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과 영혼의 경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송태욱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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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예전에 한번 읽었다. 그때(2008) 내가 본 건 다른 데서 나온 거였다. 그때는 책을 읽기만 하고 쓰지는 않았다. 그때에서 시간이 조금 더 지난 뒤에야 책을 읽고 쓰기 시작했다. 두번째 보는 건데, 예전에 봤다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어렴풋이 생각났지만, 다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이런 게 책만은 아닐 거다. 책을 읽고 쓰면 좀더 기억한다고는 해도, 큰 일만 기억하지 자잘한 건 기억하지 못한다. 사람이 아주 많은 걸 기억하고 살면 더 안 좋겠지. 잊기도 하고 새로운 걸 머릿속에 집어 넣을 거다. 시간이 흐르면 잊어버리는 게 정상이라 해도 잘 기억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려면 더 관심을 가져야겠구나.

 

 사람은 누구나 그 사람만 해낼 수 있는 사명이 있을까. 이런 말을 처음 듣는 건 아니다. 자신이 왜 이 세상에 왔는지 뜻을 찾아야 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게 정말 있을까. 아침이 오고 낮이 지나고 밤이 오는 것처럼 사람도 세상에 태어나고 언젠가는 떠난다. 사람이니까 제대로 살기를 바라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게 있다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자기 삶을 다 살고 가는 것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자신이 하는 일에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사명이라는 걸 그렇게 받아들이면 괜찮겠다. 경찰은 경찰 일을 하고 의사는 의사 일을 하고 회사 사장은 자기 일을 온 힘을 다해 하면 좋겠다.

 

 두 사람에서 한 사람 히무라 유키에는 지금 수련의로 심장혈관외과에서 일한다. 유키가 이 일을 하기로 한 건 유키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대동맥류 수술을 받다 세상을 떠나서다. 유키는 심장혈관외과 의사 니시조노 요헤이가 아버지를 일부러 죽게 한 건 아닐까 의심하고 옆에서 니시조노를 지켜 보았다. 다른 한 사람 나오이 조지는 아리마 자동차 회장 시마바라 소이치로를 죽이려 했다. 아리마 자동차에서 만든 차가 문제를 일으켜서 다른 데서 사고를 당하고 응급차로 실려가던 조지 여자친구 간바라 하루나는 병원에 빨리 가지 못했다. 그래서 죽었다고 말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간바라 하루나 남자친구 조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일로 조지는 시마바라 소이치로한테 원한을 가졌다. 어떻게 보면 사람을 죽이기에 좀 약해 보이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리마 자동차 회장인 시마바라는 차를 탈 사람 안전보다 차를 빨리 만드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

 

 경찰이 시민 안전을 지키려고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는 중학생을 쫓아도 괜찮을까. 오토바이를 탄 중학생도 시민일 텐데. 난 의심스럽다고 경찰이 누군가를 쫓다 사고나는 거 경찰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부드럽게 해도 될 텐데. 유키와 니시조노 사이는 이런저런 일로 얽혀 있어서 니시조노가 유키 아버지를 죽인 게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데 그건 일부러 그렇게 했나보다. 책 읽는 사람 헷갈리게 만들려고. 니시조노는 어떤 형편에 놓여도 자신이 할 일을 제대로 했다. 아마 유키 아버지 수술 할 때도 그랬을 거다. 온 힘을 다했지만 살리지 못한 거겠지. 그런 걸 보면 의사는 신이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 회사 회장도 돈만 생각하지 않고 차를 탈 사람 안전을 생각하기를 바란다. 그게 멀리까지 내다보는 게 아닐까 싶다. 어디 차는 문제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는 입소문이 퍼진다면 말이다.

 

 일본에는 정말 자동차가 문제를 일으켜서 죽은 사람 있는가보다. 내가 모를 뿐이지 한국에도 그런 일 있을지도 모르겠다. 차는 아니지만 가습기 생각난다. 의료과실도 일어나지 않게 의사가 자기 할 일을 하기를 바란다. 어떤 일이든 자신이 할 일을 제대로 하면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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