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관상은 어떨까? - 초보자도 쉽게 알 수 있는 관상학
김현남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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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해 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관계를 맺기도 하고 끊기도 했다. 첫인상은 소통의 시작이기에, 타인에 대해 전혀 모를 경우, 외모, 표정, 옷차림으로 상대방에 대해 판단할 수밖에 없고, 말투, 대화형식은 그 다음 선택지였다. 내 직감을 믿고 이 사람은 괜찮아, 별로야.’ 라며 첫인상으로 타인을 판단하기도 했는데,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 첫인상은 일시적 오류로 감지하고 해결될 때도 있었으나, 대체로 내가 느꼈던 상대방의 첫인상이 그 이후에도 유지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구태여 누군가에게 내 첫인상이 어땠어?” 라고 물어본 적은 없었는데, 먼저 말해줄 때도 있었다. “땡땡씨는 첫인상이 차다는 느낌이 강해서, 말을 건네기가 무서웠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물론 때와 장소에 따라 달랐지만. ‘차다는 느낌은 항상 회사 입사했을 때 동료들이 내게 받았던 느낌이었다. 그런데 상대방이 내게 받는 인상이 언제나 동일했다는 점은 결코 우스갯소리로 넘길 일만은 아니다. 간혹 웃지 않으면 화가 났냐고도 들어봤으니, 그와 상응하는 건 아닐까.

 

 

 

 

 

관상 : 상을 보아 운명재수를 판단하여 미래에 닥쳐올 흉사를 예방하고 복을 부르려는 점법(占法)의 하나 - 부모님의 얼굴 중 한 곳을 물려받아 태어난 게 지금 이 얼굴인데, 가장 기본적으로 얼굴을 통해 관상을 본다고 하니, 부모님에 대한 실례가 아닐까. 줄곧 생각해왔었다. 어쩌면 내 외모에 좋지 않은 부위라도 있으면 그 부위를 싫어하게 될까봐선. 그럼에도 내 얼굴은 어떠한 복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재미삼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생각도 들어서, 책을 펴들고 남편 J군과 함께 서로의 얼굴을 뜯어봐주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책의 일러스트를 따라가며 얼굴형, 이마, 눈썹, , , 인중, 입술, 턱을 차례로 내 관상을 보아하니, 나는 초,중년에는 재물이 그래도 조금 있는 편인데, 말년으로 갈수록 재물도 별로 없고 병도 나는 아주 괴팍한 삶을 살게 될 팔자로 나와있어서, 엄청난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중 상충되는 것이 몇 개 있었는데, 부위에 따라 어떤 것은 말년이 좋다고 하고, 어떤 것은 또 말년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런 것을 보면 그냥 참고만 할 뿐, 모두 다 믿을 만 한 것은 아니더라. 다만, J군은 관상이 어찌나 좋은지, 말년에도 무척 좋아서 내가 말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야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 참고 사진 몇 장 첨부.

 

 

 

 

 

 

 

 

 

 

 

 

 

 

 

 

 

 

 

 

 

 

 

 

콧방울이 넓어야 좋은 거라고 하고, 입꼬리가 올라가야 좋은 거라고 해서, 나는 코평수를 최대한 넓히고 입꼬리도 올렸더니 J군은 숨넘어갈 듯이 깔깔거렸다. 어차피 관상학이라고 해서 전부를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 무조건 이렇게 생긴건 이래! 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것. 결론은 생긴 대로 살되, 내 인상은 조금 부드럽게 고칠 필요가 있다는 걸 느꼈다. 코평수는 됐으니, 우선 입꼬리를 올려 타인에게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 부드럽게 인상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그려져 있는 일러스트를 보며 이 사람은 진짜 이혼하게 생겼어! 이 사람은 정말 부인을 때리게 생겼네? 라며 까르르 깔깔 웃어대며 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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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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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라는 건, 분명 자기 손으로 붙잡는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달, 사월이 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이야.”라며 팔랑대던 것도 잠시, 첫 날부터 심상찮은 증상을 느끼게 된다. 그 증상이 일주일 즈음 지속되었을 때, 병원을 찾았고, 병원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없음이라는 결과를 접하게 되었다. 신체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검사를 받아보았을 때 이상없음이라면, 결국은 심리적인 증상이 아닌가. 하고 있던 모든 일을 다 중단하고 나는, “다시 이라부를 만날거야!” 라고 말하면서 그를 찾아나서게 된다.

