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 박범신 장편소설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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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의 시작이 참 어렵다.

블로그 이웃의 책 서평을 보면서, “이 책은 읽어야만 해.” 라고 생각했다. 난 요즘 아빠가 미웠다. 분명한 이유가 있지만 서평에 미주알고주알 쓸 수 없으니까 그냥 미웠다. 고 말하고 끊으려고 한다. 그리고, 난 아빠를 사랑한다. 아주 많이. 책을 읽어야하는 시기와 딱 맞아떨어진 순간이 있다면 감히 그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을 읽는 나는, 유폐했던 감정들에 대해 봇물처럼 쏟아지는 질타를 그대로 다 받았다. 나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칠 수도 있었고, 그러지 않았다고 건방지게 말로서 내뱉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누구에게 그 짓을 한단 말인가. 선명우에게? 박범신에게? 그것도 아니면 내 아빠에게? 차라리 관두자. 그건 정말 미친 짓이다. 감히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도 안 되었다. 받아야만 했고, 받아내야만 했다. 받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덮어버린다면 예의가 아니었다. 그 누구도 아니고, 내 아빠에게. 나는 똑같은 자식새끼였다. 빨대를 쪽쪽 빨아먹는 자식새끼. 사월 끝 무렵. 밤에도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전기장판을 고온으로 끝까지 밀어붙였다. 요와 이불이 맞닿는 이불 속은 무척 뜨거웠는데, 어쩐 일인지 내 몸에는 오소소하게 소름이 돋았다.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_p44

그는 가출을 했다. 혹은 그는 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를 해야만 했다.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었으나,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아버지는 그래서는 안 되었다.는 나의 이기적이고 포악스러우며 몰강스러운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는, 수없이 댕그랑거렸다. 미상불 문장 하나하나에 울컥했고 울먹거렸다. 그에 따라 나는 무척이나 위태로웠고, 불안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렀을 땐, 내 아빠가 갑자기 집을 나가서 들어오시지 않는다면, 나는 아빠를 찾으러 과연 어디로 갈 수 있을 것인가. 였다. 나는 아빠에 대해 아는 게 얼마나 있나.

 

 

 

 

아빠, 내 아빠. 평생을 자식들 입에 각각의 맛을 알려주려 새로운 빨대들을 꽂아주기에 여념이 없었고, 자식은 그것이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인 것처럼 여전히 아빠의 그늘에 앉아 편히 쉬며 빨대만 쪽쪽 빨아대고 있었다. 흡사 찰거머리처럼. 그리고 아빠는 지금, 당신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인다. 서평 쓰면서 문득 든 생각, 아빠가 보고 싶다. 전화해봐야지. . 책은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봤는데, 책을 주문해서 그이에게도 꼭, 꼭꼭꼭 읽혀야겠다.

   

 

 

 

아버지는 과묵한 편이었으며,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법이 거의 없는 타입이었다. 그에 비해, 어머니는 수식도 화려할 뿐 아니라 자기표현에서 언제나 똑 부러졌다. 매사에 그녀들은 당연히 어머니의 견해를 따르는 데 익숙했다. 집안의 작고 큰 일에 대한 결정권은 물론, 경제권도 절대적으로 어머니에게 있었다. 오랜 세월 그렇게 살아왔으므로 그녀들은 차츰 아버지에게는 무슨 일이든 상의하는 법도 없었고, 아버지 또한 불만 없이 그것을 받아들였다. 심지어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는 일도 어머니와 상의해 결정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처음부터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_p35

 

 

 

