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멋진데! 철학하는 아이 7
마리 도를레앙 지음, 이정주 옮김, 강수돌 해설 / 이마주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① “자, 사세요! 외투, 대접, 단추, 소시지, 화병, 소파, 양탄자, 구두, 빗자루, 거울, 커피잔, 모자, 손가방, 풍선, 세탁기, 암탉, 다리미, 트럼펫, 수영복이 있어요…….”

② “자, 사세요! 구두잔, 가방모자, 양탄자우산…….”

③ “자, 사세요! 식사를 할 수 있는 식탁이 있어요. 요리용 냄비가 있어요. 비를 막아주는 우산이 있어요. 바닥을 쓰는 빗자루가 있어요. 자르는 데 쓰는 가위가 있어요. 목욕할 수 있는 욕조도 있어요.”

우리는 어떤 것에 새롭다고 느끼며 흥분할까?

우리는 ‘must have item’이라는 핑계로 하나씩 물건을 사들이고, 그밖에는 새롭다는 이유로, 신기하다는 이유로, 물건을 사들이곤 한다.

하지만 지금은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처럼 번지는 2017년의 늦겨울이다. 이는 두 음절로 ‘비움’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생활습관의 한 종류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이 미니멀 라이프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되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뭔가 새로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우리가 종전에는 몰랐을까? 아니, 갑자기가 아니라, 우리는 책에 나온 사람들처럼 “오, 멋진데! 여태껏 그런 건 없었잖아.”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뿐이다.

위에 잠깐 언급한 것이, 내가 생각한 이 책 내용의 전부이다.

이 책은 일러스트를 충분히 구경해도 넉넉하게 10분이면 이 책을 다 읽을 수가 있다. 어떤 이는 휘리릭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읽고 나서는 멍한 상태가 되고야 만다. 나는 이 책을 되감기 식으로 세 번을 보았는데, 아무리 보아도 멍청한 얼음이 된 나를 풀어주지 않고 더 견고히 멍청한 얼음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혼자 땡.

나는 굉장히 빡빡한 소비습관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그러지 않을 수 있는데? 라고 생각하다가, 그런 내가 우스웠다. 이 사람들이 내가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오! 획기적인데? 나도 한 번 사볼까?” 생각해보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고. 또 어떤 것은 굉장히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도 있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 난 책의 특정한 장르에 빠질 때가 있다. 지금은 추리를 잘 읽는 편은 아니지만, 한때는 단 며칠이지만 추리소설만 읽었던 시기도 있었다. 작가가 파놓은 속임수에 빠져 “오, 새롭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다가 어느 순간 추리소설에 질려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장르의 책에 손을 뻗는 것.

 

 

 

물론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고, 소비자가 있어야 생산자도 있는 것이 맞다. 누군가의 말처럼 소비습관이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말에 반박하고 싶지도 않다.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것이고, 그 가치관에 내가 개입할 생각은 없으니까. 하지만 이 책을 한 번쯤은 읽어보세요,라고 권해보고 싶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우스운지. -특히 구두에 차를 마시고, 새로운 잠자리에 적응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내가 이 사람의 한 사람은 아닌지. 이것이 비단 소비습관에만 국한되는 것인지 등등에 대해 어린이를 비롯한 어른들에게도 충분한 생각거리를 안겨줄 좋은 동화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쩌다 스페인 어느새 포르투갈 - 찬란한 청춘의 첫 번째 홀로여행
김미림 지음 / 성안북스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여행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너무 추운 겨울과 너무 더운 여름(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여름휴가를 제외하고는)에는 잘 다니지 않는 편이다. 내 친구의 말처럼 어쩌면 난 딱 그만큼만 여행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와 진짜 추웠어! 혹은 와 진짜 더웠어! 로 끝나는 여행은 과정이야 어쨌든 추억으로 남기는 하지만, 아쉬움이 더 짙은 경험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고스란히 미루게 되는 것이다.