  

 

 

 

 

 

선단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야쿠자 중간보스, 공중그네에서 추락하기 일쑤인 베테랑 공중 곡예사,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사위, 스로잉 입스에 빠져 폭구(wide ball)를 일삼는 프로야구선수, 썼던 소재일까봐 더 이상 이야기를 쓸 수 없는 여류작가. 다섯 명의 등장인물. 그리고 그들에게는 이라부 이치로가 있었다. 안녕, 이라부. 또 보네!

  

 

 

 

 

 

신경을 쓰는 순간부터 공포의 세상이 된다는 말인가.

2주동안 지속되었던 그 해괴하고 잔인무도했던 그 증상은,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지금 정상적인(?) 신체적 리듬을 되찾았으며,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은 날들을 지내고 있다. 물론, 지금 역시도 신경을 그쪽으로 쏟으면 그 증상이 다시금 볼록하게 솟아오름을 느낀다. 젠장. 오랜만에 만난 이라부는 여전히 쾌활했고, 나의 잠재된 불안에, “너만 그런거 아니야. 남들도 다 그래.”라고 말하며, 위안이라는 꽃을 얹어주었다.

  

 

 

 

 

 

더러는 가벼워 보이던 것, 하찮던 것, 사소한 성격적 결함이 정신적 결함으로 이어지는 수가 있다. 그렇게 되는 계기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대다수의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것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알 수 없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만들어 쓰고 있는 가면이 어떤 방패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역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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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 박범신 장편소설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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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의 시작이 참 어렵다.

블로그 이웃의 책 서평을 보면서, “이 책은 읽어야만 해.” 라고 생각했다. 난 요즘 아빠가 미웠다. 분명한 이유가 있지만 서평에 미주알고주알 쓸 수 없으니까 그냥 미웠다. 고 말하고 끊으려고 한다. 그리고, 난 아빠를 사랑한다. 아주 많이. 책을 읽어야하는 시기와 딱 맞아떨어진 순간이 있다면 감히 그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을 읽는 나는, 유폐했던 감정들에 대해 봇물처럼 쏟아지는 질타를 그대로 다 받았다. 나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칠 수도 있었고, 그러지 않았다고 건방지게 말로서 내뱉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누구에게 그 짓을 한단 말인가. 선명우에게? 박범신에게? 그것도 아니면 내 아빠에게? 차라리 관두자. 그건 정말 미친 짓이다. 감히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도 안 되었다. 받아야만 했고, 받아내야만 했다. 받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덮어버린다면 예의가 아니었다. 그 누구도 아니고, 내 아빠에게. 나는 똑같은 자식새끼였다. 빨대를 쪽쪽 빨아먹는 자식새끼. 사월 끝 무렵. 밤에도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전기장판을 고온으로 끝까지 밀어붙였다. 요와 이불이 맞닿는 이불 속은 무척 뜨거웠는데, 어쩐 일인지 내 몸에는 오소소하게 소름이 돋았다.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_p44

그는 가출을 했다. 혹은 그는 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를 해야만 했다.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었으나,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아버지는 그래서는 안 되었다.는 나의 이기적이고 포악스러우며 몰강스러운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는, 수없이 댕그랑거렸다. 미상불 문장 하나하나에 울컥했고 울먹거렸다. 그에 따라 나는 무척이나 위태로웠고, 불안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렀을 땐, 내 아빠가 갑자기 집을 나가서 들어오시지 않는다면, 나는 아빠를 찾으러 과연 어디로 갈 수 있을 것인가. 였다. 나는 아빠에 대해 아는 게 얼마나 있나.

