선 순간이 나는 이상하지 않아서 이상했다. 여행이란 이렇게 또 낯선 순간과 그 낯선 장소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내 것으로 경험하는 일, 그것을 감사히 받아들이는 일, 그 속에서 가까워지는 일일 것이다. 어면 내게 익숙하지 않은 모든 것이 여행이다. 나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실은 나, 무척이나 정이 많은 사람이라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짐에 있어 익숙하지 못하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언젠간 멀어져야 할 사이임을 자각하고 만나야했고, 그 순간순간이 위태로움이었던 때도 있었다. 지금 연애를 막 시작했을 때, 우리 만약에-라는 부정적인 문장을 달고 살았던 내게 우리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하자,라고 말해준 J.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못한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변종모 이 사람, 여행지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그가 사람을 찾아가는 때도 있고, 사람이 그를 찾아오는 때도 있다. 나는 혹여 정이라도 들면 어쩌려고 그러지,하는 약간의 불안감을 안은 채로, 그를 덤덤하게 지켜볼 뿐. 여행지에서의 만남, 그것은 다시는 없을지도 모를, 정말 찰나의 순간,의 그때의 만남.

 

 

 

 

 

 

오늘은 그날과 닮았고 그날 혼자 먹던 그것을 나는 오늘 또 혼자 대면하고 있다. 하지만 그날과 오늘의 간격은 아득하고 그곳과 이곳은 지구의 반대편처럼 아득하다. 시간을 메우고 거리를 메우는 것에는 많은 양의 추억이 포함된다. 그러므로 다가올 것이 아닌, 이미 지나간 슬픈 추억은 허기지지 않다. 그저 만두처럼 덤덤할 뿐이다. 누구나 진저리를 치는 일들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나, 우리는 살면서 자주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발설하므로 결코 궁핍하거나 허기지지 않다. 오늘처럼 아무도 없는 날, 나는 다시 그날들을 떠올려도 상관없을 것이다. 아무도 없으므로. 파키스탄의 훈자, 이집트 다합, 시리아 여행 골목의 감자를 볶는 여자, 그루지야 트빌리시의 만두보다 환하게 웃던 여자, 스리랑카 웰리가마[어촌 마을 마리사]의 한국어를 배우던 청년, 청년의 할아버지, (그리고, 변종모가 무척이나 아끼고 아껴두었던 것 같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와인 여인, 쿠바 트리니다드의 종업원, 푸리의 브론, 그루지야 카즈베기의 꼬꼬닭 할머니, 겐지스의 디아 소녀, 짜이 할아버지, 푸쉬카르의 키노시타, 칼라파테 후지여관의 여자, 볼리비아 수크레의 밥 퍼주는 남자,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핫산_ 변종모, 그의 여행에는, 그의 펼쳐진 손바닥에 기꺼이 맞대었던 다른 손바닥들이 있었기에 성숙해진건 아닐까,하는 조금 주제 넘은 생각. 그래서- 이야기, 그 끝에 풍기는 진한 향긋함에 코끝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잡동사니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책 좀 읽어야지, 봄-이잖아. 봄,은 내게 항상 또 다른 시작,이자 출발점,이고 또 하던 일을 마무리를 해야하기도 하는 조금은 모순된 계절이니까. 손에 집게 된 건 에쿠니 가오리의 「잡동사니」_ 바로 전, 앞의 열 페이지를 반복해서 서너 번은 족히 읽었지만 덮어 둘 수밖에 없었던 「하느님의 보트」도 있으면서 다시금 에쿠니를 집다니. 수상쩍다, 나. 굉장히. 몇 년 전, 따사롭기보다는 등이 조금 아릴 정도로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 속, 붉은 꽃들 사이에서 책을 읽었었다. 삼 남매의 「소란한 보통날」 그래서 그 책을 볼 때마다 봄이다. 덩달아 작가도 봄-이다,라고 적으려다 「빨간 장화」를 흘깃보곤 다시 겨울,이라 적는다.

 

 

 

 

여드레째. 모레에는 도쿄로 돌아가 남편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쁨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어젯밤 외간 남자의 몸을 제대로 맛보았다. 아주 짧은 동안이라고는 해도 평소 좋아서 갇혀 사는 장소 -남편에게 소유되어 있다는 느낌은 떨어져 있을 때 오히려 더 강하다- 에서 바깥에 놓인 것이다. 뭐,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럭저럭 잘 견뎌낸 것 아닐까. 마흔다섯의 중년 슈코,는 남편에게 벗어나기 위해, 혹은 남편에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어머니 기리코,와 종종 여행을 떠난다. 슈코,는 남편에게 소유됨,으로써 비로소 해방됨,을 느끼는, 조금은 모순되는 여자.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그 말이 모순된다고 누가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소유되었다는 것, 그것을 소유되었기에 옴싹달싹할 수 없는 상태,라고 누가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소유됨으로서, 불안정해서 언젠가 퉁퉁- 변형되어 버릴 것 같은 형태가, 하나의 안정된 형태를 되찾는 것으로서 불안한 마음으로부터 해방됨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 나는, 조금 (사실은 꽤나) 오만을 떨었다. - 이번에는 9박 10일 일정으로 떠난 푸켓에서 만난 미미. 그리고 미우미의 아빠.

 

 

 

 

"사람이 사람을 소유할 수는 있어도 독차지할 수는 없다. 그것은 내가 정사를 통해 배운 것 중 하나다. 그럼에도 어떻게 해서든 독차지하고 싶다면, 원치 않는 것들까지 포함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소유하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남편의 여자 친구들이라든지…" 슈코는 남편 하라를 오로지 그녀의 것,으로서의 소유를 원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에 그의 모든 것을 소유하려한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범위까지, 모- 두. 내가 이제까지 행해왔던 성숙하지 못했던 연애는, 각자의 삶을, 생활을, 아니 조금 더 정확히는 서로와 상반되는 것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지 못했었는데 몇 년 전에 시작된,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연애의 상대방은 나에게 안도현의 「연어이야기」를 읽어준 적 있었는데 이는 다음 구절과 같다.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배경까지 만나는 일이야.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상처와 슬픔까지 만나는 일이지.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현재만 만나는 일이 아니야. 네가 살아온 과거의 시간과 네가 살아갈 미래의 시간까지 만나는 일이지.

 

 

 

 

와타루의 특별 대우를, 간결하고 애매한 지금의 관계를 나는 잃고 싶지 않다. 설령 그것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것, 유지할 수 없는 것ㅡ마치 장미에 맺힌 물방울처럼ㅡ이라 해도. 에쿠니, 그녀는 사랑,이라 부르지만 나와 낯선 것에 대해 냉소적인 나는 그것을 불륜,이라 부르고, 이해할 수 없다,고 그녀를 또 한차례 매몰차게 질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성을 건드리는 표현들에 유약해져있는 마음이 물러 터져버려선, 끝내는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감싸안고야 마는 내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