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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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파블로 네루다

 

 

 

 

 

정말 미안하게도 나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만으로도 골머리가 아파죽겠다. 그런데 세계 기아문제까지 플러스로 내 머릿 속을 헤집는 것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은 그 불편한 진실들에 마주 설 수가 없어서, 이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내가 특별히 해줄 수 있는게 없으니까. 얼마만큼의 도움의 손길이 오가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얼만큼의 도움이 필요한지 알 수 없었고 그 생각에서 비롯된 내 한계성을 느끼기도 싫었다. 그래서 특가가 떠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책 중 한 권이었다. 그러다가 손에 들어와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은 생각보다 가벼웠지만, 책 속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무거움이 펼쳐져있었다. 나는 기아문제의 원인과 실태를 어느 깊이까지 생각해보았을까? 솔직히 말하면 정말 부끄럽고 미안하게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 피부에 직접 닿지 않았기에 이렇게까지 이기적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불편한 진실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그것을 생각하는 일조차도 내게는 너무 버겁다. 그렇기에 고개를 돌려 회피해버리고, 무관심으로 일관하게 된다. 하지만 외면해버린다고 해서 있는 일이 없는 일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책의 저자는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했었고 지금은 유엔 인권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있는 나에게는 너무도 낯선 그, 장 지글러이다. 그는 우리에게 조금 힘들게 다가올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아들 카림이 묻는 말에 대답해주는 형식의 글을 취함으로써 우리가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는 무관심에 따른 무지함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판단하며 비판했고, 해결책이 있음에도 기아를 불가항력으로 보거나 자연도태의 결과로 보아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세를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구지 검색해보지 않아도 제목으로나마 간접적으로 내용을 대충 알 수 있었기에 표지만으로도 불쌍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 읽고 난 지금은 나 살기에만 바빠서 너무 관심을 두지않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안해졌으나 딱 거기까지만 이었다. 나는 생각보다 냉정한 사람이라 불쌍한 사람을 보면 안타까워서 눈물을 흘리며 퍼주기보다는 그저 무심하게 지나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배 곪고 못 입는 사회의 사람들이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고 해도 100원도 쥐어주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내가 왜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손에 쥐어주어야하는지, 그게 싫어서 그냥 무관심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러나 지금 세계 속의 기아문제의 상황은 그것과는 별개다.

 

책의 내용 속으로 한발짝 들어가보면, 기아 발생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로 볼 수 있다. '경제적 기아'는 돌발적이고 급격한 일과성의 경제적 위기로 발생하는 기아로 가뭄, 허리케인, 전쟁 등이 있다. 그 곳에 구호물품을 보내주면 될까? 구호품을 보낸다 할지라도 그것들은 항상 한발짝 늦고 부족해서 그들을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구조적 기아'인데, 그것은 장기간에 걸쳐 식량공급이 지체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것은 외부적인 재해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사회구조로 인해 빚어지는 필연적인 결과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파온다.

 

게다가 정말 경악을 넘어 분노로까지 치솟게 하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었던 토머스 맬서스의 '자연도태설'이라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이 말은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산소 부족과 과잉인구에 따른 치명적인 영향으로 인해 우리 모두가 죽지 않도록 스스로 주기적으로 과잉의 생물을 제거한다는 설인데, 이것은 유럽적, 백인 우월적인 '정당화'로 부자들과 권력자들의 논리다. 자신들은 죽지 않음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라나. 자연도태설. 이것의 문제점은 내면 속에 잠재되어있는 양심의 가책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방편임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것에 반발이 일기 시작했다. 과연 인간은 평등한가? 그들의 죄명은 무엇이기에 우리와 함께 공존하지 못하고 그렇게 죽어가야만 하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일었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또 한 번 나의 한계점을 찍고 무력한 내 모습에 할 말이 없어졌다. '약자와 강자 사이에서는 자유가 억압이며 법이 해방이다.' - 루소 [사회 계약론]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자유가 아닌, 그들을 보호해줄 법이 아닐까. 그들은 활개치는 시장의 자유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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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시간
리처드 도이치 지음, 남명성 옮김 / 시작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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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책에 대한 슬럼프가 오려는지 한 줄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나에게 <리처드 도이치의 열세번째 시간>이라는 책도 마찬가지였다. 두께감부터 후덜덜한 이 책은 3장을 읽고 덮어버리고, 처음부터 2장읽고 덮어버리고. 그러기를 반복하던 차에 우연히 서평을 보게 되었고, 그제서야 이 책에 대한 흥미가 생겨서 읽었는데, 아. 정말 가관이 아니다. 거진 500페이지가 되는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은 할리우드 액션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에 뿌듯함마저 감돌게 한다.