 

그때에 내가 하는 일은, 여행기를 찾아보는 일이다. 책도 좋고, 블로그도 좋고, 카페도 좋다. 그러면서 가지 못한 곳에 대해서는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다녀온 곳에 대해서는 나의 여행이 오버랩이 되는 매우 야릇한 경험도 할 수 있다. 특히 내가 다녀온 곳은 더 꼼꼼하게 보면서 뭐야! 나 여기 못 다녀왔는데 ㅠㅠ 여기 어떻게 갔지? 여보여보, 우리는 여기 들어가려고 했는데 못 들어갔잖아!!!” (이를테면, 프라하 틴성당...) 하며 이런 아쉬움이 격한 감정으로 바뀌기도 일쑤이고. 또 꼭 그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타인의 여행을 눈으로 좇는 일, 사실 그것만으로도 즐거우니까. 어떤 날에는 하루 온종일 여행기에 빠져있는 날도 있다. 그이가 핸드폰 좀 그만해!라고 타박하면 어쩔 수 없이 강제로 핸드폰을 off 시켜야 하는 날도 있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으레 여행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어릴 적 여행이 전부였으니까. 어릴 적 여행은, 집안의 모든 물건, 그러니까 텐트부터 시작하여 그릇이며 냄비며 집안의 살림들을 전부 다 가져갔다가 전부 다 가지고 오는 일. 물론 어릴 때의 여행에 대한 추억은 깊어서 무궁할 정도지만, 조금씩 크면서 여행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는 까닭이었다. 또한 어딘가를 다녀와서의 그 피로함도 여행에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작용되었는데, 2013년 결혼 직전에 전국 여행을 하면서 뒤늦게 여행에 대한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날은 점점 따듯해지고 있고, 겨울잠을 자듯 웅크리던 나도 이제 슬슬 기지개를 켤 일만 남았다. 이제 슬슬 준비하던 여행들을 하나둘 가동해야지 부릉부릉=333 하고 있는 찰나에 눈에 띈 책. 어쩌다 스페인 어느새 포르투갈

 

 

그 책이 조금 남다르게 다가온 것은 곧 다가올 포르투갈 여행이 있어서이기는 했지만, “넌 여행을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건 아닌가봐.”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가고 싶은 곳과 아닌 곳이 분명한 탓에 스페인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나였는데, 블로그 이웃 중 내가 참 좋아하는 엘리 님의 스페인 여행기를 보며 나도 언젠가 빼곡한 톨레도의 전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어 스페인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그저 해외여행이라는 막연함 때문에 가지도 못할 곳이라고 생각하고 여행기를 부러 찾아보지 않았는데, 참 신기하기도 하지. 예전엔 그저 막연하기만 했던 미지의 곳들이 현실로 다가오는 그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윤활유가 된다는 것을 여전히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책을 읽으며 나도 욕심나던 것.1

 

셀프 가이드북! 사실 나는 여기엔 뭐가 있고 뭐가 있으니 이렇게 가야겠다.는 식의 동선을 짜는 정도로만 찾아보는 편이었다. 어떤 이는 많이 보면 감흥이 덜 하다던데, 나는 그보다는 내가 직접 보고 조금 다르게 느끼고 싶다는 이상한 욕심 같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고, 다녀와서 난 분명 그걸 보고 왔는데 아무런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다. 역시 사람은 모든 것에 감정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처럼 아는 것에 더욱 집착하여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그이에게 선언했다. “여보, 내가 또 일을 벌일 것 같아.” “?” “셀프 가이드북을 만들 거야.” “???? 하지 마. 또 스트레스받을 거면서.” “맞아. 어떤 사람들은 하면서 스트레스 엄청 받는데, 다 하고 나면 뿌듯하다고 하더라.”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갔는데, 그이는 어휴~”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셀프 가이드북을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것을 셀프 가이드북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처음 여행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 전국일주를 하면서, 그날그날의 동선을 적어두고 계획해둔 것. 그리고 밑에 짤막하게 쓰는 란도 만들어 두었었다. 이번에 셀프 가이드북을 만들게 된다면 어쩌면 그것보다는 확장이 되겠지만, 벌써부터 설렌다. 하지만 나는 셀프 가이드북에 이 건물의 역사와 유래 이런 것까지는 넣지는 않을 생각. 나는 언제나 심플한 것을 추구하니까.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의 수첩이면 더 좋겠다. 어쨌든 나만의, 혹은 우리만의 셀프 가이드북을 따로 만들어둔다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의 일부일 것 같다. ps. 이번에는 시시때때로 쓸 수 있는 여백의 노트를 충분하게 만들어둬야지!

