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길의 왼쪽 - 황선미 산문집
황선미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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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생활을 겨우 유지할 수 있는 ‘자궁 같은 방’에 사는 한 남자를 티비에서 접하고 작가는 ‘내가 나일 수 있는 것’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위해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모든 생활이 가능한 작은 공간이라... 가만가만 떠올려보다가 ‘자궁 같은 방’이라고 했을 때, 결혼 전의 내 방이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어지러운 방은 나름대로의 질서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들을 딱딱 찾아낼 수도 있었다. 나는 그 공간에서 모든 것을 다 했다. 공부도 하고 책을 읽고 서평도 쓰고 일기도 쓰고 연애도 했다. 감탄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미워하고 사랑하고 모든 감정에는 가감이 없었다. 그것은 지금에 와서 느긋하게 생각해보니 철저하게 혼자였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숨기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 그때는 지금보다 더 풍부한 감성을 지녔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때와 지금의 감성은 조금 다른 것은 내가 그때보다 나이를 더 먹었거나 더 성숙해졌다거나 하는 불확실함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내 생활 반경이, 또 삶의 모습이 달라졌기 때문임을, 나는 안다. 그때는 나의 감정에 집중을 했다면, 지금은 나의 실체에 집중을 한다. 어떤 쪽이 더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슬픔에 감응하는 부분이 조금씩 깎여가는 것은 아쉽기 그지없다.

작가는 각기 다른 아픔들을 하나씩 마주한다. 새삼 그 용기가 부러웠다. 세상 강한 척을 하면서 정작 내 아픔은 구태여 꺼내고 싶지 않은 나는 외면을 한다. 그 아픔들은 곪은 채로 이미 진물도 말라버렸다. 그래서 툭 치기만 해도 갈라져 새로 상처가 생겨버린다. 이것은 이전과 또 다른 상처다. 같을 수 없다. 그러면 또 외면해버리고 만다. 한껏 초췌한 내 상처를 그러안은 채로 나는 말없이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가만히 내 아픔이 될 수 없는 타인이 간직한 그 아픔들에 대해 듣게 되었다.

37. 살다 보면 때때로 우리는 지옥을 경험하곤 한다. 지독한 이기심에 스스로 무기가 돼버릴 때도 있다. 남이라면 욕 한 사발에 침이나 퉤 뱉고 돌아설 일에도 가족이라서 가슴에 가시를 끌어안고 버텨야 하는. 눈물에 발이 부르터도 그 눈물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노릇이 허다하다.

엄마의 매를 막다가 되어버린 기형의 새끼손가락, 옴팡눈이 아니라 옴망눈, 생인손, 구내염, 240mm 발, 맏이의 역할, 고장 난 오른쪽...

화해하지 못한 아픔들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을 유년시절에 마음이 쓰렸다. 아마 나도 같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겠지. 그러다가 어린 시절 다래끼를 핥아주던 엄마의 모습에도 나는 엄마가 나를 사랑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관계는 잘못 꿰어진 단추처럼 어색했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내가 엄마의 새끼였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엄마의 나이가 되어갈수록 이토록 가슴이 저미는 모양이다.라는 문장에, 아니 30페이지의 모든 글에 나는 속절없이 무너져버렸다.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나 신생아인 나를 돌보았던 일들을 말하면 귀가 쫑긋했다. 나에게는 엄마가 내 엄마라는 확신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엄마는 내 엄마가 맞을까? 계모가 아닐까?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내게 말했다. “너는 내 자식이니 키우지, 안 그랬으면 못 키워. 진즉에 갖다 버렸지.” 그 말에 나는 슬프기보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적어도 버려지는 일은 없겠구나. 하지만 그 말은 “네가 종이라면 찢어내버리고 싶다”라는 말 다음으로 성인이 된 내게는 두고두고 울음을 내는 말이 되었다. 아직까지 처절하다. 처절하다는 단어를 대체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다.

