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인간
이석원 지음 / 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화장대 위 독서대에 놓여있어 곁눈질로 보기만 했을 뿐인데, 책은 금세 라벤더 향이 날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라벤더 차와 함께였던 까닭이다. 라벤더향이 짙은 차를 마시며 책을 읽었고, 바로 다음날, 오랜만에 벨라다방에서 티타임을 가지자는 그에게 어제 먹어보니 라벤더 차가 참 괜찮더라.”라며 권해주기까지 했었다. 책에 대한 감상을 써야하는데, 기껏 홍차이야기라니, 너무 뜬금포다. 아직 머릿 속이 정리가 되지 않은 까닭이다. 어떠한 물음에 대해. 어쨌든 내게 실내인간은, 라벤더다.

 

 

 

-

 

 

 

이제 서평을 쓰며 책에 대한 감상을 슬슬 정리를 해야지, 싶어 이 밤에 컴퓨터를 켜고 다시 모니터를 응시하지만,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의 감상, 괜찮을까.

 

 

 

-

 

 

 

용우, 용휘, 제롬, 소영. 그들- 아니, 실질적으로는 용휘의, 아주 어쩌면 방세옥의 이야기. 1.집주인은 왜 용우에게 옥상에 올라가지 말라고 했는가. 2.용휘는 왜 자신의 집에 초대하지 않는가. 3.용휘가 방세옥일까. 4.방세옥은 정말 권순원의 글을 표절한걸까.……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물음표가 너무 많다. 그것은 신경 쓸 게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자꾸 물음표가 생겨나고, 그 물음표는 또 다른 물음표를 낳았다.

 

 

 

 

 

사랑했던 사람의 냄새를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인생에는 간직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걸. 삶의 이유가 되어주었던 사람이 떠나간 뒤, 용휘는 매일 조금씩 눈에 보이지 않게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억하려 애쓰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래서 늦기 전에 이 모든 기억을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결사적으로 글을 썼고 고대하던 성공을 거두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옥상을 되찾는 것이었다. 죽어 있던 꽃밭을 살려내야 했기 때문이다. p254-255

 

 

결국 사랑, 사랑이었다. 아무 것도 아닌 그가 삶의 목표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그의 언저리를 지르르- 울리는 것이 사랑,이었다는 거다. 왠지 좀 시시하다. 사랑이었다니. 그깟 사랑타령이라니. 그러면서도 나는, 사랑에 다친 그에게 연고를 발라주며 감싸 안아줄 수밖에 없는 (매우 지독하리만큼) 시시한 여자다.

 

 

 

 

자네는 인생이 별로 달콤하지 않은가봐. 빵을 그렇게 많이 먹는 걸 보니.” p41

 

삼십 분 동안에 타르트 세 개를 먹어치우는 용우에게 용휘가 했던 말이다. 어찌, 당신의 인생은 좀 달콤한가? 혹은, 달콤해졌는가?

 

 

 

-

 

 

 

묻겠다. 당신에게 어느 날 절대로,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생긴다면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갖겠는가. p262

 

 

내가 아직까지도 해답을 찾지 못한 것, 이것이었다. 내게는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없었던 까닭이다. 아니 어쩌면, 용휘의 (무언가였던) 사랑은, 그의 인생을 쥐고 흔들 만큼의 강력한 파워를 가져서 나도 내 인생에서 그만큼의 파워를 가졌던 것을 생각해내려 무던히 애를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살면서 어떤 것도 그렇게 표현할 만큼,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할 만큼 간절하지 못했으니까. 어쩌다보니 그것을 내내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내 인생에 회의감이 드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 때문에 조금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생각한다. 나의 터닝포인트는 건축이었고, 내 옆에 있는 그이,. J. 조금 포괄적이지만, 아주 작게, 대답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정말 절대로,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라면, 필사적으로. 하지만 그 필사적,이라는 것이 지금 어떻게 하겠다고 해서 그대로 실행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앞서 라벤더보다야 덜하겠지만 뜬금없이) 도리어 나는 그런 생각에 미친다. 내가 누군가에게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밑줄긋기

 

 

 

늘 그렇지 뭐. 정말 특별한 일은 일생에 한 번 정도밖엔 일어나지 않는 법이니까.”

