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소원을 빌어요
이누이 루카 지음, 홍성민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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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숲이 있다면 어떨까요. 제가 사는 곳에 그런 곳이 있다면 가서 걸을지도 모르겠지만 집에서 멀면 잘 모르고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곳만 갑니다.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건 갔다가 오는 데 한시간에서 한시간반쯤 걸려야 한다는 거예요. 꼭 가야 할 일이 아니면 그이상 걸리는 곳에는 가지 않습니다. 하루에 한두시간 걷는 거 힘들지 않겠지만 저는 한시간쯤이 적당하더군요. 더 걸으면 운동이 될지도 모를 텐데. 앞으로 좀더 걸어볼까요. 지난해에도 이런 생각하고 좀더 걸으려고 했는데 그게 오래 가지 않았네요. 길 옆에 나무보다 차가 다니니 그럴 수밖에 없기는 했네요. 숲이라고 할 수 없지만 도서관이나 높은 아파트 옆에는 작은 공원(놀이터)이 있기는 해요. 그런 곳도 자주 가면 좋을지 모를 텐데 거의 지나칩니다. 다른 사람이 있으니까요. 저는 사람이 별로 없는 곳이 좋기는 합니다. 여기에 거기에 딱 맞는 숲이 나오더군요. 일본 홋카이도에 진짜 그런 곳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이야기 속에라도 있어서 좋네요.

 

이 책을 보면 누구든 여기 나온 숲이 진짜 있으면 좋겠다 생각할 거예요. 그곳은 달리 이름이 없고 그냥 숲이에요. 도시와 이어져 있으면서도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 숲에 바로 들어갈 수 없어서 많은 사람이 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숲 둘레는 담으로 싸여있고 그곳으로 들어가는 철문이 있어요. 그런 곳은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지요. 좋은 곳은 사람이 많이 가지 않는 게 더 좋겠네요. 텔레비전 방송이나 책에서 좋다고 하면 다들 그곳에 가잖아요. 그런 곳에 가면 그곳 풍경보다 사람만 잔뜩 보고 오겠습니다. 좋은 곳은 널리 알리는 게 좋을지 자신만 아는 게 좋을지. 두 가지 마음이 다 들듯합니다. 남한테 가르쳐주고 싶기도 하고 혼자 알고 싶기도 하겠지요. 어떤 곳을 혼자 아는 사람이 아주 많아지면 그곳이 널리 알려질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혼자 가는 곳 없습니다. 어디든 혼자 다니지만, 그곳은 사람이 없는 곳으로 기분이 안 좋을 때 가는 곳이어야 해요. 다시 생각하니 저한테 그런 곳은 책 속으로 책숲이군요. 늘 같은 곳은 아니지만. 여기 나오는 숲도 그런 곳에서 한 곳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숲은 도시 속에 있습니다. 이곳에 가는 사람은 사는 게 힘든 사람입니다. 숲이 그런 사람을 부르는 걸까요.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와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 자신은 머리가 좋은데 그걸 알아주지 않는 사회에 실망한 사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 어릴 때는 공부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 한사람 때문에 자신이 잘 못사는 거다 여기는 사람, 나이를 먹고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사람, 자신 때문에 친구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그 숲에 간다니 참 신기하지요.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살 거예요. 그걸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거의 없겠지요. 그럴 때 자연을 만나면 혼자 조용히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 혼자 생각하고 다시 일어난 건 아니지만. 이 숲에는 숲지기가 있어요. 어쩐지 나무 같은 사람입니다. 목소리는 좀 높은 듯한데, 그런 목소리 어떨지. 만화 <원피스>에 나온 도플라밍고 패밀리 최고간부 피카하고는 다를 듯합니다(아무도 피카를 떠올리지 않았을 텐데). 피카는 소프라노에 가깝다고 합니다. 처음에 그 목소리 들었을 때는 좀 웃겼는데 여러 번 들으니 익숙해지더군요. 숲지기는 이십대 중반으로 목소리는 테너에 가까운 높이라는군요.

 

숲에 간 사람은 숲지기를 만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숲지기를 만나서 좀 나았을지도. 이십대 중반인데 어쩐지 그보다 더 오래 산 것처럼 말하는 건 왜인지. 실제 그런 사람 없는 건 아니겠지요. 숲지기와 숲은 비슷해 보입니다. 어떤 사람이든 받아들이는 것이. 사는 게 힘든 사람이 숲에 간다고 했잖아요. 그 안에는 마음이 비뚤어진 사람도 있어요. 그런 사람한테도 숲지기는 마음이 곱다 해요. 어쩌면 마음이 비뚤어진 건 한때일지도 모르겠네요. 숲지기는 그걸 아는 거겠지요. 어떤 일을 겪었기에 그런 걸 다 아는지. 숲지기 이야기도 나옵니다. 마지막에 나오는데 그걸 보고 앞에서 본 이야기와 비슷하네 했어요.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나오는 사람이 다르니 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여기 나온 사람은 자신이 있을 곳을 찾는 사람처럼 보이고 누군가한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합니다. 사람한테는 누군가한테 도움을 주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 말은 다른 데서 보았는데 맞는 말입니다. 여기 나온 사람을 하나로 뭉뚱그려 말하기는 좀 어려워요. 저마다 다르니까요.

