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드의 피아노

  A Romance on Three Legs

  : Glenn Gould's Obsessive Quest for the Perfect Piano (2008)

  케이티 해프너   정영목 옮김

  글항아리  2016년 07월 11일

 

 

 

 

 

 

 

 

 

 

 

 

 

바이올린이나 첼로에서 가장 잘 알려진 건 스트라디바리우스다(내가 아는 게 이것뿐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오래되고 잘 관리한 것은 아주 비싸겠지. 바이올린이나 첼로처럼 혼자 들 수 있는 건 자기 악기를 어디든 가지고 다니면서 연주할 수 있다. 피아노는 크고 옮기기 힘드니 자기 것을 고집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글렌 굴드는 자신이 좋아하는 피아노로만 연주하고 싶어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만드는 장인이 있다는 건 아는데, 피아노도 그런 게 있는지 몰랐다. 한 사람이 시간을 많이 들여 만드는 건 아니지만 거의 손으로 만들었다. 피아노는 일본 피아노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한국에서 만드는 것도 생각난다. 많이 만드는 것과 스타인웨이에서 만드는 피아노는 다르겠지.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비쌌다. 이곳은 아직 있을까. 피아노를 많이 만들지 않는다 해도 아주 없어진 건 아니겠지.

 

이 책을 보니 스타인웨이에서 만든 피아노는 다 달라 보였다. 공장에서 만들기는 했지만. 피아노를 만드는 사람은 피아노를 만들고 안에 이름을 새기기도 했다고 한다. 이건 많이 만드는 피아노에는 할 수 없는 거다. 대를 이어 피아노를 만든 사람도 있었다. 책 제목이 《굴드의 피아노》여서 피아노 이야기를 먼저 조금 했다. 글렌 굴드라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연주를 들어봤는지 그건 모르겠다. 고전음악을 그렇게 많이 들어보지 않아서. 피아노 연주는 좋아하지만, 고전음악보다 대중음악을 더 들었다. 엄마가 굴드한테 피아노를 가르칠 때 연주하는 걸 따라부르라고 한 걸 보니 예전에 들은 말이 생각났다. 굴드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 언제나 그것을 따라불렀다는 게. 어떤 음반에서는 굴드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단다. 굴드는 다른 소리에는 민감했는데, 자신이 앉은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나 연주를 따라부르는 소리는 마음 쓰지 않았다. 누가 자기 몸을 건드리는 것을 싫어하고 밝은 색을 싫어한다는 말을 보고 아스퍼거증후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도 있었나 보다. 굴드한테는 음악이 있어서 그런 게 심하게 나타나지 않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세상은 천재한테는 마음이 넚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남과 조금 다르면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다. 이건 나도 들어간다고 해야겠다. 내가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어떤 사람은 식구가 그런 것을 알고 배려하기도 하던데. 내가 무엇인가 되었다면 좀 나았을까 싶지만. 내가 왜 그런지 그것을 잘 설명하지 못해서 이해받지 못하는 거겠지. 우울하다. 굴드는 어렸을 때부터 자기 손을 보호해야 한다고 느끼고 병균을 두려워하고 건강에 마음을 많이 썼다. 다른 사람과 손잡기 싫어하고 이런저런 약을 먹었다. 이건 좀 안 좋은 거 아닌가. 약이 아픈 몸을 낫게 하지만 약을 잘못 먹으면 더 안 좋다. 굴드는 더울 때도 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고 두꺼운 코트를 입었다. 자신이 치는 피아노에 꽤 까다로웠다. 의자는 자신이 늘 앉는 것을 가지고 다녔다. 굴드가 피아노 치는 자세는 사진으로 봐도 안 좋은 걸 알겠다. 자세가 그래서 몸이 안 좋았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떤 사람이 굴드 어깨에 살짝 손을 얹었는데, 굴드는 세게 맞았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것은 거짓말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굴드는 그렇게 느꼈을 테니까.

 

굴드가 마음에 들어한 피아노는 스타인웨이에서 만든 CD 318이다. 베른 에드퀴스트는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조율사로 굴드 피아노를 조율했다. 예전에 피아노를 생각하다 조율을 배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베른이 피아노 조율 배우는 걸 보니 어려워 보였다. 베른은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숫자와 소리를 색깔로 보았다. 눈이 보이지 않아서 살던 곳을 떠난 것이기도 했다. 굴드가 CD 318을 좋아한 것처럼 베른도 그것을 좋아하고 굴드가 바라는 소리가 나도록 만들었다. 누군가 피아노를 옮기다 높은 곳에서 떨어뜨렸나보다. 그 일을 솔직하게 말한 사람은 없었다. 그 뒤에 CD 318을 여러 번 고쳤지만 굴드가 바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똑같은 걸 만들 수 없나 했는데, 똑같은 걸 만든다고 해도 그게 CD 318은 아니겠지. 배는 다 다르다는 것이 생각났다. 지금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예술가는 거의 성격이 별로다. 성격이 별난 사람이 잘 알려져서 예술가 성격이 별로다 생각하는 건지도. 예술가는 다른 건 잘 모르고 하나만 생각할 것 같다. 굴드는 서른한 살에 연주를 그만두고 그 뒤로는 스튜디오에서 녹음만 했다. 여기저기 다니는 게 힘들고 피아노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겠지.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은 자기 것이 아닌 어떤 것으로도 잘해야 할 텐데. 자기 악기만 고집하는 사람은 지금도 있을 것 같다. 굴드는 자신이 쉰쯤에 피아노를 그만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는데 1982년 쉰살에 뇌졸중으로 죽었다. 굴드가 죽었을 때 많은 사람이 충격 받았겠지. 베른은 굴드 피아노를 오래 조율했는데 굴드가 죽은 소식을 라디오로 들었다. 굴드 소식을 바로 듣지 못한 베른은 무척 섭섭했겠다. 아무도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 그래도 그때가 다가오면 몸 어딘가에서 그런 것을 느끼는 건 아닐까. 굴드도 그랬을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람은 가도 예술은 남는다(흔한 말이고 언젠가도 했는데). 굴드가 연주하는 <골트베르크 변주곡> 들어보고 싶다.

 

 

 

 

 

 

 

소년은 기타를 만났지

 

 

 

소년은 늘 혼자였어요.

그렇다고 소년이 혼자 사는 것은 아닙니다.

엄마 아빠는 아침 일찍 일을 나갔다 밤늦게 들어와서

소년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도 소년은 씩씩하게 지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가 차려놓고 간 밥을 먹고

학교에 갔습니다.

 

소년은 말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그런 소년과 같이 놀지 않고,

가끔 놀리기도 했습니다.

소년은 조금 억울하고 쓸쓸했지만

그 마음을 나타내지 않고 울지도 않았습니다.

 

늦은 밤 소년이 잠을 자다 깼을 때,

어디선가 아름다운 소리가 들렸어요.

마치 소년을 부르는 듯했습니다.

소년은 소리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소리는 아빠가 치는 기타에서 나는 거였어요.

아빠는 소년을 보고 웃었습니다.

그러고는 소년에게 기타를 건넸습니다.

 

기타는 조금 컸지만,

소년한테 좋은 동무가 되었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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