아버지는 단연코 외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걸 느낄 리 만무했다. 행복한 사람도 아니었으나 또 불행한 사람이라고 여긴 적도 없었다. 박장대소 큰 소리로 웃는 걸 보지 못했듯이 격하게 노여워하는 표정도, 특별히 슬픈 얼굴도 보지 못했다. 희로애락은 아버지의 몫이 아니라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늘 생각했다. 자기 아버지가 가정의 권력자라는 말을 혜리에게 들었을 때, 서현의 아버지가 개그 프로를 보다 배꼽을 잡고 경망스럽게 웃는 걸 보았을 때,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버지가 권력자라는 혜리의 말은 이해할 수가 없었고, 개그 프로를 보면서 경망스럽게 웃는 서현의 아버지를 보고서는 괜히 기분이 언짢았다. 무슨 아버지가 저래, 하고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녀에게 아버지는 그저 아버지일 뿐이었다. 아버지는 사람이다, 라고 누가 말하면 웃음이 날 것 같았다. _p40-41

 

 

 

아버지는 그럼 건강했던가. 그런 질문은 한 번도 해본 일이 없었다. 아버지와 병원은 당연히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왜냐고 누가 물으면 그녀들은 이구동성 대답했을 것이었다.

아빠잖아!” _p47

 

 

 

애비가 본래 그런 거라고! 몰랐어? 모든 애비들이 다들 그렇게 치사하게 산다는 거!” _p75

 

 

 

소금이…… 어떤 맛이라고 생각하나?”

소금은, 모든 맛을 다 갖고 있다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단것, 신것에 소금을 치면 더 달고 더 시어져. 뿐인가. 염도가 적당할 때 거둔 소금은 부드러운 짠맛이 나지만 32도가 넘으면 쓴맛이 강해. 세상의 모든 소금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맛이 달라. 소금에 포함된 미네랄이나 아미노산 같은 것이 만들어내는 조화야. 사람들은 단맛에서 일반적으로 위로와 사랑을 느겨. 가볍지. 그에 비해 신맛은 나에게 시비를 거는 것 같고, 짠맛은 뭐라고 할까, 옹골찬 균형이 떠올라. 내 느낌이 그렇다는 거야. 쓴맛은 그럼 뭐냐. 쓴맛은, 어둠이라 할 수 있겠지. 내가 왜 이 겨울에 혼자 나와 소금밭을 까뒤집고 있다고 생각하나? () 젊은 사람이 이해할는지는 모르겠지만, 소금은, 인생의 맛일세!” _p135

 

 

 

뜻밖에, 담담했다. 당부 한 번 어긴 적이 없는 아내였고, ‘쑥아빠!’라고 놀리고 무시해도 고깝지 않은 세 딸이었으며, 20년 넘게 결근 한 번 한 일이 없는 회사였다. 사흘이라면 남들의 석달, 혹은 3년과 맞먹는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그러나 그는 놀랍지 않았다. 놀랍기는커녕 사흘 전까지의 모든 기억이 다른 세상에서의 일처럼 아득하고 또 잔잔하게 떠올랐다. 완전히 다른 별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배꼽이 떨어지는 것처럼, 모든 게 깔끔하게 떨어져 나간 기분이었다. 심지어 통쾌하기까지 했다. 그는 흡, 하고 웃었다. 뱃속 깊은 곳에서 저절로 밀려 나오는 그런 웃음이었다. _p149

 

 

 

그는 웃으려고 했다. 그런데 웃음 대신, 난데없이 트림이 올라왔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이었다. 트림이 트림을 타고 싱싱한 무청처럼 쑥쑥 올라와 허공으로 무한히 퍼져나갔다. 썩은 냄새가 자신에게 맡아졌을 정도였다. 수십 년간 쌓이고 쌓여온 부패한 것들이 조청처럼 엉겨 붙은 차진 트림이었다. 더부룩했던 뱃속이 상쾌하게 내려앉는 것 같고, 암종이 똬리를 튼 썩은 췌장까지 딸려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어 허기가 갑자기 찾아왔다. 일찍이 느껴본 적이 없는 강력한 허기였다. _p152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아버지이기 때문에, ‘치사한 굴욕쓴맛의 어둠을 줄기차게 견뎌온 것이었다. _p207

 

 

 

