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e 1 - 만남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앤을 처음으로 만난게 언제였더라? 만화영화라는걸 보기시작한게 몇살때인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속에서 가장 많이 봤었고, 가장 재미있게 본 만화중 1위가 앤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게 보고 또 봐도 재미있던 앤.. 그 앤이 꽤나 두꺼운 책 10권의 이야기를 가졌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었다. 내 기억속에 앤은 언제나 쫑알거리던 아이였고, 공부열심히하던 학생이였고, 길버트와의 사랑을 막 시작하려던 숙녀였는데 말이다. 그런 앤이 길버트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난 아직까지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아니 믿고싶지가 않다.

사람의 감정이란게 얼마나 이상한건지.. 난 한해한해 나이를 먹고, 성장해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 기억하는건 언제나 내가 생각하던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 항상 함께하고싶지만 변하지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런 마음이 드는게 말이다. (마치 첫사랑을 다시 만나면 갖고있던 아름다운 기억이 손상될까 망설이는 것처럼) 앤역시 내 기억속에 순수한 (할머니가 되었다고 순수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그 모습그대로이길 바라는 욕심이 든다.

그래서 1권만 읽고난 후 2권을 읽어야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미뤄져 아직까지 읽지를 못하고 있다. 나보다 더 빨리 커버릴 앤의 모습에 어색해할것 같아서.. 십년동안의 기억이 한순간에 없어져버릴것 같은 괜한 걱정도 들고.. 그저 소설속 주인공으로 생각해버리면 될것을 난 아직까지도 그러지 못하는가 보다..

얼마전까지 만화채널에서 보여주던 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중에 내 딸이 앤을 보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하면 그땐 내 기분은 어떨까? 쌍둥이도 세대차이가 난다는 세상인데 앤의 이야기로 딸과의 공감대가 생길 수 있을까하고 말이다. 주근깨 빼빼마른 앤이 존재하는한 불가능하지도 않을 이야기같긴한데.. 웃음이 나오면서 기분이 묘해지는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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