 

 

 

책을 읽으며 나도 욕심나던 것.2

 

그리고 여행을 가서 하루에 한 장씩 엽서를 쓰는 것 역시 참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그것까지 한다고 하면 그이는 아마 조금 많이 말릴 것 같기는 하다. 엉뚱한 곳에 강박관념이 있는 나는 그걸 하지 않으면 여행이 망쳐버렸어! 라며 우울해할지 모른다는 것이 그이의 판단일 것. (안 봐도 안다. 하하.) 그래도 해보고 싶다! 대상은 누구라도 좋을 것 같다. 그게 내가 나에게 보내는 엽서일지라도.

 

 

 

 

책의 본문에는 히스로 공항에서의 두근두근하는 입국 심사, 읽기만 해도 매력 넘치는 톨레도, 공항에서 잃어버린 핸드폰을 다시 찾는 행운, 포르투갈에서 몇 번이나 소매치기를 당할 뻔했던 일들, 칼로리 폭탄의 주범 포르투의 프란세지냐, 포트 와인, 와이너리 투어, 벨렘지구의 에그타르트, 유럽의 땅끝마을 로카 곶(호카 곶), 그토록 기대했던 세비야 대성당에 결국 가지 못하게 된 것, 타지에서 만난 동행인, 카우치 서핑, 낯선 곳에서의 히치하이크, 캄프 누에서의 직관 등등 읽을거리가 적게는 한 페이지, 많게는 서너 페이지씩 짧게 나누어져 있어서 읽는데도 부담이 없었다. 그리고 뒷부분에는 여행 준비의 A to Z 라고 하여,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일종의 tip이 기재되어 있고, 스페인&포르투갈 OR only 스페인 OR only 포르투갈의 일정도 써두어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페인을 다녀온 각기 세 자매의 인터뷰가 있어서 읽다가, 어쩐지 좀 불편해져서 그 부분은 패스를 했다.

 

 

+ 책에 블로그 주소가 나와 있어 들어가 보았는데, 블로그는 들어가지 말걸. 책을 읽을 때의 느낌과 블로그의 글을 볼 때의 느낌이 너무 많이 달라서, 조금 혼란스러워졌기 때문. 뭔가 더 쓸 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만 써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쁜 어린이 표
황선미 지음, 이형진 그림, 서울초등국어교과교육연구회 / 이마주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에 독서논술 강의는 어린이 동화를 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그 중 나쁜 어린이 표는 어린이 필독서 중 한 권이었는데, 실제로 강의시간에 문제 예시로도 많이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읽지 않아도 이야기를 대충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그 책은 꼭 읽어봐야지 싶어서 도서관을 찾으면 어린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동화라서 그런지 매번 대출 중이었고, 몇 번 반복하다가 서서히 잊혀져갔다. 그런데 이번에 나쁜 어린이 표가 새 옷을 입고 출간이 된다고 하니 나도 아는(정확히는 들어본) 책인데! 하면서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다.

   

   

   

반장 선거에서 떨어진 건우는 장난을 치다가 화분을 깨뜨려 노란색 스티커를 받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쁜 어린이 표는 가령, 준비물을 못 챙겨 왔을 때, 공부 시간에 떠들었을 때, 욕했을 때, 싸웠을 때, 숙제 안 해왔을 때, 복도에서 뛰었을 때 받게 되는 것으로, 담임선생님은 매를 들지 않는 대신에 노란색 스티커인 나쁜 어린이 표를 주겠다고 말했는데, 그것을 건우가 처음으로 받게 된 것이었다.

   

뒤이어 수업 시간에 늦어 나쁜 어린이 표를 두 장씩이나 받게 된 건우는 일기를 꼬박꼬박 내야겠어. 쓰레기도 줍고, 발표도 잘해야지. 착한 어린이 표를 받으면 나쁜 어린이 표를 덜어 준다고 하셨잖아.라는 생각도 잠시, 건우는 자꾸만 나쁜 어린이 표를 받게 되는 그 상황들이 너무나도 불만이다.

