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나의 성장 앨범 - 존중 네 생각은 어때? 하브루타 생각 동화
왕수연 지음, 이지은 그림, 전성수 감수 / 브레멘플러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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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아주 많다. 아이가 알아서 잘 자라주기를 바라는 것은 요행이고, 설사 요행을 바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세상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그냥’ 자라는 아이는 없기 때문이다.

 

또 미안하게도 세상은 그저 유유히 ‘그냥’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은 아니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그렇기에 나는 아이가 본인이 좋고 싫어하는 것,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에 있어 분명한 이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한다. 그 생각에 고립되어있으면 안 되겠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편향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이 분명한 이유라면 부모인 우리에게 해가 되지 않는 이상 터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이가 주관이 뚜렷한 아이로 자라게 하려면 아이에게 질문을 자주 던져야한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이전에 <한국어학> 중 <독서논술지도교사> 과정을 학습할 때의 것들을 적용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모든 상황에서 답이 없는 질문들을 던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네 생각은 어때? 하브루타 생각 동화]를 보게 되었는데, 그에 걸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난 책은 <쑥쑥~! 나의 성장 앨범>인데, 이우라는 아이가 성장하는 매우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짧은 이야기를 읽고 질문을 던지는 카드가 있어서 부모가 먼저 질문을 어떻게 던져야할까 라는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도 하다.

이 책에 담긴 카드에는 ‘이우는 아기 때 울보였대요. 나는 어땠나요?’ ‘이우 엄마, 아빠는 이우 웃음소리에 힘든 걸 잊는대요. 우리 엄마, 아빠는 언제 그럴까요?’ ‘이우는 주사 맞을 때 아주 의젓했대요. 나는 주사 맞을 때 어떤가요?’ ‘이우나 이우 엄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가 있었고, 질문을 만들어보자는 제안도 있어서 아이가 말을 할 수 있을 때 즈음에 아이와 함께 책을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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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살 거 아니어도 예쁜 집에 살래요 - 차근차근 알려주는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 계획
안정호.김성진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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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업 특성상 낯설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참 낯설게 다가오는 게 있다. 인테리어. 나는 인테리어 회사를 꼭 두 번을 다녔는데, 아마 다시 시도해볼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는 인테리어를 정말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일부러 여백을 남기는 것이 하나의 미덕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당시에 여백의 미를 가진 확고한 나의 취향들은 늘 난관에 부딪혔다. 그러다 보니 선임 상사였던 실장님도 “땡땡씨 집을 꾸민다고 생각해 봐.”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간파할 줄 알아야 해.”라고 말을 바꿨다. 둘 다 틀린 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둘 다 맞는 말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테리어라는 것은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간극을 파고드는 요점이었으니까. 어쨌든 나는 그렇게 인테리어 회사를 그만두었다.



 

 

 

2.

내가 집을 꾸미게 된 것은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인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꼭 네 번째 집이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서 살 수가 없다. 가장 우선시 되는 이유는, 사택이니까. 고작 몇 년만 살고 다른 곳에 가게 될 테니까. 그 기간을 늘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최종의 목적지가 있으니까. 그러면서도 늘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도배, 장판, 입주청소인데 이것은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기본적인 요소다. 그리고 조금 더한다면 화장실 타일줄눈정도. 아마 내가 이곳에서 정해진 기간보다 좀 더 살게 된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아마 똑같거나 아니면 집을 전세/매매하거나의 선택지가 될 것 같다.



 

언제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는 굉장히 확고하게, 오래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하여 살고 싶지는 않다. 리모델링에는 많은 종류가 있겠지만, 그중 가벽을 철거하는 일이 특히나 그렇다. 나의 생각이 보수적일 수도 있으나, 나는 그것에 대해 성형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걸 조금 꼬아서 생각하는 (굉장히 재수 없게 부정적인) 사람이 있다. 얼굴이 못생긴 사람의 예쁜 마음을 무시하는 것이냐고. (그걸 생각하면서 방금 또 화가 났는데,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또라이같다.) 나는 낡은 외형에 손을 대는 것은 결국 그것에 주어진 시간을 좀 더 깎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보수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나는 이제 계획이 차근차근 이루어진다면, 조만간 집을 매매할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서 집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증폭되고 있다. 업무상으로만 찾아보던 잡지들을 하나둘씩 나의 상황에 맞춰 나의 시선으로 보게 되었고, 책들도 하나둘씩 가볍게 읽고 있기도 하다. 나는 타인의 집을 볼 때 집의 구조가 아니라, 본래의 집이 가진 공간을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 좀 더 중점을 둔다. 집의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켜도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공간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집은 이미 가치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나의 입맛에 맞게 스크랩을 하고 있다.



