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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의 유령들 - 제2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황여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평점 :
처음 1부 율의 이야기를 보고 뭐지, 했다. 처음 이야기를 보고 그렇게 어리둥절하다니 말이다. 율과 징은 친구고 율과 징의 부모도 친구 사이로 친했다. 하지만 무슨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어느 날 율의 아버지는 책이 무섭다면서 집에 있는 책을 모조리 태우고 어딘가에 갔다 돌아온 율의 엄마는 두해 뒤에 암으로 죽고, 세해 뒤에는 징의 아버지가 암으로 죽는다. 율 아버지는 제주도에서 만두를 먹다 급체로 죽고, 징 어머니는 징 아버지가 죽은 뒤부터 기억이 오락가락했다. 율 엄마와 아버지가 자주 싸운 적도 있었다. 율과 징 이야기 같기도 하면서 율과 징 부모 이야기 같기도 하다. 두사람 부모는 왜 그렇게 된 걸까 했다.
다음 2부는 철수가 하는 이야기다. 뜬금없이 철수라니 했다. 읽다보니 율이 한 ‘율수선’이 나와서 철수가 관심을 가진 사람이 율인가 했는데 그건 율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철수와 율은 아무 상관없지 않았다. 여기에는 소설 제목과 같은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이 나온다. 글과 연극도 여러 사람을 잇는 것이구나. 책속에 나오는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도 알쏭달쏭하다. 어떤 두사람이 서로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나오고, 율과 징 부모는 서로의 아이 태명과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걸 먼저 해서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에도 그런 게 있을까. 탁오수 친구 진정수는 딸한테 엄마 이름을 지어주었다. 아내가 딸을 낳다가 죽어서 딸한테 다른 이름을 지어주면 죽일 것 같아서였다. 이름 이야기 중요한 것 같은데 어떤 뜻으로 한 말인지 잘 모르겠다. ‘율수선’에서 일하는 사람 이름은 영희다. 영희가 진정수 딸이다.
3부는 마르크스가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을 쓴 이야긴데 정말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그건 80년대에 진짜가 되어버린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장난으로 한 이야기가 진짜가 되던 때도 있었다. 율과 징 부모한테 있었던 일이 그랬다. 80년대에는 나라에서 읽지 못하게 한 책도 있었다. 그런 걸 읽으면 잡혀갔다. 읽지 못하게 하면 더 읽고 싶은 게 사람이겠지. 하지만 여기서 말한 독서모임은 그런 뜻으로 만든 건 아닌 것 같다. 어떤 책이든 읽고 세상을 잘 보려 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때 그런 사람 많았을 거다. 지금이라고 없지 않겠다. 예전에는 읽고 말하는 자유가 덜했고 지금은 조금 낫다. 그런 시절에 거기에 맞서 싸운 사람이 있어서 지금과 같은 세상이 왔겠다. 지금도 여전히 말을 제대로 못할 때 있겠지만.
상관없어 보이는 사람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는 건 재미있다. 실제로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사람이어도 깊이 알아보면 상관있는 사람일 거다. 이 소설에서 중심에 있는 건 연극일까,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일까. 희곡이겠다. 나중에는 영희가 이 제목으로 소설을 쓴다. 그리고 이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이건 영희가 쓴 소설과 같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다. 갑자기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는 건 그걸 사랑해서다는 말이 생각난다. 뜬금없는 말을.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에 나오는 유령 넷은 율과 징의 부모 넷일지도 모르겠다. 알제리라는 술집에 갇힌 네 유령은 80년대에 겪은 일에 갇힌 율과 징의 부모 같다. 그게 아닐 수도 있지만. 율과 징이 부모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도 부모가 겪은 것과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주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게 나을 것 같다. 역사도 비슷하겠다. 알려고 해야 조금이라도 알 수 있다.
어떤 책이든 읽어도 괜찮은 시대에 살아서 다행이다. 이런 때는 어떤 게 괜찮은지 잘 알아봐야 할 텐데 그건 아직 힘들다. 어쩌면 그건 언제까지고 해야 하는 건지도.
희선
☆―
“모든 이야기에는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네. 같은 곳에서 같은 걸 보고 들어도 한사람 한사람한테 들어보면 다들 다른 이야기를 하지. 내가 보고 듣고 겪은 일도 어떤 땐 사실이 아닐 때도 있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른 채 겪었거나 잘못 기억하고 있거나. 거짓이 사실이 되는 경우도 있지. 누군가 그걸 사실로 믿을 때. 속았을 수도 있고 그냥 믿었을 수도 있고 속아준 것일 수도 있고 속고 싶었을 수도 있고. 한마디로 경우의 수가 아주 많아. 애초에 자네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거야. 그렇다면 애초에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니 판단을 안 할 건가?” (163~164쪽)
“자네가 어떻게든 알아내고 싶다는 거, 알아내겠다는 거. 그게 바로 진실이네.” (1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