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잘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꿈을 꾸는 건 좋다. 하지만 늘 좋은 꿈만 꾸지 않는다. 가끔 안 좋은 꿈도 꾼다. 꿈도 이야기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죽 이어지지는 않는다. 아주 아주 좋은 꿈을 꾸면 그 꿈에서 깨고 싶지 않기도 할까.

 

 책에는 좋은 꿈을 꾸고 깨어나지 않는 이야기도 있다. 누군가 그런 일을 겪어서 그렇게 쓴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떨까 하고 쓴 걸까. 꿈은 깨면 쉽게 잊지만 책은 한번 보면 조금 기억한다. 꿈과 책 비슷하면서도 다르구나. 두 가지에서 어느 쪽 세상이 더 좋을까. 어느 쪽이 더 좋다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가끔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책을 보고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게 안 좋은 걸까. 어떻게 할 수 없다면 잠시 책속으로 피했다가 다시 살아갈 힘을 얻어도 괜찮겠지. 무언가를 피하려고 책을 보는 건 아닐 거다. 공부하려고 보는 사람도 많다. 소설이 재미있기만 할까. 소설에도 여러 가지 배울 게 많다. 다 읽고 ‘소설이니까’ 할 때도 있지만. 어쩐지 제목하고는 다른 말을 한 것 같다.

 

 책속 꿈속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했는데 둘은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꿈을 꾸는 건 무의식과 상관있겠지만 자신이 만난 책도 영향을 미칠 거다. 예전에는 책을 보고 잠깐 자면 꿈속에서 책 읽은 걸 쓰는 꿈을 꾸기도 했는데 요새는 별로 꾸지 않는다. 여전히 생각하는데 예전보다 덜 걱정하는 걸까. 아니다 지금은 어떻게 써야 하지 몰라서 천천히 일어난다. 잠깐 자는 게 아니어서 그런 거겠구나. 선잠 잘 때 꿈을 더 잘 꾼다. 잘못하면 가위 눌리고. 자는 자세 때문에 가위 눌리기도 한단다.

 

 사람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꿈꾸기도 하는데, 그게 꿈속이나 책속일 때도 있겠지. 그걸 잘 살리면 사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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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의 유령들 - 제2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황여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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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1부 율의 이야기를 보고 뭐지, 했다. 처음 이야기를 보고 그렇게 어리둥절하다니 말이다. 율과 징은 친구고 율과 징의 부모도 친구 사이로 친했다. 하지만 무슨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어느 날 율의 아버지는 책이 무섭다면서 집에 있는 책을 모조리 태우고 어딘가에 갔다 돌아온 율의 엄마는 두해 뒤에 암으로 죽고, 세해 뒤에는 징의 아버지가 암으로 죽는다. 율 아버지는 제주도에서 만두를 먹다 급체로 죽고, 징 어머니는 징 아버지가 죽은 뒤부터 기억이 오락가락했다. 율 엄마와 아버지가 자주 싸운 적도 있었다. 율과 징 이야기 같기도 하면서 율과 징 부모 이야기 같기도 하다. 두사람 부모는 왜 그렇게 된 걸까 했다.

 

 다음 2부는 철수가 하는 이야기다. 뜬금없이 철수라니 했다. 읽다보니 율이 한 ‘율수선’이 나와서 철수가 관심을 가진 사람이 율인가 했는데 그건 율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철수와 율은 아무 상관없지 않았다. 여기에는 소설 제목과 같은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이 나온다. 글과 연극도 여러 사람을 잇는 것이구나. 책속에 나오는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도 알쏭달쏭하다. 어떤 두사람이 서로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나오고, 율과 징 부모는 서로의 아이 태명과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걸 먼저 해서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에도 그런 게 있을까. 탁오수 친구 진정수는 딸한테 엄마 이름을 지어주었다. 아내가 딸을 낳다가 죽어서 딸한테 다른 이름을 지어주면 죽일 것 같아서였다. 이름 이야기 중요한 것 같은데 어떤 뜻으로 한 말인지 잘 모르겠다. ‘율수선’에서 일하는 사람 이름은 영희다. 영희가 진정수 딸이다.