 

 

 

3.

<평생 살 거 아니어도 예쁜 집에 살래요>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오래된 아파트를 매매하고 인테리어를 하며 서로의 관점에서 기록한 일지였다. 건축 분야를 전공하는 남편과 건축 분야를 전혀 모르는 아내의 일지는 많이 달랐는데, 서로의 지향점이나 좀 더 중시하는 것들이 일지에 종종 보였기에 읽는 재미가 더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며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바닥마감재싱크대욕실 인조대리석이었다.


 

나도 바닥마감재를 타일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왔기에 좀 더 집중해서 보기도 했다. 내가 우려했던 부분인 타일의 변형과 깨짐에 있어서 보수라든지 미끄럼이라든지 등등의 이야기도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타일의 장단점을 써둔 부분에서 내가 가장 눈여겨보았던 것은 난방 부분이었는데 보일러를 틀어두면 최대 이틀까지도 그 온기가 지속될 수도 있다니,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어떤 것을 제치고서라도 타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내 줄눈의 주기적인 교체와 심지어 유선 청소기를 돌릴 때 타일의 마모성이나 깨짐의 유무 등을 따져보게 되면서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느낀다.


 

싱크대는 대리석이 아니라 목재로 해두었는데, 색다른 발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목재 싱크대로 했을 때 예쁜 것 외의 단점들을 나열해보다가 코팅이 되어있어 어느 정도 보완이 된다고 했다. 나의 경우에는 주방이 예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싱크대만큼은 예쁨보다 실용성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순위에 올려놓고 생각할 일은 없겠지만, 예쁘긴 정말 예쁘더라- 대신에 싱크대 상부장은 진심으로 없애고 싶다. 그 어떤 것도 두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짐을 좀 줄여야겠지. 아니면 하부장을 좀 촘촘하게 배치하든지.


 

지금 내가 살았던/살고 있는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공간은 욕실이라 나는 내가 살았던/살고 있는 집의 욕실을 빼놓고 모든 욕실에 감탄한다. 집을 고를 때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공간도 1. 주방 2. 욕실일 정도로 나는 그것에 대한 크고 작은 로망이 있다. 우선 욕실에 욕실 용품을 놓는 일을 가장 중요시하는데, 이 부부는 인조대리석을 만들어두어 그곳에 욕실용품들을 다 올려두었다. 아직까지는 내 마음에 꼭 맞는 방법을 찾지는 못했기에 좀 더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런 방법도 있구나 싶어 참고가 많이 되었다.

 

 

 

 


 

 

늘 느끼지만, 역시 집을 잘 꾸미고 산다는 것은 부지런해야 하는 일이다.

전혀 꾸미지 않았고 예쁘지 않은 우리의 집에 살면서도 이렇게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공간에 대해 순간순간 인지하고 가꾸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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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미술 산책 - 그 그림을 따라
길정현 지음 / 제이앤제이제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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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가고 싶지 않은 나라가 몇 있다. 이탈리아가 그랬고, 스페인이 그랬고, 프랑스가 그랬다. 이유가 각기 다른데, 프랑스에 대해 말을 하자면, 모두 로망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 에펠탑이 나한테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탓이다. 철골구조물을 좋아하지 않다는 것을 넘어 싫어한다는 것이 첫 번째이자 마지막까지 아우르는 이유가 된다. 에펠탑을 보지 않기 위해 에펠탑 안에서 식사를 했다던 모파상을,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같은 의미로 나는 포르투의 동 루이스 다리를 멋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건축을 공부하며 철골구조물에 대한 매력도 있음을 분명하게 배우기는 했으나, 나는 어쩐지 그것이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 나오는 뼈’ 아니면 ‘공룡의 해골’처럼 보인다. 언젠가 이런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바뀌지 않았다. 더불어, 부다페스트의 세체니 다리가 철골구조물로만 건설되었다면, 나는 그것을 지금처럼 열렬하게 사랑할 자신이 없다는 것도.