 

 

인생이 끝나는 날 결국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사랑이었다. 어리석고 뻔한 말처럼 들려도 그 말은 진실이었다. 인생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곧 누군가가 그의 인생을 망쳐놓으려 하고 있었다. (p99)이 책의 줄거리를 한번에 요약하는 말이 책 속에 발을 담그고 있다.

 

어느 날 이유없이 죽은 아내 메리의 진범을 찾아내고 메리를 살리기 위한 남편 닉의 시간여행이다. 메리가 총에 맞아 죽고 살인용의자로 지목된 닉은 체포당하고 조사를 받게 된다. 그러던 중 어떤 사람의 제의가 들어온다. 아직 부인을 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다면, 부인을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습니까? 당신에게는 12시간이 있습니다. 낭비해서는 안 되는 것이 시간입니다. 특히 당신의 경우라면 더욱 더 그렇겠죠. (p22) 누구보다 사랑하는 메리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그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금시계를 받아들게 된다. 방금 전 상황을 다 겪은 닉은 아무것도 모르는 메리에게 경고를 하게 되지만 메리는 또 다시 살해당하고 만다. 그는 그렇게 몇번씩이나 사랑하는 메리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몇번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올라가며 범인을 찾아내지만, 범인은 그가 믿어야만 했던 뜻밖의 인물이었지다. 하지만 범인을 찾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일은 쉬워지기는 커녕 점점 더 꼬여가기만 하는데…….

 

 

이 책은 내가 읽었던 시간여행을 해서 죽은 아내를 살리려는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와 닮았고, 같은 상황을 거슬러올라가고 계속해서 자신이 죽는 것을 봐야한다는 점에서 기욤 뮈소의 <사랑을 찾아 돌아온다>와 닮아있었고, 몇 시간 전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영화 <if only>와도 닮아있었다. 게다가  대개는 알지 못하는 것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죠. 현재를 위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있긴 있을까요? 오늘을 희생하고 내일을 위해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p241) 이 문장을 읽으며 존 블룸버그의 <카르페 디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며 책 속에서 책을 찾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닉에게는 시간을 13번씩이나 되돌릴 수 있는 금시계가 손에 있어서 과거로 몇번씩이나 돌아갈 수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불행하게도 그런 진귀한 물건이 없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들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작가의 진심어린 충고까지 곁들여져 있는 것만 같다.

 

 

책을 다 읽고 전화를 걸어서 만약에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걸 계속 보게 된다면 어떨거 같아? 라고 물어놓고 내가 먼저 대답해버렸다. 나는 못볼 것 같아. 그리고 조금 있다가 수화기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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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7시에 떠나네
신경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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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들어온지 어언 9개월이 지난 뒤에 읽은 책. 표지부터가 끌리지 않았고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에 읽기 전 서평을 뒤적뒤적 거렸는데, 난해하다는 말에 주춤거렸으나, 언제까지 묵혀둘 수는 없는 일이기에 한번 들춰보자해서 읽어나가게 되었다. 전에 나는 그녀의 책으로는 <엄마를 부탁해>를 읽었으나 어느 면에서 감흥을 전달받아야 하는지의 갈피를 잡지못한 채 읽어서 이 책도 어느정도의 실망감을 주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슥슥 읽어내려나갔다. 그런데 다 읽은 지금은 이런! 진즉에 읽을걸 그랬어! 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전작과는 다른 그녀의 멜랑꼴리하고 건조한 문장에 묘한 매력을 느꼈기 때문일까.