   

나는 여태껏 내가 나쁜 애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왜 자꾸 나쁜 어린이 표를 받는지 모르겠어요. 내 이름 옆에 네 번째 나쁜 어린이 표가 붙었거든요. 욕을 해서요. 나는 이번에도 무척 못마땅했어요. 욕한 게 잘했다는 게 아니라 불공평하다는 말이에요. 내가 욕한 것은 화장실이니까 선생님이 들었을 리가 없잖아요. 나는 남자고 선생님은 여자라고요.

이건우! 화장실에서 욕했다면서?”

안 했는데요?”

거짓말까지 하면 더 나빠. , 한 장!”

   

   

건우의 생각대로, 선생님이 나쁜 어린이 표를 주는 것에는 규칙이 없고 또 불공평하기까지 했다. 책을 읽는 동안 나조차도 반발심이 생겨나며 남몰래 수첩에 선생님에게 나쁜 선생님 표를 주는 건우를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쁜 선생님 표 하나! 고자질한 애한테도 나쁜 어린이 표를 줘야지요.

나쁜 선생님 표 둘! 싸움은 지연이가 먼저 시작했어요.

나쁜 선생님 표 셋! 저도 발표 좀 시켜 주세요.

나쁜 선생님 표 넷! 창기는 떠든 게 아니라 수학 문제를 물었을 뿐이에요.

나쁜 선생님 표 다섯! 선생님은 친절하지 않아.

나쁜 선생님 표 여섯! 노란색은 싫어.

나쁜 선생님 표 일곱! 규칙을 마구 바꾸면 안 돼요.

나쁜 선생님 표 여덟! 창기가 왜 늦었는지 물어봐야지요.

   

   

   

선생님의 나쁜 어린이 표를 주는 행동에는 분명 신중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쁜 어린이 표를 주는 것으로서 너는 나쁜 어린이야.’라고 강제적으로 낙인을 찍는 것인데, 어린이 스스로 역시, 건우처럼 나는 나쁜 어린이가 아닌데 왜 자꾸 나쁜 어린이 표를 받게 되는 거지?’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과 동시에 어린이들도 그 아이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된다는 것 때문이었다. 쟤는 나쁜 어린이 표를 많이 받았어. 쟤랑 어울리면 나도 받게 될 거야. 라는 식의 편견을 누구도 아닌 선생님이 만들어주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렇게 선생님을 욕하며 어린 건우의 마음을 다독이는 것이 전부가 되도록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다. 우리가 보아야 하는 것은 마지막에 있었다. (이 부분은 서평에 기재하지 않으려 한다.) 짧은 이야기 속에 큰 교훈이 담겨있었다. 어쩌면 그 마지막 부분이 이 책을 오랜 시간동안 사랑을 받게 만들어준 것은 아닐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윤동주 DIARY (Future Me 5 years)
윤동주 100년 포럼 지음 / starlogo(스타로고)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윤동주 시집은 진즉에 구매하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마음에 드는 시집을 찾지 못 했다.

지금 시중에 나와있는 윤동주 시집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 안에 든 내용물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 라는 생각과는 무색하게 그렇게 나는 외관을 따지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언젠가 구매할 책이 윤동주 시인의 시집이었다. 그래서, 그러니까, 그러므로 - 급할 건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상황이 좀 달랐다. 이 다이어리를 보자마자, 이건 사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내가 다니던 학교만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고등학생 때, 국어시간에 우리는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시를 오롯하게 외워야만 했다.


[근데 아마 이건 우리 학교의 특징인 것 같다. 나는 정치시간에 헌법도 외워야만 했는데... J는 그게 너무 이상하다고 했다.]

[=내가 공부를 싫어하는 게 너무 이상한 일도 아니었던 것 같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아무튼 나는, 윤동주의 시를 읊었다. 이유는 그 당시에 윤동주 시인이 잘 생겼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윤동주 시인이 잘 생겨서 좋아했다는 나의 말에,

J는, “뭐야, 머리가 벗어졌잖아? 이런 스타일 좋아해?” 라고 놀려댔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학사모를 쓴 반듯한 얼굴은 당시 내가 윤동주 시인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언젠가부터 ​나는, 반듯하고 신념이 강한 사람을 좋아해왔는데,

윤동주 시인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을 수도 있겠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나는, 사람이 어느 나이가 되면 ​생각이 깊어지는 진짜 어른이 될 줄 알았다.

