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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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소설이 대상을 받은 《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작품집》을 읽고 바로 김금희 소설을 만났습니다. 한국소설 읽는 건 힘들어요. 뭐가 힘드냐고 묻는다면 뚜렷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아니 예전에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때는 읽기만 하고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 하고 말았으니까요. 지금은 잘 몰라도 쓰려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난 왜 한국소설을 잘 읽지 못할까 합니다. 여러 사람 것보다 한 사람이 쓴 것을 죽 보는 게 좀 낫구나 했는데.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너무 한낮의 연애>와 <조중균의 세계>를 다시 보니 김금희가 쓴 글이구나 하는 걸 조금 느꼈는데. 이상한 일입니다. 양희 말투가 떠올라요. “그렇죠, 오늘도.” 앞에는 다른 말이지만. 책은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상상하겠지요. 자신한테 익숙한 곳을 떠올리고 거기에서 이야기가 펼쳐지잖아요. 서울 종로나 맥도날드 아는 사람은 그곳을 떠올렸을 것 같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맥도날드에는 한번도 가 보지 않았으니까요. 햄버거를 한번도 안 먹어봤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런 곳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아니 저는 어디든 잘 가지 않습니다. 누군가와 무언가를 먹으러 가는 것 자체를 싫어합니다. 그렇다고 상상할 수 없다는 건 아니예요.

 

처음에 나오는 양희는 조중균이나 세실리아와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잘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번에 생각한 건 필용이 열여섯해 전에 양희를 좋아하기로 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예요. 필용은 가난한 양희를 보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어요. 양희는 자신이 가려는 길을 갔어요. 필용은 그것을 멋지다 했습니다. 필용은 그러지 못한 걸 아쉬워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지금 뭐가 많이 달라지지는 않을 거예요. 좌천당한 곳에서 벗어나려 애쓰지 않을까 싶어요. 아쉬워도 옛날로 돌아갈 수 없잖아요. <조중균의 세계>에 나오는 조중균은 여전히 바틀비를 떠오르게 합니다. 바틀비를 만난 적은 없지만. 조중균이 일터에서 점심을 먹지 않고 그 돈을 돌려받으려 한 일, 대충해도 될 교정을 꼼꼼하게 하려한 일. 조중균은 대학에 다닐 때 이름만 적으라는 시험에 이름을 적지 않고 시를 적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점수받고 싶지 않아서. 어쩐지 바틀비와는 달라 보이는군요. 그런데 바틀비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모두가 그냥 하는 일을 조중균은 하지 않으려 해서겠지요. 그렇게 해서 결국 일자리를 잃고 맙니다.

 

대학 때 요트 동아리였던 사람들이 연말에 모여서 한 사람 이야기를 해요. 그건 <세실리아>예요. 거의 잊다시피 하고 사학년 때는 한 친구와 사귀어서 따돌렸으면서. 세실리아가 막냇동생처럼 엉긴다고 해서 엉겅퀸이라는 별명도 있었다 해요. 정은은 세실리아를 찾아봐요. 인터넷에서 찾으니 설치미술가로 바로 나왔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인터넷 안에서도 찾기 힘든데, 세실리아는 무언가 되었군요. 그런 세실리아는 양희 같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누군가한테 관심을 바라고 가까이 붙는 거. 다시 생각하니 양희는 그러지 않았군요. 마음은 있어도 남이 자신을 싫어하리라 생각하고 거의 그러지 않지요. 세실리아가 혼자고 쓸쓸해 보여도 자기 갈 길을 잘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월>은 잘 모르겠습니다. 빚 때문에 여름을 이모가 있는 서해 한 섬에서 한식구가 지내는데. 고등학생 여자아이가 이야기를 이끌어가요. 이모는 그 섬에서 나오지 않고, 섬 사람은 간호사인 이모를 선생님이라 해요. 주사는 무얼까 싶습니다. 안 좋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픔을 잊으려고 이모한테 주사를 놔달라는 사람이 있거든요. 여자아이가 선글라스를 쓰는 건 울어서 토끼처럼 빨개지는 눈을 숨기려는 거였다니.

 

