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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파블로 네루다
정말 미안하게도 나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만으로도 골머리가 아파죽겠다. 그런데 세계 기아문제까지 플러스로 내 머릿 속을 헤집는 것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은 그 불편한 진실들에 마주 설 수가 없어서, 이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내가 특별히 해줄 수 있는게 없으니까. 얼마만큼의 도움의 손길이 오가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얼만큼의 도움이 필요한지 알 수 없었고 그 생각에서 비롯된 내 한계성을 느끼기도 싫었다. 그래서 특가가 떠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책 중 한 권이었다. 그러다가 손에 들어와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은 생각보다 가벼웠지만, 책 속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무거움이 펼쳐져있었다. 나는 기아문제의 원인과 실태를 어느 깊이까지 생각해보았을까? 솔직히 말하면 정말 부끄럽고 미안하게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 피부에 직접 닿지 않았기에 이렇게까지 이기적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불편한 진실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그것을 생각하는 일조차도 내게는 너무 버겁다. 그렇기에 고개를 돌려 회피해버리고, 무관심으로 일관하게 된다. 하지만 외면해버린다고 해서 있는 일이 없는 일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책의 저자는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했었고 지금은 유엔 인권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있는 나에게는 너무도 낯선 그, 장 지글러이다. 그는 우리에게 조금 힘들게 다가올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아들 카림이 묻는 말에 대답해주는 형식의 글을 취함으로써 우리가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는 무관심에 따른 무지함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판단하며 비판했고, 해결책이 있음에도 기아를 불가항력으로 보거나 자연도태의 결과로 보아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세를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구지 검색해보지 않아도 제목으로나마 간접적으로 내용을 대충 알 수 있었기에 표지만으로도 불쌍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 읽고 난 지금은 나 살기에만 바빠서 너무 관심을 두지않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안해졌으나 딱 거기까지만 이었다. 나는 생각보다 냉정한 사람이라 불쌍한 사람을 보면 안타까워서 눈물을 흘리며 퍼주기보다는 그저 무심하게 지나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배 곪고 못 입는 사회의 사람들이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고 해도 100원도 쥐어주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내가 왜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손에 쥐어주어야하는지, 그게 싫어서 그냥 무관심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러나 지금 세계 속의 기아문제의 상황은 그것과는 별개다.
책의 내용 속으로 한발짝 들어가보면, 기아 발생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로 볼 수 있다. '경제적 기아'는 돌발적이고 급격한 일과성의 경제적 위기로 발생하는 기아로 가뭄, 허리케인, 전쟁 등이 있다. 그 곳에 구호물품을 보내주면 될까? 구호품을 보낸다 할지라도 그것들은 항상 한발짝 늦고 부족해서 그들을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구조적 기아'인데, 그것은 장기간에 걸쳐 식량공급이 지체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것은 외부적인 재해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사회구조로 인해 빚어지는 필연적인 결과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파온다.
게다가 정말 경악을 넘어 분노로까지 치솟게 하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었던 토머스 맬서스의 '자연도태설'이라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이 말은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산소 부족과 과잉인구에 따른 치명적인 영향으로 인해 우리 모두가 죽지 않도록 스스로 주기적으로 과잉의 생물을 제거한다는 설인데, 이것은 유럽적, 백인 우월적인 '정당화'로 부자들과 권력자들의 논리다. 자신들은 죽지 않음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라나. 자연도태설. 이것의 문제점은 내면 속에 잠재되어있는 양심의 가책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방편임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것에 반발이 일기 시작했다. 과연 인간은 평등한가? 그들의 죄명은 무엇이기에 우리와 함께 공존하지 못하고 그렇게 죽어가야만 하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일었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또 한 번 나의 한계점을 찍고 무력한 내 모습에 할 말이 없어졌다. '약자와 강자 사이에서는 자유가 억압이며 법이 해방이다.' - 루소 [사회 계약론]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자유가 아닌, 그들을 보호해줄 법이 아닐까. 그들은 활개치는 시장의 자유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