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시스터즈 키퍼 - My Sister's Keep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

  

 

 

언제나 나를 지켜주는 수호천사가 있다. 나 ‘안나’(아비게일 브레슬린)는 언니 ‘케이트’(소피아 바실리바)의 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태어난 맞춤형 아기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제대혈, 백혈구, 줄기세포, 골수, 내 몸의 모든 것을 언니에게 주었고 그런 내 역할에 대해 한 번도 도전한 적 없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난 내 몸의 권리를 찾기 위해 엄마 ‘사라’(카메론 디아즈)와 아빠를 고소하기로 결심했다. 두 살배기 딸 케이트가 백혈병 진단을 받고 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유전 공학으로 아이를 갖는다는 건 어떤 이들에겐 윤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 부부에게 선택의 여지란 없었다. 그렇게 태어난 안나가 우릴 고소했다. 최고 승소율을 자랑하는 변호사(알렉 볼드윈)까지 고용해서. 난 11살 된 딸을 상대로 또 다른 딸 케이트를 살리기 위한 재판을 해야 한다. 나는 죽어가고 있다. 하지만 내가 슬픈 건 나 때문에 가족들도 죽어간다는 것이다. 내가 아프기 시작한 이후로 엄마는 변호사 일도 그만 두고 나를 살리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나는 아빠(제이슨 패트릭)의 첫사랑을, 오빠 제시(에반 엘링슨)의 엄마를 빼앗았다. 그리고 동생 안나의 몸을 빼앗았다. 이제는 가족들을 위해 나 나름의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어제 조디 피콜트의 '쌍둥이별(My sister's keeper)'을 읽었다. 이 책의 감흥을 놓고 싶지 않아서 결말이 전혀 다르다던 이 영화를 접했다. 아마 영화를 보고 책을 봤더라면 무지막지하게 후회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다. 책에서는 시점이 각기 달라져서 주인공 각기 한 사람이 모두 주인공인 듯한 느낌을 준 반면에 영화는 시점에 따라 변화할 수 없다는 한계성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감점요인이 될 만하다고 생각했다. 책에서 나타나는 제시의 방탕한 생활이라던가, 반항적인 태도를 보기보다는 조금 더 온순한 제시를 본 듯한 느낌에 김이 팍 새버렸고, (나름) 처음엔 조금 냉정한 케이트가 압권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영화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안나는 뭐라고 해야할까, 감정이라던가하는 등의 표현이 제대로 전달되긴 했지만, 책에서 안나는 법정에 선 이유가 온전히 자신의 신체를 지키려는 욕구때문이라고 생각했을 땐 매우 그 느낌이 강했는데, 영화에선 그런 모습들이 약화됐다고 해야할까. 사라는 원작에서는 정말이지 옆에 있었으면 뒤통수를 치고 싶을 만큼... 안나를 사랑하긴 하는지, 그저 케이트를 살리기 위한 용도로 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못돼먹었는데(-_-) 책에서는 아마 그런 모습들은 자제된 거겠지. 쩝. 그냥 이래저래 불만이 많다. -_- 하지만 안나 역의 아비게일 브레슬린과 케이트 역의 소피아 바실리바의 아역들은 놀라우리만큼 소화를 잘 해내고 있다. 그러나 가장 아쉬운 건, 줄리아가 빠졌다는 점. 책이 별 다섯개만점에 ★★★★★ 였다면 영화는 ★★★ 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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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 Music and Lyrics B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

 


"당신은 작가로서의 재능을 타고났어. 다른 사람들한테 휘둘리지 말라고"

 

 

 

 