다음 이야기 <고기>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기도 한 긴장감을 줍니다. 남편이 잡은 건 무엇일지. 여자한테 상한 고기를 판 건 실수다 말하고 없던 일로 해달라고 마트 남자가 사정하지만 여자는 듣지 않습니다. 남자는 일을 그만두고 여자를 찾아옵니다. 주머니에 오른손을 넣고. 여자는 남자한테 남편이 가지고 온 자루를 풀어봐달라고 해요. 남자가 그것을 보고는 그냥 고기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거기에서 끝납니다. 남자는 왜 여자를 하루 내내 기다리고 오른손은 주머니에 넣고 있었는지. 거기에 칼이 들어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여자는 마트에서 고기 유통기한을 속였다고 본사에 알렸습니다. 남자는 그곳에서 일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아이도 있으니 좀 봐달라 했지요. 실제 그런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통기한 표시를 다시 하라고 한 사람이 정말 있었는지 일하는 사람 실수였는지. 남자가 그 일을 한 건 아니예요. 남자는 정육팀장으로 책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를 기다리는 일>과 <고기>에는 비슷한 아버지가 나오는군요. 엄마와 딸을 때리는. 그것을 보면서 김금희는 이런 것을 왜 썼을까 했습니다. 경험은 아닌 것 같은데. 누군가한테 들은 이야기인지. 개는 이름이 개예요. 여기에도 수수께끼 같은 일이 있군요. 개가 죽었다는 건 알겠지만 아버지는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어요. 짐작은 갑니다. 그렇다 해도 그게 아니기를 바라는지도 모르겠네요.

 

어쩐지 소설이 우울합니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는 노래 제목, 아니 시 제목이던가요. 시를 노래로 만들었던 것 같은데. <보통의 시절>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허탈한 웃음이 나는 이야기예요. 원수라고 생각한 사람이 이제와서 자신이 한 일이 아니다 했거든요. 그런 일 실제 있을 것 같아요. 김대춘은 왜 자신이 목욕탕에 불을 지르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예전에 그 말을 했다 해도 제대로 듣는 사람이 없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노숙자였으니까요. 마지막은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는 뭐라 말하면 좋을까요. 사람이 고양이처럼 사는 것 같기도 했어요, 모과장이. 모과장은 혼자 아니 고양이와 사는 사람으로 고양이 때문에 살았어요. 모과장은 고양이가 혼자 산다는 것을 생각하고 일터에서 혼자 행동했는데, 도시 고양이가 집을 나간 뒤에는 모여서 산다는 말을 듣고 조금 달라져요. 앞으로는 모과장도 다른 사람과 함께 회사에 시위할지도. 함께 해서 괜찮은 것도 있지만, 함께 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있지요. 생각없이 끌려가지 않아야 합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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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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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아주 많이 읽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내가 만난 책에는 소설이 가장 많을 거야. 또 이런 말로 시작하다니. ‘제7회 젊은작가상 작품집’을 읽어서야. 지난해에도 비슷한 말을 한 것 같아. 소설을 많이 만났지만 모르는 게 많다고. 한해가 지나고도 비슷하다니. 어쩐지 시간이 더 흘러도 다르지 않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을 하니 조금 우울하네. 자신이 경험을 다하지 못해도 책을 보고 경험하기도 하지. 책을 보면 자신을 그 안에 나오는 사람에 대입해서 읽기도 하고, 그게 아주 안 되는 것도 있어. 그럴 때는 그냥 바라보는 게 낫겠지. 바라보기만 하면 조금 먼 듯한 느낌이 들지만, 어쩌겠어 대입이 되지 않는 걸. 여기 실린 소설 일곱편은 젊은작가상을 받은 거야. 대상 하나에 그냥 상 여섯, 대상 다음은 우수상이라 해야 할까. 젊은작가를 알리려고 이런 상을 만들었겠지. 젊은 평론가도 알리려는 것 같아. 내가 이름 기억하는 평론가는 많지 않아. 소설가보다 평론가 이름이 더 알려지지 않았지. 아는 사람은 많이 알지도 모르겠군. 한국소설을 보면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지도. 평론가가 한국소설만 읽고 평론을 쓰는 건 아니겠지만.

 

앞에서 내가 가장 많이 본 게 소설이라고 했잖아. 한동안 한국소설은 읽지 않았어(이 말도 처음이 아니군). 한 작가의 단편소설을 읽는 것도 괜찮고, 여러 사람이 쓴 단편소설을 읽는 것도 괜찮지. 상 받은 소설이니 잘 읽어봐야겠다 했는데, 대상 받은 김금희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부터 무어라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심사를 본 작가와 평론가는 좋다고 말하던데. 필용이 퀸 노래를 듣고 몇번 운 게 생각나는군. 노래 제목을 한국말로 써서 그게 어떤 노래인가 싶고. <보헤미안 랩소디>는 알지만. 영어를 한국말로 쓰는 거 좋아하지만 노래 제목은 영어 표기도 했다면 좋았을 텐데 싶어. 퀸을 알아도 노래는 아는 게 별로 없어서 그렇게 썼다 해도 잘 몰랐을 것 같기는 해. 소설 제목 알았을 때 생각한 이야기와 많이 달랐다고 해야겠어. 아니 내가 모르는 거고 그런 연애도 있는 거겠지. 필용이 사는 게 힘들구나 생각해야 할지. 아니 그건 필용이 잘못해서 영업팀장에서 시설관리팀으로 옮기게 된 거야. 그 일 때문에 필용이 맥도날드에 가고 열여섯해 전에 만난 양희와 다시 만나. 둘이 함께 만난 건 아니고 필용이 양희를 알아본 거야. 필용은 양희를 좋아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양희가 필용한테 좋아한다(사랑한다 했는데) 했을 때 필용은 자기 마음은 말하지 않고 양희 마음이 그대론지만 확인하려 했어. 좋아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 양희는 필용한테 그저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모든 게 드러나는 한낮이어서 필용은 양희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일지도.

