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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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람과 사람이 사귀는 일을 생각하게 한다. 사람이 사람을 사귀는 일에 옳은 답은 없으리라고 본다. 누군가를 사귄다고 해서 그 사람을 다 알 수는 없다. 한 사람을 여러 사람이 다르게 말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가 처음은 아닌데 히로사와는 좀 다르게 보인다. 아니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난 사람을 색깔로 생각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러면 어떻게 생각했지. 누구하고든 잘 어울리는 사람이 부럽다. 히로사와가 그렇다. 누구한테든 잘 맞춘다. 이게 좋을 수도 있지만 히로사와 자신은 그런 자신이 좋을지. 누구하고든 안 좋은 사이가 되지 않으려고 억지로 남한테 자신을 맞추는 사람도 있지만 히로사와는 그건 아닌 듯하다. 다른 말은 없이 히로사와 말만 하다니. 나는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한다는 말을 먼저 하려고 했는데, 다른 말을 먼저 하고 중간에서 끊었다. 어쩌면 더 말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뒤엉킨 생각을 잘 풀어야 하는데.

 

처음 말해야 하는 사람은 후카세 히로카즈다. 후카세는 특징 없고 다른 사람 눈길을 끌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후카세가 가장 잘하는 건 커피다. 커피를 내린다고 해야겠지. 일본소설에서만 그런 건지, 다른 나라 소설에서도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데, 인스턴트 커피도 특정한 사람이 타면 맛이 다르다고 한다. 아니 지금 생각하니 한국소설에서도 그런 사람 본 것 같다. 그 사람은 뭐가 달라서 맛있을까. 그런 걸 먹어 본 적은 없지만. 난 내가 탄 게 가장 좋다. 이건 모든 사람이 그럴지도. 좀 쓸데없는 말을 했다. 후카세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커피를 마셨는데 인스턴트는 여러 잔 마시니 다음날 안 좋아서 드리퍼와 전용원두를 사고, 대학생이 되고는 커피 전문 책을 읽었다. 이런 사람은 한국에도 좀 있지 않을까. 커피 때문에 후카세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자신이 있을 곳이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자신이 있어도 되는 곳을 찾는 건 아니지만. 자신도 누군가한테 도움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 거겠지. 사람은 어떤 일을 하든 누군가한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 거 마음 쓰지 않고 사는 사람도 있을까. 아주 없지 않을지도. 그건 인정받고 싶은 마음인가보다.

 

소설은 ‘후카세 가즈히사는 살인자다.’는 말로 시작한다. 이것은 후카세 여자친구 미호코가 받은 편지에 적힌 말이다. 미호코는 충격을 받고 후카세한테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는다. 후카세는 세해 전에 대학 친구 넷과 함께 놀러 간 별장에서 일어난 사고를 말한다. 앞에서 말한 히로사와는 후카세가 대학생 때 만난 친구다. 히로사와는 그때 별장에서 차를 타고 한 친구를 데리러가다 사고로 죽었다. 후카세는 히로사와를 처음 생긴 단짝친구라 여겼는데, 다른 세 사람과 히로사와가 다른 식으로 친하게 지냈다는 걸 알게 된다. 그걸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알다니. 히로사와가 죽었을 때는 그럴 정신이 없었겠지. 후카세가 히로사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아 보려고 한 건 다른 친구 셋도 같은 편지를 받고 한 사람은 죽을 뻔한 일이 있어서다. 후카세는 세 친구를 만나 히로사와 이야기를 들으니 자신이 히로사와를 잘 모른다는 걸 깨닫는다. 자신하고 가장 친하다 여겼는데, 히로사와는 누구하고나 친하게 지냈다. 이런 건 가까이에서 보면 알 텐데 후카세는 왜 못 봤을까. 아니 그것보다 누군가 한 사람이 자신하고만 친하다 여기면 안 된다. 그 친구한테는 자신이 모르는 친구가 있을 테니까. 후카세는 친구가 없어서 그걸 몰랐겠구나. 나도 친구 별로 없었지만 그건 알았다. 나하고만 친하게 지내는 거 아니다는 거. 후카세는 히로사와 고향에 가서 학교 친구를 만나고 후쿠하라라는 친구를 알게 된다. 후쿠하라는 후카세와 비슷했다. 겉모습은 아니고 분위기라고 할까, 생각이라고 할까. 후쿠하라도 자신이 히로사와와 단짝이라 여겼다.

 

난 학교 다닐 때 단짝친구는 없었다. 있었으면 했지만 사귀기 힘들었다. 단짝은 헤르만 헤세가 쓰는 소설 속 두 사람 같기도 하다. 히로사와와 후카세나 히로사와와 후쿠하라. 빛과 그림자. 히로사와하고 좀더 말했다면, 후카세가 생각만 하지 않고 말했다면 세해 전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다. 친하다 여기는 사람한테도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기는 어렵겠지. 히로사와가 별장에 갈 때 점심을 왜 친구들과 다른 걸 먹었는지 나중에 친구들한테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 <소년탐정 김전일>에 그것을 이용해 사람을 죽이는 게 나온다. 그런 건 추리소설에서 가끔 볼 수 있다. 이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 후카세는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언젠가 그 일을 털어놓을까. 세해 전에 있었던 일에도 네 사람이 숨긴 게 있다. 그것 때문에 네 사람은 자신들을 살인자다 하는 말에 반응한 거다. 어떻게 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면 끝이 없다. 목숨과 상관있는 일은 남한테 알리는 게 좋다고 본다. 히로사와는 그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소설에서는 이렇게 뒤를 돌아보기도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쉽지 않다. 내가 그렇게 못하는 거고 다른 사람은 잘할까. 후카세는 히로사와가 죽은 일에 자신은 잘못이 없다 생각했다. 히로사와가 운전하려고 했을 때 바깥에는 비가 내렸다. 술을 조금 마셨든 마시지 않았든 그런 때 운전하는 건 위험하다. 나라면 밤이고 비도 내리니 안 가는 게 좋겠다고 말렸을 거다. 술 조금 마신 것도 말하고. 후카세는 어쩐지 다른 두 사람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나도 가끔 나 자신이 별거 아니어서, 하는 생각을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사귀는 데는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만 있으면 그걸로 괜찮다. 나도 이 생각을 마음에 새겨두어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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