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장지원 그림 / 샘터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Dream

James Mercer Langston Hughes

 

Hold fast to dreams

For if dreams die

Life is a broken-winged bird

That cannot fly.

 

Hold fast to dreams

For when dreams go

Life is a barren field

Frozen with snow.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이 책은 고 장영희 교수의 1주기 유고집인데 부끄럽게도 나에게 그녀의 첫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책이 참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포근했고, 나를 감싸안아줄 것만 같은 색상들이 글보다 먼저 나를 맞이했다. 그녀의 책은 모두가 다 만족할만큼 하나같이 좋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난 어리석게도 한국 사람들의 냄비근성을 욕하며 '아마 이제 이 세상에 있지 않은 인물이라 난리법석인 것'이라고 여겼고, 사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왠지 한낱의 '인간극장'일 것만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에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 도서관 신간에 꽂혀있을 그 당시 읽으려고 손을 뻗지도 눈길조차 주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그냥 한번 훑어보기라도 할껄 - 하는 후회와 미련이 한껏 짙어졌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이고,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일이다." (p47) 누가 나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가 언제냐라고 묻는다면, 난 고등학교 3학년이 아닐까? 라고 말할 것같다. 아마 그 때가 수많은 선택의 갈래에서 필요없는 나뭇가지들을 쳐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나는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너무도 당연스레 생각하고 있어서 항상 감사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세속적이고 감사할줄 모르는 몰지각한  나를 꾸짖듯이 그녀는 아니, 그녀가 인용한 톨스토이는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이라고 말하고 있고, 가장 필요한 사람은 내가 만나는 사람이라고 했다. 항상 마음 깊은 곳에 담아두어야하고 실천해야하는 말이거늘 나는 너무 소중한 말들을 잊고 있었다. 그런 나를 위해 그녀는 이 책에서 수없이 보고 보고 또 보았던 그의 말을 한번 더 인용해서 나에게 깨우침을 주고 있다.

 

"Yes, I can" , "I think I can." (p116) 나는 항상 불가능한 일들에도 Yes, I can의 의미인 막연히 '나는 할 수 있어'라고 외쳐왔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만을 추구하기보다는 I think I can의 '나는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라고 전환하는 쪽을 일러준다. 어려워도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을 구별할 줄 아는 눈을 가져야하고, 안되는 일들을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보다는 포기가 미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문단의 글을 읽고 읽고 또 읽으며 나는 항상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고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안되는 일을 억지로 붙잡고 있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고 안되는 것을 느지막이 깨닫고 나서야 그걸 이미 접고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했더라면 벌써 하고도 남았을텐데!!! 라며 뒤늦게 후회한 일들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은데…. 라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투자를 하고 또 후회를 하는 나를 보며 문득 깨달을지도 모르겠다. 아, 이러지 않기로 했는데 - . 하지만 손만 닿으면 이뤄낼 수 있을 수도 있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기에 후회를 하면서도 계속 똑같이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 경지까지 가려면 난 한참 멀었나보다 - 라고 생각하니 조금 씁쓸해졌다.

 

"죽음은 삶을 리모델링한다." (p123)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뒤늦게 깨닫고 자신의 삶을 리모델링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만큼 깨닫는 것이 힘들기에 '뭐 사람 사는게 다 그렇지'라는 말로 애써 자신을 위로하려든다. 차라리 신축 건물처럼 처음부터 여기엔 무엇을 짓겠다 라는 무언가가 정해지는 것처럼 사람도 태어났을 때 나는 무엇이 하고싶다 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 내 삶의 주인공은 내가 되는 것처럼 내 마음대로 리모델링할 수 있다. 하지만 뚜렷한 계기가 없는 한 그것은 힘들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지금은 조금 아파도, 남보다 조금 뒤떨어지는 것 같아도, 지금 네가 느끼는 배고픔, 어리석음이야말로 결국 네 삶을 더욱 풍부하게, 더욱 의미있게 만들 힘이 된다는 것, 네게 꼭 말해주고 싶단다. 젊은 너는 네 삶의 배부름을 위하여, 해박함을 위하여 행군할 수 있는 시간과 아름다운 용기가 있기에. (p61-62) 특히 요즘 일에서나 공부에서나 다른 친구들보다 앞서나가지 못하고 이러다가 패배자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하며 찾아간 끝도 보이지 않고 오아시스조차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방황하고 있는 나에게 큰 힘이 되준 말이었다. 지금의 추위과 굶주림이 나중에는 나를 덮어주는 담요가 될 것이고 식()이 될 것임을 알려주며 꼬옥 안아주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스트레스받고 있는 것 중의 하나인 만약 지금 항해하는 배의 항해사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면… 이라는 답을 찾아냈다. 답은, 지극히 거침없고 무자비하지만 그 사람을 바다에 던져서라도 내가 항해사가 되어야한다는 것.

