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멀리 가고 싶은 너에게 - 시인 엄마와 예술가를 꿈꾸는 딸의 유럽 여행
이미상 글.사진, 솨니 그림 / 달콤한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어디든 멀리 떠나고 싶은 너에게. 유월의 여행을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통째로 잃어버린 나는, 정말 어디든 떠나고 싶었던 것이다. 팔월의 여행을 앞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수기라는 것이 주는 고속도로 정체가 떠올려지는 판국에 여행자체가 그리 흥미롭지 않았던 까닭이리라. 어디든 좋아, 우리, 멀리, 아주 멀리 떠나볼까? 하지만 현실이 주는 막연하기만 한 부풀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야 만다. 그와 나는 항상 얘기를 하곤 하는데, 대화는 이렇다. “당신()이 일을 그만 두면, 꼭 여행가자. 어디든.” 사실 그때는 이미 정해져있고, 여행지 또한 대충 정해져 있어서, 이제 그때만 바라보며 므흣한 미소를 지으며 기다리면 되지만, 그러기엔 하루에도 몇 번씩 여행가고 싶어.”를 읊조리는 내가 있다. 그러다 문득 보게 된 이 책, 엄마와 딸의 여행기란다. 전에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에서 엄마와 아들의 여행을 보며, 미치도록 부러워했던 게 언제라고 이젠 엄마와 딸이란다. 얼마나 또 내 마음을 올칵거리게 만들 정도로 시샘하게 만들까,하며 시작하게 된 책.

 

 

 

예술가가 되고 싶은 딸 김수완(솨니),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엄마 이미상의 개방적인 마인드로 중학교를 중퇴한다. 사실 지금의 엄마들이라면 그게 가능키나 할까, 싶기도 할 정도로, 조금 아니 많이, 위험해보이기도 하다. 정해져있는 규격 안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 말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 이미상의 나는 내가 자유롭고 싶었던 만큼 내 아이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라는 말이 깊숙이 박히게 된다.

 

 

 

솨니는 감당할 수 없는 분노와 열정으로 힘들어한다. 거의 날마다 대상 없는 분노를 내게 표출한다. 어쩌겠는가. 이 혐오스러운 세상에 저를 있게 한 사람이 엄마인 것을. 깊이를 모르는 심연을 만나는 사춘기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외로운 시절이다. 나는 그렇게 아이를 이해하려 한다. (p.60)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혹자는 두 모녀의 투닥거리는 모습이 귀엽게 보이기도 하고, 마냥 부럽게만 보인다고 했는데, 난 왜 그렇지 않지? 이 여행은 순전히 엄마의 노력(이라고 쓰고 인내심이라고 말한다.)이 컸다는 점. 솨니의 모든 행동이, 그저 사춘기 소녀의 행동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도대체 얼마나 받아줘야 저렇게 행동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눈살이 찌푸려진 것도 사실이다.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것이 엄마와 딸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가장 예의를 차려야할 관계가 있다면, 그것은 단연 엄마와 딸이기 때문에 적정의 선을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는 까닭에 딸 솨니의 말과 행동이 짜증을 유발시켰고, 종래는 책을 덮어버리는 현상까지 오고야 만다. 책을 다 읽고도 답답한 마음에, 혹자의 서평에 덧글을 단 적이 있다. “저도 이 책을 읽었지만, 딸의 행동이 무척 불편하게 느껴졌다.”는 내 덧글에 아무래도 엄마와 딸이 평범한 직업이 아니라 예술가라는 특수성이 있어서인지 보통사람의 시선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이라는 대덧글이 달렸다. (, 글쎄. 뭐 사람마다 느끼는 차이가 있으니 그것에 반박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래도 요즘 나의 관심사가 육아로 전향되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여행에세이라는 것보다 이런 면에서 불편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그런 불편함들이 아니었더라면, 나도 지금보다 조금 더 느끼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아주 짙게 남는다.

 

 

 

엄마. 옷 벗어줘.” / “싫어, 나도 추워.” / “엄마는 참아야지, 엄마니깐.”

 

아놔, 짜증나, 임신했을 때 엄마가 뭘 먹었기에 난 매일 짜증이 날까?” / “별걸 다 엄마 탓을 하네. 먹긴 뭘 먹어? 입덧 때문에 먹지도 못했는데.” / “그럼 먹어서 영양실조로 뇌가 이상해졌나? () 안 그랬는데 엄마랑 있으니까 괜히 다시 화가 나.”

 

스무 살이 넘으면 세계의 축제를 찾아가는 여행을 해보라고 하는 엄마에게, “싫어! 난 세계를 돌아다니며 거지들을 그릴 거야. () 근데 엄마가 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해?”

 

이게 다 엄마 탓이야. 엄마가 그리라고 협박했어. () 매일 누군가 나를 협박하거든. 그게 누군지 모르니깐 다 그냥 엄마야. 엄마 탓이야!”

 

엄마의 등에 비둘기똥이 척! 떨어져서 휴지로 닦아달라는 엄마의 말에 더러워, 난 못해!”라고 하니, 지나가던 한국인 남자가 물티슈를 주며 이걸로 닦아드려라. 네가 그렇게 됐으면 엄마는 얼른 닦아줬을 텐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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