 

 

 

그러다가 1-2년 전이었나, 세계의 이곳저곳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여행을 부추기는 프로그램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에서 프랑스가 나왔다. 채널을 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남프랑스에 있는 어떤 건물이었다. 그걸 보자마자 나는 사진을 찍어두었고 다음날 배우자에게 여기 가보자고 말을 했는데, 그곳이 어디였는지 기억이 나지도 않고 찍어둔 그 사진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찾다 못해 인연이 된다면 다시 내 앞에 나타나주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더불어, <프로방스 미술 산책>을 읽고 난 지금, 나는 남프랑스를 가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기쁘고도 난감하면서 설레는 기분마저 드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복잡 미묘한 감정이다.

 

 

 

 

 

하나의 주제를 가진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 설령 무엇 때문에 그곳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 그게 주가 되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고 부수적인 것들도 내게는 필요하다. (물론 나는 여기 찍고 저기 찍고 식의 여행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면 술도 먹어야 하고, 야경도 보고 싶고, 골목을 산책하고 싶기도 하고, 나른한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켜며 오랜 시간 카페에 앉아있어 보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와는 다르게 주제가 명확한 여행이라니, 엄청 프로페셔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이 궁금해서, 미술이 궁금해서 하는 여행이지만, 결국은 그 속에 녹아들어있는 ‘사람’이 궁금해서 하는 여행이겠구나, 어떤 여행일지 대충 짐작이 갔다. 그래서 어떤 부분들을 따라가며 보아야 하는지도 조금은 보였고, 나는 그 속에서 어떤 것들을 보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도 일었다.

 

 

 

13세기 무렵 로마인의 침략에 절벽 위까지 피난을 와서 마을을 꾸렸다는 에즈는 니체의 산책로는 너무 험해서 걷기가 힘들겠지만,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미스트랄(육지에서 지중해 쪽으로 부는 차고 건조한 바람)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겠지만, 보자마자 반해버렸다. 느릿느릿 게으름을 피울 수 있게 생긴, (심지어 공짜 화장실이 있는) 카뉴쉬르메르는 남프랑스 여행을 촉진시키기에 충분히 차고 넘쳤는데, 그 까닭은 내가 찬미할 수 있는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였다. 가야겠다. 가봐야겠다. 자연은 예술가를 고독하게 한다던 그 말이 어디에서 기인한지는 모르겠으나, 눈으로 그가 있던 자연의 풍광을 확인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그리고 마르크 샤갈이 생을 마칠 때까지 살았던 생 폴 드 방스, 여러 화가들의 눈에 비친 모습이 인상적인 에트르타의 코끼리들, 마치 거제의 매미성과 부다페스트의 어부의 요새와도 비슷한 느낌이 들어 낯익었던 (나만의 착각일지도), 몽 생 미셸의 수도원도 가보고 싶은 곳들이라며 동그라미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외에 하나의 커다란 놀이동산 같다는 모나코도 있고, 폴 세잔의 도시인 엑상 프로방스, 고흐와 폴 고갱의 충돌지역 아를, 앙드레 로테가 사랑한 고르드, 사무엘 베케트가 <고도를 기다리며>를 구상했던 루시용,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이 떠오르는 아비뇽 등등, 두껍지 않은 책에 알차게 들어있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떠났지만, 작가는 그곳에서 책 속에 나열되지 않은 깊이 있는 다른 무언가를 더 많이 안고 돌아왔겠구나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해보는 것은, 모든 것은 조각이구나. 어떤 하나를 알고자 떠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전체를 보기 위함인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결국 삶이라는 것은 여러 형태의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고, 나는 그 조각들을 궁금해하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도 보고, 잡아보기도 하고, 내려놓기도 하면서. 이제 나도 조각을 들고 퍼즐을 맞추러 가야지.