 

 

주인공 하진은 과거의 어떤 큰 충격으로 대학생 시절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 때의 자신을 찾아가는 일이 우습게도 이 책의 줄거리다. 자신을 잃어버린 것보다 더 큰 충격이 있을까 싶다. 나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저편에는 나는 다른 사람으로 살았다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오싹 돋는다. 사실 하진이 기억 하지 못하는 걸 보면서 얼마의 충격을 받아야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게 될까. 라는 의문을 자아내기도 하고 그 시절의 자신과 같은 조카를 바라보며 하진이 조근조근 말해준다. "슬퍼하지 마…… 물 속에 비치듯이 그저 네 마음에 뭔가 비칠 따름이야. 네 마음이 물과 같이 투명하기 때문이야.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은 하지 마. 널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어른이 되면 그래서 네 마음에 다른 것이 비치게 되면 그땐 괜찮아질 거야. 괜찮아지지 않아도 그때는 그 힘으로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해줄 수 있을 거야……." (p103) 왠지 나의 과거에게 말걸고 위로해주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정말 힘들 때 이 작품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서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읽다가 뇌리에 박히는 문장을 발견했다. 잊으려고 하지 말아라. 생각을 많이 하렴. 아픈 일일수록 그렇게 해야 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잊을 수도 없지. 무슨 일에든 바닥이 있지 않겠니. 언젠가는 발이 거기에 닿겠지. 그때, 탁 차고 솟아오르는 거야. (p214)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07년이었고, 정말 죽어도 좋을 만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스무살 때 미친 듯이 술만 먹었더랬다. 쌩뚱맞지만 그렇게 먹고도 간이 멀쩡히 살아있는 걸 보면서 인체의 신비를 느끼기도 한다. 햇수로 올해가 4년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그 때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기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이 아파오고 쉴새없이 눈물이 흐르는 그 시절이다. 왜 난 그 시절을 그토록 증오하면서도 잊지 못했는가. 나는 언제까지 그 짐들을 떠안고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나쁜 생각들이 머릿 속을 헤집는다. 하지만 신경숙은 힘듦과 마주보라고 말하고 있다. 언젠가는 바닥이 보일거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겪은 그 일들엔 바닥이 없을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아. 답답하다. 보기 싫다는 욕구가 강해서 특정 사람만 보면 잠깐 실명이 되던 미란도 안보는 편이 나은 것 처럼 나도 조금 더 외면하다가 당당하게 마주볼 수 있을 때, 그 때 다시 한번 이 책을 들어야겠다.

 

"뭔가 지독하게 헤어지기 싫은 무엇과 억지로 헤어진 느낌인데 무엇과 헤어졌는지를 모르겠어. 만약 내가 그 헤어진 것을 찾아내었을 때 그것이 끔찍한 것이라면 그때 당신 어떻게 하겠어요?" (p169) 지독하게 헤어지기 싫은 무엇과 억지로 헤어진 느낌. 그래, 난 그게 느낌이 아니라 왠지 알 수도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게 느낌뿐이라면, 만약 나에게도 과거에 기억 못하는 답답함이 있었다면, 그 답답함에 못이겨 나도 아마 끝까지 찾아냈을 것 같다. 그리고 후회했겠지. 그냥 덮어둘껄. 그리고 나는 나약한 사람이기에 그것을 견디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시작할 용기도 내지 못했겠지. 하지만 보란 듯이 하진은 다시 시작한다. 훨훨 털고 새로이 시작하는 삶에 발자국을 남기기 위해. 나도 그 날을 위해 날갯짓을 시작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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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 - 독서의 즐거움
정제원 지음 / 베이직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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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 책을  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이유는 바로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독서의 즐거움'이라는 책 제목의 유혹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도 책 제목의 유혹에 이끌려 책을 집어들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읽기 시작했지만, 나의 뒤통수를 후려치며 나를 반갑게 맞이한 것은 내게는 너무 생소한 책 속의 책들이었다. 책 속의 책들은 내겐 모두 조심스런 책들 뿐이었고, 하나같이 교과서같은 책들뿐이어서 내겐 눈길도 받지 못하는 그런 책들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사실 언젠가 한번은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몰랐고, 이해는 고사하고 하루에 몇 분이라도 보기나 할지 의문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나에게 저자는 서른 권이나 되는 책을 추천하고 있는데 난 여기서 읽어본 책이 달랑 두 권뿐이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것이 내 솔직한 대답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추천하는 책들을 모조리 읽어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저자는 우리에게 무작정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묘미를 알려주고 싶을 뿐이니까.