엄마에 대한 반항이고 조용한 분노는 나에겐 무엇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비뚤게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방향. 엄마가 세계의 전부라고 믿다가도 이따금 충돌이 일었고 그 후에는 자글자글한 균열이 도드라져 보였다. 이걸 내 손으로 깨뜨려버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는데, 그건 아이러니하게 결혼이었다. 그 목적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내 인생은 그때부터 새로워짐을 느꼈다. 이제껏 보지 못한 새 빛이기도 했다.

148. 그곳에서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들은 괜한 두려움을 안겼다. 그들도 나를 경계하며 지나쳤고 나 역시 의심을 안고 지나쳤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주는 두려움은 온몸의 감각을 깨울 수밖에 없다. 낯선 길과 타인에 대한 경계심은 내가 어린애처럼 세상을 보고 작은 것도 기쁘게 관찰하도록 해주었다. 늘 다니던 익숙한 길의 왼쪽에 이런 세상이 있었구나. 왜 나는 한 가지 길밖에 몰랐을까. 익숙하고 편리한 게 전부가 아닌 줄 그때 이미 알았으면서 나의 오른쪽이 무너지고 있는 줄은 이렇게 몰랐다니.

나는 늘 인생의 길은 정해져있다고 생각해왔다. 이거 다음엔 이거, 이거 다음엔 저거, 저거 다음엔 그거, 다시 이거... 그럴수록 마음은 치열해졌고 더욱 옹졸해져만 갔다. 그럴 때마다 내가 했던 것은 나는 탐험가 기질이 전혀 없는데, 아니 오히려 두려워하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일이었다. 출퇴근길에 조금 더 새로운 길을 찾는 건 언제나 기쁨이고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도 마음에 여유가 생겨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여유가 없을 때에는 한쪽만 보는 것도 벅차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앞, 뒤, 양옆 모두 볼 수 있도록 마음에 작은 여유를 준비해둬야지.

151.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 일도 없었고 아무렇지도 않았다. 우리가 매스컴을 맹신하는 건 아닐까 싶을 만큼.

이건, 좀... 불편했던 부분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고 아무렇지 않았다고 말하는 부분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다행이라는 생각도. 우리는 명확하지 않고 확신할 수 없는 세계 속에 살고 있지 않나.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는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타국에서는 보호를 받지 못하니 더욱 그렇다. 개인의 뜻이 그러하다면 다녀올 수는 있겠지만, 매스컴을 맹신하지 않을까 하고 의심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한국에는 없던 일이니 우리는 체감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나라에서 여행 제한 및 금지 국가로 명명하고 있는 나라를 방문하거나 여행을 하는 것에 대해 나라에서는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래전 샘물교회도 그렇고 김 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고.

작가는 한국과 터키의 수교 60주년으로 터키를 방문했다고 했다. 이때는 나도 아는 시기였다. 우리의 계획대로라면 2017년의 여행은 포르투갈이 아니라 터키였으니까. 터키에 대한 오랜 동경을 가지고 있다. 특히 벌룬에 대해. 그런데 2016년에 여러 차례 테러가 있었고, 배우자는 직업상의 이유로 허가해줄 수 없다는 말을 통보도 받기 전에 내게 난색을 내비쳤다. 그래서 우리는 그 해에 터키를 가지 못하게 되었고, 여전히 위험하다는 이유로 배우자의 완강한 반대로 인해 지금까지도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터키 중에서도 시리아와 이라크의 경계에 있는 부분은 여전히 여행금지 국가로 설정되어있다.

본래 에세이를 읽을 때 약간의 긴장을 하면서 읽는 편인데 (가장 최근에 너무 별로였던 산문집을 읽어서 더 그랬다) 바로 윗부분에 대한 약간의 불편함을 제외한다면, 마음을 놓을 정도로 편안하게 읽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작가님처럼 받아들이게 되려나, 하고 조금 기대를 가져보기도 했다. "웃을 때 눈이 엄마랑 똑같이 생겼어." "하는 행동이 엄마랑 똑같아."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여전히 불편하고 거북하다. 그냥 싫다. 화해할 수 있는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 마음도 아직까지는 전혀 들지 않는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을 수용하거나 포기하는 일은 먼 나라의 일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아차차, 그리고 작가님이 좀 더 건강하시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도 생겼다. 그래서 “마법의 힘이 있는 것 같은 동화”도 열심히 써주셨으면 좋겠다.