 

 

 

 

* 참, 가장 궁금한 것은 아무래도 ‘시드르(cidre)’이다. 스파클링인 것 같았는데 아닌 것도 있으려나. 개인적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알지도 못하는 맛인데도 입맛을 다시고 있다. 기회가 되면 마셔보고 싶은 와인-

 

 

 

 

 

오탈자 38. 현대 미술은 늘상 ‘이런 건 나도 그리겠다’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고 ▶

띄어쓰기 116. 그동안 한국에서도 수 차례 전시회가 열렸다. ▶ 수차례

오탈자 142. 이곳에서 늘상 함께 보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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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일러스트와 헤세의 그림이 수록된 호화양장
헤르만 헤세 지음, 한수운 옮김 / 아이템비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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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의 싱클레어는, 작은 도시의 라틴어 학교에서 주정뱅이 양복점 재단사의 아들인 프란츠 크로머를 만나게 된다. 싱클레어는 자신이 무리 속에서 버림을 받을까 봐 도둑질을 했다고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꾸며낸다. 그런데 갑자기 크로머는 "네가 도둑질한 것을 그 주인한테 이를 거야!”라고 말을 하며, 싱클레어에게 돈을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2마르크. 2마르크가 얼마인지 궁금해져서 찾아보았는데 화폐가치가 변화된 까닭에 정확한 금액은 알기가 어렵지만, 당시에 꽤 컸던 금액이었던 것만은 맞겠지.

 

 

이 사건은 이 되었다. 크로머의 휘파람 소리는 내게도 가히 폭력적으로 다가왔다. 그가 이 시련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지 나는 무척 궁금해하며 읽었는데, 이 일은 뜻밖에도 전학을 온 (이상하리만큼 밝고 차갑고 총명한 눈을 가진 얼굴'의) 막스 데미안이 해결을 해주게 된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해결을 했는지 자세히 나와있지는 않다. 생뚱맞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부분에서 좀 멈칫했다. 인생에는 여러 순간들이 있지만, 그중 처음 느꼈던 목이 죄어오는 일을 '데미안이 해결했다.' 라고 말하고 끝내버리기엔 너무 아무렇지 않은 일처럼 느껴진달까. 친구들과 다 함께 말을 타고 달리던 도중에 옆을 봤는데 아무도 없는 느낌 같은 것.

 

 

 

 

 

그 이후에 싱클레어는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기는 하지만, 오르간 연주자인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와 입 닥치고 배 깔고 엎드려 생각하는'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며 자아를 다시 형성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 자신에 이르는 길로 한 걸음 더 걸어가게 하고, 용기와 스스로를 존경하는 법을 가르쳐준 피스토리우스에게 싱클레어에게 “골동품 냄새가 나네요!”라고 맞서서 항의를 하게 된다. 왜였을까? 그는 왜 그랬을까? 피스토리우스는 과거를 향한 구도자였기 때문이었겠지. 그들은 아브락사스 때문에 만났지만, 결국 아브락사스로 인해 헤어지고 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성경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알지 못하기에 속도가 더딘 것이 사실이었다. 카인과 아벨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읽는데 어느 순간 읽히는 대로 읽었다. 찾아가며 읽느라 반감이 되는 것도 문제가 되었고, 이야기의 흐름 자체도 자꾸만 끊어져서, 우선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읽고 재독을 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이 책이 청소년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하던데, 다 읽고 나서야 아- 그래서인가. 싶어졌다. 데미안을 만났다. 아니, 싱클레어를 만났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만났다. 그리고 나는 가장 끝에서, 나를 만났다. 그럴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정체성 혼란의 시기의 한복판에 놓여있는, 청소년들.

 

 

싱클레어는 마침내 느끼게 된다. 이라고. 싱클레어의 혼란의 중심이었던 두 세계(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보면서, 나는 본질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두 세계를 들어가는 것이 인간이 스스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에 의해 발걸음을 떼는 것일까. 본질을 벗 삼아 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을 떠올렸고, 청소년기에 성무선악설을 그토록 맹신하던 나도 얼핏 보였다. 그리고 나는 지금 두 세계 중에 어느 쪽에 발을 디디고 있을까-하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밝고 어두움의 세계는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이던가? 그렇다면 나는 밝은 세계에 있는 것이라고 박박 우겨보고 싶다. 문득, 재독을 하게 되는 그날이 조금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 속 밑줄

 

171. “() 우리가 어떤 사람을 증오한다면, 그의 모습 속에서 우리 내면에 있는 무엇을 발견해서 증오하는 것이지. 우리의 내면에 없는 것은 결코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오탈자

