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앤 존 Martin & Jhon 7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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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바쁘다보니 소소한 취미는 일상에 묻히기가 쉽다. <마틴앤존> 7권이 나오길 그렇게 기다렸는데 가을부터 다시 일을 시작하다보니 출간일을 챙기지 못했다. 뒤늦게 7권이 나왔다는 소식에 후다닥 주문을 하고, 책을 받았지만 이번엔 읽을 시간이 없어 삼일만인 오늘 새벽에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두운 새벽 난 다시 또 삶과 사랑에 대해 컴컴한 벽을 바라보며 생각해봤다. '그냥 지나가 버리는 바람이 아닌 그 사랑에 대해 말이다..'


사실 동성애, 야오이에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조금 고지식한 인간이라 틀 밖의 일은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는데 나이를 먹다보니 틀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다 옳지만은 않다는 사실을(더 부패되고, 썩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알게 되었고,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종교도 피부색도 상관없다는데 왜 동성애만 다른 시각으로 봐야하는지 납득되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 작가의 말처럼 '지금 사랑하지 않은 자 모두 유죄'이니 그들은 무죄이지 않은가.


박희정. 그녀는 만화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 또한 깨뜨려주었다. 80년에 초등학교를 다닌 아이라면 만화책과 오락실이 얼마나 나쁜 이미지였는지 기억할 것이다. 난 어른들이 하지 말라면 무조건 안해야하는 건줄 아는 아이였던지라 TV 만화는 보면서 만화책은 읽지 않았고, 집에 있는 오락기를 갖고 놀면서 오락실은 절대로 안갔다. 그래야만 하는지 알았다. 그런데 수능을 치고, 무료함에 하루하루를 못견뎌하던 우리 반 아이들이 단체로 만화책을 빌려 돌려가면서 읽을 때 원수연, 이은혜, 이미라 등등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만화가들의 만화책을 만났고, 수줍던 사춘기소녀는 마음에 불이 붙었다. 주인공의 사랑과 이별에 동화되는 느낌은 드라마와 영화와는 또 다른 무엇이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우리의 심장을 파고들었던 <호텔 아프리카> 다들 정신없이 읽다 선생님에게 틀겨 난리가 나기도 했지만 몰래 읽는 그때의 그 재미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박희정이란 이름은 내 십대의 마지막을 수놓았다.


스무살이 되었다. 세상이 달라질꺼라 생각했지만 조금의 변화도 없었고, 내 단짝은 지독한 만화광이였다. 공강이 되거나 강의실이 답답할 때 우린 자연스레 학교 앞 만화방으로 갔고, 친구가 추천해준 수많은 만화책을 읽었지만 기억나는 게 없는 걸 보면 그저 시간 때우기 정도였나 보다. 만화방의 90%를 차지하던 무협만화와 일본만화. 그 거리감을 좁힐 수 없었던 나는 다시 만화를 잊고 살았다.


그리고 서른이 된 난 다시 그녀를 만났다. <마틴 앤 존> 동명의 소설을 참고했다는 소리에 절판된 책을 찾아 인터넷을 수없이 돌아다녔지만 결국 구할 수 없다 몇 달 전 재출판 된 책을 구입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책에도 만화에도 수없이 등장하는 마틴과 존은 저마다의 개성이 있었지만 그들은 첫 번째도 사랑이였고, 마지막도 사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1세기 아직도 이런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을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는 사랑, 떠날 수 밖에 없었지만 한쪽의 날개를 남겨주는 사랑,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할 수 없는 사랑.. 진부하다 못해 말하기도 쑥스러워지는 그런 사랑을 그들은 한다. 지금 사랑하지 않아 유죄인 내가 보기에 너무 아련해서 가슴 아픈 그런 사랑을 그들은 하고 있다.

컴컴한 벽이 스크린으로 변한다. 한국으로 오겠다는 그 멋진 수트의 청년이 통화를 끝내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곧 이야기가 시작하려다 멈추어버리고 만다. 다시 8권을 기다릴 수 밖에.. 사랑하고 있는 그들은 무죄지만 나를 너무 기다리게 하는 작가는 유죄가 되지 않게 하루 빨리 8권을 출간하기를 바란다. (희정쌤!! 앙탈인거 아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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