 

다음 이야기도 연애라 해야겠군. 기준영 소설 <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는 오십대 초반 남자가 스물다섯살 대학생을 좋아해서 겪는 초조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자기 나이 때문에 확실한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건지, 잠깐 만나려 했는데 자꾸 그 애한테 빠져드는 자신한테 당황한 건지. 알 수 없는 마음이야. 정용준 소설 <선릉 산책>은 ‘나’가 발달장애인을 하루 동안 돌보는 이야기야. 처음에는 아홉시간이었는데, 세시간을 더하게 돼.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을 때 ‘나’는 조금 아쉬워하는 것 같기도 했는데 시간이 늘어나자 아주 달라져. 그 정도도 못할 게 어디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나’는 처음부터 몇시간 남았다 시간을 쟀다는 게 떠올랐어. 정용준이 말하고 싶은 건 앞이 아니고 뒤일지도 모르겠어. 서로 이해한 것 같은 부분이 아니고, 시간이 늘어나 화가 난 부분. 가끔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게 자신들한테 축복이다 말하는 사람을 보기도 하는데, 늘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아. 좋을 때는 아주 잠깐이고 힘든 시간이 이어지겠지. 이건 그저 내 생각일 뿐이군.

 

장강명이 여러 소설을 썼다는 건 알았지만, 소설을 읽은 건 처음이야. <알바생 자르기>는 요즘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겠지. 회사는 돈을 적게 주고 사람을 쓰려 하잖아. 네시간 일하고 여기 나온 것만큼 받는다면 괜찮은 일자린데. 지금은 학교 다닐 때 빚을 진다고 하더군. 대학등록금이 비싸서 그렇겠지. 사회구조가 사람을 안 좋게 만든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맡은 일 성실하게 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내가 별로 억척스럽지 못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도. 김솔 소설 <유럽식 독서법>은 잘 모르겠어. 환상 같은 이야기야. 앞에 나온 이야기가 뒤에 다시 나오고. 이것도 잘 보면 좋다고 말하는데 내가 이런 소설을 재미있게 보는 때가 올지. 거미와 다리를 다친 미얀마 여자아이. 최정화 소설 <인터뷰>, 오한기 소설 <새해>. 제목만 말하고 말다니. <인터뷰>에 나온 사람은 왜 거짓말을 한 건지,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서였을까. <새해>는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조금 우스워 보이기도 해. 소설을 쓰려는 ‘나’의 친구 한상경이. 어쩌면 둘은 하나일지도.

 

이것도 소설을 보고 쓴 거냐, 할지도 모르겠어. 내가 먼저 이런 말을 하다니. 가끔 소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소설을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잘 모르겠어. 잘 알기 어렵다고 아주 안 보는 것보다는 보는 게 나을지(한국 단편소설). 소설 속에 더 들어가서 보면 나을까. 그건 꽤 힘들 것 같아. 감정을 많이 써야 할 테니. 바로 이해하기 어렵다 해도 잘 듣기라도 하면 아주 조금 알지도 모르지. 앞으로는 더 잘 들어볼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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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매운 바람속에 숨어 있는

당신을 생각하는 따듯한 마음

 

 

 

 

 

 

 

알려는 마음과 알리는 것

 

  왕과 서커스   王とサーカス (2015)

  요네자와 호노부   김선영 옮김

  엘릭시르  2016년 06월 27일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을 그대로 제목으로 썼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 소설을 많이 본 건 아닌데, 이건 고전부 시리즈하고 아주 다르네요. 제가 잘 모르는 거고 아주 다르지 않기도 할까요. 요네자와 호노부 소설은 지금까지 세권 읽고 이번이 네번째예요. 여러 권 읽는다고 그 작가를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아직은 책이 나오면 꼭 읽어봐야지 하는 작가는 아닙니다(작가한테 미안한 말이네요). 제가 책이 나오면 꼭 읽어봐야겠다 생각하는 작가는 얼마나 될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네요. 볼 수 있으면 보고 못 보면 말지 할 때가 더 많습니다. 이런 말 처음 하는 거 아닌데, 예전에는 책이나 CD가 나오기를 기다렸던 것 같아요. 제가 크게 바라지 않는 마음이어서 저 자신도 그런가봐요. 왜 저를 말했느냐 하면, 제가 어떤 글이든 쓰기를 바라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인터넷에서 보니 어떤 분은 자주 글을 쓰기를 바라기도 하더군요. 지금은 아니지만 저도 그렇게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제가 별로 잘 알려지지 않고 많은 사람이 알기를 바라지도 않으면서 그랬네요. 저는 많은 사람이 아니고 조금이라도 저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글을 잘 써야 하는데, 또 보고 싶게 쓰지 못하는군요. 다른 노래도 들어보고 싶게 하는 목소리가 생각나다니.