 

한 번도 안 일어날 수도 있고. 후후.” p47

 

 

 

“() 사람이 누굴 좋아하고 헤어지는 데 이유라는 게 그렇게 부질없는 거더라고. 그러니 누굴 어떻게 만나든 아, 우린 그냥 만날 수밖에 없어서 만났구나, 그러다 헤어져도 아, 헤어질 수밖에 없어서 헤어졌구나 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거야. 이유 같은 거 백날 고민해봤자 헤어졌다는 건 달라지지 않으니까.” p57

 

 

 

고통을 견디는 법은 한 가지밖에 없어. 그저 견디는 거야. , 지금 아무리 괴로워죽을 것 같아도 언젠가 이 모든 게 지나가고 다시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 오리라는 믿음. 그거만 저버리지 않으면 돼. 어쩌면 그게 사랑보다 더 중요할지도 몰라.”

 

내가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아저씨.”

 

믿어. 믿으면 아무도 널 어쩌지 못해.” p64

 

 

 

시간이 지나면 늘 그렇듯 잊힐 일이었다. 세상 모든 화나는 일에 일일이 개입했다간 내 생활이 남아나지 않을 테니까. p70

 

 

 

그래서, 사람의 일생이란 어린 시절의 상처를 평생 동안 치유해가는 과정이라고 하는지도 모르죠.’ p137

 

 

 

그때, 화면이 바뀌느라 암흑이 되어버린 사각의 브라운관 안에 소파에 누워 웃고 있는 용휘의 모습이 무슨 액자 속 흑백사진처럼 담겨졌다. 순간 난, 왠지 그를 거기서 꺼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친구를. 그 정체 모를 사각의 틀 안에서. p143

 

 

 

용우야

 

 

넌 진심이 뭐라고 생각하니?”

 

글쎄요. 뭐 거짓 없는 솔직한 마음?”

 

그래. 그러면 그 진심은 어떻게 알 수 있지?”

 

글쎄요. 어떻게 알지? 허허…… 그냥 믿으면 되나.”

 

맞아. 믿지 않으면 진심도 진실도 없어. 결국 진심이란 건 증명해 보이는 게 아니라 믿어주는 거라고.” p208

 

 

 

 

내가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는 건 나도 아는데, 그런 너는 뭘 가졌냐고 묻는 거야. 비꼬는 게 아니라 정말 알고 싶어서 그래. 방세옥이 내 걸 뺏어가서 내 인생이 요 모양 요 꼴이 됐어요. 그딴 거 말고 너라는 사람이 원래부터 갖고 있던 거, 널 지탱하게 하는 거, 너한테서 아무도 훔쳐갈 수 없는 거. 그게 뭐냐고. 그게 알고 싶다고.” p218

 

 

 

나는 그애의 자유가 죽음보다도 더 두려웠었다. 그래서 떠나기로 했다. 그날, 마지막으로 그애를 꼭 끌어안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입고 있던 티를 벗어 얼굴에 묻고는 한참을 울었다. 좋은 냄새가 났다. p254

 

 

 

묻겠다. 당신에게 어느 날 절대로,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생긴다면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갖겠는가. p262

 

 

 

그때 나는 알았지. 내 평생의 꿈은 언제나 내 목을 조르기만 했다는걸.” p265

 

 

 

, 찍겠습니다. 약간씩만 더 붙으세요.” p277

 

 

 

저는 이제 또 혼자네요.”

 

용우야.”

 

.”

 

인생을 비관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어떻게 되는데요?”

 

더욱 엿같은 일이 너를 기다려.”

 

……

 

그러니까 절대로 비관하지 마. 알았어?”