<책 속의 밑줄>

26. 작가의 시간을 새겨가는 나의 부분. 혼자일 때마다 조용히 느껴보는 손톱의 기억. 따뜻하고 살굿빛이 도는 나의 상징. 참으로 고맙다.

30. 정말 왜 그랬을까.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고 느낀 적이 없다.

징글징글하게 말 안 듣는 년. 고집 센 년. 지 애비 닮은 년. 심지어 ‘넌 친구도 없지?’까지.

엄마에게 나는 이런 애였다.

“넌 친구도 없지?”

이건 결혼식 전날 들은 소리였다. 단 한번이었지만 평생 가슴이 아팠다. 가슴에 총을 맞으면 소용돌이치며 관통한 총알이 등을 휑하니 다 뚫어버린다던데 이 말이 꼭 그랬다. 보이지 않아도 한겨울 들판에 벌거숭이로 서 있는 것처럼 평생 가슴이 시리고 아픈 상처였다.

나의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렸고 덜 자란 내면의 자아를 웅크리게 만들었다.

다래끼 때문에 여러날 고생하던 중이었다.

엄마의 뜨겁고 거친 혓바닥이 내 눈을 핥았던 것이다. 개가 새끼를 핥아주듯 곪고 짓무른 상처를 구석구석.

“밤새 입속에는 독이 고여서 곪은 걸 잡을 수 있어.”

엄마의 지독한 이 냄새. 뜨거운 체온. 꼭 짐승의 혓바닥처럼 거칠던 감촉. 물도 못 마셔 바삭하게 들리던 숨소리. 어둡고 긴 동굴처럼 느껴지던 목구멍의 공명. 그 모든 게 동시에 나를 뒤덮었다. 나는 두려웠고 동시에 온전하게 무방비의 새끼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엄마가 나를 사랑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관계는 잘못 꿰어진 단추처럼 어색했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내가 엄마의 새끼였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엄마의 나이가 되어갈수록 이토록 가슴이 저미는 모양이다.

90.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는 일.

그렇게 다시 나에게

어린 시절의 순수한 즐거움을

선물하고 싶다.

102. 공들여 장만하는 그런 것들은 정성이고 애정이고 안정적인 가정의 증명이고 자존감이며 아이의 근간이었다. 텅 빈 우리 집에는 그런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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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100배 즐기기 - 로마.피렌체.밀라노.베네치아, '19~'20 개정판 100배 즐기기
홍수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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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 있다. 한두 도시만 갈 예정이어서 이탈리아를 간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애매하지만,

 

이탈리아는 갈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이탈리아라고 하면 로마나 밀라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 탓이 크기 때문이었다. 초반에 계획했던 독일 여행을 포기하면서 그래도 어디라도 가고 싶은 마음에 찾아보다가 이곳에 가자- 하고 결정했다. 하지만 태평도 이런 태평이 없다. 아직까지 좀 시간이 남았다는 이유만으로 항공과 숙소만 결제하고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 부랴부랴 준비하게 되는 건 아닌지 싶어서 이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인터넷에는 자료가 무궁무진하지만, 책이 주는 정보와 결코 같지 않음을 알기에.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고 결정했을 때 가장 먼저 내가 여행을 가는 달의 날씨를 찾아보게 된다. 완전히 여름이라거나 완전히 겨울이라거나 하는 계절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게 아니니까. 그런데 책에는 이탈리아의 사계절이라고 하여 각각 달의 기온과 축제, 그리고 추천 복장까지 기재해두었다. 내가 여행을 가는 달에는 가죽재킷+얇은 스웨터 또는 가디건+팬츠 또는 스커트+스카프를 추천해주었다. 이제껏 다른 여행서에서는 보지 못했던 (여행서적을 그렇게 챙겨보는 편은 아니어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페이지다.