 

이 한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나에게 몰라볼 정도의 엄청 커다란 변화를 준 것은 아니지만, 요근래 밤새 거센 파도를 일으키던 내 마음을 정리하기엔 적격인 책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아 보일지 몰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의 재미를 알 수 있는거지. 극한 상황에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녀처럼.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녀의 전작인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잔잔하게 흘러가고 있어 요동치는 내 마음까지도 잔잔하게 어르는 그녀의 문체를 좋아하게 될 것만 같은데 이제 그녀의 글을 볼 수 없다니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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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회장님의 애완작가
리디 쌀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창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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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끝내주는 회장님의 애완작가> 제목부터 픽 - 하고 웃음을 끌어내기에 충분한데, 표지 또한 너무나도 익살스럽게 그려놓아서 더욱 끌리는 책이었다. 특히 요즘에는 봄을 타는지 감정기복이 너무 심해져서 가끔은 내 기분을 어떻게 달래주어야 할지 모를 때가 참 많다. 이럴 수록 유쾌발랄한 책을 읽어서 퍽퍽한 마음에 윤활제를 발라 생기돌게 만들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다른 책들은 내팽개쳐두고 읽고 있던 책을 마저 읽고 제일 먼저 집어들었다.

 

 

 

물질주의는 경멸하고 예술이 인간을 구원할 것이라고 믿는 지적이고 자존심 센 젊은 여작가가 자신의 '복음서'를 내달라는 요구로 리더 킹싸이즈 햄버거사의 회장인 토볼드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는 토볼드와 함께 생활하면서 취재라기보다는 그저 그의 지시들을 메모하는 것들이 취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녀는 속으로는 멍청하고 오만방자하며 천박하고 무자비하기까지 한 토볼드를 아주 신랄하게 욕하면서도 그녀 자신이 향락주의에 매료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채고 만다. 예를 들면 토볼드가 연설하는 말을 들으며 (치사한 새끼,라고 나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외쳤다.) (p154) 라던가 나는 화를 꾹 참느라 부글부글 끓었다. 반박하고 싶었다. 이 불쌍한 바보 멍청아, 나는 이렇게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입을 열었다가 도로 닫았을 뿐 끽 소리도 내지 못했다. (p155) 였지만, 한 페이지, 한 장을 더 읽다보면 그녀는 분노해서 펜을 집어던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책 장을 더욱 거세게 넘겼으나, 그녀의 분노는 오래가지 못하고  토볼드 앞에서 "회장님이 하시는 말씀은 심술궂어요"라고 나는 짐짓 애교를 떨면서 말했고, 내 음성은 가식적인 소리를 냈다. (p162) 라고 말하며 그녀의 처지를 부각시키고, 이미 그녀가 토볼드의 삶 속에 내재되어 있는 향락주의에 매료되어서 그 곳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으로 독자가 생각하게 만들기 또한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녀는 반년째 최상류사회의 매혹적인 울타리 속에 푹 잠겨 있다보니, 내가 거기서 발견한 수없이 많은 지복이 단지 일정 시간만 허용된 것임을 알수록 더욱 탐나 보였다. (p178) 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언제나 만족하지 못하는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작가가 비웃으며 묻고 있는 듯 하다. 그러면 너희들은 그 향락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 성 싶냐며. 정말 그 상황이 나에게 닥친다면 나는 보란 듯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었을까. 아마 나도 마찬가지로 그녀와 같은 생활을 했을 것만 같은데.. 그보다 토볼드에게 연민을 느꼈던 건, 누군가 그를 밟고 일어설까봐, 돈만 안다고 경멸할까봐 하는 걱정들때문에 다들 자는 밤에도 잠을 도통 이루지 못한다. 우리는 점점 변해가는 토볼드를 관찰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될 터다.