인생엔 두 개의 단맛이 있어. 하나의 단맛은 자본주의적 세게가 퍼뜨린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빨대로 빠는 소비의 단맛이고, 다른 하나는 참된 자유를 얻어 몸과 영혼으로 느끼는 해방감의 단맛이야.” _p254

 

 

 

나는 언제까지 일을 끝낸다, 그런 목표 따윈 세우지 않아. 그런 목표라면 옛날 회사 다니면서 지겹게 경험해봤네. 여름 전에 다 만들어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나. 여름 전에 못 만들면 가을에 완성하지 뭐. 올여름만 여름인가. 내년 여름도 여름이지.” _p286

 

 

 

뙤약볕 아래에서 혼자 소금을 긁어모으고 있는 새카만 얼굴의 저 늙은 남자가 왜, 1979년 여름, 꼭 자신의 아버지여야 한단 말인가. 아니, 맑은 바닷바람과 뜨거운 햇빛과 무성한 숲에 둘러싸인 평화스럽기 그지없는 그곳이 왜 하필 자신의 나라 한반도의 남쪽 어디여야 한단 말인가. () 몰강스러운 햇빛을 견디면서 소금을 모으고 있는 늙은 남자는 어김없이 그의 아버지였고, 그곳은 들끓고 있는 자신의 조국 어느 변방의 작은 염전이었다. 그런저런 세계사의 변방에서 여전히 아무것도 인식 못한 채, 늙어가는 그 남자에게 오직 빨대를 꽂고 생명을 유지해온 것이 바로 그와 그 자신의 형제들이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빨대, 빨대였다. 그걸 어떻게 부정하겠는가. 그는 그래서 깨달았다. 자신의 졸업식에 오지말라고 아버지에게 말할 수 없다는 걸. 누구에게는 단지 하나의 의식일지 모르지만 아버지에게 그의 졸업식은 모든 인내의 끝이며 모든 희망의 집결체라는 걸.

안 돼!

그는 소리 없이 소리쳤다. _p314-315

 

 

 

가출 전의 그는 빨대 하나 들고 세상의 구조에 충직하게 복무했다. 만족은 오지 않았다. 불가사리 같은 자본 중심의 체제에 기생해 그 역시 빨대를 꽂고 죽어라 빨았으나, 넷이나 되는 처자식이 그의 몸뚱이에 빨대를 또한 꽂고 있었으므로 그가 빨아올리는 꿀은 늘 턱없이 모자랐다. 모자라면 더욱 몸이 달았다. 그 체제는 그에게 약간의 꿀을 제공하는 대신, 그를 계속 노예 상태로 두고 부려먹기 위해 그의 후방에 있는 처자식을 끊임없이 부추겨 그가 빨아 오는 꿀을 더 재빨리 소모시키도록 획책했다. () 특히 핏줄이라는 이름으로 된 빨대는 늘 면죄부를 얻었다. 사람들은 핏줄, 핏줄이라고 말하면서 핏줄에서 감동받도록 교육되었다. 핏줄조차 이미 단맛의 빨대들로 맺어져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불렀다. 사랑이 빨대로 둔갑했지만 핏줄이기 때문에 그냥 사랑인 줄만 알았다. 빨대를 들고 기웃거리는 젊은이들은 어디에서든 볼 수 있었다. 일차적인 표적은 아버지였다. 스물이 넘은 자식들조차 핏줄이므로 늙어가는 아비에게 빨대를 꽂아도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다. 모두 그 체제가 만든 덫이었다. _p330-331

 

 

 

그 대신 자식들은 늙은 아버지를 돌볼 필요가 없었다. 여력도, 시간도 없다고, 그러니 늙은 아버지는 체제가 돌봐야한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노인 요양원을 더 많이 지어 자식들의 짐을 덜어야 한다는 주장을 복지라고들 불렀다. 철저히 불공정한 비윤리적 거래였으나 아버지들은 아버지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것에 침묵하는 게 최선의 미덕으로 간주됐다. 늙은 아버지의 죄는 더 이상 생산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생산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늙은 아버지들은 폐기품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간편히 처리해야 이미 성장해 또 다른 자식들을 거느린 자식 출신의 젊은 아버지들을 체제가 마음 놓고 부려먹을 수 있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가리켜 역사 발전이라고 말했다. _p333-334

