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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괜찮니 - 사랑 그 뒤를 걷는 자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
최예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지나간 것에 아파했고, 힘들었을 때 의지했던 책이 있었는데, 아직도 내 책장에 고스란히 꽂혀있는 '이미나- 그 남자 그 여자'였었다. '그 남자 그 여자'는 원래 '이소라의 FM 음악도시'라는 라디오에서 코너로 자리잡아서 몇 번 듣다가 즐겨 듣게 되었던 것이었는데, 사랑을 하던 두 사람의 각각 다른 혹은 같은 내면을 써내려갔고, 이별 편에서는 보고 듣는 독자의 마음을 아련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는 라디오를 듣던 시절 여리고 풍부한 감성을 지녔고 사랑에 대한 환상도 많았던 고등학생이었으니 두말 할 것 없었다. 그리고 책으로 출간되어 사고 읽진 않았었는데, 그 때의 연인과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점에서 읽기 시작했었다. 그 때는 그 모든 사연들이 꼭 그 때의 내 상황과 참 많이 닮아있어서 그 책을 보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그와 비슷한 '사랑아, 괜찮니'라는 책을 선물받아 부담없이 슥슥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읽다가 울컥한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난 분명 그 시절을 다 씩씩하게 겪어내고 지금 이렇게 행복해하고 있는데, 불행이라는 것이 내 뒤에서 웃으며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기에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마음이 종잇장 뒤집듯 너무 쉽게 변했기에 지금 내 마음도 그 사람 마음도 당장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변할 것만 같아서 읽는 내내 가슴이 참 아파왔다.
책의 거의 첫 부분인 표현하라고. 표현하지 않고 알아주길 바라는 건 기적을 바라는 거라고. (p23) 이 문장을 보고 느낀 바가 있어서 책을 덮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항상 안좋은 일이 있으면 얼굴에 다 드러나지만, 멀리 있는 그 사람과 통화를 한다고 해서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항상 투덜대고 징징대고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주기만을 바랬었다. 그러다가 알아주지 않으면 신경질과 짜증을 있는대로 내고, 그 사람이 지칠 걸 알면서도 참 많이 못된 짓도 많이 했다. 책을 읽으며 내가 많이 이기적이었구나. 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게 해준 듯 싶다.
어느 연인에게나 피해갈 수 없는 권태의 정의는 '어떤 일이나 상태에 시들해져서 생기는 게으름이나 싫증'이라고 한다. 물건에 대한 권태는 내팽개치고 두면 언젠가 찾아지거나 잊혀지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사람에 대한 권태는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마주서서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할지 모르겠다. 난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딱히 권태라고 할 만한 것들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래서 정확히 어느 때에 '권태기'라고 느낄 수 있는지 아직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어제는 사랑이고 오늘은 어떻게 이별이 될 수 있냐는 어느 노랫가사말처럼 그것이 정말 가능할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나는 누군가와 이별할 때 견디지못할 정도로 싫어서 헤어진 적 보다는 구속, 집착, 부담감 등과 더불어 여러 외부 요인이 작용했었기에 헤어진게 대다수였으니까. 내가 혹은 그가 혹은 누군가가 권태를 느끼고 있다면 작가의 말을 인용해야겠다. 사랑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고. 권태기는 새로운 빛깔의 사랑으로 거듭나기 전의 과도기일 뿐이라고. (p175)
그리고 몇 페이지를 더 넘기다가도 멈칫하게 되는데 사랑은 적당한 온도와 속도를 유지해야한다. (p180) 라는 문장이 붙은 제목이었다. 내가 이걸 감성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간인 자기 전에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참 마음이 찌릿찌릿하게 와닿았다. 그에게 우리 사랑의 온도는 몇 。C이고 속도는 몇 km인지 우리가 너무 느리게 혹은 너무 빠르지 않게 안전운행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자고 일어나니 적당하게 잘 흘러가고 있으니까 걱정말라는 문자가 와있었다. 가끔 생각한다. 그리고 불안하다. 이 행복이 이 웃음들이 나중엔 추억으로 얼룩지게 될까봐. 그러면 작가는 이렇게 답해줄 것만 같다. 지금의 사랑에 최선을 다하라고. 돌아볼 때는 이미 늦었다고. 그래. 까짓거. 해보지 뭐. 하지만 분명 내일이 오면 또 징징거리고 있을터다.
사랑이라는 것을 정의내리고 그것을 우리에게 일러주는 책들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우리 감정을 콕콕 찌르고 짓무른 상처들에 연고를 발라주고 메마른 감성에 물을 주기도 하고 오래된 습관때문에 움직이기를 힘겨워해서 미소조차 짓지 못하는 피부에 윤활제를 발라주고 더 이상 두근거리지 않는 심장들에 펌핑을 달아준다. 그 펌핑덕분에 오늘도 내 심장은 팔딱팔딱 잘도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