 

 

 

사실 이 책을 다 끝내고 줄거리를 인식하기까지는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는 목줄에 목이 쓸려 엉망이 되었고,(p6) 이것이 책을 시작하는 첫 줄인데, 화자는 자기가 '목줄 매인 개'마냥 표현해내었다. 이 책 처음부터 심상치않다며 읽어내려가는데 이게 왠걸.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그런건지 몇 장이 채 넘어가기도 전에 지루해졌다. 게다가 괄호가 왜 이렇게도 많은지 겨우 한 문장을 읽는데도 맥이 툭툭 끊김이 한 두번이 아니었고 도대체 이 문장이 어디에서 끊어지는건지 모를만큼 구어와 문어가 수도 없이 중첩되어서 문장이 벌써 끊어졌는데 내가 그것도 모르고 그저 쭉쭉 읽기만 한건지 심지어는 내가 책을 잘못 읽고 있는건지 의아했다. 그렇기에 더욱이 집중을 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읽기만 하는 독자인 나도 이렇게까지 힘이 드는데 번역가는 오죽했을까 싶다. 그래서 내가 힘을 들이면서까지 읽어야 하나 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리디 쌀베르라는 작가의 스타일이 원래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문장들이 많이 낯설어서 힘들었다. 다 읽고 난 지금은 왠지 엄청나게 대단한 책을 한 권 읽은 듯한 기분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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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괜찮니 - 사랑 그 뒤를 걷는 자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
최예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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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에 아파했고, 힘들었을 때 의지했던 책이 있었는데, 아직도 내 책장에 고스란히 꽂혀있는 '이미나- 그 남자 그 여자'였었다. '그 남자 그 여자'는 원래 '이소라의 FM 음악도시'라는 라디오에서 코너로 자리잡아서 몇 번 듣다가 즐겨 듣게 되었던 것이었는데, 사랑을 하던 두 사람의 각각 다른 혹은 같은 내면을 써내려갔고, 이별 편에서는 보고 듣는 독자의 마음을 아련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는 라디오를 듣던 시절 여리고 풍부한 감성을 지녔고 사랑에 대한 환상도 많았던 고등학생이었으니 두말 할 것 없었다. 그리고 책으로 출간되어 사고 읽진 않았었는데, 그 때의 연인과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점에서 읽기 시작했었다. 그 때는 그 모든 사연들이 꼭 그 때의 내 상황과 참 많이 닮아있어서 그 책을 보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그와 비슷한 '사랑아, 괜찮니'라는 책을 선물받아 부담없이 슥슥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읽다가 울컥한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난 분명 그 시절을 다 씩씩하게 겪어내고 지금 이렇게 행복해하고 있는데, 불행이라는 것이 내 뒤에서 웃으며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기에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마음이 종잇장 뒤집듯 너무 쉽게 변했기에 지금 내 마음도 그 사람 마음도 당장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변할 것만 같아서 읽는 내내 가슴이 참  아파왔다.

 

 

책의 거의 첫 부분인 표현하라고. 표현하지 않고 알아주길 바라는 건 기적을 바라는 거라고. (p23) 이 문장을 보고 느낀 바가 있어서 책을 덮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항상 안좋은 일이 있으면 얼굴에 다 드러나지만, 멀리 있는 그 사람과 통화를 한다고 해서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항상 투덜대고 징징대고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주기만을 바랬었다. 그러다가 알아주지 않으면 신경질과 짜증을 있는대로 내고, 그 사람이 지칠 걸 알면서도 참 많이 못된 짓도 많이 했다. 책을 읽으며 내가 많이 이기적이었구나. 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게 해준 듯 싶다.

 

 

어느 연인에게나 피해갈 수 없는  권태의 정의는 '어떤 일이나 상태에 시들해져서 생기는 게으름이나 싫증'이라고 한다. 물건에 대한 권태는 내팽개치고 두면 언젠가 찾아지거나 잊혀지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사람에 대한 권태는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마주서서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할지 모르겠다. 난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딱히 권태라고 할 만한 것들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래서 정확히 어느 때에 '권태기'라고 느낄 수 있는지 아직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어제는 사랑이고 오늘은 어떻게 이별이 될 수 있냐는 어느 노랫가사말처럼 그것이 정말 가능할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나는 누군가와 이별할 때 견디지못할 정도로 싫어서 헤어진 적 보다는 구속, 집착, 부담감 등과 더불어 여러 외부 요인이 작용했었기에 헤어진게 대다수였으니까. 내가 혹은 그가 혹은 누군가가 권태를 느끼고 있다면 작가의 말을 인용해야겠다. 사랑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고. 권태기는 새로운 빛깔의 사랑으로 거듭나기 전의 과도기일 뿐이라고. (p175)

 

 

그리고 몇 페이지를 더 넘기다가도 멈칫하게 되는데 사랑은 적당한 온도와 속도를 유지해야한다. (p180) 라는 문장이 붙은 제목이었다. 내가 이걸 감성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간인 자기 전에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참 마음이 찌릿찌릿하게 와닿았다. 그에게 우리 사랑의 온도는 몇 。C이고 속도는 몇 km인지 우리가 너무 느리게 혹은 너무 빠르지 않게 안전운행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자고 일어나니 적당하게 잘 흘러가고 있으니까 걱정말라는 문자가 와있었다. 가끔 생각한다. 그리고 불안하다. 이 행복이 이 웃음들이 나중엔 추억으로 얼룩지게 될까봐. 그러면 작가는 이렇게 답해줄 것만 같다. 지금의 사랑에 최선을 다하라고. 돌아볼 때는 이미 늦었다고. 그래. 까짓거. 해보지 뭐. 하지만 분명 내일이 오면 또 징징거리고 있을터다.