 

…….” p278

 

 

 

정말 사랑했던 사람하고는 영원히 못 헤어져, 용우씨. 누굴 만나든 그저 무덤 위에 또 무덤을 쌓는 것뿐이지.”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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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부는 사나이 - 제1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기홍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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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에 발 들여놓을 수 있는 건 아직 그곳을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야. 중요한 건 그 순간을 음미하는 거야. 막 책장을 넘기기 직전의 설렘과 기대, 한 발짝씩 내디뎌 갈 때의 즐거움 같은 걸 말이지. 정복의 쾌감만을 생각하는 건 수집가들이나 하는 짓이야. 그리고 시간의 힘을 이기고 살아남은 진짜 책들은 각 분야에 그리 많지 않아. 그러니까 이미 넘겨버린 페이지들을 아쉬워하면서 천천히 읽으라구.” _ P105-106

 

 

 

 

가지고 있는 책들 중 선물받은 책들과, 소장하고 싶은 책들을 제한 후 몇 권의 책을 팔고, 오랜만에 책구입도 할 겸해서 알라딘 중고서점을 찾았다. 참 오랜만에 가는 서점인데도 불구하고, 마음이 금세 포근해져온다. ‘내가 다른 일에 열중하고 있을 때에도 사람들은 책을 많이 찾는구나. 내가 그동안 너무 책을 등한시했었네.’하는 자괴감을 가진 채로 책들을 훑었다. 그 중 저자의 피리부는 사나이를 마주했고, 책장을 뒤적거리는데 쳐져있는 형광펜. 얼마나 좋으면 형광펜을 다 그었을까,하며 읽었고, 순식간에 그 문장이 가슴께에 콕 박혀버렸다. 어느 순간 나는 책을 읽을 때 형광펜보다 포스트잇 플래그를 더 애용하게 되었다. 금세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하지만 그것은, 그저 책에 낙서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변명하는 말에 지나지 않음을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읽으며 긋고싶어,라는 때아닌 욕심으로 형광펜이 그어져있지 않은 다른 책을 찾아서 구매했다. 이 책과의 인연은 그러했다.

 

 

 

 


형 전 말이죠, 세상이 쓸데없는 것으로 가득 찬 무의미한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필요 이상으로 시끄럽고 복잡하고 과장되어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수연이를 알게 되면서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애는 제게 의미의 시작이었다구요. 제가 이 세상에서 다른 의미나 가치를 찾을 수 있따면 그건 그애덕분일 거예요. 그건 마치…… 그건 마치 코기토 같은 거예요. 데카르트의 코기토. 데카르트한테는 그게 모든 진리의 기초였잖아요. 모든 것을 의심해도 의심할 수 없는 한 가지. _ P121

 

 

수연,은 ‘나’의 마음을 자극했다. 그런 수연을 위해 ‘나’는 ‘피리부는 사나이’를 찾아나서고, 이야기의 무대가 런던으로 바뀌면서 ‘나’의 발걸음이 전보다 빨라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나,도 조급해했다. 런던으로 간 후 ‘피리부는 사나이’를 찾는 일에 헛걸음치는, 반복되는 이야기들에 루즈하다, 느껴질 즈음 ‘나’는 헉씨를 만나고 니콜라스를 만나게 된다.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한 김기홍의 「피리부는 사나이」가 태동되었다. 작품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내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 이렇게까지 쌩뚱맞을 수가 없다. 달짝 지근한 연애가 살짝 담궈져있는 성장소설인줄 알았다가, 추리소설인줄 알았다가. 끝끝내 책의 성질을 꼬집지 못하고 나는 이 책을 ‘김기홍’이라 부르기에 이른다. 우회적이지 않으면서 우회적인 그의 문장들은 내게 우호적으로 다가왔고, 결국 그것은 매력적이다,에 미친다. 작가의 사색이 진득하게 묻어나는 이 책은, 내가 이렇게까지 아껴가며 읽은 책이 언제 있었던가,싶을 정도로 여유를 부렸지만, 그러면서도 조급해했다. 그저 작가의 템포에 맞춰 같이 걸어가면 될텐데 나는 여유로운 척,을 해댔으니 말이다. 이야기일줄 알았던 남은 페이지가 심사평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 이야기가 다 끝났다고 깨닫는 순간이었으며, 이야기 결말에서의 아쉬움이 아닌, 이야기가 끝이 났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워 남은 페이지가 심사평이라는 사실에 배신감까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결말을 두어 번 더 읽은 후에 이야기가 어디까지 더 전개되길 바랐던 것인지. 남은 페이지가 고작 심사평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좀 더 야금야금 읽을 수 있었을까,하는 아쉬움일 게다. 또한 심사평의 몇 줄을 읽으며, 책을 덮고 표지의 ‘제15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을 발견했고, 놀라서 옆에 있던 J에게 “이게 이 작가 당선작이래!”라며 쫑알쫑알거렸다. 이후에 기대감으로 다른 작품이 있었는가 찾아보았지만 이 작품이 그의 최신작이라는 사실은 아쉽게만 느껴진다.