 

 

 

 




지난 연휴 동안, 영화 「동주」를 또 보았고, 배우 강하늘 씨가 읊는 시를 듣고,

나는 다이어리 속에 있는 그의 시를 들여다보았다.

 

 

 

 





그의 시는 유약하지만 강인하고, 간결하지만 마음을 가득 채운다.


나는 윤동주 시인을 보자마자 좋아했기 때문에, 어떠한 저항심도 생길 수가 없었다.

사람이 틀에서 깨어지려면 균열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균열이 생길 틈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누군가의, 그가 왜 독립운동가인가. 하는 질문에 덩달아 의문이 생겼었다.

그는 독립운동가이기보다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것만 하려던 어쩌면, 지독한 고집쟁이일지도 몰랐다.


사실 나는 윤동주가 왜 독립운동가인가.에 대한 근거는 몰라도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미 수능을 위한 언어 공부를 할 때에, 이미 충분하게 시를 파헤쳤기 때문에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던 까닭이다.

시대에 저항했던 시인으로 알려진, 언행일치를 꿈꾸었던 시인 윤동주. 그 외에 내가 느끼지 못한 것은 필요 없었다.



 

 

 

 

 




나는 사실, 이곳에 지금까지도 아무것도 쓰지 못 했다.

단순하게 말한다면, 무엇을 쓸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단순하게는,

그대로의 보존 가치도 꽤 크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제때에 유용하게 쓸 수 없는 거라면,

소유할 필요 자체가 없다고 생각해왔던 나의 가치관에 따라, 곧 쓸 일이 생길 것이다.


나는 이 다이어리를 독서노트로 쓰기도 했다.




/내가 생각했을 때, 그게 가장 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때문에.


 

 

 

 

 

 




ps. 질감이 참 좋다. 보들보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왕조실톡 5 - 두 명의 왕비 조선왕조실톡 5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한국사를 다시 공부하고 싶다고 느끼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남편 J의 영향이 컸다. 중·고등학교 시절, 달달 외워야만 했던 한국사는 내게 그리 재미있는 과목은 아니었다. 부끄럽지만, “아, 그 사람? 알지! 근데 그 사람이 뭐 했더라?”라는 식의 들어보기만 했던 인물이 내게는 많았다. 그런 나의 얕디 얕은 지식은 남편 J와 이야기할 때 자주 드러났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J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이었지, 함께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못 되었다. 처음엔 그런 부분에 대해 자격지심을 느꼈지만, 모르는 것을 무시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무식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한국사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곧바로 EBS에 무료로 올라와있는 한국사를 수강했고, 웹툰인 「조선왕조실톡」도 몇 편 보았다. 그런데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나는 언젠가부터 한국사를 더 재미있게 수강하기 위해 웹툰을 보았고, 웹툰을 더 재미있게 보기 위해 한국사를 수강하고 있었다. -조만간 다시 한국사를 처음부터 수강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다시다시!-

 

사실 나는 「조선왕조실톡」이 나오면 나오는 족족 사들이곤 했다. 내가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남동생에게 선물해주기 위해서. 그래놓고 나는 웹툰으로 본 것이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동생에게 주기 전에 먼저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조선왕조실톡5」에서는 현종, 숙종, 경종, 연잉군을 다루었는데 가장 낯익은 것은 숙종이요, 가장 낯선 것은 현종이었다.