80년대 최고 인기를 누리던 왕년의 팝스타 알렉스(휴 그랜트). 이제는 퇴물 취급을 받는 그에게 어느 날 재기의 기회가 찾아온다. 브리트니보다 인기 많은 최고의 스타 가수 코라 콜만으로부터 듀엣 제안을 받은 것! 단 조건이 있으니 둘이 함께 부를 노래를 알렉스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곡에서 손 뗀지 이미 오래인데다 작사라곤 해본 적도 없는 알렉스는 굴러들어온 기회를 놓칠 지경이다. 그런데 마침 알렉스 앞에 자신의 집 화초를 가꿔주는 수다쟁이 아가씨 소피(드류 베리모어)가 구세주처럼 등장한다. 전에는 시끄럽기만 하던 말소리가 하나 같이 주옥 같은 노랫말! 알렉스는 작사에 남다른 재능을 가진 소피에게 동업을 제안하고. 왠지 인생 최고의 히트송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은 책보다는 영화가 더 땡긴 날. 전엔 한번은 무엇을 해도 기분이 나아지질 않아서 미칠 뻔한(-_-정말) 적이 있어서 집에서 영화 5편을 주구장창 본 적도 있었는데, 그 때 본 영화가 '당신이 잠든 사이에' , 'if only' , '비커밍제인' , '아는 여자' , '국화꽃향기' 였었는데, 이 중 버릴 영화는 단 하나도 없어서 항상 추천하는 나의 top 5. 그나저나 아무 이유없이 영화가 땡긴 걸 보니 오늘 조금 우울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사실 엄청 보고 싶었던 영화도 아니고, 뭐 볼까 하다가 맨 위에 있길래 그냥 다운받은거-_- '브릿진 존스의 일기'나 '러브액츄얼리'에 출연하여 낯이 익은 휴 그랜트의 연기는 나에게 있어 로맨틱 코미디 부문에서 언제나 excellent ! 를 외칠 수 밖에 없는 배우로 자리메김 해왔다. 드류 베리모어는 원래 좋아하지 않아서 그녀가 나오는 영화는 죄다 pass ! 를 외쳤었는데, 이 영화를 봄으로써 '첫 키스만 50번 째'를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음, 과연 보려나..)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보려고 한 두번 시도만 했었지, 제대로 본 적도 보려고도 하지 않았는데, 왠지 마음까지 말랑말랑해졌다. 그렇다고 그들의 러브스토리에 열렬한 찬사를 보내는 것도 혹은 격한 감동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냥 딱딱하게 굳어있던 심장이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이었달까. 이 영화 ost로 유명한 'way back into love'는 다시 한번 나의 romance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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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
잭 캔필드.마크 빅터 한센 지음, 박상미 옮김 / 이상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가정은 사람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시할 수 있는 장소이다. - A. 모루아

 




 


누구에게나 가족이라는 존재는 고유의 그 명사만으로도 뭉클하게 만들며 눈이 시릴 정도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존재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그런지 가족에 관한 작품들은 하나같이 계속해서 극찬을 받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가족,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라는 작품은 뜻밖에도 단편집이었다. 단편집을 무던히도 싫어하는 나이지만, '위험한 독서'를 읽고나서부터는 '단편도 하나의 작품이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서 나름대로의 패턴을 유지하며 읽고 있다. 그러나 단편집은 그에 대한 매력이 있다고 스스로를 격려해야만 넘어가는 책이 있는가 하면 , 정말 그 매력에 빠져 허우덕대며 읽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자 , 후자 모두 낯설었는데 이유인즉슨 , 읽으며 TV 프로그램에서 해주고 책으로도 출간되어서 전혀 낯설지 않은 'TV동화 행복한 세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은 강렬한 임팩트를 기대할 수 조차 없고 그저 설렁설렁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냥 고개를 끄덕거릴만한 내용이 실려있지도 않고 , 나에게 있어 상상할 수 없는 상황들도 꽤 있어서 그다지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한번 들었다 , 두번 들었다 , 세번째 들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읽은 것이 아니라 , 겨우 한번 훑어봤을 뿐이다. 책은 두번 읽어야 제대로 읽은 것임을 알지만 , 두번씩이나 읽고 싶을 만큼 감동적이었던 것도 , 공감이 되었던 것도 없었기에 두번이나 읽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중 가장 괜찮았던 단편은 보석함 속의 진짜 보석이라는 단편이었는데 , 겨우 두장밖에 되지 않는 글이기에 길어야 3분 안에 읽을 수 있는 짧은 글이다. 화자인 엄마에게 보물이 들어있는 보석함이 있는데 , 그곳엔 종이 한 장과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몇가지가 함께 보관이 되어있다. 엄마는 사춘기인 아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엄마에겐 힘겹기에 꼭 이렇게까지 다가가야 하냐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 때마다 들여다보는 쪽지가 있는데 , 그 쪽지엔 이렇게 씌어있다.  '엄마, 내가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사랑해요.' 그 순간은 정지되지 않았고 , 어쩌면 당연한 그 말이 변질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 엄마는 그것을 생각하며 아들에게 다가가기를 꺼리지 않는다. 부모님에게 희망은 자식인 '내'가 되고 , 그 희망을 깨뜨릴 수 있는 것도 '내'가 되기 때문에 , 부모님이 그것을 영원토록 행복한 그때의 마음으로 가지고 가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도 결국은 '내'가 된다.