 

처음에 저는 여기 나오는 다치아라이 마치를 남자로 생각했습니다. 마치는 여자 이름일지도 모를 텐데 그랬습니다. 기자고 네팔에 혼자 가서 그랬나봐요. 여자라고 네팔에 혼자 못 갈 거 없고 여자 기자도 많은데. 마치는 본래는 신문기자였는데 그 일을 그만두고 자유기고가가 됐어요. 네팔에 간 건 새로 하는 일에 도움이 될까 해서였는데, 왕궁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요. 황태자가 부모와 형제를 죽였다고 합니다. 마치는 왕궁에서 일어난 일을 자세하게 알려고 군인을 만나는데 그 사람이 누군가한테 죽임 당했습니다. 등에는 INFORMER(배신자)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마치는 그 사진을 찍고 그것이 왕궁에서 일어난 사건과 상관있을까 하고, 자신이 그 사람을 만나서 죽임 당한 걸까 합니다. 마치가 잘 생각하니 거기에는 증거가 없었습니다. 처음 생각한 대로 기사를 썼다면 마치는 많은 사람한테 비난을 들었겠지요. 아무 상관없다는 게 드러나도 마치는 안 좋았을 겁니다. 다시는 기자로 지낼 수 없었겠지요.

 

네팔이라는 나라가 어떤지 잘 모릅니다. 기자 같은 사람이 네팔이나 그쪽에 가서 여러 가지 일을 알려서 세계 사람이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는 거겠지요. 무엇인가를 알려고 하고 안 것을 다른 사람한테 알리려고 하는 건 기자만이 아닐 거예요. 이 책을 보니 어떤 것은 알려져서 좋아졌지만 어떤 것은 안 좋아지기도 했더군요. 알고 알리는 것만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기자한테는 부조리한 일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네팔에서 갓난아기가 쉽게 죽는 일이 세상에 알려지고 갓난아기가 덜 죽게 되었지만, 안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알려지고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답니다. 이런 일 다른 데서도 본 적 있네요. 안 좋은 것을 세상에 알리면 거리로 나가야 하기에 그대로 두라고 하는 거. 사람들한테 알려진 다음에 어떻게 할지 생각한 다음에 알리면 어떨까 싶은데, 기자가 그런 일을 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어린이가 일하는 곳도 많지요. 그것도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안다 해도 그것을 아주 못하게 할 수 없잖아요. 그 아이가 집안 식구를 먹여 살릴지도 모르니까요. 그런 곳을 없애는 것보다 일하는 환경을 바꾸는 게 더 좋겠습니다. 이런 생각밖에 못하다니. 어른이 일할 곳을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이 있어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쉽게 빠르게 알 수 있어요. 언젠가는 전쟁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더군요. 저는 텔레비전을 안 봐서 몰랐는데. 지금은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슬픈 일이 재밋거리가 되기도 한다니. 그런 것을 다룰 때는 좀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잘못된 것이 없는지 거듭 확인하고 알리면 좋겠습니다. 잘못 알리는 것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도 있잖아요. 마치는 자신이 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려는 것과 알리는 것을 깊이 생각하더군요. 무엇인가를 알리는 게 나쁜 건 아니겠지요. 제대로 알아보고 참된 것을 전하려 애써야죠. 자극이나 재미가 아닌. 이건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만 그런 건 아니네요.

 

 

 

 

☆―

 

“부디 명심하십시오. 고귀한 가치는 연약하고, 지옥은 가깝습니다.”  (495쪽)

 

 

 

 

 

 

 

 

 

 

잘하는 게 없어도

모자란 게 많아도

내가,

나임을 좋아하고 싶다

 

 

 

 

 

 

 

다름과 같음을 받아들이고 함께 가기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고 남자와 여자로 이루어져 있다. 반반은 아니리라고 생각한다. 여자와 남자가 균형이 맞았을 때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과학 의학이 발달하고 달라졌을 거다. 한국만 남자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을 거다. 중국은 땅이 넓지만 사람도 아주 많아서 나라에서 아이를 하나만 낳으라 한다. 그 말을 따르는 사람은 얼마 없을 거다. 처음에 아들을 낳으면 아이를 더 낳지 않아도 딸을 낳으면 더 낳겠지. 딸은 호적에도 올리지 않고 부모가 버리기도 한다. 일본은 여성이 집안을 이을 때도 있었지만 무사시대부터는 많이 달라졌다. 그때부터가 맞던가. 신라에는 여왕이 있었던 적도 있는데 그때뿐이었을까. 어쩌다가 남자는 힘, 여자는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하게 된 걸까. 남자라고 해도 힘없는 사람도 있고 여자보다 예쁜 사람도 있다. 남자와 여자 몸이 달라서 다른 점도 있지만 사람이라는 건 다르지 않다.