 

 

 

화장실에 앉은 그의 가슴이 무너진 것은 섭섭함 때문이 아니라 외로웠기 때문이었다. _p335

 

 

 

누군가와 불멸의 관계를 갖고 싶다면, 관계를 맺지 말게. 그 수밖에 없어. 사랑이 훼손되지 않으려면! _p352

 

 

 

소비의 단맛을 허겁지겁 쫓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 늙어가는 아버지들의 돌아누운 굽은 등을 한번이라고 웅숭깊게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_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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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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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과 맥주의 조합은. 아! J군과 내가 항상 바라 마지 않는 낮술! 낮술의 매력은, 그만큼 여유롭다는 것. 그렇기에 무척이나 부유한 삶을 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들게 한다. 낮술은 언제나 옳다는 게 우리의 지론. 그런데 모리사와 아키오, 이 작가. 부럽게 자꾸 새로운 장소에서 매 시간, 맥주를 꿀꺽꿀꺽 들이킨다. 따사로운 햇빛, 시원한 맥주, 캬- 그저 부럽다. 

 

 

자그마치[?] 1m 폭포에서 떨어져 죽을 뻔 하기도 하고, 화장실에 갇히기도 하고, 등에(노천탕에서 만난)에 물려 열탕과 강을 몇 번이나 뛰어들고, 하룻밤 사이에 덤프트럭과 불때문에 두 번이나 죽을 뻔 하기도 하고, 괴물인형 갸오의 존재, 마킹을 한다는 것, 수중출산, 기적의 구멍, 개인 노천탕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기도 하고, 103세 요옷할머니, 휴웅철썩, 아이를 구하려다가 무모한 청년으로 오해를 사기도 하고, 다카하지 아저씨 (낚시), 생략이 많았던 유스호스텔, 교포3세, 휘파람새가 자주 우는 이유, 최고를 좋아하는 위장복 아저씨, 라스톤입방 해파리의 독, 이해할 수 없는 남자의 세계 정글파이어, 라쿠다의 매력, 까마귀가 물고간 엄청나게 소중한 것, 삐끗허리, 기타렐레와 짤그랑짤그랑 요한금속소리

 

 

그 당시, 서평을 쓰려고 적어뒀던 것들. 어떤건 고작 한 문장만으로도 낄낄거릴 정도로 생각이 나는데, 어떤건 전혀 생각이 안 난다. 사람의 기억력이란, 이토록 옹졸하고 치사한 것인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내 기억력을 탓할 수밖에] 서평쓰며 새삼 느끼게 되는 이 쌉싸름한 기분. 책을 읽으며 낄낄거리며 읽었지만, 그 중에서도 계속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정말 더러워.” 비위가 [무척이나] 약한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물 한 컵도 먹을 수 없었지만, 낄낄거리면서 맥주 한 캔에 부러워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매우 더럽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그의, 그들의 청춘을 읽었다. 나도 조만간 푸른 하늘에 맥주, 짠! 할 계획을 세워야겠다! [하지만 나는 깨끗하게 다녀올 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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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하루 - 소소하게 사랑하기 좋은 하루
김영주 글.그림 / 42미디어콘텐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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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8월 , 연애 시작

2013년 11월 , 결혼


“진급여부와 관련해서 우리가 함께 하지 못할 수도 있어.”라고 말했던 그.

사랑한다면, 끝까지 함께 하지 않아? 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그는 불확실한 미래에 나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다.

불확실한 미래는 2012년에 확실한 미래가 되어있었고, 우리는 만 4년하고도 몇 개월의 연애를 마치고 결혼을 했다.