 

 

이후에는 이탈리아의 역사와 미술과 건축, 오페라, 영화/책 소개가 있었는데, 관심이 가는 것은 오페라랑 영화/책이었다. 오페라 시즌이 10월부터라고 하여 또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작년에 푸치니의 <라보엠>을 감상하러 갈 기회가 있었는데, 놓쳐서 그게 무지무지 안타깝다. 지금 내가 사는 지역에는 오페라 축제가 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이것도 너무 아쉬운 부분(...) 그리고 영화/책은 내가 조만간 읽으려던 <냉정과 열정사이>가 있어서 반가웠고, <로마의 휴일>은 언젠가 보고 싶은 영화여서 체크해두었다.

 

 

근데 읽다 보니 놀라웠던 건, 하루에 다섯 끼를 먹는다는 것이었다. 먹다가 지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가서 다섯 끼를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_^... 그곳에 가면 그곳의 룰을 따라야 하는 거야-라며. 큭. 하지만 그러기에 내가 그 시간들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하루 종일 입에 뭔가 물고 다닐 것 같은 느낌 ;-;

 

 

 

식당에서 유용한 기본 단어 및 회화도 써두었는데, 색연필로 엄청 그어두었다. 특히, 일 꼰또 페르 화보레[계산해주세요]는 꼭 외우고 가야지. 까먹으면 이 리뷰를 봐야지... 헝가리의 한 식당에서 께렘 어 쌈랏[계산해주세요]을 외쳤던 내게 다정하게 어깨를 감싸던 아주머니를 잊을 수 없어서다. (ㅋㅋㅋ) 하나 더, 에 몰또 부오노[맛있었어요] ... 내가 이 단어를 써도 좋을 만큼 맛이 있기를...

그리고 이외에 그라찌에 [고맙습니다] , 챠오 또는 부온죠르노 [안녕하세요], 꽌또 꼬스까?[얼마입니까?], 아이우토![도와주세요] , 라드로!!!!![도둑이야!] 포르투갈에서 나는 오브리가도[고맙습니다]를 외치고 다니는 사람이었으니 이탈리아에서도 꼭 외치고 다녀야지! 그런데 아이우토나 라드로를 내가 기억할 수 있을까... 위급상황에서 내가 한 말은... "야!!!!!!!!!!!!!!!"였는데;;;

 

 

 

추천 쇼핑 포인트도 있는데 브랜드/명품에 관심이 없는 나는 그렇게 크게 가치를 두고 있지는 않다. (뭐든 실용성을 따지기 때문에 사라도 해도 안 살 가능성 농후함;;) 근데 쇼핑 목록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문구류는 구경하러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문구류 안 좋아하는 사람;;;) 아마 이탈리아에 가면 (또) 스노우볼이랑 컵이랑 와인이나 사들고 들어오겠지...

 

 

 

대략적인 코스도 친절하게 써두었는데, 이탈리아의 여러 지역을 가려는 분들에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기간이 짧아서 고작 2개를 가는 것이고 심지어 하나는 당일치기라서 그냥 넘겼던 부분. 아... 기간이 좀 더 길었어도 아마 지금처럼 두 지역만 갔을 것 같다. 추가된다면 아시시 정도?

 


 


내가 궁금한 도시는 피렌체

피렌체라는 단어도 예쁘고, 플로렌스라는 단어도 예뻐서 번갈아가며 쓰고 있다.

 



피렌체 카드 요금을 보고는 헉-

어차피 중간에 다른 도시에 갈 예정이고 웬만하면 걸어 다닐 생각이어서 그때그때 필요할 때만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나저나 일요일과 월요일은 번갈아 휴관인 곳이 많다. 우리가 가는 날짜들 ;-;



피렌체 1일 핵심 코스라는 게 있는데, 대부분 도보 1분부터 최대 10분이었다.

물론 이곳을 다 보려면 다리가 너무너무너무 아프겠지만, 많이 많이 걸어 다녀야지.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우 짧은 시간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골목여행이다.

내가 무섭다고 징징거리지만 않는다면... (그러지 않겠지...)

