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벰버 레인
이재익 지음 / 가쎄(GASSE)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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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은 노벰버 레인,인데 나에게는 Feb rain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 내가 작품을 읽고 있었을 때도 비가 내리고 있었던 까닭에, 노벰버 레인에서의 레인이 디테일하게는 어떤 것을 뜻하는지도 모르면서 괜시리 반가운 마음에 방글방글 웃으며 읽었더랬다. 응, 분명 그랬었다. 사랑이라는 말만큼 정의와 폭이 들쭉날쭉한 단어가 없겠지마는, 우리의 관계는 적어도 내가 꿈꾸던 사랑은 아니었다. 사실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그리던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본문 내용 중) 3년을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했던 종우에게 그녀, 프로포즈를 받다. 어디 하나 삐걱대며 어긋나지 않은 정석의 프로포즈를, 아니 안정된 생활을 그녀, 받아들이다. 종우의 프로젝트 때문에 미리 가기로 한 신혼여행도, 다른 프로젝트로 인해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결국 그녀, 떠나다. 싱가포르로, 혼자. 그녀, 그때까지 알지 못한다. 그녀에게 다가올 그 어떤 것,을. 그리고 그녀, 사랑을 만나다. 둥둥둥…

 

 

 

무미건조하게만 느껴졌던 감정이, 두근거리는 감정과 교차했다. 그렇게 그녀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지독하다, 지독해. 이보다 더 지독할 순 없어, 라고 생각했다. 준희도, 희준도, 종우도. 읽는 독자에 따라서는 ‘불륜’으로 치부되어 버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를 욕할 수 있을 권리를 지닌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롯한 그녀의 사랑인 까닭에. 마음에서 울리는 둥둥둥… 소리를 들었다는데, 어쩌겠는가 말이다. 형상화 되지 않은 채로 마음 속에서 커가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여전히 나에게 찌르르한 선율과 함께 머뭇거림을 선사해준다. 설령 그것이 실질적으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가진 의미는 결코 ‘불륜’으로 입각되어질 수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적어도, 그녀가 느꼈다는 그 감정을 존중해주고 싶은 마음뿐. (사실 다음에 다시 읽는다면, 어떤 시선으로 읽힐지 의문이긴 하다. 잡힐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애틋하다고 느낀 바도 없잖아 있으니.) 어쨌든, 지금은, 삼월이고, 그녀가 탐하고자 했던 사랑을 추억하듯, 비가 내린다. 십일 월의 가을비가 아니라, 삼 월의 봄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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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포차 상담소 - 한숨 한 잔, 위로 한 잔, 용기 한 잔
공병각 지음 / 시드페이퍼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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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는 프리랜서라는, 조금은 어수룩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프리랜서라는 생활,은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매번 정해져있던 내게 새로움을 안겨주어 꽤 매력이 있는 직업이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 달이라는 시간이 채 흐르기도 전에, 언제까지 이 생활이 계속될지 모르는 상태에 놓여있다는 이유만으로 불안감을 증폭시키기도 하고, 초조함을 안겨주기도 하여, 막막한 상태로 변환시켜버려서, 그것은 부담이 되기도 하고 나아가 짐이 되기도 한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 순 없지, 하는 생각에 개인적으로는 자기계발에 힘쓰려고 하고 있으나 막상 하려고 하니, 그게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맛보고 있는 지금, 또 다른 프리랜서, 공병각을 만났다. 「청춘포차 상담소」 - 처음, 호기를 가지게 되서, 꽤 많이 만나고 싶어했던 책임에 분명했으나, 책 안을 펼쳐보니 생각과 다른 이미지에 이게 내가 읽고 싶어하던 책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 결국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포장마차에 발을 디디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나는 그렇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직종을 바꾸거나 그런 게 아니라, 내 전공에서 15도를 꺾으면 이게 있고, 거기서 15도를 더 꺾으면 저게 있고. 난 만능엔터테인먼트가 되고 싶어하는걸까? 아니다. 그게 아니라, 나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서, 결국은 하나를 하고 싶어하는 것. 설계기사도 되고 싶고, 캐드기사도 되고 싶고, 서류작업에 빠삭한 공무도 되고 싶고, 현장 감리도 되고 싶고, 감독관도 되고 싶고, 그것을 하나로 통합하니, 통틀어 현장소장. 그렇다보니, 정작 꿈은 하나지만, 그 꿈은 만능엔터테인먼트를 원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많다는 건 그만큼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말이잖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거, 이게 얼마나 행복해. 아직 이룬 것보다 하고 싶은 게 더 많다는 건 젊다는 뜻이기도 하고. 젊다는 게 얼마나 좋은 건데. 사실, 내가 말한 것 중 하나만 제대로 할 줄 알면, 먹고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결국 그것을 통틀어 하나인 까닭에, 난 그 하나를 하기 위해 이것도 배우고, 저것도 배우지만, 중간 즈음에 가서 제 풀에 지쳐버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선배(저자)는 말한다. 네가 명함을 만들 때마다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 있게… 나도 무수히 많은 명함을 꿈꿨었다. 내 직업은 뭐가 될까. 뭘 망설여? 시간은 짧잖아. 젊음은 더 짧아.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은 것들을 해보는 거야. 그래, 까짓거, 한 번 해보는 거지 뭐. 5년 후, 10년 후, 15년 후, 내 명함에 박힐 직업을 위해서. 그리고 또 하나 내가 당부하고 싶은 건, 네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기 위한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라는 거야.