 

 

사랑이라는 것을 정의내리고 그것을 우리에게 일러주는 책들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우리 감정을 콕콕 찌르고 짓무른 상처들에 연고를 발라주고 메마른 감성에 물을 주기도 하고 오래된 습관때문에 움직이기를 힘겨워해서 미소조차 짓지 못하는 피부에 윤활제를 발라주고 더 이상 두근거리지 않는 심장들에 펌핑을 달아준다. 그 펌핑덕분에 오늘도 내 심장은 팔딱팔딱 잘도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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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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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런 때에 온다.

별것 있겠느냐 빈손을 내보이며 능청을 떨 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며 풀 죽은 시늉을 할 때

삶의 목덜미를 왁살스레 물어뜯으며 사랑이 온다.

아무 때나 어떤 길에서나 복병처럼 느닷없이 나타난다.  

그러니까 사랑은 살아가는 한 언제고 온다.



 

 

 

 

 

나는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며 보던 드라마 <선덕여왕>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녀를 집필해 놓은 책들도 그저 지나치기 일쑤였다. 그래서 미실이 당대 어떤 여인이었는지에 대한 한 오라기도 몰랐었다. 그래서 이 책을 열페이지를 읽었음에도 마음에 확 와닿는 무언가가 없었기에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읽어야할지 막막하기만 했고, 분명 한글로 쓰여진 우리말이지만 한문과 뒤섞인 이 책을 읽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어서 책을 폈다 덮었다 폈다 덮었다 반복하며 책을 가지고 놀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러고나서 읽으려고 마음먹고 거진 이틀만에 기차에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기차에서 읽기엔  낯뜨거운 문장들이 속출해서 누가 혹시 보고 있진 않을까 주위를 휙휙 둘러보게 하는 그런 작품이었다. 또한 그런 문장들 덕분[?]인지 몇 페이지만 넘어가면 처음엔 읽히지 않던 이 책도 집중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집안은 대대로 왕위를 이어나가게 하기 위해 왕에게 바쳐지는 신하라는 의미로서의 색공지신이라는 신분이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인 옥진에게서 배운 것이라고는 그 신분을 이어나가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인 남자를 유혹하는 방법, 남자를 다루는 방법 등을 배워나가기 시작하고 그녀는 그것들을 익히게 된다. 왕들은 그녀를 보고 굶주린 짐승처럼 달려들고 그녀 또한 응대해준다. 그러나 그녀를 오롯이 가질 수 없었던 그들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고 그녀는 그것을 빌미로 당대의 권력을 조금씩 휘어잡기 시작한다. 책에서 그녀의 업적[이라고 불릴 것이 얼마나 있겠느냐 싶겠지만]이 조금 돋보였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았고, 그것이 주가 되기보다는 운우지락의 모습이 주가 되었기에 미실이라는 인물을 알기에는 부족함이 참 많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여느 소설들은 천박하게만 그리던 운우지락을 작가는 참 아름답게 서술하고 있음에 깊은 찬사가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터져나왔다. 미실이란 인물에게 처음으로 다가가는 나같은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작가는 내가 미실을 ’색(色)을 가지고서만 권력을 잡을 수 있었던 여자’로 생각하게 만들어서, 그것이 기정사실이건 아니건간에 내가 다른 작품에 쓰여있는 미실이란 인물을 조금 더 세심하게 관찰해보아야겠다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김별아의 손에서 그려진 미실은 외적인 묘사에만 너무 치우쳐져 있어서 내적인 묘사가 많이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마음껏 사랑하십시오. 후회 없이 아끼고 돌보십시오. 사랑의 상대는 마음의 길을 따라 바뀌겠지만 순간의 진정만은 잊지 마십시오." (p327)

 