 

 

게다가 일자무식인 나를 위해 우피치 미술관에 대한 설명도 간략하게 있어서 좋았다. (어디 간다고 찾아보고 가는 타입은 아니어서;;)

 



여행을 가면 지도를 보면서 가는 것을 즐긴다. 나 말고 배우자가. (나는 지도와 자주 접하는 일을 하는데, 방향치라서 실제로는 다시 되돌아서 가야 할 때가 많아 지도를 보고 걷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원한다면...... 근데 구글이 있는데 왜 굳이......) 아무튼 나한테 지도라는 건, 동선을 짤 때 한눈에 파악하기에 좋다는 점.



그리고 더 궁금한 시에나-

시에나 때문에 이탈리아로 여행지를 결정했지.

1박을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당일치기로 결정.

아침에 가서 저녁까지, 하루 온종~일 있다가 올 생각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은 도시.

 



매우 유용한 것! 내가 이거 손에 들고 다닌다....

어차피 위에 써놓은 거 이외에는 영어로 할 테지만, 영어로 해도 굳이 이탈리아어 하지 마라 너네... 그럼 나는 한국말 할 거야...

 

 

 

몇 개의 여행서적을 접해보았지만, (집에 책장을 보니 각기 다른 7개의 여행서적이 있다. 어쩌다 이렇게 많아졌지? 내 돈 주고 산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더 신기;;)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것만 써둔 여행서적은 처음이다. 집에 이탈리아 다른 버전도 있어서 생각난 김에 방금 훑어보았는데, 아마 나는 이 책으로 여행을 계획하게 될 것 같다.

 

 

 

 

오탈자 : 12페이지 : 1년 내내 온화하거나 높은 기온을 유지하는 곳이라 어는 시기에 여행해도 좋다 ▶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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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방콕 (깐짜나부리, 아유타야, 파타야, 후아힌) - 방콕 핫앤뉴 정보지 & 일러스트 맵 수록, 2019-2020 최신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이진경.김경현 지음 / 길벗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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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남아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2년 전 다낭을 다녀와서 더욱 심화되었는데, 여행 이틀째부터 음식이 물려버렸기 때문이 클 것 같다.

다낭/호이안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오렌지주스다.

하지만 점점 경비나 시간에 알맞은 것은 동남아 여행이겠구나, 싶어서,

언젠가 한 번, 배우자에게 우리 태국에 다녀와볼까? 하고 제안한 적 있다.

하지만 그는 그 나라에 대한 치안을 누누이 의심해오곤 했었다.

물론 그 나라뿐만 아니라, 총기 소지가 되는 모든 나라에 대해 그렇다.

내가 듣기로는 방콕은 그나마 동남아에서 치안이 괜찮다고 하더라,라고 말해봤지만 아직 먹히지는 않고 있다.

당시에 방콕에 대해 찾아보다가 이 정도면 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싶은 마음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물론 음식이 걱정이긴 하지만(...)

그래서 방콕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서 보게 된 가이드북-

두 권을 한 권으로 묶어놓았던 건데, 나는 두 권으로 분리했다.

한 권은 테마북이고 한 권은 코스북이다.

테마북에는 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보부터 꿀팁과 봐야 하는 명소, 먹거리, 즐길 것들, 쇼핑 목록 등등이 알차게 있다.

나는 베트남에 갔을 때 먹거리 때문에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 먹거리에 좀 더 집중해서 보았는데,

중국의 훠거나 일본의 샤부샤부처럼 육수에 각종 재료를 데쳐먹는 쑤끼라는 게 있다고 하여 내심 안도를 하기도 했다.

물론 나는 고수는 빼야겠다;;

근데 자세히 보니, 식당마다 7%, 10%, 17%의 다양한 세금들이 각기 다르게 매겨지는 게 신기했다.

코스북에는 지역마다의 교통편, 지도, 일정, 명소들이 자세하게 나와있었는데,

계획을 짜는 것이 귀찮다거나 동선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짜려는 이들에게 매우 적합해 보였다.

더불어 방콕 핫앤뉴 정보지와 일러스트맵이 수록되어있기 때문에, 여행에 필요한 정보들을 쏙쏙 골라먹을 수도 있게 되어있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태국이 한국보다 시차가 2시간 느리다는 것도,

면적이 한반도의 2.3배라는 것도,

방콕을 끄룽텝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는 4월이라는 것도,

4월에는 최대 40도까지 올라간다는 것도,

팁 문화가 있다는 것도,

모두 처음 알았다.