 


 


이 책이 말하고 싶은 핵심으로 시작하고 생각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읽기 전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내면에 끼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같은 경우 책은 나에게 있어서 삶의 지침이고 때로는 도피처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쉽사리 내가 해낼 수 없는 일들을 착착 해내는 슈퍼맨 혹은 슈퍼우먼같은 그들을 보며 부러워하고 나 또한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다. 반면에 하고는 싶은데 여건이나 능력이 안되서 하지 못하는 것들을 책을 통해 그 속에서 만큼은 내가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오는 대리만족에 행복해하기도 하며, 나도 언젠가는! 이라며 두 손을 불끈 쥐게 만드는 그런 책을 좋아한다. 누구나 책을 읽는 이유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읽기도 할테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즐겁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나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우선은 '두껍고 난해한 책에 도전한다'(p82) 라는 소제목이 붙어잇는 것인데, 두껍고 난해한 책들 중에선 우리가 분명 배울 게 많을 것임이 분명하다. 하물며 한 쪽 혹은 한 문장의 글을 읽고도 깨달음을 주는 글이 허다한데, 두껍다라고 느낄 두께의 책에서 배워가는 게 없다면 정말 억울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두껍고 난해한 책을 읽으라는 저자의 말은 독서를 가까스로 잡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책을 치워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쉬운 책만 읽어서야 독서가로 성장할 수 없다. 책읽기도 도전이다. 라는 문장을 보고 나는 흔히 불리우는 독서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고, 책읽기를 도전하려고 읽는 것이 아니라 좋으니까 읽는 것이다. 독자가 책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길잡이를 해줘야 할 책이 난해함이 난발하는 그 책에서 독자가 즐거움을 찾길 바라는가? 내가 생각하는 길이가 짧은건가, 나는 저자의 말에 조금은 반박하고 싶어졌다. 저자는 아마 저자가 계속해서 언급하고 있는 프레히트의 <나는 누구인가>에 나온 즐거움이 없는 교훈은 강제노역이고, 교훈이 없는 즐거움은 사람을 멍청이로 만든다. (p86) 라는 이 문장을 잊어버린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저자는 우리에게 강제노역을 어필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은가?


 


두번째로는 '어떤 분야든 입문서부터 읽는다'(p121)의 내용 중 과학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려면 홍성욱 교수의 <홍성욱의 과학 에세이>를 먼저 읽고,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려면 한국문화인류학회의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으로부터 시작하며, 미학과 친해지려면 진중권 씨의 <미학 오디세이 1,2,3>을 첫 스승으로 모시는 것이 좋다. 라는 문장이 있는데, 왠지 불쾌함마저 느껴지는 글이었다. 저자는 우리에게 책을 추천하는 것이 목적인데, 왜 강요처럼 들리는지 모를 일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선이라는 것이 있어서 어떤 책이 누구에겐 좋고, 누구에겐 시시껄렁한 그런 책일 수도 있는데, 저자는 저런 말을 해놓고서도 우리가 '아, 이 책은 이래서 좋구나'라고 생각할 만한 무언가도 제시해주지 않고 무조건 저런 식이다. 이 타이틀과 관련된 내용을 죽 - 읽어내려가며 내가 생각한 결론은 하나뿐이다. '내가 왜?'


