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포차 상담소 - 한숨 한 잔, 위로 한 잔, 용기 한 잔
공병각 지음 / 시드페이퍼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현재 나는 프리랜서라는, 조금은 어수룩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프리랜서라는 생활,은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매번 정해져있던 내게 새로움을 안겨주어 꽤 매력이 있는 직업이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 달이라는 시간이 채 흐르기도 전에, 언제까지 이 생활이 계속될지 모르는 상태에 놓여있다는 이유만으로 불안감을 증폭시키기도 하고, 초조함을 안겨주기도 하여, 막막한 상태로 변환시켜버려서, 그것은 부담이 되기도 하고 나아가 짐이 되기도 한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 순 없지, 하는 생각에 개인적으로는 자기계발에 힘쓰려고 하고 있으나 막상 하려고 하니, 그게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맛보고 있는 지금, 또 다른 프리랜서, 공병각을 만났다. 「청춘포차 상담소」 - 처음, 호기를 가지게 되서, 꽤 많이 만나고 싶어했던 책임에 분명했으나, 책 안을 펼쳐보니 생각과 다른 이미지에 이게 내가 읽고 싶어하던 책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 결국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포장마차에 발을 디디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나는 그렇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직종을 바꾸거나 그런 게 아니라, 내 전공에서 15도를 꺾으면 이게 있고, 거기서 15도를 더 꺾으면 저게 있고. 난 만능엔터테인먼트가 되고 싶어하는걸까? 아니다. 그게 아니라, 나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서, 결국은 하나를 하고 싶어하는 것. 설계기사도 되고 싶고, 캐드기사도 되고 싶고, 서류작업에 빠삭한 공무도 되고 싶고, 현장 감리도 되고 싶고, 감독관도 되고 싶고, 그것을 하나로 통합하니, 통틀어 현장소장. 그렇다보니, 정작 꿈은 하나지만, 그 꿈은 만능엔터테인먼트를 원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많다는 건 그만큼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말이잖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거, 이게 얼마나 행복해. 아직 이룬 것보다 하고 싶은 게 더 많다는 건 젊다는 뜻이기도 하고. 젊다는 게 얼마나 좋은 건데. 사실, 내가 말한 것 중 하나만 제대로 할 줄 알면, 먹고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결국 그것을 통틀어 하나인 까닭에, 난 그 하나를 하기 위해 이것도 배우고, 저것도 배우지만, 중간 즈음에 가서 제 풀에 지쳐버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선배(저자)는 말한다. 네가 명함을 만들 때마다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 있게… 나도 무수히 많은 명함을 꿈꿨었다. 내 직업은 뭐가 될까. 뭘 망설여? 시간은 짧잖아. 젊음은 더 짧아.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은 것들을 해보는 거야. 그래, 까짓거, 한 번 해보는 거지 뭐. 5년 후, 10년 후, 15년 후, 내 명함에 박힐 직업을 위해서. 그리고 또 하나 내가 당부하고 싶은 건, 네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기 위한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라는 거야.

 

 

 

혼자 감당해야 하는 막막한 이 바닥이 너무 힘들고 어렵기만 했어. 그때마다 내 눈에 밟힌 건, 술이 떡이 돼서 새벽녘이 다 돼 집에 돌아왔을 때까지도 밤새워 일하고 있는 누나였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나를 혼내거나 술 한잔 따라주지 않았어도, 누나도 지치고 힘들 텐데 묵묵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백 마디 말보다 진한 자극을 받았지. 선배의 멘토는 누나. 굳이 말하지 않아도, 행동으로 보여준 누나가 자신의 멘토라고 이야기한다. - 내게도 멘토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이 있었다. 주위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긴 하지만_ 항상 내 기대에 못미치는 이야기들과 진심이 담기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을 때면 고마운 마음보다 답답한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뭔가 조언이 필요한 때면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미친듯이 자기계발서를 찾아 읽기도 했었고, 그때마다 내 멘토는 책의 저자가 되기도 했고, 책의 내용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동안 내가 고개를 돌리지 않아 보지 못했던 아빠는, 항상 나의 첫 번째 멘토가 되어 주었는데, 철없는 나는 그걸 조언이 아니라 잔소리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항상 현재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말해주는 남자친구가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그리고 선배를 보며 깨달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토닥거려주지 않아도, 행동으로 멘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세상에는 내 멘토가 되어줄 사람은, 무수히 많다,는 것을.

 

 

 

 

 

 

전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철야를 하며 발주처히 타협하자. 생각을 했었었다. 내가 야근을 하고 철야를 한 것은 분명 회사에 한 푼이라도 더 이윤을 남게 하기 위함이었는데도 말이다. 그 까닭은, 수금을 해야하는데, 깎인 돈에서 더 깎으려는 얄팍한 발주처와 공사금액에서 마찰이 있었고, 그 상태다 보니 당연히 수금이 늦어지고 그에 불만이 있는 사장님이, 야근과 철야는 oo씨가 근무시간에 집중을 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었고, 그 부분에서 ‘아, 그렇게 생각하시면 그쪽에서 해달라는대로 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몇 천만 원이 원래 공사금액에서 까였다. 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설계를 해놓고 도면을 죽어라 그려놓으면 발주처에서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당연히 그쪽에서 ‘어디에서 보니까 이렇게 해놨던데, 이것처럼 했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하면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하는 법. 결국은 다 내 새끼인 것처럼 해야 한다는 거야. 내가 낳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니까. 내 새끼를 품고 있을 때 애정이 없다면 태교 자체가 잘못된 거 아닐까? 무슨 일을 하든지 내 새끼라고 생각하고 예쁘고 건강한 아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그런 아이가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는 게 나를 위해서도 곧 태어날 작업물을 위해서도 좋다는 말씀! 그래, 그게 맞는건데, 내가 그런 마음을 쏟을 수 있었던 때는, 원도급에서 원하는 작업들 뿐이었다는 것. 그러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내 새끼인 것처럼 해도 하도급 업체에서만 있었던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부분이었지만, 적어도 - 응, 맞아요. 그렇게 해야지요. 라며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가장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고 있는 것. 잠시 숨 고르기 정도 어때? 멀리뛰기 위해 잠시 몸을 움츠리는 정도? 몸을 잔뜩 움츠리고 기다렸다가 힘을 팍 줘서 뛰어올라야 하는 시점도 필요하단 거지. 100m 달리기처럼 처음부터 죽어라 달리는 건 결국 100m밖에 못 가고 지쳐버릴 수 있으니까. 나를 위한 투자도 아끼지 말고, 여름을 위해 몸을 만들듯 앞날을 위해 잠시 숨 고르기 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래. 사실 나, 이 생활이 좋다고 말하기는 했어도, 언제까지나 좋을 수는 없는 법. 이 생활이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뭐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이제 그만 세상과 타협해야하지 않나, 하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있었음을 고백한다. 물론,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 안일한 생각이 머릿 속을 완전하게 지배하지 않는 한, 당분간은 좀 더 내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구체적인 미래 설계를 해야겠다고 느끼며, 조금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선배, 소주_ 고마워요. 잘 마셨어요! 다음에 또 한 잔 해요. 그땐, 제가 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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