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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톡 5 - 두 명의 왕비 ㅣ 조선왕조실톡 5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평점 :
내가 한국사를 다시 공부하고 싶다고 느끼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남편 J의 영향이 컸다. 중·고등학교 시절, 달달 외워야만 했던 한국사는 내게 그리 재미있는 과목은 아니었다. 부끄럽지만, “아, 그 사람? 알지! 근데 그 사람이 뭐 했더라?”라는 식의 들어보기만 했던 인물이 내게는 많았다. 그런 나의 얕디 얕은 지식은 남편 J와 이야기할 때 자주 드러났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J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이었지, 함께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못 되었다. 처음엔 그런 부분에 대해 자격지심을 느꼈지만, 모르는 것을 무시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무식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한국사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곧바로 EBS에 무료로 올라와있는 한국사를 수강했고, 웹툰인 「조선왕조실톡」도 몇 편 보았다. 그런데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나는 언젠가부터 한국사를 더 재미있게 수강하기 위해 웹툰을 보았고, 웹툰을 더 재미있게 보기 위해 한국사를 수강하고 있었다. -조만간 다시 한국사를 처음부터 수강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다시다시!-
사실 나는 「조선왕조실톡」이 나오면 나오는 족족 사들이곤 했다. 내가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남동생에게 선물해주기 위해서. 그래놓고 나는 웹툰으로 본 것이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동생에게 주기 전에 먼저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조선왕조실톡5」에서는 현종, 숙종, 경종, 연잉군을 다루었는데 가장 낯익은 것은 숙종이요, 가장 낯선 것은 현종이었다.
왕세자인 소현세자가 왕이 되지 못하고 인조의 뒤를 이은 것은 둘째아들인 봉림대군, 즉 효종이었다는 것까지가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효종이 승하로 자의대비(장렬왕후)가 상복을 1년을 입니, 3년을 입니 하는 예송논쟁이 있었다는 것을 부끄럽게도 처음 알게 되어서 책을 읽다말고 그 부분에 대해 더 찾아보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첫째아들이든 둘째아들이든 나라의 왕이 죽음이라는 이유만으로도 3년인 참최복을 입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잠시 들었다. 그런데 해설을 보다시피, 왕이 자체적으로 몇 년 입겠다고 결정한다면 상복을 1년을 입든, 3년을 입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결국 예송논쟁이라는 것은 혼란스러운 시대 + 왕권의 약화가 원인이었을 것 같다. 준비가 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왕의 자리에 앉게 된 현종, 그야말로 비선실세를 행하기 적합한 케이스였을 것. 그 외에도 현종이 눈이 나빴다거나 종기가 자주 생겼다는 것, 남매간의 우애가 두터웠다는 것, 후궁을 들이지 않은 유일한 왕이라는 것 등은 모두 처음 안 사실이라, 꽤 흥미로웠다.
숙종. 말할 것도 없다. 나는 부모 위에 뛰는 자식 있다고 딱 그 짝이다. ‘성종의 아들은 연산군’이라는 것과 비슷하지만, 연산군 그를 따라올 자는 없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숙종이 더 어이없을 지경!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는 말에 “사랑은 변하지 않아,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거야.”라고 아주 뻔뻔하게 말할 수 있는 남자. 결국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여자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그 사이에서 낳은 아들 경종도 그렇게 구박했다고. 그래놓고 인현왕후에게 다시 사랑을 애걸복걸. 에레이. 줘도 싫다. 어쩌면 숙종은, 사랑이라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닐까? 사랑은 좋으면 가지고 싫으면 버리는 장난감이 아니란다, 이 줏대 없는 남자야.
또 숙종이 재위 기간 동안 경신환국 (또는 경신대출척), 기사환국, 갑술환국이 일어났었다. 이때에는 사화가 벌어지면, 상대파를 완전히 몰살 시켜 버렸기 때문에 더욱 무서웠다고 한다. 그러다가 새로운 환국이 벌어지면 지난번에 당했던 당파는 받은 만큼 복수를 하려고 했고, 몰살은 반복되는 상황이 지속되어 결국은 변변찮은 신하들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는 것. 참, 사랑도 정치도 못하던 사람이 아닐까. 잘 한 게 뭐냐. ps. 숙종은 약간 분노조절장애도 있었던 것 같다. (=연산군과 똑같아......)
경종은 숙종과 장희빈의 아들로,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와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숙종의 사랑을 극진히 받다가, 장희빈과의 사이가 틀어졌고 이후부터는 숙종에게 지독한 미움을 받았다. 폐세자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던 경종은 어찌어찌 왕이 될 수 있었지만, 유일하게 고자임을 증명한 왕이었다. 다른 이야기로는 장희빈이 사약을 마시기 전, 경종의 중요부위를 거칠게 잡아끌어서 그렇다는 등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정확한 것은 알 수가 없다. 어쨌든 경종은 후손을 가질 수 없다는 전제하에, 숙빈 최씨의 첫째아들, 연잉군(영조)을 후계자로 삼았다.
그런데 사실 숙종은 경종보다 연잉군을, 연잉군보다 연령군을 더 많이 총애했다. (이 자식은 여자도 좋아했다 싫어했다, 자식도 좋아했다 싫어했다. 도대체 기준이 뭐야?) 어쩌면 연령군이 21세의 나이에 죽지 않았더라면, 연령군이 후계자로 오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처음에 읽으면서는 필터링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실록에 기록된 것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고 하니 내가 아는 범위에서 하나둘 더해가는 방식으로 읽었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을 오롯하게 다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알고 있다. 언젠가 실록을 읽어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보기도 한다. 다음 왕인 영조는 어떻게 그려지게 될지, 벌써부터 사뭇 궁금해진다.
한 가지 불만(?)인 것은, 꼭 맞춤법이나 한글을 저렇게 써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생긴다. 더 이상 역사는 내가 공부했던 것처럼 외우기만 해서 될 일이 아니라, 역사도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도 이해를 하겠지만, =어린 나이의 왕이라면 저런 말투를 구사하고 맞춤법도 저렇게 틀린단 말인가. 싶어서. 지금의 트렌드에 맞게 나온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 부분은 볼 때마다 무척 거슬리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