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를 사람이 보인다. 난 할 수 있는 한 그런 사람과 눈이 마추지지 않으려고 한다. 눈이 마주치면 말을 들을 수밖에 없고 도울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 곧 죽었지만 아직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사람을 보게 된 건 어렸을 때 머리를 다친 뒤부터다. 그때 난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내가 어쩌다가 머리를 다쳤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 왜 내가 높은 곳에 올라가고 거기에서 뛰어내렸는지 기억에 없다. 그때 일만이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저 그때 내가 힘들었나 짐작할 뿐이다.
병원에서 깨어난 난, 내가 왜 그곳에 있는지 몰랐다. 곧 온몸이 아프고 머리가 무척 아팠다. 몸이 아팠지만 팔 다리는 움직였다. 내가 깨어난 걸 보고 간호사가 의사를 데리고 왔다. 의사가 한 말을 다 알아듣지 못했지만, 다른 데는 괜찮고 머리를 많이 다쳐서 수술했다고 했다. 조금 지나고 엄마 아빠가 왔다.
이틀쯤 뒤에 난 일반 병실로 옮기고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다. 병원은 모두가 자는 밤에도 불을 다 끄지 않았다. 아픈 사람을 봐야 해서 그렇겠지. 며칠 동안 누워 있기만 해서 지루했던 난 밤에 병원 안을 돌아다녔다.
병원에는 별로 볼 것이 없었다. 아픈 사람만 많이 보였다. 그런데 가끔 다른 사람보다 몸이 조금 희미하고 한 곳에만 서 있는 사람을 보았다. 어쩐지 그런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안 될 것 같아서 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
며칠이 지나자 수술한 곳은 많이 좋아졌다. 침대에 앉아 있는데 병실 문앞에 나보다 조금 어린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다른 사람보다 희미했는데 난 그걸 제대로 못 보고 여자아이를 보았다. 여자아이도 나를 보았다. 여자아이는 내 침대로 다가왔다.
“언니, 내가 보여?”
난 말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 나를 보고 여자아이는 밝게 웃었다.
“언니, 부탁인데 우리 엄마 좀 찾아줘. 아무래도 나 죽은 것 같아. 죽은 건 어쩔 수 없지만 엄마 한번 보고 가고 싶어. 근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아니 엄마 얼굴이 생각나지 않아. 한번 보면 알 것 같은데.”
병실에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난 병실을 나왔다. 여자아이도 내 마음을 안 듯 나를 따라왔다. 난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으로 가서 여자아이한테 말했다.
“이 병원에 장례식장도 있던데 거기 가 보면 되잖아.”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거기 가면 바로 사라진대.”
죽은 사람이 찾아온다 여기고 산 사람은 장례식을 치를 텐데, 죽은 사람은 오지도 못한다니. 난 어쩔 수 없이 장례식장을 돌아보고 여자아이 사진이 있는 곳을 찾았다. 그리고 아이 엄마인 듯한 사람을 보았다. 아이 엄마는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그날 아이를 화장하는 듯했다. 아이 관을 차로 옮기는 짧은 동안 여자아이가 엄마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장례식장 밖에서 기다렸다.
“우리 엄마 어땠어?”
“무척 슬퍼 보였어.”
“나 죽기 며칠 전에 엄마하고 싸우고 한동안 한 마디도 안 했어.”
“그랬구나.”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싶어.”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다. 관을 차로 옮기려는 것 같았다. 관이 나오고 그 뒤에 영정 사진을 든 여자아이 엄마가 나왔다. 여자아이는 자기 엄마를 보고 바로 알아 보았다.
“저기, 우리 엄마야.”
“응, 맞아.”
여자아이는 엄마한테 다가가 무슨 말을 하고는 사라졌다.
아이 엄마는 울면서도 희미하게 웃음 지었다.
어쩌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여자아이와 엄마는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그 뒤부터 가끔 난 병원에 있는 죽은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말을 듣고 그 사람을 도와주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