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 도시를 삼키는 거대한 구멍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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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현재 무려 지하 6, 지상 123층에 달하는 제2의 롯데월드를 만들고 있고, 그에 따라 인근 주변에서 싱크홀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어 뉴스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으니 말이다. 석회암의 자연 상태나 화강암의 도심에서 싱크홀이 생기는 까닭은 단연 지하수에 있다. 실제로 건설업계에 있으면서 모든 소장님들께서 입을 모아 말하길, 하나의 건물을 지을 때에는 그 동네 전체를 지반을 조사해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반을 조사할 때, 건물을 짓는 그 지반 혹은 1~2m 이내에서만 지반 조사가 실시된다. 아무래도 정해져있는 공사비용과 공사기간이 발목을 붙잡는 것이 그 까닭일 테다. 이따금 싱크홀이 생긴 자리를 비춰주는 뉴스를 접하고도 정말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맞는걸까?하고 의구심이 가져진다. 눈으로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겪은 일이 아니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된 마음인 게다.

 

 

 

그러다가 (이제야) 이재익의 싱크홀을 접하게 되었다. 123층의 초고층 시저스타워의 오픈날, 시저스타워를 지탱하고 있던 지반에 거대한 싱크홀이 생기며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그 안에는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그들을 구해야한다! 라는 것이 이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라고 볼 수 있다. 흡입력은 책 제목인 싱크홀 못지않게 강해서 요 근래 하루 동안 책 한 권을 읽기 버거운 나도 뚝딱 다 읽어냈다. 그래서인지 재미있게 읽은 것 같은데, 뭔가 자꾸만 아쉽다. 먹고 싶은 쵸콜렛을 두고두고 아껴먹다가 다 먹은 뒤에 입맛을 다시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갈증이다. 너무 우연같지 않은 우연을 가장한 동호와 민주의 이야기라던지, (개인적으로 가장 비현실적인 부분. 이 부분은 이럴거면 차라리 로맨스로 가던지, 그랬으면 조금 비현실적이라도 괜찮았을텐데.라는 생각) 연쇄살인범 현태의 등장(이건 또 뭐야?)은 헛웃음이 날 정도로 너무 뜬금없다. 무엇보다 이재익의 싱크홀은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재난소설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재난소설이라고 하면, 재난 속에서 대처하는 인간군상의 모습이 있어야하는데, 재난소설이라고 칭하기엔 사건은 너무 늦게 터졌고, 그 사건은 너무 빨리 종결이 되버렸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읽는 내내 마음이 어수선해진다. 정리도 안 하고 이야기를 억지로 풀어나가는 것 같달까. 아니면 몇 년 전, 주관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압구정 소년들을 읽고 너무 기대를 한 내가 잘못이란 말인가.

 

 

 

저자는 싱크홀을 통해 정말 도심의 거대한 구멍을 말하려 하였는가, 사랑을 말하려 하였는가, 가족의 애틋함을 말하려 하였는가, 재난에 대처하는 인간군상을 말하려 하였는가. 생각해보면 뭐 하나 제대로 말한 게 없는 것 같은데. 그 무엇도 아니라면 그저 술술 잘 읽히는 그러한 책을 내고 싶었단 말인가. 참 오랜만에 만나는 까닭에 반가운 마음이 앞섰던 이재익 작가였는데, 그러기엔 아쉬움이 너무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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