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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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책 좀 읽어야지, 봄-이잖아. 봄,은 내게 항상 또 다른 시작,이자 출발점,이고 또 하던 일을 마무리를 해야하기도 하는 조금은 모순된 계절이니까. 손에 집게 된 건 에쿠니 가오리의 「잡동사니」_ 바로 전, 앞의 열 페이지를 반복해서 서너 번은 족히 읽었지만 덮어 둘 수밖에 없었던 「하느님의 보트」도 있으면서 다시금 에쿠니를 집다니. 수상쩍다, 나. 굉장히. 몇 년 전, 따사롭기보다는 등이 조금 아릴 정도로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 속, 붉은 꽃들 사이에서 책을 읽었었다. 삼 남매의 「소란한 보통날」 그래서 그 책을 볼 때마다 봄이다. 덩달아 작가도 봄-이다,라고 적으려다 「빨간 장화」를 흘깃보곤 다시 겨울,이라 적는다.

 

 

 

 

여드레째. 모레에는 도쿄로 돌아가 남편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쁨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어젯밤 외간 남자의 몸을 제대로 맛보았다. 아주 짧은 동안이라고는 해도 평소 좋아서 갇혀 사는 장소 -남편에게 소유되어 있다는 느낌은 떨어져 있을 때 오히려 더 강하다- 에서 바깥에 놓인 것이다. 뭐,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럭저럭 잘 견뎌낸 것 아닐까. 마흔다섯의 중년 슈코,는 남편에게 벗어나기 위해, 혹은 남편에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어머니 기리코,와 종종 여행을 떠난다. 슈코,는 남편에게 소유됨,으로써 비로소 해방됨,을 느끼는, 조금은 모순되는 여자.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그 말이 모순된다고 누가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소유되었다는 것, 그것을 소유되었기에 옴싹달싹할 수 없는 상태,라고 누가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소유됨으로서, 불안정해서 언젠가 퉁퉁- 변형되어 버릴 것 같은 형태가, 하나의 안정된 형태를 되찾는 것으로서 불안한 마음으로부터 해방됨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 나는, 조금 (사실은 꽤나) 오만을 떨었다. - 이번에는 9박 10일 일정으로 떠난 푸켓에서 만난 미미. 그리고 미우미의 아빠.

 

 

 

 

"사람이 사람을 소유할 수는 있어도 독차지할 수는 없다. 그것은 내가 정사를 통해 배운 것 중 하나다. 그럼에도 어떻게 해서든 독차지하고 싶다면, 원치 않는 것들까지 포함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소유하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남편의 여자 친구들이라든지…" 슈코는 남편 하라를 오로지 그녀의 것,으로서의 소유를 원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에 그의 모든 것을 소유하려한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범위까지, 모- 두. 내가 이제까지 행해왔던 성숙하지 못했던 연애는, 각자의 삶을, 생활을, 아니 조금 더 정확히는 서로와 상반되는 것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지 못했었는데 몇 년 전에 시작된,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연애의 상대방은 나에게 안도현의 「연어이야기」를 읽어준 적 있었는데 이는 다음 구절과 같다.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배경까지 만나는 일이야.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상처와 슬픔까지 만나는 일이지.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현재만 만나는 일이 아니야. 네가 살아온 과거의 시간과 네가 살아갈 미래의 시간까지 만나는 일이지.

 

 

 

 

와타루의 특별 대우를, 간결하고 애매한 지금의 관계를 나는 잃고 싶지 않다. 설령 그것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것, 유지할 수 없는 것ㅡ마치 장미에 맺힌 물방울처럼ㅡ이라 해도. 에쿠니, 그녀는 사랑,이라 부르지만 나와 낯선 것에 대해 냉소적인 나는 그것을 불륜,이라 부르고, 이해할 수 없다,고 그녀를 또 한차례 매몰차게 질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성을 건드리는 표현들에 유약해져있는 마음이 물러 터져버려선, 끝내는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감싸안고야 마는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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