“결혼은 현실이야.”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설레임보다 두려움과 불안함이 엄습하기도 했다.

쇼파와 한 몸이 될거라는 말은 진짜 최악이었다. 그이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그 이유로 우리집엔 그 흔한 쇼파가 없다.

다행히 그이는 쇼파는 집을 더 좁게 만드는 짐,라고 말하며 쇼파가 필요없다는 내 의견에 동의해주었다.


어린아이같은 나때문에 그이는 아이가 없어도 아이를 키우는 기분이라고 종종 [아니 자주] 말을 한다.

요즘 우리는 서로에게 책을 읽어주는 [주로 그이가] 날이 많아졌다는 것이 올해의 특별한 일 중 하나가 되었는데,

이 책은 연애일기라는 점에서, 결혼이 아닌 우리의 4년 연애를 회상하며 함께 읽었으면, 했다.

 

 

 

 

 


 


아침에 부비적거리며 일어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면, 와있던 문자.

가끔은 전화로 날 깨워주던 그이.

그때 생각이 나서 싱긋.싱긋싱긋.

지금은 눈뜨면 바로 있어서, 눈 앞에 대고 굿모닝! 하니 더 좋지만 :)

 

 


사랑하는 사람이 더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

그 느낌이 뭔지 알 것 같고, 그 순간까지 기억이 나는걸 보니. 그 생각마저도 참 귀하다 싶다.

 

 

 




 

같은 공간에서 각자 다른 뭔가를 한다는 것.

결혼을 하기 전에는 그가 내 옆에 있고, 내 손을 잡고 있고, 뭔가 함께 한다는 게 소중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그에게 가장 서운했던 점은, 나는 같은 공간 = 같은 방 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는 같은 공간 = 집 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옆에 있는데. 멀리 있는 것 같아.”라는 말을 처음 하게 된 계기였었다.


이후로는 다른 방에 있을 때,

여보- 부르면 “왜?”하고 되묻는 게 아니라, “응~”하며 내 앞으로 와주는 그이가 참 고맙다.


 

 



책을 읽으며, 지난 날들을 회상하며 지금과 비교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때도 그때만큼 좋지만, 왜 지금도 이토록 좋은건지. [아직 신혼이라서 그런가보다.라며]


이따금 조금 유치하기도 하고,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한 느낌. [내가 안 그래서 그런가.]

사실 요즘은 남자가 무조건적으로 순종[이라는 단어가 조심스럽기는 하다만]하지 않아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더러 있었는데. 그런 부분은 그냥 패스하며 읽으면 그만이니까.

놀라웠던 건, 이 책의 저자가 남자라는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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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철학하다 -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에드윈 헤스코트 지음, 박근재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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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

 