 

 

 

 

아빠, 내 아빠. 평생을 자식들 입에 각각의 맛을 알려주려 새로운 빨대들을 꽂아주기에 여념이 없었고, 자식은 그것이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인 것처럼 여전히 아빠의 그늘에 앉아 편히 쉬며 빨대만 쪽쪽 빨아대고 있었다. 흡사 찰거머리처럼. 그리고 아빠는 지금, 당신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인다. 서평 쓰면서 문득 든 생각, 아빠가 보고 싶다. 전화해봐야지. . 책은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봤는데, 책을 주문해서 그이에게도 꼭, 꼭꼭꼭 읽혀야겠다.

   

 

 

 

아버지는 과묵한 편이었으며,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법이 거의 없는 타입이었다. 그에 비해, 어머니는 수식도 화려할 뿐 아니라 자기표현에서 언제나 똑 부러졌다. 매사에 그녀들은 당연히 어머니의 견해를 따르는 데 익숙했다. 집안의 작고 큰 일에 대한 결정권은 물론, 경제권도 절대적으로 어머니에게 있었다. 오랜 세월 그렇게 살아왔으므로 그녀들은 차츰 아버지에게는 무슨 일이든 상의하는 법도 없었고, 아버지 또한 불만 없이 그것을 받아들였다. 심지어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는 일도 어머니와 상의해 결정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처음부터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_p35

 

 

 

아버지는 단연코 외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걸 느낄 리 만무했다. 행복한 사람도 아니었으나 또 불행한 사람이라고 여긴 적도 없었다. 박장대소 큰 소리로 웃는 걸 보지 못했듯이 격하게 노여워하는 표정도, 특별히 슬픈 얼굴도 보지 못했다. 희로애락은 아버지의 몫이 아니라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늘 생각했다. 자기 아버지가 가정의 권력자라는 말을 혜리에게 들었을 때, 서현의 아버지가 개그 프로를 보다 배꼽을 잡고 경망스럽게 웃는 걸 보았을 때,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버지가 권력자라는 혜리의 말은 이해할 수가 없었고, 개그 프로를 보면서 경망스럽게 웃는 서현의 아버지를 보고서는 괜히 기분이 언짢았다. 무슨 아버지가 저래, 하고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녀에게 아버지는 그저 아버지일 뿐이었다. 아버지는 사람이다, 라고 누가 말하면 웃음이 날 것 같았다. _p40-41

 

 

 

아버지는 그럼 건강했던가. 그런 질문은 한 번도 해본 일이 없었다. 아버지와 병원은 당연히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왜냐고 누가 물으면 그녀들은 이구동성 대답했을 것이었다.

아빠잖아!” _p47

 

 

 

애비가 본래 그런 거라고! 몰랐어? 모든 애비들이 다들 그렇게 치사하게 산다는 거!” _p75

 

 

 

소금이…… 어떤 맛이라고 생각하나?”

소금은, 모든 맛을 다 갖고 있다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단것, 신것에 소금을 치면 더 달고 더 시어져. 뿐인가. 염도가 적당할 때 거둔 소금은 부드러운 짠맛이 나지만 32도가 넘으면 쓴맛이 강해. 세상의 모든 소금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맛이 달라. 소금에 포함된 미네랄이나 아미노산 같은 것이 만들어내는 조화야. 사람들은 단맛에서 일반적으로 위로와 사랑을 느겨. 가볍지. 그에 비해 신맛은 나에게 시비를 거는 것 같고, 짠맛은 뭐라고 할까, 옹골찬 균형이 떠올라. 내 느낌이 그렇다는 거야. 쓴맛은 그럼 뭐냐. 쓴맛은, 어둠이라 할 수 있겠지. 내가 왜 이 겨울에 혼자 나와 소금밭을 까뒤집고 있다고 생각하나? () 젊은 사람이 이해할는지는 모르겠지만, 소금은, 인생의 맛일세!” _p135

 

 

 