 

 

 

혼자 감당해야 하는 막막한 이 바닥이 너무 힘들고 어렵기만 했어. 그때마다 내 눈에 밟힌 건, 술이 떡이 돼서 새벽녘이 다 돼 집에 돌아왔을 때까지도 밤새워 일하고 있는 누나였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나를 혼내거나 술 한잔 따라주지 않았어도, 누나도 지치고 힘들 텐데 묵묵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백 마디 말보다 진한 자극을 받았지. 선배의 멘토는 누나. 굳이 말하지 않아도, 행동으로 보여준 누나가 자신의 멘토라고 이야기한다. - 내게도 멘토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이 있었다. 주위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긴 하지만_ 항상 내 기대에 못미치는 이야기들과 진심이 담기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을 때면 고마운 마음보다 답답한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뭔가 조언이 필요한 때면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미친듯이 자기계발서를 찾아 읽기도 했었고, 그때마다 내 멘토는 책의 저자가 되기도 했고, 책의 내용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동안 내가 고개를 돌리지 않아 보지 못했던 아빠는, 항상 나의 첫 번째 멘토가 되어 주었는데, 철없는 나는 그걸 조언이 아니라 잔소리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항상 현재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말해주는 남자친구가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그리고 선배를 보며 깨달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토닥거려주지 않아도, 행동으로 멘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세상에는 내 멘토가 되어줄 사람은, 무수히 많다,는 것을.

 

 

 

 

 

 

