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주례사 - 사랑에 서툰, 결혼이 낯선 딸에게
김재용 지음 / 시루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만큼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의 행복이 걸려 있는 것도 없다. 결혼생활도 참다운 뜻에서 연애의 시작이다.”

 

20131123. 결혼한지 어느덧 6개월. 벌써 육,개월,이라니. 시간은, 어쩌면 커피 물 끓이는 시간보다도 더 빠른 것처럼 느껴진다. 결혼. 실은 나, 아직까지도 결혼했다,는 느낌이 확 와 닿지가 않는다. 현재의 우리 집을 우리 집이라고 말하는 것도, 남들한테 J군을 내 신랑이라고 지칭하는 것도, 아직 낯선 (고작) 육 개월 된 새댁이다. 새로운 삶을 살아갈 텐데 고작 몇 달 만에 결정내리고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맞이하는 건 싫어,라며 일 년 동안 그동안의 나의 삶을 정리하며, 또 다른 삶을 맞이할 준비를 했는데도 그게 조금 부족했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아예 없지 않았다. 결혼 전 “J만 있으면 돼.”라고 생각했던 마음은, 결혼 후 난 여기에 아는 사람이 없잖아.”로 끝나서 내가 J를 좀 묶어놓는 경향이 있는건 아닐까,하는 마음까지 들 정도이니. 이제 슬슬 이곳 생활에 적응이 되어야하는데, 항상 뭐든지 적응하는 데에 느렸던 나는, 어김없이 느릴 뿐이다. 이곳에 적응하지 못하는 내게, J는 말하곤 한다. “우리, 너무 빨리 결혼했나?”하고.

 

 

 

자여서 외롭다고 느낄 때는 결혼하면 외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그런 환상을 버려. 둘이 있을 때의 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보다 배가 되는 법이야. 외로움을 극복할 준비가 안 되었다면 결혼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해. 외로움은 결국 남이 채워주는 게 아니라 내가 채워야 견뎌낼 수 있거든. (중략) 남편은 기대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가는 동행자일 뿐이니까. (Page. 21-22)

 

 

나는 처음에, 지독하리 만큼 징징이었다. “이 집에는 내 물건이 없어.”로 시작해서 내 엄마한테 전화하지 마.”라고까지 말했으니 말 다했다. 이러는 내게 J화장대도 네 거고, 이것도 네가 산거고, 이것도 네가 산거고.”라고 말하며 위로해주곤 했는데, 내가 고르긴 했지만, 내가 쓰던 것도 아니고 처음 보는 낯선 풍경들이 처음부터 내 것이 될 리가 없었다. 그랬던 이 집에 이제 내 물건이 하나 둘 생겨났고, 이젠 다 내꺼,란다. “벨라씨, OO 어딨어?” “, 내 방에.” 심지어 안방도, 그렇게 내 방이 되었다.

 

 

 

나는 함께 다른 일을 하더라도 같은 공간에 있는 걸 좋아한다. 같은 공간은 집 전체가 아니라, 말 그대로 같은 공간, ‘을 이야기하는 것. 이를 테면, 내가 혼잣말로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데, 정말 짜증났어.” 중얼중얼 거렸을 때, “그랬어?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대꾸해 줄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어처구니없는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것은 결혼,이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환상일지도 모르겠다. 결혼은 사랑이었으면 좋겠다던 <결혼 전야>의 소미처럼 내게도 결혼은 사랑,이었으니 언제까지고 사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지만 내가 결혼을 결심했을 당시, “결혼은 현실이야.”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는데, 나는 그것이 단순하게도 경제적인 문제일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육 개월의 결혼생활을 한 바에 의하면 결혼은, 싸웠다고 보기 싫으면 보지 마! 연락도 하지 마! 가 아니라, 같은 집에서 같은 공기를 몸에 에워싸고 서로 다른 숨을 내뱉으며, 상대의 보기 싫은 모습까지도 보고 결국은 그 모습까지도 포용하는 것. 그렇게 서서히 내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것.

 

 

 

연애할 때의 사랑은 살면서 정으로 말초신경마다 쌓여. 그렇게 쌓인 정으로 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두 사람만의 세계를 만드는 거지. 설렘과 열정이라는 꽃이 지고 난 자리에 익숙함과 편안함이라는 열매가 맺히는데, 그 열매는 신뢰와 존중이라는 단단한 씨를 갖고 있어. 그게 부부의 사랑인 거야. (Page. 33)

 

<엄마의 주례사>, 혼자 읽고 말기에는 너무 아쉬워 안방 바로 옆, 작은 방에 있는 J에게 큰 소리를 내며 읽어주기도 했었다. 이따금 울컥함이 목울대까지 치밀어 올라와 목소리의 떨림이 그에게도 전달되기도 했을 만큼, 책은 울컥함의 농도는 참으로 짙기만 했다. 실은 요 근래는 계속 컨디션이 너무 좋질 않아 맥도 못 추는 내게 J무슨 일 있니? 뭐가 불만이라 그래.” 하고 물으며 내 눈치를 보기 바쁘다. 오늘 J는 야간근무이고, 나는 오늘 밤 내내 <엄마의 주례사>를 한 번 더 읽을 거다. 마음을 좀 더 완화시켜 내일은 퇴근하는 J에게 웃음을 지어보일 수 있었으면 참 좋으련만. 내일은 J와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며 기분전환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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