 

 

 

“이 책 괜찮은가요?”라고 묻는 이에게는, 장르가 확실한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라면 “당신의 혹평을 기대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책에는 문학, 철학, 미술, 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서 조금은 현기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내겐 참 괜찮았던, 괜찮은 책,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라고 마무리해본다. 이보다 더 주관적일 수는 없으니까. 나,는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게 될 또다른 세계를 향해 걷기 시작한 ‘나’의 발을, 참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나, 수연, 우진, 정현, 이반. 그리고, 피리부는 사나이. 안녕. 나는 이제 내 안의 ‘피리부는 사나이’를 만나러 가야겠다. 어쩐지, 나의 ‘피리부는 사나이’가 들려주는 연주는 요람에서 빽빽거리며 울고 있는 아기가 금세 잠이 들 정도로 평화로웠으면, 참 좋겠다.

 

 

 

 

 

 

 

 


사람 사이의 관계란 한번 형성되고 나면 그 양상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한번 생겨난 물길을 바꾸려면 커다란 고사가 필요하듯 일단 관계에 일정한 흐름이 생겨나면 그 흐름은 특별한 노력 없이는 달라지지 않는다. _ P27

 

 

그러한 대화의 구도, 우리 세 사람이 마주 앉아 이루는 삼각형의 구도가 내겐 더할나위없이 아정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있는 동안은 마치 생활의 번잡한 일들 따위는 전부 사라져버린 것처럼 한없이 느긋한 기분이 들었다. _ P73

 

 

수연과 나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도 있었고, 비할 데 없이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 거대한 망각의 바다로 흘러가버린 대화가 있는가 하면, 마음 한구석에 오랫동안 섬처럼 남는 대화도 있었다. 시간이 쌓여가며 깨닫게 된 것은 중요한 이야기일수록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 당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은 지금은 대부분 잊혀져버렸다. 어쩌면 그중 일부는 기억하고 있되, 그것을 중요하게 느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가장 일상적인 이야기, 반복되는 말버릇, 사소한 몸짓이나 표정 같은 것들이 시간의 파괴력을 이기고 살아남아 수연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녀의 웃는 방식, 이따금 내게 눈을 맞출 때의 표정, 그녀의 말이 갖는 독특한 리듬, 그런 것들. _ P83

 

 

“버렸다는 말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버린다고 버려지는 것도 아니고. 형은 그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거야.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 거니까.” _ P113

 

 

“사람들은 대개 공통점보다 차이점에 신경쓰니까. 차이점들이 하나하나 벽으로 변하는 거지” _ P117

 

 

“오해받는 것도 싫지만 오해를 내 입으로 해명하는 일은 더 싫어. 해명이란 건 하면 할수록 오히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그리고 내가 하는 말을 사람들이 꼭 믿어주는 것도 아니잖아.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한다고.” _ P136

 

 

혼자있을 때 인간은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친구도, 가족도, 연인도, 다른 누구도. 어쩌면 우리가 외로운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_ P139

 

 

“너는 부재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존재를 이해해야 해. 우진이는 너에게 어떤 존재였지? 이제 우진이는 그를 아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해. 그걸 이해하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야.” _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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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메리카노 어쩌면 민트초코 - 달콤 쌉싸래한 다섯 가지 러브픽션
사토 시마코 외 지음, 강보이 옮김, 한성례 감수 / 이덴슬리벨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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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커피를 타두고 여유를 부렸다. 이유랄 것 없이 으레 커피에 연관된 책을 읽을 때나 에세이 혹은 소설 속의 ‘나’가 커피를 마시면 자연스레 커피를 탔다. 그때그때 그들이 마시는 커피는, 또 그 향은 코 끝을 알싸하게 후벼파는 까닭에 나는 책읽기를 잠시 멈추고서라도 커피를 타는거다. 다행스럽게도 내 입은 까탈스럽지 못해서 커피믹스, 그것이면 충분했다. 행여 내가 탄 커피가 그들의 커피에 비할 바 아닐지라도, 참 달콤한걸. 하지만 뜨거운 온기 속으로 향이 피어오르던 커피가 식어버렸을 땐, 가차없이 흘려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차가운 액체가 목구멍 속으로 들어갈 때의 그것은, 달콤함이 지독한 씁쓸함으로 바뀌는 순간,인 까닭이다. 그런 면에서 내게 이 책은 조금 미적지근,하다. 완전히 뜨겁지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찬 것도 아니었다.

