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 - 다투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얻는 32가지 대화의 기술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실은 나, 그래, 나는 공격적인 사람이다. 무척이나. 가끔은 지인에게도 지독하리만큼, 서슴없이 직설적으로 내뱉는다. 비단 그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그런 말과 행동을 할 때면. 그런 나에게 그는 “너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너만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되잖아.” 라고 진심어린 충고를 했었다. 맞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인데, 그 사람이 왜 내 기준에 부합되어야하지? 내가 뭔데? 내 말이 다 옳은 것도 아닌데. 너무 자만했고, 오만했으며, 또 거만하기까지 하다. 웃긴다, 정말 내가 뭐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그것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럴 땐,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그래,라고 대답하는 습관을 길러야하는데.

 

 

 

조금 창피하지만, 나는 인맥이 그렇게 두텁지 못하다. 내 인맥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에만 한한다. 그걸 반대로 말하자면,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마음이 가지 않으니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그렇게 아니꼽게 나갈 수가 없다. 한때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한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너무 스트레스로 다가와서 “그래, 그게 스트레스라면 차라리 그런 사람과는 말을 하지 말자.”라고 생각한 것이 아직도 습관처럼 내게 들러붙어있다. 까닭에 나는, 참, 사회생활하기가 어려운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인맥은 아직도 한정적,이고, 내 주위엔 적이 드글드글하다. 드글드글.

 

 

 

언품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것은 언제 들어도 늘 공감하는 문장이다. 나는 지금으로 5년 전만 하더라도, 참 무식했다. 그래, 무식했다는 말밖에는 더 이상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생각하는대로 내뱉고, 내뱉은대로 행동하고. 뭐, 지금은 친구들에게 “넌 진짜 많이 변했어. 우린 오빠(그)에게 정말 고마워해야해.”라는 말까지 듣는데, 그건 아마 책을 읽음과 동시에 그와의 만남이 진행되던 시점부터였음을, 난 반발할 길이 없다. 어쨌든, 내가 바뀔 수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도 내 나이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내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모습을 볼 때면 그게 그렇게 무식해보일 수가 없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참 오만한 생각이겠지. “너도 그랬잖아.”라고 하면 할 말 없을거면서.

 

 

 

소통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함께 하는 것이며, 화자와 청자가 공히 교감할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할 때 제대로 이뤄진다는 말이다. (…) ‘특별하다’는 건 거창하고 화려한 표현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상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솔한 감정을 전달하고, 상황에 어울리는 비유와 적절한 유머 등을 대화 속에 녹여낼 때 ‘특별하게 말할 줄 안다’고 할 수 있다. (p222)

 

난 참, 소박한 사람이다. 말하는 것이. 예쁘게 말하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아서 가끔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한 마디 툭, 내던지는 게 다인, 그래놓고 뒤돌아선 그냥 이렇게 얘기할걸,하며 남몰래 후회도 많이 하는, 그런, 사람이다.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어느순간부터인가 소심함까지 겸비하게 되어서는,“내 의도는 A였는데, 혹여나 B로 알아들었으면 어쩌지?”하기도 하고, 뭔가 깊이 생각해야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말을 하기보다는 글을 써서 상대방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글을 쓸 때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으니까.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니까 느끼는 것 같은데, 내 말과 행동이 ‘나’를 나타내는 지표겠구나,생각하곤 해서 좋건 싫건 간에 타인과 ‘소통’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조금 더 나를 가꿔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까닭에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였고, 다 읽고 난 순간까지도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지만, 이따금 멈칫,했던 그 순간들이 읽고 있던 이 책 때문은 아니었을까,하는 의구심은 품게 된다. 막연하게 타인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자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 자신이 조금 더 당당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지.

 

 

 

 

사과를 할 때 ‘하지만’으로 말을 이어나가면 상대방이 당신의 의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당신이 저지른 잘못된 행동에 나름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사과는 무조건 명확하고 짧아야 한다. 길어지면 또 다른 갈등이 배태된다. (…) 사과에도 나름의 유통기한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과의 타이밍’을 지나치게 오래 끌면, 그땐 사과가 아니라 단순한 양보로 변질된다. 사과의 유통기한을 최대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p29)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각자의 마음속에 저마다 다른 풍경의 ‘비밀 정원’ 같은 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는 타인이 잘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추억과 소중한 경험, 아픈 상처, 이루지 못한 꿈 같은 것들이 처연하고 은밀하게 어우러져 있을 것만 같다. ‘한 사람의 근원적 의도를 헤아린다’는 것은 이 정원을 살짝 엿보는 행위와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 낯선 길을 걷다가 아름다운 정원을 들여다보는 심정으로 슬쩍 까치발을 들어보자. 그리고 세심하게 상대를 관찰해보자.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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