뜻밖에, 담담했다. 당부 한 번 어긴 적이 없는 아내였고, ‘쑥아빠!’라고 놀리고 무시해도 고깝지 않은 세 딸이었으며, 20년 넘게 결근 한 번 한 일이 없는 회사였다. 사흘이라면 남들의 석달, 혹은 3년과 맞먹는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그러나 그는 놀랍지 않았다. 놀랍기는커녕 사흘 전까지의 모든 기억이 다른 세상에서의 일처럼 아득하고 또 잔잔하게 떠올랐다. 완전히 다른 별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배꼽이 떨어지는 것처럼, 모든 게 깔끔하게 떨어져 나간 기분이었다. 심지어 통쾌하기까지 했다. 그는 흡, 하고 웃었다. 뱃속 깊은 곳에서 저절로 밀려 나오는 그런 웃음이었다. _p149

 

 

 

그는 웃으려고 했다. 그런데 웃음 대신, 난데없이 트림이 올라왔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이었다. 트림이 트림을 타고 싱싱한 무청처럼 쑥쑥 올라와 허공으로 무한히 퍼져나갔다. 썩은 냄새가 자신에게 맡아졌을 정도였다. 수십 년간 쌓이고 쌓여온 부패한 것들이 조청처럼 엉겨 붙은 차진 트림이었다. 더부룩했던 뱃속이 상쾌하게 내려앉는 것 같고, 암종이 똬리를 튼 썩은 췌장까지 딸려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어 허기가 갑자기 찾아왔다. 일찍이 느껴본 적이 없는 강력한 허기였다. _p152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아버지이기 때문에, ‘치사한 굴욕쓴맛의 어둠을 줄기차게 견뎌온 것이었다. _p207

 

 

 

인생엔 두 개의 단맛이 있어. 하나의 단맛은 자본주의적 세게가 퍼뜨린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빨대로 빠는 소비의 단맛이고, 다른 하나는 참된 자유를 얻어 몸과 영혼으로 느끼는 해방감의 단맛이야.” _p254

 

 

 

나는 언제까지 일을 끝낸다, 그런 목표 따윈 세우지 않아. 그런 목표라면 옛날 회사 다니면서 지겹게 경험해봤네. 여름 전에 다 만들어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나. 여름 전에 못 만들면 가을에 완성하지 뭐. 올여름만 여름인가. 내년 여름도 여름이지.” _p286

 

 

 

뙤약볕 아래에서 혼자 소금을 긁어모으고 있는 새카만 얼굴의 저 늙은 남자가 왜, 1979년 여름, 꼭 자신의 아버지여야 한단 말인가. 아니, 맑은 바닷바람과 뜨거운 햇빛과 무성한 숲에 둘러싸인 평화스럽기 그지없는 그곳이 왜 하필 자신의 나라 한반도의 남쪽 어디여야 한단 말인가. () 몰강스러운 햇빛을 견디면서 소금을 모으고 있는 늙은 남자는 어김없이 그의 아버지였고, 그곳은 들끓고 있는 자신의 조국 어느 변방의 작은 염전이었다. 그런저런 세계사의 변방에서 여전히 아무것도 인식 못한 채, 늙어가는 그 남자에게 오직 빨대를 꽂고 생명을 유지해온 것이 바로 그와 그 자신의 형제들이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빨대, 빨대였다. 그걸 어떻게 부정하겠는가. 그는 그래서 깨달았다. 자신의 졸업식에 오지말라고 아버지에게 말할 수 없다는 걸. 누구에게는 단지 하나의 의식일지 모르지만 아버지에게 그의 졸업식은 모든 인내의 끝이며 모든 희망의 집결체라는 걸.

안 돼!