 

 

 

 

 

 

 

 

 

그림에 있어 형(테오)이 천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동생, 하지만 오필리아와 직접 대면을 하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가 그림을 세상에 내보이며 입선을 하는 동시에, 그로 인한 형의 좌절, 그리고 한 시체를 양분삼아 틔워진 재스민과 비슷한 향기를 내는 하얀꽃,이야기. _ ‘stranger in paradise’

 

 

 

이미 자글자글한 주름이 가득한 스미레&렌게 자매가 운영하는 7대 불가사의를 지닌 오래된 카페, 바토. 렌게에게 듣게 되는 바토의 비밀. “당신처럼 젊은 사람은 몸에 아직 쓴맛이 배지 않아서 몸이 쓴맛을 찾는 거겠죠.” _ ‘제비꽃 커피와 연꽃 젤리’

 

 

 

파리의 무프타 시장 뒷골목에 있는 추레한 카페, 예멘에서 만난 모카 마타리 향이 나는 모이즈. 어느 날 그곳에서 모이즈의 비보를 듣게 된 그녀. 모이즈를 찾기 시작할 무렵, 생선가게에서 늘 불러주던 마드무아젤!은 마담!의 호칭으로 바뀌면서, 그동안 한 남자가 그녀의 뒤를 따라다니는 것을 비로소 알아차리게 된다. _ ‘내사랑 모이즈...... 모카 마타리의 유혹’

 


날마다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에 변화를 주고 싶어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마키. 그 소소한 일상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아키라가 있다. 유리 잔 제의를 받게 된 마키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는 도중, 아키라의 도움으로 자신이 원했지만 찾을 수 없었던 것을 발견하게 되고, 답례로 그에게 필로덴드론이 그려진 커피 잔을 선물한다. 그리고 그 사이 유리 잔이 다 완성되었고 공방에 가져다주게 되는데... _ ‘비 오는 날에는 킬리만자로를’

 

 

K마을의 사강의 집,과 너무 많이 닮아있는 브람스의 집, 그리고 그녀의 사랑, N의 이야기. “당신도 망설이고 있지? 그래도 상대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선 안 돼.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그가 오기만을 기다려서도 안 돼. (…)” _ ‘커피 마시기 좋은 날’

 

 

 

 

 

 

 

 

 

사랑을 할 때도 꽃을 기를 때와 마찬가지로 시간을 들여야 한다. 사랑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모든 연인이 비슷한 사랑을 하겠지만 오랜 세월 함께한 사랑은 두 사람이 가꾸기 나름이다. _ ‘커피 마시기 좋은 날’ :: 이제까지 내가 겪은 사랑은, 일방적일 수 없고, 일방적이어서도 안 된다고 가르쳐왔다. 두 사람이 함께어야만 비로소 사랑,이 된다. 하지만 함께 하는 그 사랑이라는 것도 너무 불완전해서, 늘 두 사람이 함께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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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면허
조두진 지음 / 예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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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을 하기 전 적어도 내게 1년이라는 시간을 달라,고 했었다. 그 시간은 각자의 삶을 영위하던 두 사람이 한 집에서 살기 위한 시간이었고, 또 그와 함께 살기 이전에 내 삶을 정리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시간이기도 했으며, 나를 가꾸기 위한 시간이기도 한 까닭에. 그렇게 1년이 지났고, 난 이번 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일전에 그에게 말했던 “최고의 여자가 될게”라고 말했는데,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최고의 여자,라니. 당치도 않다. 난 그저, 앞으로도 당신에게 최고의 여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만 이야기할 수 있을 뿐. 결혼을 앞둔 이 시점에서 꽤나 공감이 갈 만한, 책을 만났다.

