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은 그런 때에 온다.

별것 있겠느냐 빈손을 내보이며 능청을 떨 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며 풀 죽은 시늉을 할 때

삶의 목덜미를 왁살스레 물어뜯으며 사랑이 온다.

아무 때나 어떤 길에서나 복병처럼 느닷없이 나타난다.  

그러니까 사랑은 살아가는 한 언제고 온다.



 

 

 

 

 

나는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며 보던 드라마 <선덕여왕>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녀를 집필해 놓은 책들도 그저 지나치기 일쑤였다. 그래서 미실이 당대 어떤 여인이었는지에 대한 한 오라기도 몰랐었다. 그래서 이 책을 열페이지를 읽었음에도 마음에 확 와닿는 무언가가 없었기에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읽어야할지 막막하기만 했고, 분명 한글로 쓰여진 우리말이지만 한문과 뒤섞인 이 책을 읽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어서 책을 폈다 덮었다 폈다 덮었다 반복하며 책을 가지고 놀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러고나서 읽으려고 마음먹고 거진 이틀만에 기차에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기차에서 읽기엔  낯뜨거운 문장들이 속출해서 누가 혹시 보고 있진 않을까 주위를 휙휙 둘러보게 하는 그런 작품이었다. 또한 그런 문장들 덕분[?]인지 몇 페이지만 넘어가면 처음엔 읽히지 않던 이 책도 집중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집안은 대대로 왕위를 이어나가게 하기 위해 왕에게 바쳐지는 신하라는 의미로서의 색공지신이라는 신분이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인 옥진에게서 배운 것이라고는 그 신분을 이어나가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인 남자를 유혹하는 방법, 남자를 다루는 방법 등을 배워나가기 시작하고 그녀는 그것들을 익히게 된다. 왕들은 그녀를 보고 굶주린 짐승처럼 달려들고 그녀 또한 응대해준다. 그러나 그녀를 오롯이 가질 수 없었던 그들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고 그녀는 그것을 빌미로 당대의 권력을 조금씩 휘어잡기 시작한다. 책에서 그녀의 업적[이라고 불릴 것이 얼마나 있겠느냐 싶겠지만]이 조금 돋보였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았고, 그것이 주가 되기보다는 운우지락의 모습이 주가 되었기에 미실이라는 인물을 알기에는 부족함이 참 많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여느 소설들은 천박하게만 그리던 운우지락을 작가는 참 아름답게 서술하고 있음에 깊은 찬사가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터져나왔다. 미실이란 인물에게 처음으로 다가가는 나같은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작가는 내가 미실을 ’색(色)을 가지고서만 권력을 잡을 수 있었던 여자’로 생각하게 만들어서, 그것이 기정사실이건 아니건간에 내가 다른 작품에 쓰여있는 미실이란 인물을 조금 더 세심하게 관찰해보아야겠다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김별아의 손에서 그려진 미실은 외적인 묘사에만 너무 치우쳐져 있어서 내적인 묘사가 많이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마음껏 사랑하십시오. 후회 없이 아끼고 돌보십시오. 사랑의 상대는 마음의 길을 따라 바뀌겠지만 순간의 진정만은 잊지 마십시오." (p327)

 

미실이 한 말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이었는데 두번,세번 곱씹었을 때에야 아 - 하고 탄식을 내뱉게 만든 말이었다. 현재하고 있는 사랑에 앞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고 불안한 사랑을 하지 못하는 나를 꾸짖는 말처럼 들려서 또 한번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만들었다. 아마 서평을 다 쓰고 지금 내 옆에 있는 그에게 연락을 취해봐야 할 듯 싶다. 마지막에 미실은 운우지락을 나눈 사람을 모두 사랑했다 하였지만, 모두가 사다함만 했을까싶다. 사다함과 그녀를 떨어뜨려놓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한 남자에게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그런 평범한 여인처럼 살다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까닭에 그녀의 삶이 너무나도 애틋하게 느껴졌다. 특히 그녀의 마지막은 언저리를 다시 마련해주고 싶을 정도로 참 비극적이다. 책을 모두 읽고 난 지금 나에게 미실은 여장부가 아닌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하던 한 여자를 운명이라는 삶을 살게 한 세상의 이기심으로 망가뜨려놓은 희생양으로 비쳐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