 


 


 


가정은 나의 대지이다. 나는 거기서 나의 정신적인 영양을 섭취한다. - 펄벅 (p202)


 


 


 


나는 그동안 , 아니 사실 지금까지도 항상 가족에 대한 불만을 터뜨려왔고 , 터뜨리고 있다. 나를 제외한 family 라는 공동체 속에서 살고 있는 내 가족들은 나에게 있어 항상 나의 행동을 규제하는 대상들이었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발목을 꺾는 것만 같았고 ,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것에 대해서라면 생각해보고 내리는 결정이 아닌 무조건적인 'NO'라는 대답만을 들었기에 'YES'라는 대답은 기대할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남들 다하는 혼자서의 여행이라던지 , 모험이라는 것을 제대로 즐겨보지도 못했고 , 설사 부득이하게 어딜 놀러가게 되더라도 마음 편하게 즐기기는 커녕 집에서 오는 염려가득한 전화를 받느라 하루를 다 보내기 일쑤였다. 그렇기에 항상 불만이 터졌고 , 철없는 마음에 나를 사랑한다기보다는 나를 과잉보호해서 그런 것이라며 단정짓곤 했었다. 하지만 'NO'라는 대답을 듣고도 내가 그것들에 엄청난 반항을 하지않고 항상 순응하고 마지못해 억지로라도 고개를 주억거릴 수 밖에 없던 이유는 가족을 믿고 ,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당연한 이유가 아닌 맏딸이라는 위치는 나에게 부담에 부담에 부담을 지어주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유년기의 그런 생활들은 참 많이 괜찮은 시간들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통금시간이라는 것이 주어져있던 나는 정해진 통금시간 안에서의 시간들만이 나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시간이었기에 매일매일 주어지는 나의 시간들을 어떻게 쓸 것인지 매일 밤 연구하고 , 생각했다. 그러나 스무살이 되면서부터 통금시간이라는 것은 자연스레 없어지고 전에는 '어차피 밤에 잘껀데 뭣하러 낮에 자면서 시간을 낭비해?' 라고 대꾸하던 나는 할일없는 날이면 주구장창 누워서 낮잠을 자거나 , 컴퓨터 혹은 TV 혹은 술먹으러 나가는 날들이 이어지는 항상 의미없게 보내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지금도 역시 스무살 때 흐트러진 생활들로 인한 여파가 커서 하릴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날들이 대부분이지만 , 적어도 그 때 당시는 부모님이 의도했건 , 의도치 않았건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었던 아이로 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고 생각된다.


 


 


 


