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바다 쭈꾸미 통신 - 꼴까닥 침 넘어가는 고향이야기
박형진 지음 / 소나무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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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바다에 가보고싶다. 가서 구수한 전라도사투리들으며 맛깔나는 남도음식먹는다면 이 책의 내용을 1/100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한번도 경상도를 떠나본적없는 경상도 토박이가 어설픈 전라도 사투리를 중얼거리며 혼자 비실비실 웃고, 또 웃다. 침꼴깍 삼키며 생소한 음식이 뭔가 검색해 눈도장찍어보고, 가보지못한 변산반도를 찾아보며 서해바다의 짠내가 어찌 다를지, 일몰은 어떨지 상상예찬해보는 이 순간 영호남의 갈등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 그건 괜한 어른들의 편견이지 이 좁은 땅덩어리에 그 딴에 어디있단 말인가? 지금껏 난 무의식적으로 세뇌당했었단 말인가? 흠..

책읽는내내 난 너무 행복했다. 발문을 쓰신 윤구병님의 말씀처럼 글이 찰떡처럼 붙어 착착 감기는 그 맛도 맛이지만 잊었던 내 어릴적추억들이 생각나서 말이다. 그러고보면 이 땅에 산다는건 나이(그가 58년 생이니 딱 나보다 스무살이 많다), 지역(위에서도 말했듯 그는 전라도, 난 경상도)을 뛰어넘는 무한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우리는 한민족이 맞는가보다.

나역시 어릴적 할배, 할매랑 같이 살았던 덕에 재미있는 기억이 많다. 특히 설날이 다가올즈음엔 항상 제사 준비로 온 집안이 들썩거렸다. 쌀씻어 불렸다 방앗간가서 가레떡 뽑아오던일. 이땐 동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므로 색색깔 대야가 사람대신 줄을섰고, 혹 쌀이 뒤바낄까 사탕물며 엄마가 올때까지 그 앞에앉아 기다리며 따스한 떡을 얻어먹던 일이며 요즘엔 있어도 안먹어지는 오꼬시가 그땐 왜 그리 맛있었던지.. 날마다 한줌씩 할매가주면 아껴가며 오물거리며 먹던 기억. 어디 그것뿐일까? 고만고만한 친척동생들 데리고, 온동네다니면서 세배하고, 세뱃돈 두둑하게얻어 문방구로 달려가 먹고싶던 불량식품이며 장난감사서 마냥 행복해했던.. 그렇게 명절며칠은 몸이 피곤할정도로 즐겁고, 신났었다.

여름이면 집앞 바닷가로 달려가 힘빠지도록 물놀이하고, 발뒷꿈치로 디스코를추며 조개잡던 기억. 그땐 물도 맑고, 깨끗해 조개가 넘쳐났는데.. 바다 안가본지가 오래된것 같다.

또 가을엔 빨간 고무대야에 큰 나무주걱 휘휘저어가며 고추장 만드시던 할매랑 엄마옆에서 맛감정(?)하던 일이며, 6학년 운동회날 손님찾기시작전 신발이며 오자마며 언제 준비하셨는지 두 손을 번쩍들며 이름을 부르던 엄마의 그 목소리, 1년 365일 뒷골목 공터에 항상 우릴 기다리시던 국자(뽑기)할머니의 간이 좌판에 매일 서너시면 약속이나한듯 단짝 친구랑 찾아가 국자 한번 해먹고, 존뜨기 구워먹고, 50원짜리 쥐포에다 엿까지 코스로 배불릴 먹어도 단돈 500원이면 충분했던 우리의 아지트.

불과 몇십년전일뿐인데.. 마치 한 세기도 더 된듯한 옛 기억을 더듬으며 밤늦게까지 학원을 뺑뺑돌기만하는 요즘 아이들에비해 얼마나 행복한 유년을 보냈는지 새삼 고마웠다. 허름하던 학교도 새 건물로 바껴버렸고, 조용하던 바닷가도 이젠 네온사인 화려한 술집들이 들어찼지만 내 기억속 그곳은 영원히 그대로일터니 아쉬워하지 말지어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산다는데 잠깐 들추어본 추억에 얼마나 배불러했는가?

한동안 우울했었는데..
가을하늘쳐다보며 오랫만에 웃어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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