그는 소리 없이 소리쳤다. _p314-315

 

 

 

가출 전의 그는 빨대 하나 들고 세상의 구조에 충직하게 복무했다. 만족은 오지 않았다. 불가사리 같은 자본 중심의 체제에 기생해 그 역시 빨대를 꽂고 죽어라 빨았으나, 넷이나 되는 처자식이 그의 몸뚱이에 빨대를 또한 꽂고 있었으므로 그가 빨아올리는 꿀은 늘 턱없이 모자랐다. 모자라면 더욱 몸이 달았다. 그 체제는 그에게 약간의 꿀을 제공하는 대신, 그를 계속 노예 상태로 두고 부려먹기 위해 그의 후방에 있는 처자식을 끊임없이 부추겨 그가 빨아 오는 꿀을 더 재빨리 소모시키도록 획책했다. () 특히 핏줄이라는 이름으로 된 빨대는 늘 면죄부를 얻었다. 사람들은 핏줄, 핏줄이라고 말하면서 핏줄에서 감동받도록 교육되었다. 핏줄조차 이미 단맛의 빨대들로 맺어져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불렀다. 사랑이 빨대로 둔갑했지만 핏줄이기 때문에 그냥 사랑인 줄만 알았다. 빨대를 들고 기웃거리는 젊은이들은 어디에서든 볼 수 있었다. 일차적인 표적은 아버지였다. 스물이 넘은 자식들조차 핏줄이므로 늙어가는 아비에게 빨대를 꽂아도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다. 모두 그 체제가 만든 덫이었다. _p330-331

 

 

 

그 대신 자식들은 늙은 아버지를 돌볼 필요가 없었다. 여력도, 시간도 없다고, 그러니 늙은 아버지는 체제가 돌봐야한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노인 요양원을 더 많이 지어 자식들의 짐을 덜어야 한다는 주장을 복지라고들 불렀다. 철저히 불공정한 비윤리적 거래였으나 아버지들은 아버지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것에 침묵하는 게 최선의 미덕으로 간주됐다. 늙은 아버지의 죄는 더 이상 생산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생산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늙은 아버지들은 폐기품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간편히 처리해야 이미 성장해 또 다른 자식들을 거느린 자식 출신의 젊은 아버지들을 체제가 마음 놓고 부려먹을 수 있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가리켜 역사 발전이라고 말했다. _p333-334

 

 

 

화장실에 앉은 그의 가슴이 무너진 것은 섭섭함 때문이 아니라 외로웠기 때문이었다. _p335

 

 

 

누군가와 불멸의 관계를 갖고 싶다면, 관계를 맺지 말게. 그 수밖에 없어. 사랑이 훼손되지 않으려면! _p352

 

 

 

소비의 단맛을 허겁지겁 쫓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 늙어가는 아버지들의 돌아누운 굽은 등을 한번이라고 웅숭깊게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_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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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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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과 맥주의 조합은. 아! J군과 내가 항상 바라 마지 않는 낮술! 낮술의 매력은, 그만큼 여유롭다는 것. 그렇기에 무척이나 부유한 삶을 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들게 한다. 낮술은 언제나 옳다는 게 우리의 지론. 그런데 모리사와 아키오, 이 작가. 부럽게 자꾸 새로운 장소에서 매 시간, 맥주를 꿀꺽꿀꺽 들이킨다. 따사로운 햇빛, 시원한 맥주, 캬- 그저 부럽다. 

 

 

자그마치[?] 1m 폭포에서 떨어져 죽을 뻔 하기도 하고, 화장실에 갇히기도 하고, 등에(노천탕에서 만난)에 물려 열탕과 강을 몇 번이나 뛰어들고, 하룻밤 사이에 덤프트럭과 불때문에 두 번이나 죽을 뻔 하기도 하고, 괴물인형 갸오의 존재, 마킹을 한다는 것, 수중출산, 기적의 구멍, 개인 노천탕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기도 하고, 103세 요옷할머니, 휴웅철썩, 아이를 구하려다가 무모한 청년으로 오해를 사기도 하고, 다카하지 아저씨 (낚시), 생략이 많았던 유스호스텔, 교포3세, 휘파람새가 자주 우는 이유, 최고를 좋아하는 위장복 아저씨, 라스톤입방 해파리의 독, 이해할 수 없는 남자의 세계 정글파이어, 라쿠다의 매력, 까마귀가 물고간 엄청나게 소중한 것, 삐끗허리, 기타렐레와 짤그랑짤그랑 요한금속소리

 

 