몇 해 전 , 무엇이 원인이었는조차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시작된 아주 작은 사소한 일로 엄마와 다퉜던 적이 있었다. 그날 밤 꿈을 꾸었는데 , 먼 훗날 찾아오게 될 상황이 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벌떡 일어나서 그 새벽에 엄마와 아빠가 주무시는 안방엘 가서 그 속을 파고들고서야 겨우겨우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때로는 생각해본다. 엄마가 혹은 아빠가 더 이상 나를 보호해주지 못하겠다고 떠나버린다면 , 이라는 생각을 할 때면 그저 책 한 권을 읽고 느끼는 먹먹함이 아닌 내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들이 역류하며 숨을 쉬지 못할 만큼의 위험을 동반하게 되는 상상이다. 그 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 언젠가는 있어야하는 불변의 법칙임에도 나에게는 그런 날이 조금 더 늦춰지길 바라고 , 이뤄질 수 있다면 아예 그런 날이 오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 그러면서도 나는 항상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대관계로 맺은 타인에게는 관대하면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혈연관계로 맺어진 가족에게는 왜 항상 냉담하게 반응하는지 모를 일이다. 아마 늘 함께 있어서 그 소중함을 잊고 있다뿐이지 , 결코 가벼운 존재는 아닐텐데 내가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것 같아서 왠지 내 가족에게 벅차오르는 가슴만큼 미안해지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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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열정 용기 사랑을 채우고 돌아온 손미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아르헨티나'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불과 몇일 전에 있었던 아르헨티나 vs 한국의 경기가 자연스레 생각난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90%가 축구 광팬일 저정도로 축구에 관해선 매우 열정적이라고 한다. 그에 보답[?]하기 위해 선수들은 열정적으로 뛰는 모습이 눈에 보였기에 아름다웠던 그들. 그리고 보카 주니어스의 경기가 항상 격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약자들의 설움을 쏟아내는 일을 대신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설움을 축구로 조금은 해소시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격정적이라고 해서 그게 어느 정도인지까지를 예상하지 못했던 나는 헉 , 소리를 안낼 수가 없었다. 열띤 응원이 이어질 때면 경기장 전체가 흔들리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 실제로 그것은 살짝 느껴지는 떨림이 아니라 사람의 몸까지 들썩이게 하는 강한 요동이어서 경기장이 무너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다고 말하는 저자를 보며 , 우리나라는 월드컵만 되면 붉은 악마로 분장해서 열띤 응원을 하지만 , 정작 우리나라의 경기인 k리그에는 얼마나 무관심한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항상 월드컵을 기점으로 응원하는 우리는 아르헨티나인들의 열정에 대적할 바가 못되겠구나 라는 생각에 이번 아르헨티나 vs 한국의 경기는 당연한 결과처럼 받아들여졌다. 보카 너에게 내 마음을 바치고 싶어. 세상 어디든 너를 따라갈 거야. 챔피언이 되어주어 고마워. - 보카 주니어스 응원가 中

 

 

 

그 열정적은 축구에 그치지 않고 탱고에서도 엿볼 수 있다. 탱고하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나라가 아르헨티나가 아니었던가. "탱고를 출 때 여자에게는 다리가 하나뿐인 거나 마찬가지야. 다른 하나는 남자의 것이라고 흔히 말하지. 꼿꼿하게 서야 하지만 그에게 다리 하나를 완전히 맡겨야 해. 사랑할 때도 그렇잖아? 정말로 상대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는 완전한 사랑이란 불가능하지. 그리고 절대 발이 땅에서 떨어져서는 안 돼. 항상 한 발을 바닥에 붙인 채로 사랑하는 사람을 쓰다듬듯이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움직여야 해. 탱고는 춤이 아니야. 탱고는 그저 두 사람이 함께 걷는 거지. 사실 그게 다야. 그래서 기본이 더욱 중요해. 누군가와 함께 걷기 위해선 우선 혼자 잘 걸을 수 있어야 하지. 마치 인생이 그런 것처럼" (p95) 사랑 , 이별 , 인생까지 탱고로 비유하는 그들은 탱고를 출 때는 나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온전히 상대방에게 내 몸을 맡겨야 한다는 데에 있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고 , 그것이 연인관계 뿐만 아니라 , 대인관계까지 미친다. 또한 탱고를 춤으로써 각기 다른 '너와 나'를 '우리'라는 명칭으로 승화시키고 있기에 자신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그렇게 슬픔을 딛고 일어서고 있었다. 그들의 나라에서 , 자신들을 지키며 , 온전히 자신의 partner를 믿고 의지하며.

