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커넥션 - 지구온난화에 관한 어느 기후 과학자의 불편한 고백
로이 W. 스펜서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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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많이 녹아 배가 지나다닐 수 있는 항로가 생겨버렸다며 부산이 아시아의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뉴스보도를 불과 몇 시간 전에 들었다. 그럼 북극 빙하가 사라져 걱정이 태산인 기후학자들과 반대로 우리(대한민국 국민들)는 즐거워해야 하는 건가? 그렇다면 빙하가 사라져 서식지를 잃어가는 북극곰들을 보며 안타까워했던 얼마 전의 마음은 접어야하는 건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니 조금도 모르겠다.

지금껏 지구 온난화는 전 지구인이 힘을 합쳐 헤쳐 나가야 할 무엇이였고, 우리는 후손에게 잘 물려줘야할 의무를 갖고 있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고갈되어가는 자원. 이 땅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 자연이며 자연은 우리의 소유가 아닌 잠시 빌려 쓰는 것 뿐이라던 교육. 그것에 일말의 의심도 반항도 없었다. 당연히 그래야하는 줄 알았고, 그래야 맞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란다. 이 무슨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란 말인가..

저자는 말한다.

정치인들이 맹목적으로 유권자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정보로 무장한 대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략- 대중은 환경과 관련된 온갖 으름장을 하나도 빠짐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 대중이 꿈꾸는 가상의 세계는 환경 관련 규제가 어떤 부정적인 영향도 끼치지 않고 위험은 전혀 없이 편익만이 제공하는 세계이다. p21

나 역시 그랬다. 추호의 의심도 없이 앨 고어의 활동을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치에 물러나서도 선거철만 되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짓 말고, 전 지구적인 활동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말이다.

나는 환경을 배척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오랜 연륜을 가진 삼림을 보존하고, 물의 오염을 최소화하고, 에너지를 보존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그러나 자연의 이런 요소들이 가치를 갖는 것은 그 무엇으로부터도 방해받지 않을 기본권을 타고났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그것들에게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p147

그 옛날 할어버지께선 6시에 저녁을 드시곤 전깃불을 끄고, tv만 틀어놓으셨다고 한다. 행여 엄마가 방에 불을 켜놓으면 헛기침을 하시며 ‘애미, 불꺼라~’라고 하셨단다. 대발이 아버지만큼이나 절약에 철저하셨던 할아버지. 나 역시 그 영향인가? 집에서 뿐만 아니라 목욕탕에서도 수돗물을 콸콸 틀어 놓치 못한다. 조금만 넘치려 해도 잠그고, 물이 넘치면 내 자리가 아니라도 신경 쓰이고, 돌아다니면서 스위치를 내리고.. 난 그게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도요금이 저렴하단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전기요금이 누진제로 바뀐 후론 부쩍 전기요금에 신경을 쓴다. 이 역시 그 가치에 따른 사람들의 인식인가?

사회의 욕구는 무한하지만 사회가 가진 재정적 자원은 유한하므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른 문제들에 들어가는 비용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p179

가장 중요한 것은 편익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극소화하는 방향으로 환경 규제가 구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p182

그는 환경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몇 십년 안에 빙하가 녹아 지대가 낮은 나라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라고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미리 불안감을 조성하지 말아야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환경에만 올인 할 수는 없다는 의견. 그건 내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사실이였다. 어느 곳에서도 ‘지금 아니면 늦고 만다’라고만 말해줬을 뿐이였다.

우리는 전기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기를 바라면서도 발전소가 더 세워지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풍력 발전을 더 많이 이용하기를 바라면서도, 풍력탑이 풍경을 망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쓰레기와 폐물을 내다버리기를 바라면서도 더 많은 매립지가 들어서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원자력이 공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좋아하면서도, 원자력 폐기물과 안전성에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 p210-211

현대 세계에 기근이 존재하는 것은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물론 가뭄 때문에 식량 사정이 악화될 수는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근의 해법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식량이 도달할 수 없게 하는 정치적, 경제적 장벽을 제거하는 데 있다. p219

휘발류 대용의 식물성 에탄올의 생산이 증가하면, 식량 가격이 상승하는 예상치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수용에 비례하여 공급이 증가하지 않으면 곡물 가격은 상승하고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다. p245

정말 그렇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 밀림의 나무들이 하루가 다르게 잘려나가는 것은 가난한 그들에겐 밀가루와 맞바꿀 것이 나무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밀림을 보존해야한다고 말하지만 선진국에서 썩어나는 음식물 쓰레기는 줄어들지 않으며 수요와 공급은 언제나 불일치 한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가진 것이 많은 자들은 평균 온도가 올라가면 에어컨의 설정온도 다이얼을 낮추고, 황사가 불어오면 공기청정기를 돌리며 수돗물이 의심스러워 정수기를 사용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들에겐 물 한 방울을 얻기 위해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야하는 아프리카 원주민도 황사로 인해 고향을 버려야하는 중국 내몽고인들도 먼 나라 이야기 일 뿐일 것이다.

저자의 모든 주장에 대해 찬성하진 않지만 그의 용기 있는 선택엔 힘을 실어주고 싶다. 지금껏 그 누구도 어느 곳에서도 이런 의견을 내놓치 못했던 것 같다. 모든 지구인들을 포용할 수 있는 환경 정책이 나올 수 있을까란 걱정부터 앞서지만 ‘저 너머 어딘가에 있을 진실’을 찾도록 우리 모두 좀더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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