 

결혼을 하면 남자가 꼭 형광등을 갈까. 이런 말 가끔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형광등 가는 건 어렵지 않다. 의자만 놓으면 여자도 갈 수 있다. 실제 그러는 사람도 있으리라고 본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는 엄마를 더 좋아하기도 하고, 가끔 보는 아빠를 좋아하기도 한다. 이건 아이에 따라 다를까. 엄마가 엄하고 아빠가 조금 다정하고 용돈도 많이 주면 마음속으로는 아빠를 더 좋아할까. 좀 이상한 생각이구나. 아이라고 사람을 모르지 않겠지. 누가 더 나은지 생각하기보다 엄마 아빠 다르다 생각하면 될까. 여자와 남자는 함께 이야기하고 아이를 기르면 훨씬 좋지 않을까 싶다. 집안 일을 여자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이 말 전에도 한번 했던가. 조선시대에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닐 거다. 허난설헌과 허균 아버지 허엽은 초당두부를 만들었다고 한다. 초당두부 먹어 본 적 없지만 이름은 들어본 것 같다. 허난설헌과 허균이 워낙 잘 알려져서 아버지는 묻혔구나. 그 반대일 때가 더 많은데.

 

조선은 여러 가지로 차별을 했다. 남성과 여성 그리고 신분으로. 조선초기에는 여성도 조금 기를 펴고 살았다는데 어쩌다 갈수록 뒤로 밀려났을까. 조선시대에 여성이 좀더 목소리를 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남자라고 차별받지 않은 건 아니다. 조선은 양반 사회여서 서출은 대접받지 못하고 생각이 다르면 차별받기도 했다. 허난설헌과 허균은 시대 때문에 제대로 살지 못했다. 아버지 허엽은 허난설헌이 글공부하고 시를 쓰게 했는데, 허난설헌 시집에서는 그걸 못하게 했다. 허엽은 허난설헌이 잘살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을 것 같은데 왜 다른 집안에 보냈을까, 아쉽다. 허난설헌은 죽기 전에 자신이 쓴 시를 모두 태우라고 했다. 동생 허균은 허난설헌이 쓴 시를 모아서 책으로 엮었다. 허균이 있어서 허난설헌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지는구나. 양반 집안 딸로 글을 쓴 여성이 허난설헌밖에 없었을까. 더 있었을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은 묻혔겠다.

 

난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른다. 남자는 언제까지고 어린이라고 하는데 그건 남자만 해당하는 말일까. 여자가 어떻다고 하는 것에서 나와 맞는 건 별로 없다. 그런 걸 잘 본 건 아니지만. 여자 남자 조금은 다를 거다. 사람도 자라는 것에 따라 많이 다른데. 같은 것도 있을 거다. 남자와 여자가 다른 걸 인정하고 누가 더 잘났는지 겨루기보다 서로 모자란 점을 채워주면 어떨까 싶다. 말은 쉽지만 그렇게 하는 거 조금 어려울까. 사람을 여자 남자로 나누고 싸잡아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통계가 아주 틀린 건 아닐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얼마 되지 않는 사람도 생각해야 한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오른손잡이 중심이구나. 그밖에 이성애자, 비장애인. 그 반대쪽에 선 사람도 있는데.

 

지난번에는 서울 경기에 동네 책방이 많은 것 같다고 했는데 다른 지방에도 없지 않다. 이번에 제주도에 있는 동네 책방 두 곳을 소개했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이 많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모임을 오래 하려면 그곳 사람이 많은 게 좋겠지. 요즘 영어를 진짜 많이 쓴다는 걸 깨달았다(이건 첫번째 책방을 소개하는 글을 보고 생각한 건데). 책방이 중심이니 책방 사진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책방 주인 사진도 함께 실었다면 더 좋았겠다. 땡스북 도우미가 먼저 읽은 책 열권도 빠지지 않았다. 소설이 아닌 다른 책도 보자고 생각했는데 쉽지 않구나. 소설도 여러 가지 생각하고 보면 좀 낫겠지. 소설 읽기 쉽지 않기도 하니까. 책을 잘 읽으면 할 말이 많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책 읽기를 놀이처럼 재미있게 하라고 한다. 책 읽기는 한번 빠지면 그만두기 어렵겠지. 책을 읽고 쓰지 못해도 그것을 생각해보는 게 낫다. 예전에 난 쓰지 않고 읽기만 했다. 책을 읽고 쓰다 보니 조금 힘들지만 잠시라도 생각해서 좋다. 그게 다 내 생각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생각해봐야 하겠구나.