 

 

 

또한 아르헨티나에서는 자신의 본래의 직업 이외에 예술적인 직업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고 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직업이 2개인 셈이다. 예를 들면 '은행원이고 가수예요. 변호사인데 춤을 추지요. 버스를 몰면서 그림을 그립니다.'(p45) 라는 식이다. 혹독한 독재 정부 아래 표현의 자유에 큰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고 그것이 예술이었다는 것이다. 예술은 그들의 삶에 그렇게 자연스레 스며들었고 예술은 그들에게 있어서 꿈이고 , 희망이었고 , 지금도 무시할 수 없는 필수불가결의 요소이다. 우리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돈이 있어야 하고 , 그 돈으로 자신의 문화를 취하기보다는 다른 곳에 쓰는 것이 일반적이고 , 그만큼 우리에게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 직업이라는 현실과 예술이라는 꿈의 다리를 동시에 걷고 있는 그들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시시각각 빙하가 녹아 내리고 새로 만들어지는 페리토 모레노에 선 그녀는 온 몸으로 그 음성들을 들었다. '이해하려 애쓸수록, 마주하고 끝장을 보려 할수록 더 큰 아픔으로 느껴지며 삶을 짓누르는 것들이 있지. 그런 것들은 그냥 편안하게 놓아주어야 해. 인생은 때로 있는 그대로, 바람이 부는 대로 흘러가게 두어야 하는 거야. 기쁨과 아픔이 공존하는 것이 바로 인생이고 그 모두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거 아니겠니? 가끔은 이해할 수 없기에, 아름답지만은 않기에, 완벽하지 않기에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고 또 사랑해야 하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아르헨티나처럼, 너 자신처럼, 그리고 너의 인생처럼 말이야.' (p232)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자연에서 '나'라는 존재는 매우 미미한 것이어서 언젠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겠지만 ,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할 만큼 눈부시고 아름다운 것이어서 잠시 눈을 돌리고 있을 뿐이라고. 아르헨티나의 열정이 나에게까지 미쳐서 나의 열정을 되새김질 할 수 있어야할텐데 , 아마 얼마 가지 못할 열정일 것만 같아서 조금은 두렵다.

 

 

 

이 책은 아마 저자가 혼자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썼다면 분명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지금처럼 뜨겁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그녀가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 한 명 , 한 명이 손미나로 하여금 읽는 독자도 함께 미소를 머금게 만들고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는 이들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평생에 놓칠 수 없는 기회 , chance가 손미나에겐 시시때때로 찾아든다. 그건 아마 그녀의 활동성과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성격때문일지도 모르지만 ,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생각되는 그녀와 아르헨티나인들의 만남이 약오를만큼 부럽기 그지없었다.

낯선 곳을 여행하기 보다는 항상 자주 내 발자취가 있던 낯익은 곳을 걷기를 좋아하는 내게도 혹여 언젠가 정말 우연처럼 아르헨티나라는 곳에 잠시나마 발을 붙일 날이 온다면 , 95%의 커피에 한방울의 눈물처럼 우유를 똑 , 하고 떨어뜨리는. 그래서 눈물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라그리마를 온 몸으로 음미하면서 책 한 권을 그 자리에서 읽고 저녁으로는 소들까지도 행복해서 맛이 좋은 아사도를 우걱우걱 먹어줄 것이라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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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쥰세이를, 헤어진 쌍둥이를 사랑하듯 사랑했다. 아무런 분별도 없이.

 

 

 

 


