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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면허
조두진 지음 / 예담 / 2013년 10월
평점 :
나는 결혼을 하기 전 적어도 내게 1년이라는 시간을 달라,고 했었다. 그 시간은 각자의 삶을 영위하던 두 사람이 한 집에서 살기 위한 시간이었고, 또 그와 함께 살기 이전에 내 삶을 정리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시간이기도 했으며, 나를 가꾸기 위한 시간이기도 한 까닭에. 그렇게 1년이 지났고, 난 이번 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일전에 그에게 말했던 “최고의 여자가 될게”라고 말했는데,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최고의 여자,라니. 당치도 않다. 난 그저, 앞으로도 당신에게 최고의 여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만 이야기할 수 있을 뿐. 결혼을 앞둔 이 시점에서 꽤나 공감이 갈 만한, 책을 만났다.
이 여자가 내 옆에 있으면 내 인생이 얼마나 자랑스러울 것인가_ 나는 올 9월에 계약만료로 일을 퇴사했지만 집에서 쉬기만 하는 성격이 못 되어서 두 달 조금 안 되게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스트레스는 적었고, 수월하게 일을 했었다. 일에 대해 쫑알쫑알대는 내게 그는 그런 나에게 그는 “벨라씨는 참 능력있는 여자야. 어디 내놔도 잘 할거야.”라고 말했었고, 그 말에 “그런데 말이야.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었다면 나를 만났을거야?”라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예상하고 있던 대로 No. 결혼을 결심하기 이전에 “내가 결혼하고 나서도 내 일을 하겠다고 하면 말릴거야?”라는 내 말에 “네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응원해줄거야.” 라고 했던 그였다. 그러고보니 그는 연애초기부터 항상 입버릇처럼 해왔던 말이 있었다. “우린 상호보완적인 존재야. 서로가 발전할 수 있게 도와줘야해. 서로가 서로에게 걸림돌이 되면 안 되는 거야.” - “내가 당신의 스케치북이 되어줄게. 당신이 좀 더 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나도 그럴게.” - 난 그에게 이 책을 다 읽고 토스하기로 했는데, ‘결혼면허’의 여주인공인 서인선에 대해 뭐라고 할지 눈에 빤히 보인다. 하하.
책은 서인선, 그녀는 현재 윤철과 연애중이고 그와의 결혼을 꿈꾸고 있기에, 결혼면허를 따기 위한 1년 과정의 ML 결혼생활학교에 입학하며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그려놓았다. 헌데, 모든 여자들이 다 그러한 것은 아닐텐데, 여자가 결혼에 매달려하는 모습이 자주 비쳐져 보기가 거슬린 점도 깨나 많았는데, 끼리끼리 결혼하라는 말이네. 당연히 대부분 끼리끼리 하지 않나? (…) 그럼 난 백수니까 백수하고 결혼해야해? 그건 아니지. 여자 백수하고 남자 백수가 같냐? 내가 백수로 남은 것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잖아. 결혼해서 남편 잘 보살피고, 아이들 잘 키우는 것이 웬만한 직장 일보다 중요하잖아. 특히 이 부분을 읽고는 뭐 이런 마인드를 가진 여자가 다 있어,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래, 그런 여자들이 있겠지. 나와 생각이 좀 다를 뿐. 그러니까 책에서 인선은, 현모양처가 되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녀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 스스로 빛나는 발광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와 내가 유월, 전국일주를 하던 중 부산에서 혼인신고를 제출하기 전 날에 그에게 말했었다. “나는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될거야.” 지금은, 햇빛이 참 찬란하게 빛나는 11월의 어느 오후다.
여성들은 흔히 결혼하면 이전의 친구들과 소원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락을 아예 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남편과 집안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데, 이런 것은 굉장히 나쁩니다. 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취미생활을 계속하고,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일을 붙들고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합니다. 남편과 자식, 집안을 등한시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가족들을 충분히 사랑하고 배려하십시오. 그리고 희생하십시오. 그러나 집착하지는 마십시오. 가족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결혼은 평생을 같이 할 친구를 얻는 것이라고 했다. 나와 가장 친밀하지만 다른 사람과도 얼마든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오직 나하고만 친밀하기를 바라는 것은 몰두고 집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