 

여기에는 열쇠말로 보는 책 얼개가 있다. 어떤 주제로 책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텐데 그런 건 여전히 못한다. 잘 모르는 건 쉬운 것부터 보아야 하는데 처음부터 어려운 걸 보려 해서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건지도. 잘 모르는 분야 책을 만나는 건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과는 다르니 좀더 용기를 내야겠다.

 

 

 

 

 

 

 

 

 

 

 

시리도록 파란

──겨울 하늘

 

 

 

새파란 하늘에 두 손을 담근다면

내 손도 파랗게 물들까

 

시리게 파란 하늘이라 해도

내뻗은 손과 마음은 얼릴 수 없다

 

당신 마음에 파랑 일어도

끝없이 펼쳐진 파랑이 잠재워주리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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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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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람과 사람이 사귀는 일을 생각하게 한다. 사람이 사람을 사귀는 일에 옳은 답은 없으리라고 본다. 누군가를 사귄다고 해서 그 사람을 다 알 수는 없다. 한 사람을 여러 사람이 다르게 말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가 처음은 아닌데 히로사와는 좀 다르게 보인다. 아니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난 사람을 색깔로 생각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러면 어떻게 생각했지. 누구하고든 잘 어울리는 사람이 부럽다. 히로사와가 그렇다. 누구한테든 잘 맞춘다. 이게 좋을 수도 있지만 히로사와 자신은 그런 자신이 좋을지. 누구하고든 안 좋은 사이가 되지 않으려고 억지로 남한테 자신을 맞추는 사람도 있지만 히로사와는 그건 아닌 듯하다. 다른 말은 없이 히로사와 말만 하다니. 나는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한다는 말을 먼저 하려고 했는데, 다른 말을 먼저 하고 중간에서 끊었다. 어쩌면 더 말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뒤엉킨 생각을 잘 풀어야 하는데.

 

처음 말해야 하는 사람은 후카세 히로카즈다. 후카세는 특징 없고 다른 사람 눈길을 끌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후카세가 가장 잘하는 건 커피다. 커피를 내린다고 해야겠지. 일본소설에서만 그런 건지, 다른 나라 소설에서도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데, 인스턴트 커피도 특정한 사람이 타면 맛이 다르다고 한다. 아니 지금 생각하니 한국소설에서도 그런 사람 본 것 같다. 그 사람은 뭐가 달라서 맛있을까. 그런 걸 먹어 본 적은 없지만. 난 내가 탄 게 가장 좋다. 이건 모든 사람이 그럴지도. 좀 쓸데없는 말을 했다. 후카세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커피를 마셨는데 인스턴트는 여러 잔 마시니 다음날 안 좋아서 드리퍼와 전용원두를 사고, 대학생이 되고는 커피 전문 책을 읽었다. 이런 사람은 한국에도 좀 있지 않을까. 커피 때문에 후카세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자신이 있을 곳이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자신이 있어도 되는 곳을 찾는 건 아니지만. 자신도 누군가한테 도움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 거겠지. 사람은 어떤 일을 하든 누군가한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 거 마음 쓰지 않고 사는 사람도 있을까. 아주 없지 않을지도. 그건 인정받고 싶은 마음인가보다.

 

소설은 ‘후카세 가즈히사는 살인자다.’는 말로 시작한다. 이것은 후카세 여자친구 미호코가 받은 편지에 적힌 말이다. 미호코는 충격을 받고 후카세한테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는다. 후카세는 세해 전에 대학 친구 넷과 함께 놀러 간 별장에서 일어난 사고를 말한다. 앞에서 말한 히로사와는 후카세가 대학생 때 만난 친구다. 히로사와는 그때 별장에서 차를 타고 한 친구를 데리러가다 사고로 죽었다. 후카세는 히로사와를 처음 생긴 단짝친구라 여겼는데, 다른 세 사람과 히로사와가 다른 식으로 친하게 지냈다는 걸 알게 된다. 그걸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알다니. 히로사와가 죽었을 때는 그럴 정신이 없었겠지. 후카세가 히로사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아 보려고 한 건 다른 친구 셋도 같은 편지를 받고 한 사람은 죽을 뻔한 일이 있어서다. 후카세는 세 친구를 만나 히로사와 이야기를 들으니 자신이 히로사와를 잘 모른다는 걸 깨닫는다. 자신하고 가장 친하다 여겼는데, 히로사와는 누구하고나 친하게 지냈다. 이런 건 가까이에서 보면 알 텐데 후카세는 왜 못 봤을까. 아니 그것보다 누군가 한 사람이 자신하고만 친하다 여기면 안 된다. 그 친구한테는 자신이 모르는 친구가 있을 테니까. 후카세는 친구가 없어서 그걸 몰랐겠구나. 나도 친구 별로 없었지만 그건 알았다. 나하고만 친하게 지내는 거 아니다는 거. 후카세는 히로사와 고향에 가서 학교 친구를 만나고 후쿠하라라는 친구를 알게 된다. 후쿠하라는 후카세와 비슷했다. 겉모습은 아니고 분위기라고 할까, 생각이라고 할까. 후쿠하라도 자신이 히로사와와 단짝이라 여겼다.