 

왕세자인 소현세자가 왕이 되지 못하고 인조의 뒤를 이은 것은 둘째아들인 봉림대군, 즉 효종이었다는 것까지가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효종이 승하로 자의대비(장렬왕후)가 상복을 1년을 입니, 3년을 입니 하는 예송논쟁이 있었다는 것을 부끄럽게도 처음 알게 되어서 책을 읽다말고 그 부분에 대해 더 찾아보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첫째아들이든 둘째아들이든 나라의 왕이 죽음이라는 이유만으로도 3년인 참최복을 입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잠시 들었다. 그런데 해설을 보다시피, 왕이 자체적으로 몇 년 입겠다고 결정한다면 상복을 1년을 입든, 3년을 입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결국 예송논쟁이라는 것은 혼란스러운 시대 + 왕권의 약화가 원인이었을 것 같다. 준비가 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왕의 자리에 앉게 된 현종, 그야말로 비선실세를 행하기 적합한 케이스였을 것. 그 외에도 현종이 눈이 나빴다거나 종기가 자주 생겼다는 것, 남매간의 우애가 두터웠다는 것, 후궁을 들이지 않은 유일한 왕이라는 것 등은 모두 처음 안 사실이라, 꽤 흥미로웠다.

 

숙종. 말할 것도 없다. 나는 부모 위에 뛰는 자식 있다고 딱 그 짝이다. ‘성종의 아들은 연산군’이라는 것과 비슷하지만, 연산군 그를 따라올 자는 없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숙종이 더 어이없을 지경!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는 말에 “사랑은 변하지 않아,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거야.”라고 아주 뻔뻔하게 말할 수 있는 남자. 결국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여자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그 사이에서 낳은 아들 경종도 그렇게 구박했다고. 그래놓고 인현왕후에게 다시 사랑을 애걸복걸. 에레이. 줘도 싫다. 어쩌면 숙종은, 사랑이라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닐까? 사랑은 좋으면 가지고 싫으면 버리는 장난감이 아니란다, 이 줏대 없는 남자야.
또 숙종이 재위 기간 동안 경신환국 (또는 경신대출척), 기사환국, 갑술환국이 일어났었다. 이때에는 사화가 벌어지면, 상대파를 완전히 몰살 시켜 버렸기 때문에 더욱 무서웠다고 한다. 그러다가 새로운 환국이 벌어지면 지난번에 당했던 당파는 받은 만큼 복수를 하려고 했고, 몰살은 반복되는 상황이 지속되어 결국은 변변찮은 신하들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는 것. 참, 사랑도 정치도 못하던 사람이 아닐까. 잘 한 게 뭐냐. ps. 숙종은 약간 분노조절장애도 있었던 것 같다. (=연산군과 똑같아......)

 

경종은 숙종과 장희빈의 아들로,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와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숙종의 사랑을 극진히 받다가, 장희빈과의 사이가 틀어졌고 이후부터는 숙종에게 지독한 미움을 받았다. 폐세자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던 경종은 어찌어찌 왕이 될 수 있었지만, 유일하게 고자임을 증명한 왕이었다. 다른 이야기로는 장희빈이 사약을 마시기 전, 경종의 중요부위를 거칠게 잡아끌어서 그렇다는 등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정확한 것은 알 수가 없다. 어쨌든 경종은 후손을 가질 수 없다는 전제하에, 숙빈 최씨의 첫째아들, 연잉군(영조)을 후계자로 삼았다.
그런데 사실 숙종은 경종보다 연잉군을, 연잉군보다 연령군을 더 많이 총애했다. (이 자식은 여자도 좋아했다 싫어했다, 자식도 좋아했다 싫어했다. 도대체 기준이 뭐야?) 어쩌면 연령군이 21세의 나이에 죽지 않았더라면, 연령군이 후계자로 오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처음에 읽으면서는 필터링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실록에 기록된 것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고 하니 내가 아는 범위에서 하나둘 더해가는 방식으로 읽었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을 오롯하게 다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알고 있다. 언젠가 실록을 읽어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보기도 한다. 다음 왕인 영조는 어떻게 그려지게 될지, 벌써부터 사뭇 궁금해진다.

한 가지 불만(?)인 것은, 꼭 맞춤법이나 한글을 저렇게 써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생긴다. 더 이상 역사는 내가 공부했던 것처럼 외우기만 해서 될 일이 아니라, 역사도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도 이해를 하겠지만, =어린 나이의 왕이라면 저런 말투를 구사하고 맞춤법도 저렇게 틀린단 말인가. 싶어서. 지금의 트렌드에 맞게 나온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 부분은 볼 때마다 무척 거슬리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