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이스마엘
다니엘 퀸 지음, 배미자 옮김 / 평사리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광고를 처음 보는 순간, 숨이 탁 막혔어.'로 시작하는 첫 문장을 읽으면서 사실 조금 놀랐다. 책의 첫 문장치고는 뭐랄까? 조금 안어울린다고나할까.. 암튼 뭐 그랬다. 게다가 서술형이 아닌 대화형 문장이라 낯선느낌에 읽는 속도가 더뎌 지루해지기까지했다. 그러다 이스마엘이 등장하고, 그가 동물원이야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재미가 붙었다.
작년 <동물원의 탄생>이란 책을 서점에서 대충 훌터보면서 적잖이 충격받았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난 지금까지 동물원에 가볼 기회가 없었다. 내가 사는곳엔 이렇다할 동물원이 없었을뿐만 아니라 부모님을 졸라서 갈만큼 동물을 좋아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커서는 다른 일들로 바쁜데 나와 동떨어진 동물원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도 없었고 말이다. 그런데 <동물원의 탄생>을보면서 나를 비롯한 인간들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느낄 수 있었다. 난 그랬다. 막연히 생각하기에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이 편할것이라고. 시간되면 밥주니 일부러 사냥안해도 되고, 잡혀먹을걱정없으니 마음편히 자도되고 무슨 걱정거리가 있냐고. 근데 그게 아니였다. 그건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본 나의 생각일 뿐이였다. 사람들은 흔히 그런다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라고 그럼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을것이라고. 하지만 그 '역지사지'의 정신마져도 지극히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만 적용될 뿐이였다. 동물의 입장에서보면 결코 답답한 우리에 갖쳐져 시간맞춰 주는밥도, 느러지게(우리의 시각에서보면) 자는 낮잠도 행복이 아닌데 말이다. 태어난 환경과 전혀 다른 곳에서 적응하기위해 힘들어해야하고, 더러운 오물이 가득한 우리에서 살아남기위해 항생제를 맞아야만하며, 주는 먹이에만 의존해 본연의 야생성을 잃어가는 그들은 생활은 그들의 자발적 선택이 아닌 강요인데 말이다. 이스마엘 역시 인간의 그런 이기심을 지적했다. 지구상의 생명중에 인간만이 왜 그런 지독한 이기심을 가지고있냐고 말이다.
그리고 그는 이야기한다. 인간의 이기심이 생기게 된 그 역사를 말이다. 우리가 배우고, 가르치는 인류의 역사. 무수하게들었던 그 인간의 발생과정과 발전과정을 모조리 뒤집어 버리는 이스마엘의 말을 들으면서 난 또 한번 이기심이란 단어을 떠올렸다. 그리고 뒤를 이어 따라오는 청천벽력같은 말한마디. 학교다닐 때 그렇게 열심히 배웠던 <농업혁명>이 우리의 이기심의 시발점이였다는 사실. 단 한번도 난 그 혁명이 이기심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치 못했다. 그저 조금은 미계한(이 역시 인간의 이기적인 생각이겠지만) 다른 생명체보다 조금 더 똑똑한 인간이기에 그런 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을것이라고. 게다가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가르쳐준 선생님들마져도 그 혁명의 장점만을 말해줬지 그 혁명이 다른 생명체에게 끼친 영향에 관해 말해준 이가 없었으니 말이다. 이스마엘은 말한다 그 혁명자체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라고. 단지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이 다양성을 무시한채 자신들과 다르면 그 무엇이든지 몰살시켜버렸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이다. 혁명의 발상지부터 점점이 퍼져가는 지도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저 단순히 수렵채취생활에 비해 농업이 편했으니깐 확대되었을것이라고만 생각하지 말이다. 지금까지 나의 모든 지식을 뒤엎어 버리는 이스마엘의 말을 들으면서 너무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흔히들 "역사"는 이긴자의 역사일뿐이라는 말을한다. 자신들에게 유리한쪽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그렇게 쓰여진 것이 진실인양 믿어버리게 만드는데 인간의 역사 역시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역사였을뿐이였던것이다.
그럼 지금 현재로 돌아와 이스마엘은 묻는다. '농업혁명이 잘못된 것이라 느낀다면 당신은 혁명이전의 수렵채취로 살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냐?'고 말이다. 글쎄.. 한참을 고민해봤지만 나 역시 돌아가고싶은 생각이 없다. TV속에 종종 등장하는 무슨무슨 종족들의 생활상을 보면 지금 나의 시각에선 그들의 생활이 행복해 보이기는커녕 무섭기까지하니 말이다. 그들은 해가 뜨면 일어나 해가 지면 잠이 든다. 식량이 떨어질까봐 걱정스러워하며 힘들어 농사를 짓지도 않고, 욕심내어 열매를 많이 따지도 않는다. 당장 먹을 수 있을만큼만 가져와 배불리 먹고, 그 나머지 시간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지금의 우리처럼 취업을 걱정하지 않고, 좋은 물건을 욕심내지도 않으며 인터넷이 몇시간 안된다고 불안해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연의 흐름에 맞춰 살아갈뿐이다. 그 많은 부족들이 제 각가의 문화와 언어를 가지로 오랜세월 살아온 이유는 뭘까? 그에 반해 수많은 나라들이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하고, 비슷한 환경으로 발전하는 우리 사회에서 자살율은 점점 높아지고, 행복지수는 낮아지는 이유는 뭘까? 인간이 편해지기위해 만들어낸 자동차가 사람을 죽게 만들는 무기가 되고, 자연의 시간을 거부하는 시계가 1초라도 늦으면 큰일날것처럼 사람들을 옥죄이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지금의 생활을 떠날 수 없는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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