 


세번째로는 '용어(개념어)사전 혹은 지식사전을 읽는다.'였는데, 누구나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들이 툭툭 튀어나와 당황했던 적이 한번쯤은 있을거라 짐작한다.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구지 개념어사전이 아니더라도 국어사전 혹은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인터넷에 치면 그것에 관한 예시까지 주르륵


나온다. 개념어사전을 쓴 작가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내가 왜 책을 읽으면서 그런 책을 읽는 수고까지 해야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에서 얻은 게 있다면,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 (p90)였는데, 요즘엔 새로운 책들을 읽느라 여념이 없어서 두 번 이상 읽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저자가 머리를 망치로 두드린 기분이다. 저 말에 항상 공감을 하면서도 실천을 하지 못하는 나는 어쩌면 책을 완전히 이해하기보다는 많이 읽는 것을 모티브로 삼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에는 책을 두 세번씩 읽기도 했는데, 한 번 이상 읽은 책들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흥을 주었고, 그 전에 읽을 때 미처 찾지 못한 것들을 발견해내는 즐거움까지도 제공해주었다. 그 기분은 항상 나를 설레게 하고 나의 눈과 입을 웃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그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알고 싶다면 혹은 생각지 못한 수확을 얻고 싶다면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두 번 이상 읽은 책을 늘려 나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기 바란다. 진정한 독서가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곱씹으며 내 것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p97)


 


 


머릿 속의 내용들이 정리되어야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써야 머릿속의 내용들이 정리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와 반대로 생각해왔다. 이런 착각 때문에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글을 쓸 생각을 못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펜을 들고 아무 종이에나 한 번 긁적여보는 것이다. (p150) 나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쓰려고 무진장 애를 쓰는데 사실 서평이라는 것이 말만 거창하지 독후감정도밖에 되지 않는 내 글을 볼 때면 한숨이 나올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가끔은 서평이라는 게 숙제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서 거북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내가 서평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작년 즈음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를 읽었는데, 그 책 결말이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유 글 재주로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 생각이 하나도 안나는 것을 보니 자괴감마저 느껴졌었다. 그래서 부족한 서평이라도 쓸까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판에 손을 올려놓을 때면 무어라고 시작해야할지도 모르는 그 막막함을 다들 한번쯤을 느껴봤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서평기록 연습장을 따로 사서 혼자 끄적대기도 하고, 그것을 컴퓨터에 옮겨놓을 땐 거기에 살이 붙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정말 신기한 경험은 책을 읽을 때보다 서평쓸 때 그 감정이 더욱 세밀해지고 복합적이 된다는 것이다. 책을 그저 눈으로 읽는 것과 손으로 혹은 타자로 글을 쓸 때의 느낌은 천지차이다. 난 그 느낌이 참 좋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조금은 부담스러웠고, 독서라는 것이 결코 만만하지 않구나 라는 낯설음까지 느꼈다면 저자는 무어라 답할까? 책 소개란에 책 속의 책이라고 나왔는데, 그보다 책의 누구나 공감할 만한 구절들을 줄줄이 늘어놓으며 그에 대한 저자의 느낌정도만이 와닿았다면, 내가 이 책을 잘못 읽은 것일까? 이 책을 읽고 나는 책을 이제까지 잘못 읽은 것 같은 자괴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책 속의 책의 구절은 나의 머릿 속에 엔진을 달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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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쥐뿔 좀 있어 보려고요 - 이제 막 연애와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여성들이 꼭 읽어야 할 "경제 개념 바이블"!
송지연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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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 쥐뿔 좀 있어보려고요'라는 이름을 가진 흥미로워 보이는 이 책은 20-3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펴낸 재테크에 관한 책으로 재무설계 상담센터의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 송지연이 사회 초년생이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노하우,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프리랜서의 고민, 연애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데이트 비용의 지출의 부담, 카드깡의 유혹, 골드미스의 고민, 신혼부부의 재테크 등등 자신이 상담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엮어 공감할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먼저 고민을 내놓고 직업, 나이, 연봉, 현재상황을 간략하게 소개한 다음 solution을 제시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자기는 연봉이 낮아서 저축도 못하겠다며, 자기 친구는 놀고 먹는데 부모님 돈으로 시집을 간다는 고민이었다. 그 여자는 연봉이 2천2백이었는데, 그거보면서 든 생각은 돈이 아무리 적어도 거기서 하물며 2-30 저축도 못할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저자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말을 한다. 연봉이 너무 낮아서 저축을 못하겠다면, 연봉을 높이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불평하고 있을 시간에 노력해서 실력을 키워라! (p222) 나 역시도 연봉이 너무 낮다며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던 적이 있었다. 그런 나에게 친구는 니가 아직은 경력이 부족하니까 그렇지.라는 말을 했었다. 그래, 몇년도 아닌 고작 몇개월만 일했는데 연봉이 낮다고 불평해봐야 뭐가 남겠느냐 라는 생각에 경력이나 쌓자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내가 이 회사에 있는 한은 내 몸값을 올리자였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나도 항상 고민에 휩싸일 수 밖에 없는 데이트 비용이었는데, 고민이 나와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고민의 주요 내용이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 얼마를 더 써야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였는데, 나도 남자친구에게 금전적으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아니, 그보단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 내가 쓰는 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얇아지는건 지갑이고 줄어드는건 체크카드지만, 내가 사고 싶은 다른 것을 살 바에야 그걸 아껴서 이걸 해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피땀 흘려 번 내 돈이 소중한 만큼 남자친구의 돈도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을 절대 잊지 않는다. (p73) 사실 요즘은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많이 내고 여자는 뒤에서 관전하는 식이 빈번하다. 솔직히 나도 처음엔 학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런 상황을 자주 연출했었는데 누군가를 좋아하면 뭘 해주고 싶어지는건 비단 남자뿐만이 아니라 여자도 그럴 수 밖에 없다는걸 새삼 깨달았다.