물론 가려고 찾아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것들-

배낭여행자 거리로 명성을 얻기 시작해 방콕의 핫플레이스라는 카오산 로드,

현지화를 추구하기에 제격인 쌈쎈이나 테웻,

선로 위에 있어 기차가 올 때마다 판매대를 걷고 펼치는 매끌렁 시장,

(이건 이전에 티비로도 봤었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반딧불이 투어가 가능한 암파와 수상 시장,

전쟁사가 공존하는 깐짜나부리,

태국에서 가장 번성했던 아유타와 왕국의 흔적을 볼 수 있다는 아유타와,

널리 알려진 휴양지인 파타야,

왕실 휴양지의 해변 도시라는 후아힌.

가보고 싶어서 동그라미를 쳐두었다.

말로만 들어보았던 파타야에 대해 좀 더 찾아보았는데,

휴양지다운 휴양지는 가본 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나는 파타야보다 다음 챕터에 있던 후아힌이 더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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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07-28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국은 음식과 치안 모두 최고의 나라 입니다. ^^

하늘보리 2019-07-29 16:4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제 배우자는 일의 특성상 제한이 있는 나라가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280일 :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던가
전혜진 지음 / 구픽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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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임신한 여자와, 임신이 안 되는 여자와, 임신을 기다리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은주, 재희, 지원, 은주

 

 

임신을 하고 나서 겪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작가는 이들을 빌려 말하고 있다.

다 읽고 나니 두 가지가 선명하다.

A. 임신을 말했을 때 회사의 반응과 B. 임신 기간 동안 신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들.

 

 

A. 선경은 아이를 두 번을 유산했다. 임신을 반기지 않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 아이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임신을 성공했을 때 회사에서 보인 입장은 유세를 떤다고 말을 한다. 정말 저렇게까지 말을 할까 싶어서 소름이 돋았다. 결국 선경은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나오는데 마지막 선경이 토해낸 말들이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선경은 뒤로 갈수록 참 유난이긴 하더라만, 임신을 안 해봐서 그렇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B. 나는 임신 기간이 체질일 정도로 수월하게 잘 보낸 사람을 안다. 또 임신 기간 동안 무척 힘겨웠던 사람도 안다. 이건 개인의 탓이 아니다. 그런데도 후자의 경우에는 자신을 탓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가 행복한 거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미웠다고 했다. 그들은 수월하게 임신기간을 보냈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2.

내가 앞서 선경에 대해 유난이라고 했던 부분은 바로 그런 부분이었다.

알지, 아이가 가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도 그 간절함이 엿보여 임신에 성공하기를 바랐으니까.

 

그런데 의사가 제왕절개를 권유하는 부분에서 자연분만에 대한 미련, 모유 수유에 대한 의견,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돌잔치 언급, 정신이 없어서 아이들 사진을 찍어둘 겨를이 없었다는 남편에게 나가라고 소리 지르는 부분에 대해 정말 질렸다.

 

 

368. …솔직히 말하면.

지금 당신 얼굴은 하나도 안 궁금하니까 애들 사진을 내놓으라고. 그리고 울고 싶은 건 내 쪽이니까 자기 연민에 취해서 죽다 살아난 아내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비는 자신에게 잔뜩 도취된 채 헛소리하지 말라고.

 

371. “제발 좀 닥쳐. 지금 내가 너무 힘들어서, 당신이 징징거리는 걸 참고 들어 줄 수가 없어.”

 

 

그러면서 남편이 곁에 있는데 은주랑 통화하면서 오열을 하더라-

물론 그전에 남편이 욕을 먹을 만큼 잘못한 게 있긴 했었다.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인 것이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느끼는 거북함은 오롯하게 나만 그런 것일까.

 

 

 

 

3.

14. 하지만 세상은 이 나이의 여자들이 자기 인생이 있고 자기 일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마치 국가를 위해 아이를 낳아 줄 생산 자원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이었다.