전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철야를 하며 발주처히 타협하자. 생각을 했었었다. 내가 야근을 하고 철야를 한 것은 분명 회사에 한 푼이라도 더 이윤을 남게 하기 위함이었는데도 말이다. 그 까닭은, 수금을 해야하는데, 깎인 돈에서 더 깎으려는 얄팍한 발주처와 공사금액에서 마찰이 있었고, 그 상태다 보니 당연히 수금이 늦어지고 그에 불만이 있는 사장님이, 야근과 철야는 oo씨가 근무시간에 집중을 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었고, 그 부분에서 ‘아, 그렇게 생각하시면 그쪽에서 해달라는대로 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몇 천만 원이 원래 공사금액에서 까였다. 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설계를 해놓고 도면을 죽어라 그려놓으면 발주처에서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당연히 그쪽에서 ‘어디에서 보니까 이렇게 해놨던데, 이것처럼 했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하면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하는 법. 결국은 다 내 새끼인 것처럼 해야 한다는 거야. 내가 낳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니까. 내 새끼를 품고 있을 때 애정이 없다면 태교 자체가 잘못된 거 아닐까? 무슨 일을 하든지 내 새끼라고 생각하고 예쁘고 건강한 아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그런 아이가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는 게 나를 위해서도 곧 태어날 작업물을 위해서도 좋다는 말씀! 그래, 그게 맞는건데, 내가 그런 마음을 쏟을 수 있었던 때는, 원도급에서 원하는 작업들 뿐이었다는 것. 그러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내 새끼인 것처럼 해도 하도급 업체에서만 있었던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부분이었지만, 적어도 - 응, 맞아요. 그렇게 해야지요. 라며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가장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고 있는 것. 잠시 숨 고르기 정도 어때? 멀리뛰기 위해 잠시 몸을 움츠리는 정도? 몸을 잔뜩 움츠리고 기다렸다가 힘을 팍 줘서 뛰어올라야 하는 시점도 필요하단 거지. 100m 달리기처럼 처음부터 죽어라 달리는 건 결국 100m밖에 못 가고 지쳐버릴 수 있으니까. 나를 위한 투자도 아끼지 말고, 여름을 위해 몸을 만들듯 앞날을 위해 잠시 숨 고르기 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래. 사실 나, 이 생활이 좋다고 말하기는 했어도, 언제까지나 좋을 수는 없는 법. 이 생활이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뭐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이제 그만 세상과 타협해야하지 않나, 하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있었음을 고백한다. 물론,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 안일한 생각이 머릿 속을 완전하게 지배하지 않는 한, 당분간은 좀 더 내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구체적인 미래 설계를 해야겠다고 느끼며, 조금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선배, 소주_ 고마워요. 잘 마셨어요! 다음에 또 한 잔 해요. 그땐, 제가 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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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 - 최갑수 여행에세이 1998~2012
최갑수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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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좋은 작가, 알면 알수록 싫은 작가. 혹은, 전자도 아니고 후자도 아닌, 알면 알수록 알쏭달쏭한 작가. 내게 최갑수는 그렇다. 알쏭달쏭하게 만드는. 분명, 그의 감성적임은 눈이 따뜻한 체온을 지닌 손에 녹아버리듯,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살며시 달래듯 풀어주는 그런 것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마음이 오래도록 지녀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을 읽었을 당시, 그가 써내려간 글 하나하나에 마음을 실었고, 또 꽤나 오래도록, 음미해가며 읽었던 기억을 되짚어본다. 그런데 지금 접하는 그의 글에서는 처음같은 그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내 독서 취향이 변해가는걸까, 아니면 그때와 지금, 내 마음 상태에 변화가 있는걸까. 어쨌든, 난 그게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그럼에도 또 찾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라고 말하면서 표지에는 아이러니하게 미지의 남자는 자전거로 쌩쌩 - 달리고 있는 사진을 넣어놨다. 풉. 이런 엉뚱한 남자같으니! 내가 이래서 그를 만나지 않을래야, 만나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는 작품에서, 오롯하게 ‘여행’을 이야기한다. 마치 독불장군처럼 고집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행’에 대한 자신만의 마인드가 있었다. 그에게 ‘여행’은, 어떤 풍경과 어떤 사람 앞에, 가슴이 떨리고 닭살이 돋는 - 어쩌면 그것은 꾸며낼 수 없는 불가항력의 진실 그 이상의 것,이 아닐까. 나에게도 이렇게 고집스럽게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까닭에, 뭉클해지는 마음을 억제할 수가 없었지만, 반면에 그런 것이 있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혼란스럽지도 않겠지! 하는 신경질적이지만, 질투가 한껏 섞인 목소리도 함께다. 새로운 풍경을 본다는 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의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본문 내용 중) 저자가 써놓은 「당신을 위한 2월의 여행지」에 있었던 ‘오산, 물향기 수목원’.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내가 참 좋아하는 사람이 머물고 있는 곳과 멀지 않은 동네라서 일요일 오후, 그에게 가자고 했더니 단번에 ok,하여 산책할 겸 다녀왔었다. 몇 십 그루의 나무들이 나와 그를 감싸듯 주위에 배치되어 있었고,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이 따스했다. 아, 자유로운 영혼! 당신도 걸었을 발자취를 따라 이곳에 왔어요. 조금 다른 건, 그곳에서 느낀 바람의 차이,정도.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다. 일단 결정을 하고 저질러버려라. 신기하게도 그렇게 하고 나면 모든 것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다음 할 수 있는 건 성공을 기원하는 자신만의 주문을 외우는 일. (본문 내용 중) 사실 나는, 여행을 즐기지 못한다. 여행을 갈 때에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딱딱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것이 여행을 참 피곤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난데, 내가 그러하다. 여행을 갈 때에 필요한 목록을 30가지는 써두고, 그것을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고, 그렇게 여행을 가기도 전에 진을 다 빼버리는 것이다. 그런 내가, 이번에 제주도를 계획했다. 사실 그곳은 옆에서 아무리 가자고 부추겨도 그냥 다음에. 하며 미뤄버리거나, 언젠가. 라고 일관해버렸던 곳이었는데, 이번에 일을 쉬게 된 계기로 (또, 그전에 거진을 급계획했었는데, 물거품이 되었던 까닭에 더욱 더!) 단숨에 응, 가자. 라고 말해버렸다. 수학여행 이후로 근 칠 년 만에 타는 비행기. 불현듯,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는 느낌에 - 아, 이것때문에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구나, 싶었던. 여행은 내게 주어진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본문 내용 중) 앞에서 그의 글이 마음에 오래도록 지녀지지 않는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건 아마, 그가 느꼈던 감정을 내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까닭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보고 와서 다시 접하니, 그가 써내려간 글들이, 새롭게 가슴에 얹힌다. 한동안은, 여행했던 그때의 기분좋은 설레임이 나를 꼬옥 안아줄 것만 같다. Smile & 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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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녀에 얽힌 살인 고백
사토 세이난 지음, 이하윤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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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는 우리 가족끼리만 살고 싶었습니다. 아빠, 엄마, 그리고 나.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떠났고, 그 사람이 들어왔고, 엄마에게서 갓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싫고, 갓난 아기도 싫습니다. 그 사람이 아빠라고 하고, 갓난 아기가 제 동생이라고 하는 엄마도 밉습니다. 처음에 그 사람이 제가 젓가락 쥐는 법이 틀렸다며 때렸고, 테이블에 팔을 짚지 말라며 때렸는데, 그 이후로는 이유도 모른 채 맞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두려움에 벌벌 떨었는데, 엄마는 그런 그 사람을 제지하다가 같이 맞곤 했습니다. 저는 아저씨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어떤 짓이든 해야했습니다. 바로 그때, 다쳐서 입원하면 집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머리에 스쳤습니다. 로켓공원 앞이라면 차도는 조보, 차도 그리 빨리 달리지 않으니까 괜찮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리에에게 그 계획을 말했더니, 그 아이는 극구 말렸으나, 그 사람에게서 도망치겠다는 제 고집은 확고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주저하지 않았고, 그래서 간 병원에서 쿠마베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아저씨를 따라 상담소로 가는 도중에 그 사람이 우리를 뒤쫓아올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해서 그 사람이 제 앞에 나타난 순간 저는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따라 집으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아저씨가 그 사람에게 맞는 것을 보면서 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암흑같은 집에 또 다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화장실 창문을 통해 쪽지를 던졌어요. 「아동상담소의 쿠마베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1시, 로켓공원」 _ 아무래도 이리에가 잘 해주었나봅니다. - 어쨌든 전 이곳에 있으니까 말입니다. 제가 여길 온 이후부터, 엄마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데, 조금 어설프긴하지만 저를 안아주기도 하고, (제 취향은 아니지만) 핑크색 바탕에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커다랗게 프린트된 유치한 티셔츠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결정했어요. 도쿄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할머니랑 엄마랑 나랑 셋이 살기로. 그렇게 전 도쿄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죽였어. 경찰에 전화해서 날 체포해줘.