 

 3부는 마르크스가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을 쓴 이야긴데 정말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그건 80년대에 진짜가 되어버린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장난으로 한 이야기가 진짜가 되던 때도 있었다. 율과 징 부모한테 있었던 일이 그랬다. 80년대에는 나라에서 읽지 못하게 한 책도 있었다. 그런 걸 읽으면 잡혀갔다. 읽지 못하게 하면 더 읽고 싶은 게 사람이겠지. 하지만 여기서 말한 독서모임은 그런 뜻으로 만든 건 아닌 것 같다. 어떤 책이든 읽고 세상을 잘 보려 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때 그런 사람 많았을 거다. 지금이라고 없지 않겠다. 예전에는 읽고 말하는 자유가 덜했고 지금은 조금 낫다. 그런 시절에 거기에 맞서 싸운 사람이 있어서 지금과 같은 세상이 왔겠다. 지금도 여전히 말을 제대로 못할 때 있겠지만.

 

 상관없어 보이는 사람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는 건 재미있다. 실제로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사람이어도 깊이 알아보면 상관있는 사람일 거다. 이 소설에서 중심에 있는 건 연극일까,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일까. 희곡이겠다. 나중에는 영희가 이 제목으로 소설을 쓴다. 그리고 이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이건 영희가 쓴 소설과 같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다. 갑자기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는 건 그걸 사랑해서다는 말이 생각난다. 뜬금없는 말을.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에 나오는 유령 넷은 율과 징의 부모 넷일지도 모르겠다. 알제리라는 술집에 갇힌 네 유령은 80년대에 겪은 일에 갇힌 율과 징의 부모 같다. 그게 아닐 수도 있지만. 율과 징이 부모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도 부모가 겪은 것과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주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게 나을 것 같다. 역사도 비슷하겠다. 알려고 해야 조금이라도 알 수 있다.

 

 어떤 책이든 읽어도 괜찮은 시대에 살아서 다행이다. 이런 때는 어떤 게 괜찮은지 잘 알아봐야 할 텐데 그건 아직 힘들다. 어쩌면 그건 언제까지고 해야 하는 건지도.

 

 

 

희선

 

 

 

 

☆―

 

 “모든 이야기에는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네. 같은 곳에서 같은 걸 보고 들어도 한사람 한사람한테 들어보면 다들 다른 이야기를 하지. 내가 보고 듣고 겪은 일도 어떤 땐 사실이 아닐 때도 있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른 채 겪었거나 잘못 기억하고 있거나. 거짓이 사실이 되는 경우도 있지. 누군가 그걸 사실로 믿을 때. 속았을 수도 있고 그냥 믿었을 수도 있고 속아준 것일 수도 있고 속고 싶었을 수도 있고. 한마디로 경우의 수가 아주 많아. 애초에 자네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거야. 그렇다면 애초에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니 판단을 안 할 건가?”  (163~164쪽)

 

 

 “자네가 어떻게든 알아내고 싶다는 거, 알아내겠다는 거. 그게 바로 진실이네.”  (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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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바람은 사람 마음을 실어날랐다

당신이 어떤 친구를 생각했더니

그 친구한테서 연락 온 적 있지 않은가

그건 바람이 당신 마음을 친구한테 전해서다

(어쩌면 친구가 먼저 당신을 생각했을지도)

세상에는 아주 많은 사람이 있다

바람이 모든 사람 마음을 전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이제 바람은 어쩌다 한번만 사람 마음을 실어나른다

 

누군가를 그리는 마음만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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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바람이 불면

들에 산에 꽃이 피네

작고 귀여운 들꽃

 

여기 하나 저기 하나 보이기도,

무더기로 보이기도 하지

작고 귀여운 꽃 하나도 좋고,

무리지어 서로를 빛나게 하는 꽃도 좋다네

 

하나면서 모두고

모두면서 하나인 세상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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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는 한식구가 살았을 집에

이젠 아무도 살지 않는다

집이 기억하는 건 무엇일까

 

한집에 살던 사람 웃음소리일까

한집에 살던 사람 울음소리일까

때로 화내고 싸우기도 했겠지

집은 그 모든 걸 그리겠다

 

사람을

 

기다리다 지친 걸까

집 한쪽이 무너졌다

 

그리고

 

빈 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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