미실이 한 말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이었는데 두번,세번 곱씹었을 때에야 아 - 하고 탄식을 내뱉게 만든 말이었다. 현재하고 있는 사랑에 앞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고 불안한 사랑을 하지 못하는 나를 꾸짖는 말처럼 들려서 또 한번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만들었다. 아마 서평을 다 쓰고 지금 내 옆에 있는 그에게 연락을 취해봐야 할 듯 싶다. 마지막에 미실은 운우지락을 나눈 사람을 모두 사랑했다 하였지만, 모두가 사다함만 했을까싶다. 사다함과 그녀를 떨어뜨려놓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한 남자에게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그런 평범한 여인처럼 살다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까닭에 그녀의 삶이 너무나도 애틋하게 느껴졌다. 특히 그녀의 마지막은 언저리를 다시 마련해주고 싶을 정도로 참 비극적이다. 책을 모두 읽고 난 지금 나에게 미실은 여장부가 아닌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하던 한 여자를 운명이라는 삶을 살게 한 세상의 이기심으로 망가뜨려놓은 희생양으로 비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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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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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파블로 네루다

 

 

 

 

 

정말 미안하게도 나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만으로도 골머리가 아파죽겠다. 그런데 세계 기아문제까지 플러스로 내 머릿 속을 헤집는 것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은 그 불편한 진실들에 마주 설 수가 없어서, 이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내가 특별히 해줄 수 있는게 없으니까. 얼마만큼의 도움의 손길이 오가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얼만큼의 도움이 필요한지 알 수 없었고 그 생각에서 비롯된 내 한계성을 느끼기도 싫었다. 그래서 특가가 떠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책 중 한 권이었다. 그러다가 손에 들어와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은 생각보다 가벼웠지만, 책 속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무거움이 펼쳐져있었다. 나는 기아문제의 원인과 실태를 어느 깊이까지 생각해보았을까? 솔직히 말하면 정말 부끄럽고 미안하게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 피부에 직접 닿지 않았기에 이렇게까지 이기적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불편한 진실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그것을 생각하는 일조차도 내게는 너무 버겁다. 그렇기에 고개를 돌려 회피해버리고, 무관심으로 일관하게 된다. 하지만 외면해버린다고 해서 있는 일이 없는 일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책의 저자는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했었고 지금은 유엔 인권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있는 나에게는 너무도 낯선 그, 장 지글러이다. 그는 우리에게 조금 힘들게 다가올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아들 카림이 묻는 말에 대답해주는 형식의 글을 취함으로써 우리가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는 무관심에 따른 무지함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판단하며 비판했고, 해결책이 있음에도 기아를 불가항력으로 보거나 자연도태의 결과로 보아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세를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구지 검색해보지 않아도 제목으로나마 간접적으로 내용을 대충 알 수 있었기에 표지만으로도 불쌍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 읽고 난 지금은 나 살기에만 바빠서 너무 관심을 두지않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안해졌으나 딱 거기까지만 이었다. 나는 생각보다 냉정한 사람이라 불쌍한 사람을 보면 안타까워서 눈물을 흘리며 퍼주기보다는 그저 무심하게 지나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배 곪고 못 입는 사회의 사람들이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고 해도 100원도 쥐어주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내가 왜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손에 쥐어주어야하는지, 그게 싫어서 그냥 무관심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러나 지금 세계 속의 기아문제의 상황은 그것과는 별개다.

 

책의 내용 속으로 한발짝 들어가보면, 기아 발생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로 볼 수 있다. '경제적 기아'는 돌발적이고 급격한 일과성의 경제적 위기로 발생하는 기아로 가뭄, 허리케인, 전쟁 등이 있다. 그 곳에 구호물품을 보내주면 될까? 구호품을 보낸다 할지라도 그것들은 항상 한발짝 늦고 부족해서 그들을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구조적 기아'인데, 그것은 장기간에 걸쳐 식량공급이 지체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것은 외부적인 재해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사회구조로 인해 빚어지는 필연적인 결과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파온다.

 

게다가 정말 경악을 넘어 분노로까지 치솟게 하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었던 토머스 맬서스의 '자연도태설'이라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이 말은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산소 부족과 과잉인구에 따른 치명적인 영향으로 인해 우리 모두가 죽지 않도록 스스로 주기적으로 과잉의 생물을 제거한다는 설인데, 이것은 유럽적, 백인 우월적인 '정당화'로 부자들과 권력자들의 논리다. 자신들은 죽지 않음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라나. 자연도태설. 이것의 문제점은 내면 속에 잠재되어있는 양심의 가책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방편임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것에 반발이 일기 시작했다. 과연 인간은 평등한가? 그들의 죄명은 무엇이기에 우리와 함께 공존하지 못하고 그렇게 죽어가야만 하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일었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또 한 번 나의 한계점을 찍고 무력한 내 모습에 할 말이 없어졌다. '약자와 강자 사이에서는 자유가 억압이며 법이 해방이다.' - 루소 [사회 계약론]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자유가 아닌, 그들을 보호해줄 법이 아닐까. 그들은 활개치는 시장의 자유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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