누구에게나 ‘집’은 먹고 자고 생활하는 공간, 이외에도 특별함을 가질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이런 단편적인 사실에 입각한 것들이 아니고서라도, 그곳에서 얼마를 살았든, 그동안의 나의 삶이 그 집에 모두 녹아 있는 까닭이리라. [산다는 건 집에 흔적을 남기는 일이라고 본문에도 발췌되어 있다.] 나 같은 경우, 항상 집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고, 플러스 알파,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전문직 [나이 들어서도 가능한]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에, 현재는 설계를 하고 있다. [못하겠다, 하면서 결국은 설계다.] 학교에서 머리를 쥐어짜가며 졸업 작품을 완성해내었을 때, 나도 언젠가 이런 작품을 만들어 보이겠어.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나는 순진하게도 세상의 모든 집은 설계자가 상상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줄로만 알았던 거다. 하지만 세상에 있는 모든 건물은 설계자의 의도만으로는 지어지지 못한다는 것을 일을 하면서 알게 된다. 건축주의 의견이 대부분 (85%정도, 나머지는 주변 환경에 의해 변경) 반영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설계자는 그저 처음 계획만 잡아주고, 이후로는 건축주가 원하는 대로 그려주고 수정해주기만 하면 90%는 완성이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극명한 차이가 나눠지는 것은, 본인이 살 집을 그리는 사람과 집을 지어 팔 사람 [다가구, 연립, 아파트]은 참 다르다는 거다. 나는 1:9의 비율로 후자의 일을 더 많이 했는데, 처음에 느꼈던 그 회의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후자의 경우[특히 다가구/다중주택의 경우], 사람이 살 만한 환경을 만들어주기는 하지만, 방은 최대한 작게 해서, 한 가구라도 더 많이!를 요구하는 까닭.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흡사 장사꾼 느낌.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에드윈 헤스코트는 전체적인 틀에서 벗어나, 집을 이루는 스물일곱개의 작게는 집의 부속품, 크게는 공간을 하나하나 이야기한다. 책을 읽는 동안 집의 어떤 공간도, 어떤 사물도 쉽사리 지나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둘러볼 수도 있고, 혹은 일전에 살았던 집을 회상하며 천천히 둘러볼 수도 있는데, 나 같은 경우엔 나도 모르게 결혼 전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집을 둘러보게 되더라는. 아무래도 그곳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그것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읽다보니 에드윈 헤스코트가 말하는 전체적인 집 분위기가 단독주택을 상기시키는 것 같기도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통유리 벽은 창문과는 다른 제품이다. 창문의 액자성이 제거되자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은 다시 바깥세계와 하나가 되었으나 바깥에서 그를 쳐다볼 가능성 또한 그만큼 커졌다. 결국 우리가 창문이 제공하는 감춰진 구석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우리의 현대식 창문이 5세기 전의 창문과 같기를 바란다는 것 또한 드러났다. (…) 어떤 경우에도 창문은 고립되어 존재할 수 없으며 반드시 벽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대화할 때 우리가 상대방의 눈을 통해 마음을 읽듯 리빌, 창턱, 창유리의 섬세한 분할, 창에 달린 철물, 덧창, 창틀, 창의 장식, 창유리의 반사광 등의 요소를 통해 우리는 집을 읽는다. 창문의 가장 큰 특징은 바깥쪽에서든 안쪽에서든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는 것이다. p31

 

요즘은 어떤 건물을 가도 죄다 커튼월로 된 형식이 참 많다. 첫 번째로, 햇빛이 잘 드니까. 두 번째로, 바깥 풍경을 잘 볼 수 있으니까. 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아무런 메리트가 없는데, 그 두 가지 이유로 요즘 상가들은 모두 커튼월이다. 하지만 내가 사는 집이 커튼월이라면, 글쎄. 세상은 많이 바뀌면서 사생활, 안전, 보안, 감시가 낯설지 않은 것이 현주소다. 집 앞에 CCTV를 두는 단독주택도 꽤 많고.

 

 

 

“가구를 노래하는 시인들은 낡은 옷장의 내부 공간이 지닌 심오함을 알고 있다. 옷장 내부는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는 ‘은밀한’ 공간이다.” p87

 

옷장은 이제 옷(아니면 정부)을 숨겨놓는 상자가 아니라 침실이라는 꿈의 공간이 지닌 은밀한과 관련해 무언가를 표현하는 하나의 조형물이 되었다. 옷장의 귀향을 환영한다. p91

 

옷장 부분을 보며 큭큭 웃었다. 결혼하고 그와 한 집에 살며 옷장을 함께 써야한다고 생각했을 때, 나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터져 나와서 그도 그랬지만, 나도 무척 당황했던 그 날. 다른 건 백 번 양보해도 옷장만큼은 안 되었다. 옷장에 걸맞게 옷부터 시작해서, 가방, 모자, 과거에 받았던 편지, 등등. 옷장은 내가 원하는 것이 모두 다 있는, 신비로운 보물 창고 같은 느낌이었다. 내 발가벗은 몸을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나에게 옷장을 함께 써야한다는 것은, 공유할 수 없는 것을 공유해야하는 것이었다. 옷장으로 시작된 ‘내꺼타령’[도대체 이 집에는 내 물건이 하나도 없다!]은 나만의 옷장을 가지게 되서야 막을 내렸었다. 책의 이 부분을 읽으며 그때가 생각나서 웃을 수밖에. [지금은 재밌지만, 당시엔 참 서러웠던 그 날.]