 

 

 

이 여자가 내 옆에 있으면 내 인생이 얼마나 자랑스러울 것인가_ 나는 올 9월에 계약만료로 일을 퇴사했지만 집에서 쉬기만 하는 성격이 못 되어서 두 달 조금 안 되게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스트레스는 적었고, 수월하게 일을 했었다. 일에 대해 쫑알쫑알대는 내게 그는 그런 나에게 그는 “벨라씨는 참 능력있는 여자야. 어디 내놔도 잘 할거야.”라고 말했었고, 그 말에 “그런데 말이야.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었다면 나를 만났을거야?”라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예상하고 있던 대로 No. 결혼을 결심하기 이전에 “내가 결혼하고 나서도 내 일을 하겠다고 하면 말릴거야?”라는 내 말에 “네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응원해줄거야.” 라고 했던 그였다. 그러고보니 그는 연애초기부터 항상 입버릇처럼 해왔던 말이 있었다. “우린 상호보완적인 존재야. 서로가 발전할 수 있게 도와줘야해. 서로가 서로에게 걸림돌이 되면 안 되는 거야.” - “내가 당신의 스케치북이 되어줄게. 당신이 좀 더 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나도 그럴게.” - 난 그에게 이 책을 다 읽고 토스하기로 했는데, ‘결혼면허’의 여주인공인 서인선에 대해 뭐라고 할지 눈에 빤히 보인다. 하하.

 

 

 

책은 서인선, 그녀는 현재 윤철과 연애중이고 그와의 결혼을 꿈꾸고 있기에, 결혼면허를 따기 위한 1년 과정의 ML 결혼생활학교에 입학하며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그려놓았다. 헌데, 모든 여자들이 다 그러한 것은 아닐텐데, 여자가 결혼에 매달려하는 모습이 자주 비쳐져 보기가 거슬린 점도 깨나 많았는데, 끼리끼리 결혼하라는 말이네. 당연히 대부분 끼리끼리 하지 않나? (…) 그럼 난 백수니까 백수하고 결혼해야해? 그건 아니지. 여자 백수하고 남자 백수가 같냐? 내가 백수로 남은 것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잖아. 결혼해서 남편 잘 보살피고, 아이들 잘 키우는 것이 웬만한 직장 일보다 중요하잖아. 특히 이 부분을 읽고는 뭐 이런 마인드를 가진 여자가 다 있어,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래, 그런 여자들이 있겠지. 나와 생각이 좀 다를 뿐. 그러니까 책에서 인선은, 현모양처가 되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녀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 스스로 빛나는 발광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와 내가 유월, 전국일주를 하던 중 부산에서 혼인신고를 제출하기 전 날에 그에게 말했었다. “나는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될거야.” 지금은, 햇빛이 참 찬란하게 빛나는 11월의 어느 오후다.

 

 

 

 

여성들은 흔히 결혼하면 이전의 친구들과 소원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락을 아예 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남편과 집안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데, 이런 것은 굉장히 나쁩니다. 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취미생활을 계속하고,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일을 붙들고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합니다. 남편과 자식, 집안을 등한시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가족들을 충분히 사랑하고 배려하십시오. 그리고 희생하십시오. 그러나 집착하지는 마십시오. 가족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결혼은 평생을 같이 할 친구를 얻는 것이라고 했다. 나와 가장 친밀하지만 다른 사람과도 얼마든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오직 나하고만 친밀하기를 바라는 것은 몰두고 집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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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 - 다투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얻는 32가지 대화의 기술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실은 나, 그래, 나는 공격적인 사람이다. 무척이나. 가끔은 지인에게도 지독하리만큼, 서슴없이 직설적으로 내뱉는다. 비단 그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그런 말과 행동을 할 때면. 그런 나에게 그는 “너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너만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되잖아.” 라고 진심어린 충고를 했었다. 맞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인데, 그 사람이 왜 내 기준에 부합되어야하지? 내가 뭔데? 내 말이 다 옳은 것도 아닌데. 너무 자만했고, 오만했으며, 또 거만하기까지 하다. 웃긴다, 정말 내가 뭐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그것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럴 땐,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그래,라고 대답하는 습관을 길러야하는데.