 

오탈자 20. “우린 가는 방향이 갔잖아.” ▶ 같잖아

띄어쓰기 29. 내게 더 나쁜 일이 있었음을 눈치 채지 못했고 ▶ 눈치채지

오탈자 32. 그러나 다행이도 잠이 들자 그의 꿈은 꾸지 않았다. ▶ 다행히도

오탈자 96. “그건 말도 안 돼지.” ▶ 말도 안 되지

띄어쓰기 134. 그림을 보내기로 작정했다.그림이 그에게 닿든 안 닿든 ▶ 작정했다. 그림이

오탈자 178. 연민과 혐오가 뒤범벅이 돼 속이 매쓱거렸다. ▶ 매슥거렸다

띄어쓰기 227. “그 꿈은 아름다운 데요.” ▶아름다운데요

오탈자 233. 애들아, 너희 슬퍼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 얘들아

띄어쓰기 233. 슬프지는 않은 데요, 어머니. ▶ 않은데요

오탈자 240. 하지만 넌 곧 보게 될 꺼야. ▶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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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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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빅의 삶을 투명하게 들여다보면서, 나는 내가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불투명한 유리에 휩싸인 것 같은 내 삶을 반추해본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 “농담인데 왜 다큐로 받아~” 심지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의 배우자에게도. 지금은 배우자와(만) 상황극을 나눌 정도가 되기는 했지만, 그건 주제에 따라 천차만별의 태도가 된다.

그건 도저히 어쩔 수가 없다. 나는 가벼운 혀를 좋아하지 않는다. 진중함이 없는 말은 습도 높은 날에 먹어야 하는 솜사탕과 같다. 결국은 자신을 처참하게 녹여버리고야 마는 것이다. 믿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입속의 혀이고, 믿어야 할 것이 있다면 말로 발설되는 것들의 총체적인 힘이다. 나는 말이 주는 힘을 믿으므로. 당신은 알까. 그게 농담 혹은 장난 혹은 우스갯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그냥 한번 해본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말속에 당신의 품위와 교양과 태도와 가치관을 엿볼 수가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농담을 싫어한다. 농담처럼 삶을 사는 사람의 삶도 근사하긴 할 테지만 아직 그런 근사함을 만나보지 못한 것도 한몫하겠다. 그리고 여기, 근사하게 궁색한 젊은이가 있다. 앞으로 ‘농담처럼 사는 삶’을 떠올릴 땐 여과기도 필요 없이, 루드빅.이다.

51.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은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 루드빅.

루드빅의 농담 같은 생을 보며, 농담으로 시작한 삶은 농담으로밖에 끝낼 수가 없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좋아하는 여자가 매사 진지하다고 여겨 놀려줄 생각에 한 말은 그의 삶을 완전히 뭉개버리는 계기가 된다. 회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면 뭉개버렸다고 말하지 않을 텐데, 이건 완전히 함몰된 거나 다름없다. 그 이후로 그는 공산당에서 축출되었고 그 까닭으로 군(軍) 입대를 연기할 이유조차 없어져 버렸으므로 입대를 하여 군 복무를 한다. 그 와중에 수감생활을 하고 탄광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참..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다.) 그는 그러는 동안에 농담을 하지 않게 되었느냐고? 책에서는 그가 말로 농담을 하는 것을 볼 수는 없지만, 계속해서 농담 같은 삶이 이어진다. 이어지는 것인지, 이어나가는 것인지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128. 증오란 것은 너무도 강렬한 빛을 발사해서 그 속에서는 사물의 윤곽이 사라져버리는 법이다.

공산당에서 자신을 축출한 주요인물이었던 제마넥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부인인 헬레나에게 접근한다. 그는 그녀의 마음을 얻어, 제마넥에게 파멸이라는 감정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삶은 참 농담 같지. 루드빅 앞에 젊은 연인을 옆에 끼고 나타난 제마넥은 헬레나는 좋은 여자이니 잘 해보라고 그를 응원까지 해주는 아주 거지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심지어 제마넥의 옆에 있던 젊은 여인에게 또 반해버릴 건 뭐야.)