 

 

 

 

 

독서가들은 책을 질서에 맞춰 배열하면서 건축가가 될 기회, 다시 말해 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할 기회를 얻는다. 책 백열과 관련된 질서를 이해하는 열쇠이자 문자 세계를 여행하는 열쇠는 오로지 책장 주인만 소유할 수 있다. p37

 

부엌은 우리가 취사선택할 수 있는 디자인 주제를 가장 폭넓게 갖춘 곳이자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다시 말해 부엌이야말로 우리의 실제 취향 및 동경 대상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지표다. 우리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 직접적으로 보여줄 방법이 없는 한, 부엌은 우리의 실제 생활양식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변인이나 마찬가지다. p59

 

“옛날 집에서 계단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러나 현대의 아파트에서는 계단보다 볼품없고 차갑고 적대적이고 하찮은 것이 없다. 우리는 계단과 더 많이 어울려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p61

 

서재는 지혜와 학문의 공간이다. 그런 공간을 잃는다는 것은 지식을 포기하는 일이자 의미와 상진이 서진 현실 공간을 무형의 사이버 공간에 양보하는 일이다. 나아가 집 전체를 일만 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p111

 

문짝은 그 자체로 건축의 한 요소이며 그 집의 거주자를 상징한다. 인체 비례를 반영하는 문짝의 전면은 어렴풋이 사람의 모습을 닮았다. 문의 전면에 덧댄 벽 널은 사람의 다리, 몸통, 머리의 비율에 맞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중앙의 손잡이는 배꼽과 같은 위치에 있다. p123

 

 

 

 

 

 

 

 

 

 

사실 이 책에서 조금 멀찍이 구경꾼 노릇을 했던 것은, 다이닝룸, 벽난로, 오두막, 수영장이었다. 그 부분에서 끝끝내 동양과 서양이라는[?] 문화적 거리는 좁힐 수 없었다. [아! 다이닝룸은 문화적 거리가 아니라 시대상 현재는 없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하지만 그뿐이랴. 지하실과 다락의 경우, 단독주택에서밖에[다락은 요즘 다가구/다중주택에서도 많이 짓지만] 경험할 수 없는 것 중 하나인데, 그것도 주택마다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공간이다. 나는 일전에 살던 곳에 다락이 있었고, 지금은[친정집] 지하실이 있는데, 다락은 언제나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이었고, 지하실은 지금도 내려가고 싶지 않은 곳 중 베스트다. 그런데 한 가지, 옥상이 없었던 것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부분.

 

 

 

당신이 살고 싶은 ‘집’은 어떤 모습인가?

 