 

이런 숲 보고 싶지 않으세요. 저는 가까운 곳에 있으면 가 보고 싶네요. 지금은 별 걱정 없지만. 없다 생각하고 사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 어떤 생각을 하고 기분이 가라앉기도 합니다. 그건 생각한다고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어서 다른 데 마음을 써요.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나 더 생각났습니다. 여기 나오는 몇 사람은 ‘왜 나만 이런 일을 겪지’ 한다는 겁니다. 자신만 안 좋은 일을 겪는 건 아닐 텐데, 기분이 안 좋으면 둘레가 안 보이기도 하지요. 무엇이든 그때가 지나면 좀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숲에 간 사람은 마음의 여유도 찾는군요. 그건 조용한 숲 때문일지 그곳에 간 사람을 언제나 반갑게 맞는 숲지기 때문일지. 둘 다겠네요. 이 책 때문에 숲이 늘어나면 좋을 텐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오히려 줄어들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숲지기님에게

 

여전히 그 숲은 잘 있어요. 숲지기님이 많은 걸 하는 건 아니겠지만, 숲을 돌보는데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면 아쉽겠네요. 그렇다고 많은 사람이 오기를 바라지는 않겠지요. 웃음을 잃은 사람이 숲을 찾아가 웃음을 되찾으면 숲지기님은 기뻐하겠군요. 지금까지 그런 사람 얼마나 있었을지. 숲지기님이 바라는 건 숲을 찾아오는 사람이 웃는 거잖아요. 작은 바람이고 숲지기님보다 그곳을 찾는 사람한테 좋은 거네요. 아니 다른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면 숲지기님도 좋겠습니다. 숲지기님은 어떤 사람한테든 희망을 주더군요. 그 나이에 그렇게 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예전 숲지기님이 그런 것도 가르쳐줬어요. 배운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닌가. 숲지기님 같은 아이가 숲에 찾아오면 늘 병든 장미를 돌보게 할 것 같네요. 장미가 병드는 건 안됐지만. 장미 돌보기는 어렵군요. 어린왕자가 돌보던 장미가 떠오릅니다. 장미는 왜 그렇게 까다로울까 했는데 실제 그렇군요. 언제까지고 숲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음 다치는 사람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희선

 

 

 

 

☆―

 

“뭔가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건 사람을 사랑하는 일처럼 멋진 일이에요. 이 숲은 거울 같아요. 숲의 나무와 풀, 꽃과 새를 구불구불 이어지는 오솔길을 사랑하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은 그 또한 아름다운 사람이다 저는 그렇게 믿어요.”  (50쪽)

 

 

“아무도 시간을 멈출 수는 없다. 그래서 무얼 하든 지금이 삶에서 가장 젊을 때기에, 자신을 자라게 할 기회를 두고 어려운지 어떤지 생각하는 건 시간을 버리는 일이다고.”  (239쪽)

 

 

 

 

 

 

 

소나무의 꿈

 

 

 

 

공원에 사는 소나무한테는 꿈이 있어요. 그건 이번 가을에는 빨갛거나 노랗게 물이 드는 거예요.

 

지난 가을에 사람들이 공원에 와서는 단풍나무, 은행나무 옆에서만 사진을 찍었어요. 소나무는 사람들이 자신 옆에서도 사진을 찍었으면 했는데 아무도 그러지 않았어요.

 

공원에는 소나무가 한 그루뿐이어서 단풍나무나 은행나무는 소나무가 어떤지 잘 몰랐어요.

 

소나무는 단풍나무, 은행나무한테 어떻게 하면 가을에 그렇게 예쁘게 물이 들 수 있느냐고 물어봤어요. 하지만 시원하게 대답하는 나무는 없었어요.

 

‘우린 가을이 되면 본능으로 그렇게 바뀌어. 너한테 방법을 가르쳐 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그 말에 소나무는 슬퍼하지 않았어요. 꿈을 갖고 있으면 이룰 수 있다고 믿었어요.

 

 

 

여름날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자 소나무 잎이 누렇게 됐어요. 소나무 자신은 물이 들었다고 좋아했는데 가을이 아닌 여름에 물든 것이 이상했어요.

 

그날 소나무을 찾아온 아이가 있었어요. 아이는 소나무 둘레를 돌아 보고는 무언가를 찾아냈어요. 나뭇가지 깊숙이 이름표가 걸려 있었어요. 소나무도 몰랐던 거였어요. 거기엔 ‘솔이 나무’ 라고 씌어 있었어요.

 

“반가워, 소나무야. 나는 솔이야.”

 

소나무는 자신을 아는 아이가 있다는 것에 놀랐어요.

 

“많이 컸구나. 내가 태어난 날 우리 아빠가 널 심었어. 근데 네 잎이 왜 이렇게 누렇게 됐어? 내가 소나무 널 좋아하는 건 언제나 바뀌지 않는 색 때문이야. 저기 멀리 보이는 산처럼.”

 

솔이는 어딘가로 뛰어갔어요. 잠시 뒤 솔이는 물이 든 병을 갖고 왔어요.

 

”비가 와야 할 텐데, 목마르지? 먼저 이거라도 마셔.”

 

솔이가 부어준 물은 아주 적었지만 소나무는 시원했어요. 곧 소나무는 솔이가 말한 먼 산을 바라보았어요. 소나무는 그제야 알았어요. 자신은 단풍드는 나무가 아니라는 것을…….

 

그날 밤에는 온 세상을 촉촉하게 적시는 비가 왔어요. 소나무는 잎과 뿌리로 빗물을 흠뻑 마셨어요. 다음날 누렇던 소나무 잎은 푸른 빛을 되찾았어요.

 

소나무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어요. 그건, 늘 푸름을 지키는 거예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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