45. 나는 내 기억들로부터 달아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기억들은 나를 포위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부분에 꽂혀버렸다. 성장하지 못하는 한 인간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 당에서 축출당하면 삶이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줄 알았던 루드빅은, 중간에 루치에를 만나 당에 소속되는 것 말고도 삶에 대한 가치를 다시금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 인간아, 새 삶을 살려고 날개를 파닥였어야지, 복수가 다 뭐야. 하지만 금세 루드빅이 루치에를 사랑했던 걸까, 다시 반문한다. 사랑, 도대체 사랑이 무얼까. 루드빅은 도대체 누구를 사랑했고 누구에게 마음을 주었던 걸까. 그는 사랑을 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서투르고 어설픈 마음을 농담으로 살포시 가려볼 심산이었던 것일까. 다 읽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그의 삶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기가 힘들어 어리둥절해지고 만다. 결국 짓궂은 농담 속에 빠져버린 것은,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었다. 네가 건네는 말이 농담이었다면, 삶이 건네는 말도 농담이잖아. 삶이 건네는 농담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그 농담을 단박에 알아채야 한다. 루드빅 아마추어같이 왜 그래, 농담은 농담으로 받아들여.

323. 지난 과오들을 계속해서 현재로 존재하게끔 만들었다. 그녀는 언제나 끊임없이 죄인이었다.

하지만 여기, 정말 고약한 농담에 빠져버린 사람이 있다. 루치에. 당신이 잘못한 것은 없어. 당신은 그저 견디어내고 살아보려고 했을 뿐이야. 잘 살아내었어. 장해.

#밀쿤중 1주차 <농담> 영역

1. 등장인물(4명의 화자 포함) 중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누구이며, 이유는 무엇인가요?

헬레나

파벨은 그녀에게 젊음, 프라하, 대학, 기숙사였다. 그런 그에게 다투는 와중에 이 결혼은 당의 규율 때문이었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결국은 그들은 부부이면서도 부부가 아니게 되었다. 파벨과 무미건조한 사이를 유지하면서 루드빅에게 다시 한번, 멀리서 젊음이 걸어오는 것을 느꼈는데 그것은 퇴색된 젊음이었다는 것. 이후 루드빅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은 헬레나는 자살 소동까지 벌였으나, 그 과정 또한 농담 같다. 개인적으로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던 헬레나.

2. 『농담』 한 마디 때문에 젊은 날들을 군대에서 보내야했던 루드비크. 당신이 기억하는 또다른 『농담』은 무엇(어떤 장면)이 있나요?

헬레나가 자살을 하기 위해 먹었던 약이 실은 변비약이었다는 것

(407. 헬레나가 지독한 냄새 속에서 나무 변기 위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이 정면으로 드러났다.)

3. 여러 사건들 가운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적어주세요.

제마넥과 조우한 루드빅, 그리고 제마넥의 새로운 연인인 브로조바 양에게 반해버린 루드빅, 제마넥이 자신의 아내인 헬레나에 대해 말하는 부분을 듣는 루드빅. 도대체 그의 심경은 어땠을 것인가. 그는 완전하게 패배자였다.

4. 기억에 남는(공유하고 싶은) 구절을 적어주세요.

261. 삶은 아름다운 것이고, 우리가 아무리 찬미해도 부족하죠.

129. 젊은이들이 연기를 하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삶은, 아직 미완인 그들을, 그들이 다 만들어진 사람으로 행동하길 요구하는 완성된 세상 속에 턱 세워놓는다.

5. 당신에게 『농담』이란? (한줄평/총평)

그로 인해 생기는 결과까지 품을 수 있는 것까지만 농담이다.

나를 파멸시키고 상대를 희롱하는 말은,

농담일 수 없고 농담이어서도 안 되며 농담으로 치부될 수도 없다.

끝내 허무함으로 가득 차버린 워터볼 같은 허구의 세계로 초대받지 않으려면,

유머와 농담을 구분하라.

오탈자 148. 당의 적들이 모두 구석구석 어디로 끼여들려 한다는 건지 나는 지금도 도무지 모르겠다. ▶ 끼어들려

오탈자 354. 솔직히 말해서 내가 이 민속 축제에 절대 끼여들고 싶지 않았던 것은 ▶ 끼어들고

오탈자 379. 그리고 시간까지 나서서 중간에 끼여든다 해도 나는 거절할 것이다 ▶ 끼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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