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PD의 뮤지컬 쇼쇼쇼
이지원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참 게으르고, 귀찮아하길 잘하는 사람이다. 또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차이가 너무나도 분명해 가족들에게 욕도 엄청 먹는다. 하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이젠 성격이려니 생각하며 산다. 그런 ‘똥고집의 대마왕’에게 3가지 사건이 있었으니 그 만남은 불현듯 찾아와 나를 지배해 버렸다.

 

그 첫 번째는 열다섯의 봄 가수 T군과의 만남.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열과 성을 다해 이어지고 있다. 이젠 가수가 아니라 친오빠 같고,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친구 같은 사이라고 (혼자) 생각하면서 그의 음악 속에 담긴 내 열정과 청춘을 곱씹으며 밥벌이의 힘겨움을 버텨가고 있다.  안보면 죽을 것 같고,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았는데 이젠 기다림조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걸 보면 내 반평생을 함께한 시간의 위력이란 게 이런 건가 싶다. 부디 앞으로도 나의 멘토로 남아 주시길..

 

두 번째는 스무 살의 초여름 B작가(현재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그의 책을 구입하고, 읽는 건 ‘의리’라 생각된다. 그게 고마움을 표하는 최소한의 자세가 아닐까싶다.)와의 만남. 무료하고, 답답하기만 하던 대학생활에 책읽기는 유일한 돌파구였고, 난 강의시간마다 책읽기로 지겨움을 달랬다. 물론 그 후 수많은 작가를 만나고, 책을 읽지만 그 때만큼의 간절함은 없는 것 같다. 이제 책읽기=생활이 되어버려서 그런가?


마지막으로 스물여덟의 가을 뮤지컬 헤드윅 관람. 생활이 된 팬질로 공연장은 생소하지 않았다. 음악이 나오면(클럽에선 죽어도 안 되는 댄스가 공연장에선 자유자제로 되는 건 정말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ㅠ) 다이렉트로 심장박동부터 빨라지며 무장해제 되어버리는 걸 어디 한 두번 경험했단 말인가? 더 이상 남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으며 원초적인 나만이 존재하는 그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 나는 그걸 기대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방변두리에서 <뮤지컬>을 한다니 공연활성화 측면에서 보는 건 당연한 일. 그렇게 나는 뮤지컬과 만났다. 생소한 분위기에 이끌려가는 것도 잠시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내 모습. 아~ 이토록 강렬한 첫 만남이라니.. 세 번째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2008년 여름. 난 T의 컴백을 기다리며 방안 가득 널려있는 책 더미와 함께 하루하루를 지낸다. 하지만 3년 동안 뮤지컬은 1편도 보질 못했다. 왜냐면 나는 참 게으르고, 귀찮아하길 잘하는 사람이니깐..

 

<이PD의 뮤지컬 쇼쇼쇼>를 읽고 싶었던 건 뮤지컬을 보고 싶단 뜬구름 같은 내 욕망을 집약적으로 뭉쳐주지 않을까하는 바람에서였다. 수많은 뮤지컬 광고를 빠짐없이 보고, 다녀온 사람들의 리뷰를 찾아서 읽고, 장소와 시간까지 알아보면서 매번 쉽게 나서지 못하는 나의 주저함을 떨쳐버릴 수 있게 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책을 쓸 수 있다는 건 왠만한 열정 없이는 못한다. 그것도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런 면에서 이PD의 열정에 제일 먼저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책을 쓰기위해 2년을 보냈고, 뮤지컬까지 다시 관람했다니 오~ 진정한 팬의 자세다.

 

소개된 30편의 뮤지컬은 중 생소한 건 6편. 그 외엔 TV 프로그램을 통해 장면을 보거나 노래를 들어봤거나(유명한 노래가 많으니..) 관심 있는 배우들이 캐스팅 되서 검색해봤거나 해서 하나라도 정보가 있는 것들 이였다. 하지만 ‘헤드윅’을 빼곤 직접 보질 못했으니 내 느낌과 비교해 볼 수 없어 아쉬웠고, ‘이 한곡만은 꼭’에 소개된 노래 중 알고 있는 노래는 따라 불러보지만(‘노트르담 드 파리’의 ‘대성당의 시대’는 그 노래만 TV에서 잠깐 들었는데 정말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좋았다. 익히 들어봤던 멜로디. 하지만 그 노래가 그렇게 온몸으로 전율하게 만들다니 그게 뮤지컬의 힘이 아닐까 싶다. 근데 내가 유일하게 본 ‘헤드윅’의 노래는 왜 ’The Origin of Love'가 아니라 ‘Wig in a Box'였을까?) 들어보지 못한 곡들은 책 읽는 내내 궁금해서(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게 이런 기분이겠지..) 혼났다. 차라리 책 가격을 높이더라도 CD를 첨부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재미있다. 이PD 본인이 전문가가 아닌 팬이기에 팬의 입장에서 써내려가 쉽게 읽을 수 있었고, ‘한번 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만큼 그의 수다는 끝이 없었다.

 

3년 전 뮤지컬 표를 예매한 후 이곳저곳 검색하며 카페에 가입해서 노래도 들어보고, 영화까지 찾아서 본 나와 아무런 관심 없이 내 성화에 따라간 친구들과 공연 후 감정은 그야말로 극과 극이였으니깐. 앵콜 무대에서 송드윅이 던진 타월까지 받아 한층 업 된 나는 CD까지 구입해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빛의 속도로 오드윅의 사인까지 받는데 성공했었다. 그 후 한동안 CD를 들을 때마다 무대가 그려지고, 오드윅의 흐르는 땀방울까지 떠오르니 매번 감동하고, 감동했던 기억.. 정말 백번 말하느니 한번 보는 게 최고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이PD를 부러워하며 ‘내 생애 두 번째 뮤지컬로 과연 무엇을 볼 것인가?’ 머릿속으로 주판알을 튕겨본다. 그것이 무엇이든 소개된 30편 중에 하나라면 반드시 공연 전 이 책을 읽어보고, 비교하는 재미까지 느껴 보고 싶다. 아~~ 이런 행복한 고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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