 

난 학교 다닐 때 단짝친구는 없었다. 있었으면 했지만 사귀기 힘들었다. 단짝은 헤르만 헤세가 쓰는 소설 속 두 사람 같기도 하다. 히로사와와 후카세나 히로사와와 후쿠하라. 빛과 그림자. 히로사와하고 좀더 말했다면, 후카세가 생각만 하지 않고 말했다면 세해 전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다. 친하다 여기는 사람한테도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기는 어렵겠지. 히로사와가 별장에 갈 때 점심을 왜 친구들과 다른 걸 먹었는지 나중에 친구들한테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 <소년탐정 김전일>에 그것을 이용해 사람을 죽이는 게 나온다. 그런 건 추리소설에서 가끔 볼 수 있다. 이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 후카세는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언젠가 그 일을 털어놓을까. 세해 전에 있었던 일에도 네 사람이 숨긴 게 있다. 그것 때문에 네 사람은 자신들을 살인자다 하는 말에 반응한 거다. 어떻게 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면 끝이 없다. 목숨과 상관있는 일은 남한테 알리는 게 좋다고 본다. 히로사와는 그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소설에서는 이렇게 뒤를 돌아보기도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쉽지 않다. 내가 그렇게 못하는 거고 다른 사람은 잘할까. 후카세는 히로사와가 죽은 일에 자신은 잘못이 없다 생각했다. 히로사와가 운전하려고 했을 때 바깥에는 비가 내렸다. 술을 조금 마셨든 마시지 않았든 그런 때 운전하는 건 위험하다. 나라면 밤이고 비도 내리니 안 가는 게 좋겠다고 말렸을 거다. 술 조금 마신 것도 말하고. 후카세는 어쩐지 다른 두 사람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나도 가끔 나 자신이 별거 아니어서, 하는 생각을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사귀는 데는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만 있으면 그걸로 괜찮다. 나도 이 생각을 마음에 새겨두어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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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드의 피아노

  A Romance on Three Legs

  : Glenn Gould's Obsessive Quest for the Perfect Piano (2008)

  케이티 해프너   정영목 옮김

  글항아리  2016년 07월 11일

 

 

 

 

 

 

 

 

 

 

 

 

 

바이올린이나 첼로에서 가장 잘 알려진 건 스트라디바리우스다(내가 아는 게 이것뿐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오래되고 잘 관리한 것은 아주 비싸겠지. 바이올린이나 첼로처럼 혼자 들 수 있는 건 자기 악기를 어디든 가지고 다니면서 연주할 수 있다. 피아노는 크고 옮기기 힘드니 자기 것을 고집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글렌 굴드는 자신이 좋아하는 피아노로만 연주하고 싶어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만드는 장인이 있다는 건 아는데, 피아노도 그런 게 있는지 몰랐다. 한 사람이 시간을 많이 들여 만드는 건 아니지만 거의 손으로 만들었다. 피아노는 일본 피아노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한국에서 만드는 것도 생각난다. 많이 만드는 것과 스타인웨이에서 만드는 피아노는 다르겠지.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비쌌다. 이곳은 아직 있을까. 피아노를 많이 만들지 않는다 해도 아주 없어진 건 아니겠지.

 