 

 

 

요근래 아동학대 문제가 또다시 커다란 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부모가 아이는 절대 누구의 소유물도 될 수 없고, 하나의 객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작품은, 미나토가나에의 「고백」을 연상케했다. 특정한 인물들의 독백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주된 이유였지만, 하나 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상황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고백」에서는 피해자인 여선생이 가해자인 제자(학생)를 처벌할 권리가 주어지느냐,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면, 작품에서 피해자 아키는 자신보다 약한 것들에 대해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것이 피해자가 가질 수 있는 권리인가,를 생각해 봐야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답은, 정해져있다. 절대, 그럴 수, 없다. 라는 거. 이 책을 읽었든 읽지 않았든 그 질문을 받았다면, 그것이 당연한 답일 게다. 그런데 문제는, 아키가 그것을 자신의 권리인 양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 속에 꿈의 씨앗 대신, 악마의 씨앗이 뿌려져 어느새 그것이 싹을 틔웠다. 그렇게 되어버린 지금, 피해자는 가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것은 내면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는, 유년 시절에 자신이 받은 것에 대한 복수이자, 처벌인 셈이다. 그리고, 또 하나. 오틸리 바이의 「벽장 속의 아이」 역시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아동학대,라는 내용 면에서 볼 때,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보다는 훨씬 더 근접하다. 벽장 속에 살고 있는 장 역시 오줌을 쌌다는 이유만으로, 감금당해야했다. 5살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체벌. 어린 아이는 미약한 동시에 유약한 존재라서 어른들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어른들의 손길이 닿는 곳, 그곳에는 분명 우리 아이들이 있다. 우리가 아이들에 닿을 때에는 언제나, 따뜻한 체온이 함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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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CJ 엔터테인먼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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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출간


 

작년(2011년)에 보았던 영화를 게으름때문에 이제서야 포스팅합니다. 이 귀차니즘은 언제부턴가 제게 진드기처럼 붙어있는 것만 같아요. 2009년에 책으로 만났던 완득이를 스크린에서 만났습니다. 사실 그때 한창 추리소설로 인해 반전이라던가 하는 것 때문에 얼룩덜룩해지고 있던 제 마음 탓에 책이 주는 감흥은 덜했음이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네요. 그런데 이게 왠걸. 영화를 보고 나서 마음에 찌르르 - 하고 울리던 것들이 있었어요. 그들의 소소한 일상이 주는 소소한 미소 번짐이랄까요. 개인적으로 유아인을 반올림에서 처음 보았는데, 잘생겼다는 친구들의 반응에 무심했었어요. 물론 지금도 제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딱 도완득. 얌마, 도완득!으로 기억될 것만 같은. 그리고 똥주선생 김윤식. 와, 최고였어요. 어쩜 이렇게 어울리나요! 제가 생각했던 똥주선생과 싱크로율 백!퍼센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 잘 어울렸어요. 제가 좋아하는 화려한 액션, 아찔한 스릴, 상상을 뒤엎는 반전,은 전혀 없지만 그들은 스크린을 통해 사람 사는 냄새를 우리 곁에 살포시 내려놓습니다. 바로 그것때문에 보는 내내 마음이 훈훈해졌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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