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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두 살 때 열병으로 소리를 잃어버린 구작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고,
들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그린 자신의 분신인 토끼 베니는 다른 어떤 토끼들보다 귀가 유달리 크다. 어쩌면 알은 척을 하는 사람도 있겠다.
맞다, 이 토끼는 한창 싸이월드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던 그
베니였던 것. 청각을 잃었어도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는 행복했을텐데.. 하지만 그녀에게 닥친 불행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현재 망망색소변증이라는 병명으로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그녀. 그녀는 지금을 ‘카르페 디엠’을 몸소 실천 중이다. 그녀의 버킷리스트는 끝이 없고, 끝이 있을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그녀는, 버킷리스트에 적힌
하나하나를 달성할 때마다 또 다른 버킷리스트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모두 다 달성해버려서 더이상 해야할 것이 없을 때의 느낌을 어찌 말로
설명하랴. 그녀는 지금의 행복을 일생 느낄 수 있는 마지막의 행복인양, 열심히 보듬고 느끼고 있을 터다.
서평을 쓰다보니, 며칠 전
보았던‘앵그리스트맨’이 떠오르며, “내게 주어진 시간이 단 90분이라면.”이 오버랩된다. 내게 남겨진 기간이 혹은 시간에 기한이 있다면.하고
생각하다가, 결국 찾아내고야 만다.

나의 20대 버킷리스트. 부제, 후회없는 20대 보내기 - 성숙한 30대 맞이하기 기간이 2012년 12월
23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인걸 보니, 2012년에 작성했는가보다. 2016년. 와. 벌써 내년이구나. 들춰보니 아직도 그어놓지 못한
것이 허다하던데.

살짝 공개해보는 내 버킷리스트. 결혼은 언제 해도 상관없어.라는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서른 전에는 하고 싶다 생각했었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주제가 빠지지 않았네. 이 중에는 그때는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생각인 것도 있고, 조금 욕심내었던 그런 부분도 있고.
지금보니 체크하지 않은 것도 있기도 하고. 하지 않은 것
중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우리집 봉이 [오리저금통] 배불리 꽉꽉 채워보기. 맨날 채워보지 못하고 뜯어내서 미안. 그리고, 국내여행 지도를
사서 그동안 다닌 곳을 콩콩 동글동글 예쁜 색의 색연필로 체크하는 것도 해야지. 사실 이건 20대뿐만이 아니라 평생동안 하고
싶은 일인데. 이제는 나 혼자만의 버킷리스트 외에 J군과 저의 버킷리스트도 한 번 만들어볼까. 하고 있다. 구작가 덕분에 오랜만에 내
버킷리스트도 한 번 점검해 볼 수 있었던 시간. 내 하루들이 참 소중하기만 한데, 늘 잊고 산다.
*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 따분하고
재미없고 나태하다고 생각될 때 이 책은, 아니 이 이야기는, 당신의 머리를 강하게 후려칠거다. 생각났다. 김미월의 「여덟 번째 방」, 영대
친구가 말했다. [읽은지 얼마나 됐다고 이름을 또 까먹었다. 이놈의 기억력.] “행복이 뭐 별거냐. 너 아직
살아있잖아.” _ 하찮아보이는 돌멩이같은 하루들이, 실제로는 당신의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같은 삶의 한 조각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을 만끽해 볼 수 있는, 구작가의
그래도 괜찮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