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공범자들
임지현 지음 / 소나무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국어사전을 옆에낀채 책을 읽은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지나가던 동생마저 "한글로 된 책읽는데 국어사전이 왜 필요하냐?'며 의야해했으니깐~ 하지만 어쩌랴? 줄기차게 반복되어 나오는 단어들중 많은 것이 낯설고, 뜻을 몰라 문장을 이해할 수없으니 도리가 없었다. 더 중요한것은 사전을 찾아봐도 안나온게 많아 그냥 넘어간게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지만 말이다. 어찌되어던 그렇게 며칠간 소용돌이같던 책읽기를 마치고, 가만히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려고하니 생각할수록 정리는 커녕 더 엉켜버릴것 같아서 부랴부랴 서둘러 리뷰를 적으러 왔다. 책읽으면서부터 리뷰적을 생각에 조바심치긴 처음인것 같다. 그만큼 책 내용은 흥미롭고, 신기했다. 제목부터 그렇치 않은가? <적대적 공범자들>이라니..

이 책의 가장 큰 핵심은 임지현 교수의 조금의 삐딱하게 보자와 이분법으로 나누어진 모든걸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보자인것 같다. 물론 나에겐 두가지다 받아들이기 만만치않았다는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나를 비롯해 내 주위에서만 봐도 대화의 주된 화제는 '앞으로 뭘 먹으며 어떻게 살것인가?'던가 아니면 소소한 연예계 뒷담화뿐이다. 누가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고구려사가 어떻고, 대북공정에 대한 생각이 어떠하며, 부시정부와 북한의 행보에 관해 토론을 하겠냐 말이다. 물론 뉴스보도나 신문에서 보고, 들은 세상사에 관해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건 토론이 아닌 1차원적 정보공유의 의미가 더 크기때문에 몇 마디이상 대화를 끌어가기 힘든게 사실이다. 그러기에 개개인의 의견을 궁금해하기보단 항상 같은 시선의 정보더라도 놓치지않으려 노력하는것조차 벅찰 뿐이였다. 그렇기에 이 책의 내용은 특별했다.

우린 아주 어릴때부터 영화나 만화를 볼때도, 친구들이랑 놀이를 할때도 우리편=착한편, 상대편=나쁜편으로 편을나누는것에 무의식적으로 익숙해져 있었던것 같다. 그러다보니 커서도 그 습관이 사라지지 않는것인가? 뭐든 먼저 이분법으로 가르고본니 말이다. 자본/민주주의와 진보/보수주의, 미국, 탈레반/후세인과 미국,아프간/이라크의 힘없는 국민들, 한국과 일본등등 그렇다보니 그 나뉨과는 상관없는 주변화된 소수자는 언제나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크게 나눠 와닿지 않는다면 아주 작은 예로 들었던 노동자 운동에서 노동자는 언제나 정규직/남성/한국인 노동자가 주가 되었고, 비정규직/여성/외국인 노동자처럼 주변화된 소수자의 권리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나역시 여성으로 사회에서 느끼는 차별이 많았지만 노사갈등이 보도되면 어느새 노동자의 입장에 가깝기에 그들을 지지했던게 사실이였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이분법이 소수자를 흡수함으로인해 더 많은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하고있는것이다. 여지껏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아주 다른 시선이였다. 나 역시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으니 말이다.

또한 크게 화두가 되었던 <고구려사 왜곡문제> 역시 미디어의 보도와는 조금 다른 의견이였다. 물론 나역시 역사란 시대상황에따라 달리 해석되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그 역사의식을 고구려사 왜곡에 대입해본적은 없었다. 그저 연일 저명한 역사학자들이 나와 침을 토하며 고구려가 왜 우리의 조상일 수밖에 없는지 이유와 그런 역사를 중국이 뺏어가려하니 정신차리고 반드시 지켜야한다고 불안에 떠는 모습을 보이며 국가차원에서 기필코 막아야하는 중대한 과제라는 보도를 보니 정말 중국 나쁜놈들이고, 가만두면 안될일이구나라고 생각했었다. 비틀어보기보단 받아들이기 급급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입장에선 그렇게 모든 뉴스와 신문에서 약속이나 한듯 한 목소리로 같은 말을 딱지가 않도록 하는데 달리 생각할 도리가 없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저자는 또 딴지를 건다. 고구려를 주(主)로 놓고보면 중국과 한국의 편가르기에 희생자가 아니냐고? 과거 고구려인들은 몇 세기후 자기들의 역사가 두 나라간 싸움의 도마위에 오를줄 생각이냐 했겠냐고.. 그저 고구려는 고구려일 뿐인데 왜 수백년이 흐른 지금에와서 땅을 가르고, 자기편을 만드려하느냐고 말이다. 이 역시 생각지도못한 입장이 아닐 수 없다. 왜 어느 한곳에서도 이런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일까 궁금증이 생긴다.

현대 사회와 체제, 집단들은 갈수록 적대적 관계로 모든 사안을 놓은채 개개인 생각하기보단 편을갈라 힘없는자의 희생을 실은채 자신들의 정당함을 주장하려고만 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를 내듯 더 큰 소리를 내기위해 개인의 더 큰 희생을 요구하는 우를 범하기전에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생각해 보자고 말하는 저자의 주장에 반박을 하고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그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섣불리 옹호할 수도 없다. 그저 내가 생각치 못했던 관점외의 부분에 대해 눈돌리게 해주었고, 모두 '예'라고 대답할때 '아니오'는 커녕 가만히 있어도 혼나기 일쑤인 이 나라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그의 용기만을 높이 사고싶을 뿐이다. 앞으로 예의 주시할 사람이 더 늘어났다는 반가움과 함께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