 

저출산이라고 한다. 정부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고자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중 정말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한 건, 신혼부부에게 주택 매입 및 전세자금 대출이자를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결혼을 시켜서 출산을 늘리겠다는 취지 같았는데, 결혼은 하되 출산은 하고 싶지 않다면?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출산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헛웃음이 나왔던 대책 방안이었다.

 

아이 위주의 개선보다는 부모 위주의 개선이 더 긍정적인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도 일자리가 보장받을 수 있는 것, 남성의 육아휴직을 권고하는 것 같은 것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부분은 참 많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저출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적인 부분이 크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니까.

 

 

 

 

4.

나는 딩크다. 이 단어를 직접적으로 쓰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지금도 명확하게 어떤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니지만, 그 사실 하나는 분명하다.

나는 여전히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

 

 

 

대한민국이 아니라 그 어떤 나라에서도 나는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하지 못하겠다. 나에게 환경이라는 것은 부수적인 문제일 뿐이다. 단지 내가 아이를 낳기를 거부하는 것은, 나는 그러한 그릇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아요.” 혹은 “아직 부모 될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라는 말에 돌아오는 말은, “아이를 낳으면 부모가 돼.” 였다. 하지만 내 주변을 포함하여 뉴스에 나오는 생면부지의 그들은, 아이를 낳아도 부모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근래에 읽고 있는 <상처 주는 엄마와 죄책감 없이 헤어지는 법>을 읽으면서,

내 엄마의 모습을 보았고 아이가 있다면 너무 분명하게 나의 모습도 포함될 터였다.

 

 

나는 진실로 무서웠다.

언제나 태어난 동물을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은, 나한테는 너무 어렵고 두려운 문제였었다.

하지만 나의 고민을 타인은 너무 쉽게 묵살하고 무사하고 말로써 폭력을 가했다.

 

 

 

하지만 나는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아이를 잉태한,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그 부분을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내 생각을 존중받은 적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로 인한 반항일지도.)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적어도 그들을 비난하거나 배척하거나 힐난하거나 불평하거나 비꼬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경외심 같은 것도 가지고 있다.

나는 지레 겁먹고 포기해버린 부분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에 대한 도전 정신이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5.

<280일 :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던가>를 읽으며 하마터면 <82년생 김지영>을 떠올릴 뻔했다.

나는 그 책에 대해서는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이므로 이 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감정을 지닐 뻔하였으나,

끝마무리에서 그러지 않을 수 있었다.

 

 

내 멋대로 해석하자면, 아이를 갖기에 앞서 충분히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점.

 

 

 

 

6.

나한테는 명분이 필요했다.

실제로 나는 결혼 후 아이가 있는 부부에게 자주 물어보았다.

어떻게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하게 되었느냐고.

적어도 한 번쯤은 새롭고 놀라운 대답을 들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고.

가장 진부했던 건 결혼했으니 당연히 낳아야 하지 않냐. 는 것이었다.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고 양육하는 것은 예행연습이 없기 때문에,

신중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친구와는 절교할 수 있고, 연인과는 헤어질 수 있고, 부부는 이혼할 수 있다.

시기를 놓쳐 공부를 하지 못했다면 다시 시작하면 되고,

사업이 망했다면 다시 일어나거나 남의 밑에 들어가서 일을 해도 된다.

 

늦기는 하겠지만, 모든 것은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탄생과 죽음은 '다시 시작할 수 없음'이다. 되돌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탄생'은 '축복'이고,

모든 '죽음'은 '슬픔'이다.

 

 

 

 

7.

나는 이 책에서 한 쌍은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부부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네.

 

 

 

 

8.

책에는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만 써놓았는데, 아이를 양육하는 환경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게다가 외압(양가 부모님)까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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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 같은 소리 하고 있네 - #직장인_헛웃음_에세이
안노말 지음 / 사이행성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지금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전 회사도 마찬가지였고, 그 이전의 회사도 마찬가지였고, 그 이전의 이전 회사도(...) 

