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루드빅의 삶을 투명하게 들여다보면서, 나는 내가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불투명한 유리에 휩싸인 것 같은 내 삶을 반추해본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 “농담인데 왜 다큐로 받아~” 심지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의 배우자에게도. 지금은 배우자와(만) 상황극을 나눌 정도가 되기는 했지만, 그건 주제에 따라 천차만별의 태도가 된다.

그건 도저히 어쩔 수가 없다. 나는 가벼운 혀를 좋아하지 않는다. 진중함이 없는 말은 습도 높은 날에 먹어야 하는 솜사탕과 같다. 결국은 자신을 처참하게 녹여버리고야 마는 것이다. 믿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입속의 혀이고, 믿어야 할 것이 있다면 말로 발설되는 것들의 총체적인 힘이다. 나는 말이 주는 힘을 믿으므로. 당신은 알까. 그게 농담 혹은 장난 혹은 우스갯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그냥 한번 해본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말속에 당신의 품위와 교양과 태도와 가치관을 엿볼 수가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농담을 싫어한다. 농담처럼 삶을 사는 사람의 삶도 근사하긴 할 테지만 아직 그런 근사함을 만나보지 못한 것도 한몫하겠다. 그리고 여기, 근사하게 궁색한 젊은이가 있다. 앞으로 ‘농담처럼 사는 삶’을 떠올릴 땐 여과기도 필요 없이, 루드빅.이다.

51.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은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 루드빅.

루드빅의 농담 같은 생을 보며, 농담으로 시작한 삶은 농담으로밖에 끝낼 수가 없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좋아하는 여자가 매사 진지하다고 여겨 놀려줄 생각에 한 말은 그의 삶을 완전히 뭉개버리는 계기가 된다. 회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면 뭉개버렸다고 말하지 않을 텐데, 이건 완전히 함몰된 거나 다름없다. 그 이후로 그는 공산당에서 축출되었고 그 까닭으로 군(軍) 입대를 연기할 이유조차 없어져 버렸으므로 입대를 하여 군 복무를 한다. 그 와중에 수감생활을 하고 탄광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참..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다.) 그는 그러는 동안에 농담을 하지 않게 되었느냐고? 책에서는 그가 말로 농담을 하는 것을 볼 수는 없지만, 계속해서 농담 같은 삶이 이어진다. 이어지는 것인지, 이어나가는 것인지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128. 증오란 것은 너무도 강렬한 빛을 발사해서 그 속에서는 사물의 윤곽이 사라져버리는 법이다.

공산당에서 자신을 축출한 주요인물이었던 제마넥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부인인 헬레나에게 접근한다. 그는 그녀의 마음을 얻어, 제마넥에게 파멸이라는 감정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삶은 참 농담 같지. 루드빅 앞에 젊은 연인을 옆에 끼고 나타난 제마넥은 헬레나는 좋은 여자이니 잘 해보라고 그를 응원까지 해주는 아주 거지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심지어 제마넥의 옆에 있던 젊은 여인에게 또 반해버릴 건 뭐야.)

45. 나는 내 기억들로부터 달아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기억들은 나를 포위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부분에 꽂혀버렸다. 성장하지 못하는 한 인간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 당에서 축출당하면 삶이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줄 알았던 루드빅은, 중간에 루치에를 만나 당에 소속되는 것 말고도 삶에 대한 가치를 다시금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 인간아, 새 삶을 살려고 날개를 파닥였어야지, 복수가 다 뭐야. 하지만 금세 루드빅이 루치에를 사랑했던 걸까, 다시 반문한다. 사랑, 도대체 사랑이 무얼까. 루드빅은 도대체 누구를 사랑했고 누구에게 마음을 주었던 걸까. 그는 사랑을 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서투르고 어설픈 마음을 농담으로 살포시 가려볼 심산이었던 것일까. 다 읽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그의 삶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기가 힘들어 어리둥절해지고 만다. 결국 짓궂은 농담 속에 빠져버린 것은,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었다. 네가 건네는 말이 농담이었다면, 삶이 건네는 말도 농담이잖아. 삶이 건네는 농담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그 농담을 단박에 알아채야 한다. 루드빅 아마추어같이 왜 그래, 농담은 농담으로 받아들여.

323. 지난 과오들을 계속해서 현재로 존재하게끔 만들었다. 그녀는 언제나 끊임없이 죄인이었다.

하지만 여기, 정말 고약한 농담에 빠져버린 사람이 있다. 루치에. 당신이 잘못한 것은 없어. 당신은 그저 견디어내고 살아보려고 했을 뿐이야. 잘 살아내었어. 장해.

#밀쿤중 1주차 <농담> 영역

1. 등장인물(4명의 화자 포함) 중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누구이며, 이유는 무엇인가요?

헬레나

파벨은 그녀에게 젊음, 프라하, 대학, 기숙사였다. 그런 그에게 다투는 와중에 이 결혼은 당의 규율 때문이었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결국은 그들은 부부이면서도 부부가 아니게 되었다. 파벨과 무미건조한 사이를 유지하면서 루드빅에게 다시 한번, 멀리서 젊음이 걸어오는 것을 느꼈는데 그것은 퇴색된 젊음이었다는 것. 이후 루드빅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은 헬레나는 자살 소동까지 벌였으나, 그 과정 또한 농담 같다. 개인적으로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던 헬레나.

2. 『농담』 한 마디 때문에 젊은 날들을 군대에서 보내야했던 루드비크. 당신이 기억하는 또다른 『농담』은 무엇(어떤 장면)이 있나요?

헬레나가 자살을 하기 위해 먹었던 약이 실은 변비약이었다는 것

(407. 헬레나가 지독한 냄새 속에서 나무 변기 위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이 정면으로 드러났다.)

3. 여러 사건들 가운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적어주세요.

제마넥과 조우한 루드빅, 그리고 제마넥의 새로운 연인인 브로조바 양에게 반해버린 루드빅, 제마넥이 자신의 아내인 헬레나에 대해 말하는 부분을 듣는 루드빅. 도대체 그의 심경은 어땠을 것인가. 그는 완전하게 패배자였다.

4. 기억에 남는(공유하고 싶은) 구절을 적어주세요.

261. 삶은 아름다운 것이고, 우리가 아무리 찬미해도 부족하죠.

129. 젊은이들이 연기를 하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삶은, 아직 미완인 그들을, 그들이 다 만들어진 사람으로 행동하길 요구하는 완성된 세상 속에 턱 세워놓는다.

5. 당신에게 『농담』이란? (한줄평/총평)

그로 인해 생기는 결과까지 품을 수 있는 것까지만 농담이다.

나를 파멸시키고 상대를 희롱하는 말은,

농담일 수 없고 농담이어서도 안 되며 농담으로 치부될 수도 없다.

끝내 허무함으로 가득 차버린 워터볼 같은 허구의 세계로 초대받지 않으려면,

유머와 농담을 구분하라.

오탈자 148. 당의 적들이 모두 구석구석 어디로 끼여들려 한다는 건지 나는 지금도 도무지 모르겠다. ▶ 끼어들려

오탈자 354. 솔직히 말해서 내가 이 민속 축제에 절대 끼여들고 싶지 않았던 것은 ▶ 끼어들고

오탈자 379. 그리고 시간까지 나서서 중간에 끼여든다 해도 나는 거절할 것이다 ▶ 끼어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