 

 

 

조금 창피하지만, 나는 인맥이 그렇게 두텁지 못하다. 내 인맥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에만 한한다. 그걸 반대로 말하자면,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마음이 가지 않으니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그렇게 아니꼽게 나갈 수가 없다. 한때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한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너무 스트레스로 다가와서 “그래, 그게 스트레스라면 차라리 그런 사람과는 말을 하지 말자.”라고 생각한 것이 아직도 습관처럼 내게 들러붙어있다. 까닭에 나는, 참, 사회생활하기가 어려운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인맥은 아직도 한정적,이고, 내 주위엔 적이 드글드글하다. 드글드글.

 

 

 

언품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것은 언제 들어도 늘 공감하는 문장이다. 나는 지금으로 5년 전만 하더라도, 참 무식했다. 그래, 무식했다는 말밖에는 더 이상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생각하는대로 내뱉고, 내뱉은대로 행동하고. 뭐, 지금은 친구들에게 “넌 진짜 많이 변했어. 우린 오빠(그)에게 정말 고마워해야해.”라는 말까지 듣는데, 그건 아마 책을 읽음과 동시에 그와의 만남이 진행되던 시점부터였음을, 난 반발할 길이 없다. 어쨌든, 내가 바뀔 수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도 내 나이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내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모습을 볼 때면 그게 그렇게 무식해보일 수가 없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참 오만한 생각이겠지. “너도 그랬잖아.”라고 하면 할 말 없을거면서.

 

 

 

소통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함께 하는 것이며, 화자와 청자가 공히 교감할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할 때 제대로 이뤄진다는 말이다. (…) ‘특별하다’는 건 거창하고 화려한 표현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상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솔한 감정을 전달하고, 상황에 어울리는 비유와 적절한 유머 등을 대화 속에 녹여낼 때 ‘특별하게 말할 줄 안다’고 할 수 있다. (p222)

 

난 참, 소박한 사람이다. 말하는 것이. 예쁘게 말하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아서 가끔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한 마디 툭, 내던지는 게 다인, 그래놓고 뒤돌아선 그냥 이렇게 얘기할걸,하며 남몰래 후회도 많이 하는, 그런, 사람이다.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어느순간부터인가 소심함까지 겸비하게 되어서는,“내 의도는 A였는데, 혹여나 B로 알아들었으면 어쩌지?”하기도 하고, 뭔가 깊이 생각해야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말을 하기보다는 글을 써서 상대방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글을 쓸 때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으니까.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니까 느끼는 것 같은데, 내 말과 행동이 ‘나’를 나타내는 지표겠구나,생각하곤 해서 좋건 싫건 간에 타인과 ‘소통’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조금 더 나를 가꿔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까닭에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였고, 다 읽고 난 순간까지도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지만, 이따금 멈칫,했던 그 순간들이 읽고 있던 이 책 때문은 아니었을까,하는 의구심은 품게 된다. 막연하게 타인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자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 자신이 조금 더 당당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지.

 

 

 

 

사과를 할 때 ‘하지만’으로 말을 이어나가면 상대방이 당신의 의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당신이 저지른 잘못된 행동에 나름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사과는 무조건 명확하고 짧아야 한다. 길어지면 또 다른 갈등이 배태된다. (…) 사과에도 나름의 유통기한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과의 타이밍’을 지나치게 오래 끌면, 그땐 사과가 아니라 단순한 양보로 변질된다. 사과의 유통기한을 최대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p29)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각자의 마음속에 저마다 다른 풍경의 ‘비밀 정원’ 같은 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는 타인이 잘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추억과 소중한 경험, 아픈 상처, 이루지 못한 꿈 같은 것들이 처연하고 은밀하게 어우러져 있을 것만 같다. ‘한 사람의 근원적 의도를 헤아린다’는 것은 이 정원을 살짝 엿보는 행위와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 낯선 길을 걷다가 아름다운 정원을 들여다보는 심정으로 슬쩍 까치발을 들어보자. 그리고 세심하게 상대를 관찰해보자.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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