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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재테크 - 남편 기 살려 주는 쩐모양처 따라잡기
박미향 지음 / 피톤치드 / 2014년 2월
평점 :
나는 스스로 돈 관리를 시작한 것이 2010년 2월에 처음 입사하면서부터였으니, 이제 겨우 4년이다. 4년 동안 일을 하고 그 돈을 모아 부모님께서 갚아주겠다 말씀하셨던 학자금을 “내가 대출해서 내가 공부했으니 내가 갚는 게 맞다.”며 내가 갚았고, “뭐 필요한 것 없느냐. 이거 사줄까. 저거 사줄까.”하시던 부모님께도 “필요하면 말씀드리겠다.”며 결혼준비도 차곡차곡 해나가서 이제는 한 집 안의 아내가 되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IMF 이후로 급격하게 하락했던 집안의 경제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내게도 알게 모르게 크게 다가왔었던 까닭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하루 500원이었던 용돈이 300원으로 줄어들었다는 것 말고는 내가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데.))
결혼 전에는 막연하게 ‘여자가 살림을 하니까 (소소하게 돈을 쓸 일이 더 많으니까) 당연히 여자가 가지는 게 맞지.’라고 생각해서, 친구가 자기는 경제권을 남편에게 주었다고 했을 때 이해를 하려고 하기는커녕, ‘그렇게 다 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니 말 다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내 결혼생활을 죽죽 그려나가다 보니 가장 걱정이었던 것은, 경제권이었다. 과연 누가 가질 것인가. 당신인가, 나인가. ㅡ 결혼 전 우리는, 자주 ‘경제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서로에게 던지곤 했지만, 사실 ‘답은 정해져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일명 답정너)라는 계획적인 물음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돈 관리는 누가 하기로 했니?”라고 묻던 엄마에게 “리라가 하기로 했어요.”라는 J의 말로 기정사실이 되면서부터 우리는 아니, 나는 그것을 어떻게 분배해야하는지 혼자 깨나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서야 그것이 얼마나 불필요한 생각이었는지 깨닫는다. 한 두 달도 살아보지 않고 어떤 식으로 돈을 분배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한 셈이다. 그리고 함께 살다보니 가장 중요한 또 하나.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타인들(이를테면 부모님,친척, 친구)이 경제권을 물어올 때엔 “내가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 부부의 경제권은 우리,다. 그것은 서로의 용돈을 제외한 ‘우리의 자산’에서 지출이 있을 때, “나 - 사도 돼?”하며 상대방의 허락을 구하는 게 아니라 “-를 사려고 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라고 의견을 묻는 것.
우리는 경제관념이 참 다르다. 하지만 또 같다. 이를테면, 나는 이율은 없지만 안전한 적금,을 선호한다면 J는 안전하진 않지만 묵혀두면 꾸준히 플러스를 낼 수 있는 펀드,를 더 선호한다. 하지만 서로의 견해를 이야기하며 나는 원유펀드를 든 적 있고, J는 적금을 들었다. 또, 우리는 신용카드는 쓰지만 할부는 하지 않는다. J는 그것이 빚이라며 싫어하지만, 내가 할부를 하지 않는 것은, 내가 사는 어떤 물건이든 최소 3개월 이상 아껴줄 자신이 없다는 것이 그 까닭이다. 나는 금방 질려하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난 할부를 할 정도로 사고 싶었던 물건이 없기도 했었고, 항상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에 따른 돈을 미리 빼놓고 마련해두는 방향으로 해왔었는데, J는 그게 아니었다. “이번 달에 성과금 나오는데.” 결혼 전에는 내가 감히 남의 돈을 쥐락펴락하려 하다니,라며 스스로를 제어했지만, 이제 J의 그 말은 내게 씨알도 안 먹힌다. 최대의 수혜자는 언제나 우리,여야만 하니까.
나는 우리의 상황에 맞게 잘 맞춰 재테크를 용이하게 해나가고 자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가정경제가 어떠한 상황인지 진단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기는 하지만 그쪽 분야에 관심이 있어야만 알 수 있는 단어들(이를테면 보험, 펀드, 주식 등)을 솰라솰라하는 순간 나는 그냥 그대로 책을 덮어버린다. 그러면서도 무심코 재테크에 대한 책을 찾아보곤 하는데, 관심이 없어도 관심을 가져야하는 부분이 재테크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남편 기 살려주는 쩐모양처 마녀 재테크 (남편 기를 살려준다는 건 책을 읽고 나서도 뭔지 잘 모르겠지만)에 나오는 부부의 이제 갓 신혼부부인 우리의 상황은 좀 다르다. 달 수입액도, 가정 구성원도, 빚도. 책을 읽으며 안심을 했던 부분은 외벌이 가정의 경우 한쪽이 버는 수입액에 맞춰 지출을 한다. 맞벌이라면 한쪽의 수입으로 생활비를 쓰고 다른 한쪽의 수입으로 그 외의 지출이나 저축을 한다. p.38 라던가, ‘선저축후소비’라던가, 부부간의 재무대화 등. 또 책에는, 저축액을 더 늘리자는 내 말에, 사람은 언제 어떻게 돈이 필요할지 모르니 여윳돈이 있어야한다며 저축액과 한 달 공과금+생활비를 뺀 나머지는 CMA에 돈을 넣어두자는 J의 말에 반박도 했었는데, 공교롭게도 책에서 J와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수입의 10%씩 비상금으로 넣어두는 게 좋다는 것. 몇 번이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책을 읽어나갔다.
한 주부가 있었다. 그녀는 매일 영수증을 차곡차곡 모아두고 가계부에 붙여 놓는 일에 철저했다. 그런데 정작 그녀는 과소비를 했고 남편은 그것이 불만이었다. 영수증을 모아 놓고 가계부를 쓸 정도면 살림을 잘할 것 같았는데 의아했다.
가계부를 제대로 쓰고 있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영수증을 모아 놓는 것이 습관이고 쓴 항목을 가계부에 정리했으나 수입과 지출을 맞춰 보는 일은 전혀 없었다. 가계부가 아닌 금전출납부 수준이었던 것이다. 이 정도면 가계부는 그저 다이어리 꾸미기와 같은 취미 활동인 셈이다. p.150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은 가계부쓰기였다. 난 가계부를 1월부터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책의 본문처럼 영수증을 차곡차곡 모아 붙이고, 지출을 쓰기에 연연해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일 지출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한 달 동안 얼마만큼의 외식을 하는지, 장을 보는지, 그래서 총 식비는 얼마이며, 병원을 가는지, 총 관리비는 얼마이고, 얼마만큼의 주유를 넣는지, 그 외의 교통비나 하이패스는 얼마인지.에 대한 전체적인 정산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아차,싶은 마음에 책을 읽은 4월에 한 달 정산을 시작했는데, 아마 책을 읽지 않았다면 월 정산은 언젠가는 깨달았겠지만 이렇게 빨리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을 것 같다. ㅡ 누구든지 자신에 맞는 재테크가 있어서 똑같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는 식은 사실 재미가 없다.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것은 재빨리 캐치해서 실행에 옮기면 되는 것이고, 관심이 없으면 유유히 흘려보내다가 언젠가 다시 필요할 때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면 그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