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 가는 길 황석영 중단편전집 2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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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처럼’ 인간에게도 이유를 알 수 없는 회귀 본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들떠서 떠난 며칠간의 여행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오다 드디어 ‘우리 집’이 있는 도시의 이정표를 봤을 때 반가움과 안도감 뭐 그런 것들 말이다. 내가 속한 삶의 테두리가 답답하지만 벗어날 용기가 없는 내겐 그래서 여행은 좋은 휴식이며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그렇기에 떠나고, 돌아오기를 수없이 반복해도 매번 설레는 것일까?

‘삼포 가는 길’은 어릴 적 ‘TV 문학관’에서 스치듯 본 것도 같은데 기억나는 거라곤 드넓은 눈밭밖에 없다. 사회상, 주인공들의 아픔 그런 것들을 이해하기엔 내가 너무 어렸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수십 년이 흘러 드디어 책을 마주했다. 솔직히 책 읽는 내내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왜 진작 읽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끊이질 않으면서 말이다.

 

물론 70년대 태어났지만 그 시대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풍요하진 않았지만 부모님의 보호속에 행복하게 자랐고, 내 주위의 삶은 한없이 평온했으니깐 말이다. 그래서 난 우리나라가 모두 ‘행복한 대한민국’인줄 알았다. 하지만 작가의 삶은 평온하지 않았던 것 같다. 시대의 문턱마다 그는 한가운데 있었고, 애써 피하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기에 이런 살아있는 글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겠지..

단편의 호흡을 못 따라가는 편이라 읽기 버거워하는데 의외로 금방 글 속에 들어갔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도 수월했다. 그 속엔 내 아버지가 어머니가 할머니가 있고, 어쩌면 시대는 다를지 몰라도 내가 있는 것 같았다. 사람이 산다는 게 다 그렇고 그렇듯 아직도 시대는 흉흉하고, 힘들고, 벅찬 일들로 가득하다. 하나가 해결됐나 싶으면 다른 하나가 터지는 삶의 순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마음속에 존재하는 ‘삼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잊어버릴 수도 없고, 잊을 수도 없으며 꼭 가야할 곳. 그 의미는 저마다 다를지 몰라도 그것에 대한 열망은 한결같으리라. 그렇기에 아직도 ‘삼포 가는 길’은 존속되는 것 같다. 제발 대한민국도 더 이상 ‘삼천포’로 빠지지 말고, ‘삼포’로 곧바로 가는 고속도로가 뚫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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