하지만 각기 하나의 장점으로 회사를 다녔던 것 같다. 일이라든지, 동료라든지, 업무환경이라든지, 월급이라든지 뭐 그런 것들.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나에게도 열정이라는 게 있었을 때도 있었겠지, 싶은데 그 시절이 명확하지는 않다.  

나는 왜 어째서 일을 하려고 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냥 단지 '압박감' 때문이라는 것도 이제는 조금 우습기까지 하다.

 

 

 

88. 나는 회사라는 곳에 적합한 사람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최근에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그러한 결론을 내렸다고 해서 딱히 바뀔 것은 없다. 삶은 계속되고 있고, 그만두기에는 다음 스텝이 없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아파트 대출금이 너무 많다.

 

 

 

책을 읽다가 나와 똑같은 부분이 나와서 반가웠던 부분이다.  

여러 회사를 다니다 보니, 나는 회사에 적합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그런 내가 회사를 다닌다니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그런걸.

 

 

 

예전에 배우자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에게 ''이 있다면, 다니기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억지로 다녀야 했겠지?  

그랬다면 내가 지금보다 좀 더 인내심이 있는 성격을 가질 수 있을까? 하고.  

그런 내게 배우자는, '네가 왜 그런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참고로, 그러면서도 그는 모든 것을 인내하며 본인의 직장을 매우 잘~ 다니는 중이다.)

 

 

 

 

 

 

 

나는 돈이 부족하거나 필요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면서도 '이 정도는 받아야지'하는 하한선도 있고,  

어떤 일이든 배울 점은 존재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업무만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아'라고 하는 고집도 있으며,  

업무에 따라 연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출퇴근은 고정적인 시간에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매우 노골적으로 내비친다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직급/나이를 불문하고 '당신이 뭔데 이런 식으로 말을 하냐'라고 따박따박 내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이 회사만의 고유 장점이라고 한다면, 개인 시간을 뺏기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 대해 나는, '실패한 이직'이라는 생각으로 다니고 있다.  

어느 곳이나 만족할 수는 없으니, 그 만족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감싸 안으려 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욱- 할 때가 얼마나 많이 올라오는지...

 

 

 

 

 

 

 

 

 

126. 가장 안타까우면서 두려운 것은 10년 넘게 일을 하고 배우고 있음에도 잘하는 게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신입사원 때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사무실 바닥을 쓸었다. 왜냐하면 신입사원인 내가 사무실에서 잘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청소라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할 수 있는 필살기가 없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주변에 아무리 둘러봐도 필살기 쓰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지만. 아직 다들 에너지를 덜 모았나?

 

 

 

이 부분은 읽으면서 많이 속상했던 부분인데, 나도 이직을 할 때마다 많이 생각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 저자와 같은 10년 차가 되어간다. 그런데 나는 한 회사에서 오래 있어보지도 않았고, 중간에 공백기도 있었다. 결정적으로 업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매우 부족하다. 나이가 어릴 때에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서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일을 배우곤 했는데 내가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게 되었기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 시간이 다 지나서 지금이라는 아쉬움은 크다. 나만이 할 수 있는 필살기, 나도 필요하다.

 

 

 

 

 

나를 위한 비밀 휴가

 

 

안노말 씨는 본인만을 위한 비밀 휴가를 냈다고 했다. 안노말 씨는 점심시간에 밀려드는 직장인들 탓에 편의점 도시락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만화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아들의 장난감을 사서 집으로 돌아간다. 자신을 위해 쓰기로 했던 돈인 30만 원을 다 쓰지 못했지만, 그 비밀 휴가가 퍽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정말 별거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그런 일탈이 활력이 될 때가 분명 있으니까.

 

 

그래서 혹시라도 나의 배우자가 나도 모르게 그런 휴가를 내게 된다면 알아도 모르는 척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은 덤이다. (나의 배우자는 '언제 휴가 낼까?'하고 매달 물어오기 바쁘다. 그리고 휴가를 내도 내가 출근을 하기 때문에 집에서 충분히 혼자 휴가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을 매번 경험하면서도 '월급으로 한 달간의 유예 기간'이 생긴다는 게 조금은 처량하고 가엾게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그 속에서 또 알량한 위안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그리고 너는, 우리 모두는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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