 

 

세번째로 카드깡이었는데, 난 신용카드는 서른살 이전에 절대로 만들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했던게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사실 나는 나도 모르는 신용카드(한도도 적은)가 있는 셈이다. 선불 교통카드를 사용했었는데 항상 충전하는게 귀찮기도 하고 번거롭다보니 후불 교통카드로 바꾸게 되었고, 그걸 후불로 이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것으로 다른 것을 사고 결제를 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순간부터 내가 만든 그 카드의 목적은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아직 신용카드의 묘미를 알지 못하고 왠만하면 앞으로도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나는 나도 자제할 수 없는 무언가가 숨어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카드깡을 버릇처럼 쓰는 우리에게 카드를 잘라버리라고 단칼에 말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음을 저자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것을 대체하는 방지책으로 카드깡을 한 후에 고객들(?)한테 받은 현금은 바로 결제 은행으로 입금해야 한다. 지갑에 들어 있는 돈은 당신 것이 아니라 카드사에 갚아야 할 빚이다. (p33) 라는 현실적인 solution을 제시하고 있다. 아직 체크카드 쓰는 나에게는 그런 것이 와닿진 않겠지만, 언제건 간에 그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덮고 난 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가계부를 쓰는 일 정도였다. 항상 지출, 수입, 금액을 썼었는데, 갖고 있는 돈에서 100원, 하물며 10원이 모자라도 머리가 아프고 그러다가 결국 관두게 된다. 그래서 나는 그 방지책으로 지출과 수입만 쓴다. 사실 수입은 정해져있기에 별로 쓸게 없지만 지출을 쓰다보니 '아 내가 이런데에 돈을 썼어? 정신 나갔나봐.'라는 말을 정신없이 하고 있다. 지출을 쓰면서 앞으론 이거에는 돈을 쓰지 말던가 아끼던가 해야겠다 라는 생각 또한 함께 곁들여져서 요즘은 그런대로 많은 시너지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대충대충인 가계부를 쓰면서 느낀 것은 저자가 말한대로 가계부는 누구에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얼마만큼 썼는지를 쓰고 나를 반성하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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