나는 집에서 얼마를 살든, 살고 있는 동안에는 나에게, 또 우리에게 최고의 공간이었으면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어떤 집에 이사를 가도 원하는 대로 바꾸면 되니, 오히려 애착이 생긴다. 다만, 그 집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때, 나는 그게 그렇게 슬픈 일인지 몰랐다는 건 처음 안 사실. 특별하게 나만 그런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다들 그렇잖은가. 누구에게나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최고의 안식처일테니. 일을 시작한 뒤로는 매번 재미없이 똑같은 집들을 설계하는 [혹은 원하는 대로 그려주는] 일이 반복이어서 방 크기는 이정도면 되겠고, 욕실은 최소 얼마면 되고, 주방 커봤자 뭐. 식이다. 하지만 내 집을 설계한다면, 엄청난 심사숙고가 예견된다. 우리 부부는 “노후에는 우리집을 설계해서 그곳에서 노년을 보내자.”라고 이야기한다. 바로 앞에 옥상을 이야기했는데, 나의 그이는 집에 다락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고, 나는 옥상이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그 절충안은 옥상과 다락이 모두 공존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 욕심으로는 정원도 있었으면 좋겠고, 옆에는 차고도 있었으면 좋겠고. 하하. 벌써부터 머리가 조금씩 아파온다. 분명 나와는 달라서 멀찍이서 구경꾼이 되었을지언정, 그 외에는 집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물론 불행하게도, 일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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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두 살 때 열병으로 소리를 잃어버린 구작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고, 들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그린 자신의 분신인 토끼 베니는 다른 어떤 토끼들보다 귀가 유달리 크다. 어쩌면 알은 척을 하는 사람도 있겠다. 맞다, 이 토끼는 한창 싸이월드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던 그 베니였던 것. 청각을 잃었어도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는 행복했을텐데.. 하지만 그녀에게 닥친 불행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현재 망망색소변증이라는 병명으로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그녀. 그녀는 지금을 ‘카르페 디엠’을 몸소 실천 중이다. 그녀의 버킷리스트는 끝이 없고, 끝이 있을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그녀는, 버킷리스트에 적힌 하나하나를 달성할 때마다 또 다른 버킷리스트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모두 다 달성해버려서 더이상 해야할 것이 없을 때의 느낌을 어찌 말로 설명하랴. 그녀는 지금의 행복을 일생 느낄 수 있는 마지막의 행복인양, 열심히 보듬고 느끼고 있을 터다.

 

 

서평을 쓰다보니, 며칠 전 보았던‘앵그리스트맨’이 떠오르며, “내게 주어진 시간이 단 90분이라면.”이 오버랩된다. 내게 남겨진 기간이 혹은 시간에 기한이 있다면.하고 생각하다가, 결국 찾아내고야 만다.

 

 

 

 

 

나의 20대 버킷리스트. 부제, 후회없는 20대 보내기 - 성숙한 30대 맞이하기 기간이 2012년 12월 23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인걸 보니, 2012년에 작성했는가보다. 2016년. 와. 벌써 내년이구나. 들춰보니 아직도 그어놓지 못한 것이 허다하던데.

 

 

 

 

 

살짝 공개해보는 내 버킷리스트. 결혼은 언제 해도 상관없어.라는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서른 전에는 하고 싶다 생각했었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주제가 빠지지 않았네. 이 중에는 그때는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생각인 것도 있고, 조금 욕심내었던 그런 부분도 있고. 지금보니 체크하지 않은 것도 있기도 하고. 하지 않은 것 중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우리집 봉이 [오리저금통] 배불리 꽉꽉 채워보기. 맨날 채워보지 못하고 뜯어내서 미안. 그리고, 국내여행 지도를 사서 그동안 다닌 곳을 콩콩 동글동글 예쁜 색의 색연필로 체크하는 것도 해야지. 사실 이건 20대뿐만이 아니라 평생동안 하고 싶은 일인데. 이제는 나 혼자만의 버킷리스트 외에 J군과 저의 버킷리스트도 한 번 만들어볼까. 하고 있다. 구작가 덕분에 오랜만에 내 버킷리스트도 한 번 점검해 볼 수 있었던 시간. 내 하루들이 참 소중하기만 한데, 늘 잊고 산다.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 따분하고 재미없고 나태하다고 생각될 때 이 책은, 아니 이 이야기는, 당신의 머리를 강하게 후려칠거다. 생각났다. 김미월의 「여덟 번째 방」, 영대 친구가 말했다. [읽은지 얼마나 됐다고 이름을 또 까먹었다. 이놈의 기억력.] “행복이 뭐 별거냐. 너 아직 살아있잖아.” _ 하찮아보이는 돌멩이같은 하루들이, 실제로는 당신의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같은 삶의 한 조각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을 만끽해 볼 수 있는, 구작가의 그래도 괜찮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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