이 책을 보니 스타인웨이에서 만든 피아노는 다 달라 보였다. 공장에서 만들기는 했지만. 피아노를 만드는 사람은 피아노를 만들고 안에 이름을 새기기도 했다고 한다. 이건 많이 만드는 피아노에는 할 수 없는 거다. 대를 이어 피아노를 만든 사람도 있었다. 책 제목이 《굴드의 피아노》여서 피아노 이야기를 먼저 조금 했다. 글렌 굴드라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연주를 들어봤는지 그건 모르겠다. 고전음악을 그렇게 많이 들어보지 않아서. 피아노 연주는 좋아하지만, 고전음악보다 대중음악을 더 들었다. 엄마가 굴드한테 피아노를 가르칠 때 연주하는 걸 따라부르라고 한 걸 보니 예전에 들은 말이 생각났다. 굴드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 언제나 그것을 따라불렀다는 게. 어떤 음반에서는 굴드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단다. 굴드는 다른 소리에는 민감했는데, 자신이 앉은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나 연주를 따라부르는 소리는 마음 쓰지 않았다. 누가 자기 몸을 건드리는 것을 싫어하고 밝은 색을 싫어한다는 말을 보고 아스퍼거증후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도 있었나 보다. 굴드한테는 음악이 있어서 그런 게 심하게 나타나지 않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세상은 천재한테는 마음이 넚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남과 조금 다르면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다. 이건 나도 들어간다고 해야겠다. 내가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어떤 사람은 식구가 그런 것을 알고 배려하기도 하던데. 내가 무엇인가 되었다면 좀 나았을까 싶지만. 내가 왜 그런지 그것을 잘 설명하지 못해서 이해받지 못하는 거겠지. 우울하다. 굴드는 어렸을 때부터 자기 손을 보호해야 한다고 느끼고 병균을 두려워하고 건강에 마음을 많이 썼다. 다른 사람과 손잡기 싫어하고 이런저런 약을 먹었다. 이건 좀 안 좋은 거 아닌가. 약이 아픈 몸을 낫게 하지만 약을 잘못 먹으면 더 안 좋다. 굴드는 더울 때도 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고 두꺼운 코트를 입었다. 자신이 치는 피아노에 꽤 까다로웠다. 의자는 자신이 늘 앉는 것을 가지고 다녔다. 굴드가 피아노 치는 자세는 사진으로 봐도 안 좋은 걸 알겠다. 자세가 그래서 몸이 안 좋았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떤 사람이 굴드 어깨에 살짝 손을 얹었는데, 굴드는 세게 맞았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것은 거짓말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굴드는 그렇게 느꼈을 테니까.

 

굴드가 마음에 들어한 피아노는 스타인웨이에서 만든 CD 318이다. 베른 에드퀴스트는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조율사로 굴드 피아노를 조율했다. 예전에 피아노를 생각하다 조율을 배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베른이 피아노 조율 배우는 걸 보니 어려워 보였다. 베른은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숫자와 소리를 색깔로 보았다. 눈이 보이지 않아서 살던 곳을 떠난 것이기도 했다. 굴드가 CD 318을 좋아한 것처럼 베른도 그것을 좋아하고 굴드가 바라는 소리가 나도록 만들었다. 누군가 피아노를 옮기다 높은 곳에서 떨어뜨렸나보다. 그 일을 솔직하게 말한 사람은 없었다. 그 뒤에 CD 318을 여러 번 고쳤지만 굴드가 바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똑같은 걸 만들 수 없나 했는데, 똑같은 걸 만든다고 해도 그게 CD 318은 아니겠지. 배는 다 다르다는 것이 생각났다. 지금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예술가는 거의 성격이 별로다. 성격이 별난 사람이 잘 알려져서 예술가 성격이 별로다 생각하는 건지도. 예술가는 다른 건 잘 모르고 하나만 생각할 것 같다. 굴드는 서른한 살에 연주를 그만두고 그 뒤로는 스튜디오에서 녹음만 했다. 여기저기 다니는 게 힘들고 피아노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겠지.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은 자기 것이 아닌 어떤 것으로도 잘해야 할 텐데. 자기 악기만 고집하는 사람은 지금도 있을 것 같다. 굴드는 자신이 쉰쯤에 피아노를 그만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는데 1982년 쉰살에 뇌졸중으로 죽었다. 굴드가 죽었을 때 많은 사람이 충격 받았겠지. 베른은 굴드 피아노를 오래 조율했는데 굴드가 죽은 소식을 라디오로 들었다. 굴드 소식을 바로 듣지 못한 베른은 무척 섭섭했겠다. 아무도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 그래도 그때가 다가오면 몸 어딘가에서 그런 것을 느끼는 건 아닐까. 굴드도 그랬을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람은 가도 예술은 남는다(흔한 말이고 언젠가도 했는데). 굴드가 연주하는 <골트베르크 변주곡> 들어보고 싶다.

 

 

 

 

 

 

 

소년은 기타를 만났지

 

 

 

소년은 늘 혼자였어요.

그렇다고 소년이 혼자 사는 것은 아닙니다.

엄마 아빠는 아침 일찍 일을 나갔다 밤늦게 들어와서

소년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도 소년은 씩씩하게 지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가 차려놓고 간 밥을 먹고

학교에 갔습니다.

 

소년은 말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그런 소년과 같이 놀지 않고,

가끔 놀리기도 했습니다.

소년은 조금 억울하고 쓸쓸했지만

그 마음을 나타내지 않고 울지도 않았습니다.

 

늦은 밤 소년이 잠을 자다 깼을 때,

어디선가 아름다운 소리가 들렸어요.

마치 소년을 부르는 듯했습니다.

소년은 소리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소리는 아빠가 치는 기타에서 나는 거였어요.

아빠는 소년을 보고 웃었습니다.

그러고는 소년에게 기타를 건넸습니다.

 

기타는 조금 컸지만,

소년한테 좋은 동무가 되었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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