그 당시, 서평을 쓰려고 적어뒀던 것들. 어떤건 고작 한 문장만으로도 낄낄거릴 정도로 생각이 나는데, 어떤건 전혀 생각이 안 난다. 사람의 기억력이란, 이토록 옹졸하고 치사한 것인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내 기억력을 탓할 수밖에] 서평쓰며 새삼 느끼게 되는 이 쌉싸름한 기분. 책을 읽으며 낄낄거리며 읽었지만, 그 중에서도 계속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정말 더러워.” 비위가 [무척이나] 약한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물 한 컵도 먹을 수 없었지만, 낄낄거리면서 맥주 한 캔에 부러워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매우 더럽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그의, 그들의 청춘을 읽었다. 나도 조만간 푸른 하늘에 맥주, 짠! 할 계획을 세워야겠다! [하지만 나는 깨끗하게 다녀올 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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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하루 - 소소하게 사랑하기 좋은 하루
김영주 글.그림 / 42미디어콘텐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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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8월 , 연애 시작

2013년 11월 , 결혼


“진급여부와 관련해서 우리가 함께 하지 못할 수도 있어.”라고 말했던 그.

사랑한다면, 끝까지 함께 하지 않아? 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그는 불확실한 미래에 나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다.

불확실한 미래는 2012년에 확실한 미래가 되어있었고, 우리는 만 4년하고도 몇 개월의 연애를 마치고 결혼을 했다.


“결혼은 현실이야.”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설레임보다 두려움과 불안함이 엄습하기도 했다.

쇼파와 한 몸이 될거라는 말은 진짜 최악이었다. 그이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그 이유로 우리집엔 그 흔한 쇼파가 없다.

다행히 그이는 쇼파는 집을 더 좁게 만드는 짐,라고 말하며 쇼파가 필요없다는 내 의견에 동의해주었다.


어린아이같은 나때문에 그이는 아이가 없어도 아이를 키우는 기분이라고 종종 [아니 자주] 말을 한다.

요즘 우리는 서로에게 책을 읽어주는 [주로 그이가] 날이 많아졌다는 것이 올해의 특별한 일 중 하나가 되었는데,

이 책은 연애일기라는 점에서, 결혼이 아닌 우리의 4년 연애를 회상하며 함께 읽었으면, 했다.

 

 

 

 

 


 


아침에 부비적거리며 일어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면, 와있던 문자.

가끔은 전화로 날 깨워주던 그이.

그때 생각이 나서 싱긋.싱긋싱긋.

지금은 눈뜨면 바로 있어서, 눈 앞에 대고 굿모닝! 하니 더 좋지만 :)

 

 


사랑하는 사람이 더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

그 느낌이 뭔지 알 것 같고, 그 순간까지 기억이 나는걸 보니. 그 생각마저도 참 귀하다 싶다.

 

 

 




 

같은 공간에서 각자 다른 뭔가를 한다는 것.

결혼을 하기 전에는 그가 내 옆에 있고, 내 손을 잡고 있고, 뭔가 함께 한다는 게 소중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그에게 가장 서운했던 점은, 나는 같은 공간 = 같은 방 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는 같은 공간 = 집 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옆에 있는데. 멀리 있는 것 같아.”라는 말을 처음 하게 된 계기였었다.


이후로는 다른 방에 있을 때,

여보- 부르면 “왜?”하고 되묻는 게 아니라, “응~”하며 내 앞으로 와주는 그이가 참 고맙다.


 

 



책을 읽으며, 지난 날들을 회상하며 지금과 비교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때도 그때만큼 좋지만, 왜 지금도 이토록 좋은건지. [아직 신혼이라서 그런가보다.라며]


이따금 조금 유치하기도 하고,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한 느낌. [내가 안 그래서 그런가.]

사실 요즘은 남자가 무조건적으로 순종[이라는 단어가 조심스럽기는 하다만]하지 않아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더러 있었는데. 그런 부분은 그냥 패스하며 읽으면 그만이니까.

놀라웠던 건, 이 책의 저자가 남자라는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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