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멋진데! 철학하는 아이 7
마리 도를레앙 지음, 이정주 옮김, 강수돌 해설 / 이마주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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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자, 사세요! 외투, 대접, 단추, 소시지, 화병, 소파, 양탄자, 구두, 빗자루, 거울, 커피잔, 모자, 손가방, 풍선, 세탁기, 암탉, 다리미, 트럼펫, 수영복이 있어요…….”

② “자, 사세요! 구두잔, 가방모자, 양탄자우산…….”

③ “자, 사세요! 식사를 할 수 있는 식탁이 있어요. 요리용 냄비가 있어요. 비를 막아주는 우산이 있어요. 바닥을 쓰는 빗자루가 있어요. 자르는 데 쓰는 가위가 있어요. 목욕할 수 있는 욕조도 있어요.”

우리는 어떤 것에 새롭다고 느끼며 흥분할까?

우리는 ‘must have item’이라는 핑계로 하나씩 물건을 사들이고, 그밖에는 새롭다는 이유로, 신기하다는 이유로, 물건을 사들이곤 한다.

하지만 지금은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처럼 번지는 2017년의 늦겨울이다. 이는 두 음절로 ‘비움’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생활습관의 한 종류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이 미니멀 라이프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되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뭔가 새로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우리가 종전에는 몰랐을까? 아니, 갑자기가 아니라, 우리는 책에 나온 사람들처럼 “오, 멋진데! 여태껏 그런 건 없었잖아.”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뿐이다.

위에 잠깐 언급한 것이, 내가 생각한 이 책 내용의 전부이다.

이 책은 일러스트를 충분히 구경해도 넉넉하게 10분이면 이 책을 다 읽을 수가 있다. 어떤 이는 휘리릭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읽고 나서는 멍한 상태가 되고야 만다. 나는 이 책을 되감기 식으로 세 번을 보았는데, 아무리 보아도 멍청한 얼음이 된 나를 풀어주지 않고 더 견고히 멍청한 얼음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혼자 땡.

나는 굉장히 빡빡한 소비습관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그러지 않을 수 있는데? 라고 생각하다가, 그런 내가 우스웠다. 이 사람들이 내가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오! 획기적인데? 나도 한 번 사볼까?” 생각해보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고. 또 어떤 것은 굉장히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도 있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 난 책의 특정한 장르에 빠질 때가 있다. 지금은 추리를 잘 읽는 편은 아니지만, 한때는 단 며칠이지만 추리소설만 읽었던 시기도 있었다. 작가가 파놓은 속임수에 빠져 “오, 새롭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다가 어느 순간 추리소설에 질려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장르의 책에 손을 뻗는 것.

 

 

 

물론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고, 소비자가 있어야 생산자도 있는 것이 맞다. 누군가의 말처럼 소비습관이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말에 반박하고 싶지도 않다.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것이고, 그 가치관에 내가 개입할 생각은 없으니까. 하지만 이 책을 한 번쯤은 읽어보세요,라고 권해보고 싶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우스운지. -특히 구두에 차를 마시고, 새로운 잠자리에 적응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내가 이 사람의 한 사람은 아닌지. 이것이 비단 소비습관에만 국한되는 것인지 등등에 대해 어린이를 비롯한 어른들에게도 충분한 생각거리를 안겨줄 좋은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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