내가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좋아할 수 없는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현재 내가 그런 생활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고 ,  그런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 그런 생활? 책을 가지고 기차를 타기 전 친구를 만났을 때에 친구에게 말했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에서 주인공 여자는 항상 아침마다 밥 대신 와인을 먹고 , 사람은 간간히 감성적인데에 비해 주인공은 시시때때로 감성적이고 , 현대인의 바쁜 생활을 등지고 너무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 같아서 왠지 나와 너무 대조적이야. 왜 에쿠니 가오리는 맨날 똑같은 여성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지 모르겠어. 그러자 친구는 에쿠니 가오리가 현재 그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야, 라고.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좋았어? 라고 묻는다면 나는 , 냉정과 열정사이.라고 답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Blu를 먼저 읽어서 일까, Rosso는 Blu에 나왔던 이야기들이 반복되는 현상을 보였다. 그래서 왠지 후회도 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냥 정석대로 Rosso 먼저 읽을껄 그랬다고. Rosso가 정적인 분위기는 아니지만 , 움직임이 전혀 없는 애벌레를 보는 듯하던 Blu보다는 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쥰세이의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함께 가슴아파하고 애달파하며 그리워하며 아오이를 찾아 헤맸지만 , 그에 반해 아오이는 읽는 내내 지루함이 찾아들었다. 왜냐고 물어본다면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너무 서정적인 그녀의 문체에 내가 아직 적응을 못하는 탓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밖에. 생활 곳곳에서 아오이를 그리며 살던 쥰세이와는 달리 , 아오이는 마빈과 함께하면서 간간히 쥰세이를 떠올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녀가 마빈과의 생활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충족감때문에 쥰세이를 찾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아마 마빈과의 생활은 덜함도 더함도 없다. 조용하고 온화하고 충족되어 있다. (p138) 이 대사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됐건 일상 속에서 쥰세이를 찾는 아오이는 그것은 과거일 뿐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말지만 , 오해가 풀릴 수 있는 단박의 편지를 읽는 순간 아오이의 마음은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그녀의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공을 헤맨다. 그런 그녀도 두오모를 찾는다. 서른번 째 자신의 생일에 만나기로 했었던 쥰세이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여느 책에서 무릎을 탁 ! 치게 만드는 무언가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중 어느 것이 좋았냐는 질문에 이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무언가는 아마 비는 싫다. 엉뚱한 생각만 떠오른다. 이렇게 창문을 닫고 있어도, 비의 기척이 온 방에 충만하다. (p139) 이 대사였음직하다. 한 때 비를 무던히도 싫어했던 내게 비를 좋아하게 만들어준 그 사람이 갑작스럽게 떠올랐기 때문인지도. '나는 비오는 날이 참 좋아. 내가 좋아하는 걸 너도 함께 좋아해줬으면 좋겠어.' 라는 그 말에 나는 '응.'이라고 대답해버렸다. 그 사람과 함께 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 그 시간동안엔 우연치않게 비가 참 많이도 왔었다. 그러고보면 그 사람은 감성적이었다. '이 비가 내 마음의 먼지를 씻겨내려가게 할지도 몰라. 그러면 네 앞에 섰을 땐 티없이 깨끗한 마음을 들고 서있을게.'라는 말을 서슴지않고 했던 걸 보면 말이다. 요즘에 내리는 비는 때때로 그 사람을 생각나게도 만들지만 , 웃으면서 흘려버릴 수 있는 추억들이기에. 비만 오면 짜증을 있는 대로 내던 나를 이제는 비오는 날에도 웃을 수 있다는 걸 가르쳐 준 그 사람이 지금은 고맙다. 비록 과거형일지라도.

 

 

 

이미 지난 일이란 것을 알고 있다. 약속은, 우리가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에 지나지 않는다. (p225) 약속이라는 것은 손가락걸었던 그 대상이 마음으로부터 멀어졌을 땐 한낱 지껄였던 말로서만 존재한다. 하지만 가끔 그것들은 그 때의 추억들을 꺼낼 때면 때때로 생각나서 나의 마음을 헤집는다. 약속은 확실하게 지켜질 수 있을 때에만 약속이라고 칭하는 것이지 , 올지 안올지 모르는 먼 훗날을 기약하는 약속따위는 그저 입방아에만 오르내리기 일쑤임을 뒤늦게 깨닫고도 난 현재도 지키지 못할 미래의 약속을 한 건 없는지 돌이키게 된다. 함께 했던 것들은 추억으로 남아도 예쁘게 그 자리에 지키고 서있지만 , 함께 하지 못했던 것들은 추억으로 남아도 항상 서글프다는 것을 알기에.

 

 

 

그 순간 정겨운 냄새를 맡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아주 정겨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익숙한, 냄새라기보다 공기였다. 쥰세이의 냄새. 또는 그 시절의 우리들 냄새. (p124) 그 시절의 우리들의 냄새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마음이 쥰세이를 사랑하던 그 때의 아오이 마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비로소 그녀가 쥰세이를 사랑한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을 난 이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지극히 개인적이니 , 다른 분들과는 다를 수도.)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 속 밖에 없는 것이란다." (p210) 사람은 태어나서 사랑을 하고 , 이별을 하고 ,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그 순간에도 사랑을 한다. 나는 지금 누구의 가슴 속에서 팔딱팔딱 숨쉬고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사람은 누군가와 사랑을 주고 받을 때에야말로 온전히 본연 자신의 모습을 얻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보게 된다. (- 밑도 끝도 없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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