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스트링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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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듣기를 더 많이 했다. 어릴 때는 노래하기를 좋아하고 악기도 조금 배웠는데. 음악 많이 들었다고 했지만 좋아하는 것만 그랬다. 내가 찾아서 들은 적은 별로 없다. 지금은 그저 라디오 방송에서 들려주는 걸 조금 듣는다. 음악을 좀더 안다면 좋을 텐데 싶다. 그러면 이런 책 보고 잘 쓸 텐데. 아직도 잘 쓰는 것에 마음을 두다니, 그것보다 잘 읽어야 할 말이 생기는데. 모른다고 해서 즐기지 못하는 건 아니다. 음악은 더 그렇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음악이다. 이 책이 음악 이야기냐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음악으로 푸는 삶이다. 작가 소개에 미치 앨봄이 음악을 하려고 했다는 말이 있다. 이건 처음 본 것 같다. 예전에도 이런 말 있었는데 내가 못 본 걸까. 전설의 기타리스트 프랭키 프레스토(진짜 이름은 프란시스코 드 아시스 파스쿠알 프레스토)에 미치 앨봄 자신을 투영하지 않았을까 싶다.

 

미국에서 음악하는 사람 이름은 많이 모르지만, 실제 있는 사람이 나와서 프랭키도 진짜 있었던 사람인가 했다. 이런 걸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그러다니. 이건 작가가 만들어낸 사람이 역사에 남은 사람과 만나게 하는 이야기다. 한참 다음에야 프랭키가 실제 있었던 사람이 아니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늦게 깨닫다니. 미치 앨봄 소설은 그런 면이 있다.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은 느낌.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더 그렇게 보인다. 음악하는 사람이 프랭키를 만난 일을 말한다. 그걸 보고 이 사람들을 만나고 소설에 쓰고 싶다 말하고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 어려운 일을 했을까 한 거다. 소설 쓰는 사람은 다른 건 잘 못해도 소설 쓰는 일은 부지런하게 하겠지. 책 읽으면서 별걸 다 생각했다. 가끔 그러기도 한다. 이야기에만 빠져서 볼 때도 있지만.

 

프랭키는 이 세상에 없다. 음악은 장례식 전에 기타리스트고 한때 이름이 잘 알려진 로큰롤 스타 프랭키 프레스토 이야기를 한다. 음악이 말을 하는 건 소설에 나올 일이다. 음악은 모습이 있을까. 요정이라면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을 텐데. 프랭키는 세상에 나올 때 음악을 손에 움켜쥐었다. 그건 몇몇 사람만 그럴까, 다들 음악을 움켜쥐었지만 많고 적은 걸까. 프랭키는 나중에 자기 아버지가 누군지 알지만, 프랭키 아버지는 기타리스트다. 아버지와 엄마가 함께 프랭키와 살았다면 다른 이야기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시대가 그렇게 두지 않았다. 제2차 세계전쟁이 일어난 때로 스페인은 더 어지러웠다. 엄마는 성당에서 프랭키를 낳고 죽고 아버지는 아내와 아이가 죽었다고 여겼다. 수녀가 잠시 프랭키를 돌보았는데, 힘들어서 강물에 던진다. 프랭키를 강에서 구한 건 털 없는 개고 기른 건 정어리 공장을 하는 바파 루비오였다. 바파는 프랭키가 다섯살 때 자꾸 눈을 비벼서 눈이 안 보이게 되면 어쩌나 하고 눈이 보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기타를 가르치려고 했다. 음악 학교에서는 프랭키가 어리다고 받아주지 않았다. 바파는 눈이 보이지 않는 기타리스트를 찾아가 프랭키한테 기타를 가르쳐달라고 한다.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언젤까. ‘바로 지금’이다 말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무엇인가를 즐겁게 열심히 하는 어린시절이 아닐까 싶다. 프랭키가 엘 마에스트로한테 기타를 배우는 모습은 영화 <시네마 천국>을 떠오르게 한다. 그것도 어린시절이 가장 좋아 보였다. 보는 사람은 그렇다 해도 사는 사람은 다르겠지. 프랭키를 만나고 엘 마에스트로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바파가 감옥에 끌려가지 않고, 엘 마에스트로가 프랭키를 미국에 보내려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난 꼭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하는구나. 여러 일이 일어났기에 프랭키 프레스토가 있는 건데. 프랭키한테는 재능이 있었다. 엘 마에스트로는 그것 때문에 프랭키를 떠나 보낸 거겠지. 프랭키는 미국에서 운명의 여자아이 오로라 요크도 다시 만나고 로큰롤 가수로 잘됐다. 그때 기타는 치지 않았다. 오로라는 프랭키 곁을 떠나고, 프랭키는 많은 여자를 만나고 약에 빠졌다. 귀여운 프랭키는 이제 없구나 하고 아쉽게 여겼다. 프랭키가 엘 마에스트로와 헤어질 때 슬펐다. 그건 두 사람이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걸 모르고 헤어져서기도 했지만, 순수한 프랭키를 더는 볼 수 없어서였을지도. 아이는 모두 자란다.

 

사랑과 일을 이뤄도 그게 언제까지고 가지 않는다. 오로라가 아이를 잃고 모습을 감추자 프랭키는 술과 약에 빠져 살다 스스로 자기 손을 아프게 한다. 그래도 다시 음악으로 돌아온다. 예전만큼 기타를 치지 못했지만 노래를 했다. 프랭키는 오로라와 다시 만나고 조용한 곳에서 산다. 그곳에서 아이를 입양하고 기타를 친다. 프랭키는 자신을 기른 바파가 거짓말쟁이다 하고 원망했는데, 딸을 보고 바파 마음을 생각한다. 바파는 프랭키한테 자신이 친아버지가 아니다 말할 수 없었다. 그걸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겠다. 아이를 데려다 기르는 사람한테는 언젠가 아이가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을지도. 음악이 있지만 프랭키 삶은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 나고 자라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부모가 되는(모두 그렇게 사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끝은 아닌가. 프랭키는 자신 한 사람이 자라는 데 많은 사람이 있어야 했다는 걸 깨닫는다. 사람은 자라면 혼자 컸다 생각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겠지. 멀지 않은 곳에서 프랭키를 지키려한 사람도 있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사는 것 자체가 마법이고 기적이라는 뜻에서.

 

 

 

희선

 

 

 

 

☆―

 

“삶이란 이런 거야. 살다 보면 잃는 것이 있어. 넌 셀 수 없이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쓸모없게 돼.”  (364쪽)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어느 밴드에든 들어가죠. 그리고 여러분이 하는 연주는 언제나 누군가한테 영향을 미치죠.

 

가끔은 온 세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5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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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4 0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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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4 02: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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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4 0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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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4 02: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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