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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그녀는 거절하는 것도 다르다 - 우물쭈물 Yes하고 뒤돌아 후회하는 헛똑똑이들을 위한 야무진 거절법
내넷 가트렐 지음, 권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생각해보면 어릴 적부터 크게 욕심이 없었던 것 같다. 여자아이가 예쁜 옷을 사준다고해도 시큰둥하고, 장난감을 갖고 싶어도 며칠 조르다 안 되면 그냥 넘어가버리는 등.. (그래서 아직도 미니어쳐 집이나 가구를 보면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의 욕구(?)가 무의식중에 남아서 말이다.) 그에 비하면 한 살 터울의 남동생은 옷 입는 것도 까탈스러웠고, 갖고 싶은 장난감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져야 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이를 먹을수록 동생의 성격은 부드러워지는데 반해 내 성격은 까칠해져만 갔다. 그야말로 독불장군에 제멋대로. 집에 있을 땐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부리며 할 말 다하는데 왜 문밖만 나오면 ‘좋은게 좋은거지..’로 변하는지 모르겠다. 난 거절하기가 너무 힘들다.
사회생활 10년. 초창기엔 지금껏 내가 알던 세상과 너무나 다른 세상에 던져진 것 같아 아침 출근길이 죽으러가는 것처럼 슬프고, 힘들었었다. ‘왜 저 사람은 나에게 함부로 해도 되고, 난 왜 이렇게 주눅들어야하는지’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땐 내가 너무 순진했었던 것이다. 그들과 나는 공적인 관계일 뿐인데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첫 직장의 후유증 때문인지 직장이 바뀌어도 난 상사들에게 계속 주눅든 상태를 이어갔고, 자신의 개인적인 일을 시켜도 그냥 해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처음엔 미안한 듯 부탁하던 그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당연한 듯 일을 시켰고, 거절했을 땐 불쾌한 기분을 마구 표출하며 공적인 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였다. 어찌 다 그렇게 같을 수가 있는지 그들처럼 살지 말자고 다짐을 하며 직장을 다녔다. 허나 사사건건 그러니깐 계속 하자니 속이 뒤집어지고, 안하자니 불편한 악순환의 연속. 직장 생활은 괴로움의 연속이였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친구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난 의견을 내기보단 친구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편이였다. 좋은 게 좋다고,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는 것이 친구에 대한 나의 우정을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너도 의견을 좀 내봐!! 넌 만날 이래도 응, 저래도 응이냐.. 정말 그런 우유부단함 싫어!!’라는 것이다. 세상이 뒤집어질 만큼의 충격. 게다가 의례 부탁하면 다 들어준다는 생각이 깊이 박혀 그런지 필요할 때만 부탁하는 일이 해를 거듭할수록 도를 넘어서는 것이다. 나를 막 대하는듯해 혼자 상처받고, 추스르고 그러다 지쳐 ‘고작 이런 것이 친구인가?’란 회의까지 들고 말이다. 정말 나의 우유부단함이 그들에게 그렇게 싫은 모습이였을까.. 하지만 지금도 난 친구들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혼자 10가지 답을 만들어 놓고, 거절을 하던지 아니면 그냥 들어준다. 과연 이렇게 우정이 계속될 수 있을까 불안해질 때도 있다.
생각해보면 내가 거절하지 못했던 제일 큰 이유가 ‘착한 사람’으로 남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직장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착한 누구누구’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착한 것만이 최선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사실 사람이 어떻게 100% 좋은 이미지만 갖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 (그런 게 다중인격, 이중인격이라면 세상에 안 그런 사람은 몇이나 되겠는가..) 제일 친한 친구, 직장 상사, 가족들, 주기적으로 보는 은행직원이 갖고 있는 나의 이미지가 똑같을 수는 없지 않는가.
그들은 내가 거절하는 그 몇 초를 위해 몇 시간을 고민하고, 수십 가지의 답을 준비했는지 알지 못한다. 거절의 이유가 이유를 낳고, 때론 거짓말까지 해야 할 때 내가 느끼는 괴로움을 그들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넌 누나니깐 참아야지..’ ‘넌 여자니깐 해야지..’ 어릴 적부터 들었던 이런 말들이 내가 거절하지 못하는 데 영향을 미친것은 아닐까?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아직 ‘여자는..’이라는 말 앞에서 완전히 당당하진 못한 것 같다. 그래 ‘현명한 그녀(머지않은 미래의 엄마)’가 되기 위해선 ‘NO'라고 말할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모두가 'YES'라고 말할 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꼭 필요한 것처럼 좀 더 중요한 일에 'YES'라고 말할 수 있게 ‘NO'라고 할 수 있는 용기를 많은 여성들이 길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