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상상





지금 세계가 힘든 사람은

다른 세계를 상상했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선 아주 달라져


어느 날 갑자기

다른 곳으로 가기도 하지만,

죽고 나서 다른 세계로 가기도 해


갑자기 사라지면

이곳에선 큰일이 나지

그런 일이 없게 하려고

죽은 다음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했을까


꼭 그렇지는 않겠어

갑자기 사라지는 설정도 있으니


다른 세계로 간다고 아주 달라질까

힘이 없던 사람은 세지기도 해

전생 기억으로 무슨 일이든

슬기롭게 해결하기도 하더군


이야기에서나 이뤄지는 일이군

그런 거 생각하면 어때

실제로 다른 세계로 가지 못해도

상상은 즐겁잖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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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기





오늘이지만, 오늘이 아니야

우리가 사는 건 늘 오늘이잖아

오늘은,

며칠 전 오늘이거나

몇달 전 오늘일지도

그래도 오늘, 일기지


하루가 고단해

그냥,

사는 게 쉽지 않네

힘들게 일을 하지는 않지만,

힘들지 않은 건 아니야


잘 지내는 오늘을 쌓아야 하는데,

아니 날마다 잘 지내지 않아도 돼

내가 이렇군


하루 이틀 그보다 더 오래

적당히 지내도 돼

미안, 난 늘 적당히 지내는 것 같아


사람에 따라

자기가 지내고 싶은대로

지내면 되지


하루가 갈 때 아쉬우면

다음에 잘 지내면 돼


마지막 날도 오늘일 거야

그날이 올 때까지

살다 가야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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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노래





밤새 내린 흰 눈은

세상을 새하얗게 덮었지요


겨울엔 흰 눈이 와야죠


눈이 오면

추우세요

미끄러우세요

눈이 녹으면 지저분하다고요


겨울은 겨울대로 즐겨요

흰 눈을 보면

마음이 조금 깨끗해지잖아요


눈사람도 만들고

눈오리

눈토끼도 만들어요


겨울이 추우면

따스한 봄이 그립겠어요

봄을 그리는 겨울이네요


겨울엔

마음도

몸도

얼지 않게 조심하세요





*더워서 겨울을 생각했나 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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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는 그때그때





알아도 잘 못하는 건

정리지


정리는 그때그때 해야

쌓이지 않을 텐데

나중에 제대로 해야지, 하고는 잊어

시간이 흐르고 또 쌓아

쌓이고 쌓이고 쌓여서

밑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게 돼

(기억과 조금 다르기도 해)


쌓아둔 게 무너지고 나서야

겨우 정리하지만,

그때 하는 정리는 그저 다시 잘 쌓기야

없어도 괜찮은 건 버려야 하지만,

쉽게 버리지 못해


버려도 괜찮은 건 많지 않아

그건 내 생각일 뿐이라고

그럴지도 모르지

다시 보지 않을 책은 버려야겠지만,

언젠가 보고 싶을지도 모르잖아

좀 오래된 건 버리려 해야겠어

한번 하면 두번 세번,

이어서 하겠지


쾌적한 생활를 하려면

정리해야지

물건뿐 아니라 마음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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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ㅣ 문학동네 시인선 224
유수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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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시집은 무척 어려웠는데, 두번째 시집은 조금 나았다. 내가 알아들은 게 정말 맞는 건지 그건 모르겠다. 괜찮게 만났다는 걸 좋게 여기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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