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더 무브 - 올리버 색스 자서전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알마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먼저 올리버 색스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이 말 며칠 전에도 했다. 올리버 색스를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테니 또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다행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올리버 색스는 이 자서전을 다 쓰고 2005년에 진단 받고 치료한 안구 흑생종이 간으로 전이된 걸 알았다. 처음에도 자신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생각했겠지만, 두번째로 들었을 때는 더 많이 생각했을 것 같다. 올리버 색스는 자신한테 남은 시간을 잘 보내려 했다. 암 치료 때문에 눈 한쪽이 보이지 않았는데, 눈이 한쪽만 보이면 다르게 보일까. 눈 한쪽을 가리고 보면 별로 다르지 않다. 눈을 가리는 것과 아주 보이지 않는 건 다를지도 모르겠다. 눈을 감는다고 해도 아주 보이지 않는 건 아니어서 그렇구나. 사람이 눈을 감으면 눈꺼풀 안을 보는 건 아닌가 싶다. 눈꺼풀은 속에 또 있을까. 그걸 감아야 어둠속이라 하는데. 그건 만화영화에 나온 거다. 보통 눈꺼풀 말고 다른 눈꺼풀은 없을 거다.

 

 어린시절 이야기는 거의 없고, 제2차 세계전쟁 때 기숙학교에서 지낸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전쟁 때문에 부모가 형제들을 기숙학교에 보낸 걸까. 그때 별로 좋지 않았던가 보다. 올리버 색스는 기숙학교를 답답하게 여겼지만 어떻게든 지냈다. 셋째형 마이클은 기숙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던가 보다. 그 일 때문인지 마이클은 정신분열증에 걸렸다. 올리버 색스는 형이 셋이고 어머니 아버지는 의사였다. 마이클만 빼고 두 형 마커스와 데이비드도 의사였다. 올리버 색스 자신도 의사가 되리라고 생각하고 그런 공부를 했다. 1951년 옥스퍼드대학 칼리지에 들어갔다. 의학을 공부하면서 생물학에도 관심을 가졌는데 신경생리학을 고른다. 이건 과를 정하는 것에서 그렇게 됐다고 해야 할까. 의대에 다니면 어떤 것이든 다 배우고, 실습을 한 다음에 자신이 무엇을 전문으로 할지 정하겠지. 올리버 색스는 신경정신과 의사로 일한다. 그러면서도 연구를 하려고 했는데 그건 잘 안 됐다. 신경정신과와 정신과는 다를까. 우울증 같은 게 걸리면 가는 곳은 정신과일 것 같기도 하다. 사고나 약물 때문에 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신경정신과에 갈 듯하다.

 

 영국 런던에서 나고 자랐지만 올리버 색스는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갔다. 영국에는 색스 의사가 많아서 그랬다고 하는데, 그곳을 떠나야 했던 다른 까닭도 있었겠지. 올리버 색스가 동성애자라는 것도 영국을 떠나게 하는 데 한몫하지 않았을까. 미국이라고 그때 동성애자한테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앨런 튜링은 동성애자라는 게 들켜서 화학거세를 당하고 얼마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리버 색스가 영국에 있을 때 일어난 일이다.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선지 여기에선 그때 일을 편하게 말한다. 그때는 자유롭게 말할 수 없었던 것을. 올리버 색스는 스킨스쿠버, 수영, 모터사이클을 좋아했다. 의사여도 여러 가지 좋아하는 게 있으면 살아가는 게 괜찮겠지. 글쓰기도 있다. 미국에서 일해도 글은 영국 집에 가서 썼다. 미국과 영국 그렇게 멀지 않던가. 미국에서도 글을 썼겠지만 영국에서 더 편하게 쓰지 않았나 싶다. 올리버 색스는 과학뿐 아니라 문학도 좋아했다. 시를 많이 좋아한 것 같다. 시 쓰는 친구도 있고, 선생님도 알고 지냈다. 올리버 색스 자신이 수줍음을 많이 탄다고 했는데, 그래도 이런저런 사람을 사귄 걸 보면 아주 심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여기에는 책을 쓸 때 이야기가 많이 담겼다. 그렇게 자기 삶을 정리할 수도 있겠지. 자신이 쓴 책이 있어야 그럴 수 있지만. 처음에 쓴 책 《깨어남》은 나중에 영화로 만들기도 한다. 그때 올리버 색스는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를 만나고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다. 로빈 윌리엄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올리버 색스가 만난 사람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이 많았다. 스티븐 제이 굴드와도 편지를 나누고 친하게 지냈는데, 스티븐 제이 굴드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에 아버지는 아흔넷까지 진료를 했다. 나이를 먹고도 할 일이 있으면 좀 나을 텐데. 일하는 사람 많지 않겠지. 하고 싶어도 못할 거다. 여기에 사진도 조금 실렸는데 그것을 보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이 세상에 없는 사람 사진이어서 그런 건지. 사진 속 사람이 모두 세상을 떠난 건 아닌데. 자신의 삶을 돌아봤을 때 생각나는 게 많은 사람은 좋겠다. 난 그런 게 없다. 이런 생각하니 좀 슬프구나. 난 지금까지 뭐 하고 산 건지. 앞으로도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아쉽게도 난 사람 얼굴 잘 기억하고 이름도 잘 기억하고 돈 계산도 잘한다. 이건 돈이 없으면 쓰지 않아야 한다는 걸 아주 잘 안다는 거다. 난 아무것도 아니고 소심한 사람일 뿐이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보면서 나를 잠깐 생각했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구나. 올리버 색스는 자신이 다리를 다쳤을 때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고 썼다. 글을 쓰지 않은 적이 없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게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기는 1000권이나 된다니. 올리버 색스는 글을 쓰고 마음을 정리했다. 난 책을 본 다음 그것을 쓰면서 정리하는구나. 이것도 괜찮겠지. 올리버 색스는 편지도 자주 썼다. 여행할 때는 부모님한테도 편지를 썼다. 지금은 편지 쓰는 사람 별로 없는데. 세상이 바뀌는 걸 본 느낌은 어땠을까. 올리버 색스가 어렸을 때지만 제2차 세계전쟁도 겪고 과학, 의학이 발달하고 많은 게 바뀌었다. 뒤돌아보면 많이 바뀐 걸 알지만, 그 안에 있을 때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겠다. 나도 그렇다.

 

 책이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지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는 책보다 인터넷에 글이 남을지도. 작가가 되지 않는다 해도 글을 쓰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이 말 여러 번 하는구나). 글쓰기는 누구보다 자신한테 좋은 거다. 올리버 색스도 그랬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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