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 77

오다 에이치로

集英社  2015년 04월 03일

 

 

 

만화책 내용을 자세하게 쓰는 건 좋은 게 아니다 생각하지만 다른 거 쓸 게 떠오르지 않는다. 내용 쓴다 해도 그것을 그대로 전달하기 어렵기도 하다. 얼마전에 76권 보고 쓴 다음에 <원피스> 한번 찾아봤는데, 길게 쓴 건 별로 못 봤다(인터넷 책방이 아닌 그냥 블로그에서 찾아봐야 했는지도, 전에 길게 쓴 거 본 적 있는데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나는 왜 길게 쓰려 할까 했다. 짧게 쓰는 것도 쉬운 게 아니기는 하다. 겨우 두 마디만 쓰면 끝이다.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다.’ 이건 너무 짧잖아. 전에도 한 말인데, 2013년에 만화 보고 쓰기 어려워서 일부러 만화 보기 미뤘다. 그 가운데 <원피스>는 더 했다. 그래도 책은 사두었는데 한권 한권 쌓이는 걸 보고 언제 다 보나 했다. 얼마전에 지난해까지 나온 거(70권에서 76권) 다 봤다. 이번 77권은 올해 사월에 나왔다. 이제야 알았는데 조금 늦게 나온 거다. 그동안 나오는 대로 봤다면 다음 권 기다리느라고 목빠졌을까. 77권은 76권 보고 바로 보고 싶기도 했다. 지금 78권까지 나왔는데 우리말로도 78권 벌써 나왔다. 원피스는 다른 만화책보다 더 빨리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다른 만화 보는 거 얼마 없는데 이런 말을 했구나. 원피스 볼 거 앞으로 한권 남았다. 다음 권은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지. 드레스로자 편 얼마 남지 않았다. 밀려뒀다 이렇게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한동안 안 보면 재미가 덜하다. 멀리 있는 사람보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한테 더 마음이 가는 것과 같을까. 아니다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그대로겠지.

 

사람은 힘든 일을 겪으면 한층 자라고 마음이 단단해지기도 한다. 시련이라는 게 꼭 누군가의 죽음이어야 할까 싶은 생각은 들지만, 어쩐지 원피스는 그럴 때가 많은 듯하다. 지금 그 일이 일어날 때도 있지만 거의 어릴 때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 루피는 어렸을 때 의형제가 된 사보가 죽었다 생각하고 그 뒤 에이스와 함께 힘을 키웠다(몸을 단련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공부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 두해 전 에이스가 죽고 루피는 한층 더 달라졌다. 그때 그대로 신세계에 갔다면 루피와 동료는 살아남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힘을 기르는 두해가 루피와 동료한테는 있어야 했다(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그때 에이스만 죽은 건 아니구나. 흰수염도 죽어서 세상은 달라졌다. 한세대가 저물었다고 해야겠다(흰수염 해적단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흰수염이 해적이라 해도 그렇게 나쁜 짓을 한 건 아닌 듯한데, 흰수염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한 사람도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었다. 흰수염 해적단한테 보호받던 나라는 힘들어졌다. 해적이기 때문에 모두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겠지. 진짜 나쁜 해적도 많기는 하다. 도플라밍고가 만든 해적단도 그랬다. 책 맨 앞에 있는 건 도플라밍고와 돈키호테 패밀리 간부다.

 

도플라밍고 동생 코라손(본래 이름은 로시난테)은 말을 할 수 있다(모두 코라손이 어릴 때 받은 충격으로 말 못하는 걸로 알았다. 충격은 천룡인이어서 사람들한테 쫓기고 죽임 당할 뻔한 일이다). 거기에 악마의 열매 힘도 있었다. 코라손은 자신이 할 일은 동생으로 형 도플라밍고가 하려는 나쁜 짓을 막는 거다 했다. 어렸을 때 같은 일을 당해도 커서 다르기도 하구나. 하긴 코라손은 도플라밍고가 아버지를 죽이는 모습을 보았다. 코라손은 천룡인을 미워해서 자신들을 죽이려고 한 사람보다 아버지를 죽인 도플라밍고를 더 이상하게 생각한 건지도. 코라손은 로한테 도플라밍고처럼 되면 안 된다고 했다. 로 이름에 ‘D’가 없었다면 코라손이 그렇게 로를 살리려고 했을까. 아니 그건 알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코라손이 아이를 싫어하는 척한 건 도플라밍고를 떠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쫓아낸 아이 많겠지. 로한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뒤 둘은 도플라밍고 곁을 떠난다. 로 병을 고치려고. 코라손은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가는 병원마다 로를 괴물로 여겼다. 박연병은 전염병이 아닌데도 말이다. 코라손은 로가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안됐다고 여겼나보다. 로가 자신을 칼로 찔렀을 때 하나도 아프지 않았고 진짜 아픈 건 로였다면서 울었다. 다른 사람 때문에 그렇게 울다니.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고 병원에서 안 좋은 일을 겪게 해서겠지. 그런 코라손을 로가 좋아하지 않을 리 없겠다. 그렇게 여섯달이 흐르고 도플라밍고한테서 수술수술 열매 정보를 듣는다. 코라손은 그게 있으면 로가 살 수 있다 생각하고 수술수술 열매를 해적한테서 빼앗는다.

 

도플라밍고는 죽고 싶지 않은가보다. 수술수술 열매를 믿을 만한 사람한테 먹여서 자신이 늙지 않는 수술을 받으려한 듯하다. 하지만 그 수술을 한 사람은 죽는다. 다른 사람을 죽이고 자신은 죽지 않으려고 하다니. 코라손은 그때부터 드레스로자를 도우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 됐다. 로가 코라손이 준 문서를 해군한테 전해주러 갔는데 그걸 받은 사람은 비밀 일을 하러 간 돈키호테 패밀리 간부 베르고였다(베르고는 펑크해저드에서 로와 스모커와 싸웠다). 도플라밍고는 코라손과 로가 모습을 감춘 뒤 해군한테 쫓기지 않게 되고 코라손을 의심했다. 그런데도 코라손한테 연락해서 수술수술 열매 정보를 주다니. 전에 생각한 것처럼 이 악마의 열매 힘은 의료를 알아야 더 잘 쓸 수 있다. 로한테 딱 맞는다고 코라손은 기뻐했는데. 해군한테 알려주려고 한 정보는 베르고가 없애고, 로와 코라손이 섬을 떠나기 전에 도플라밍고가 나타나 아무도 섬에서 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때 로는 지금 드레스로자를 둘러싼 ‘새장’을 경험했다. 로가 수술수술 열매 힘을 제대로 쓸 시간이 있었다면 코라손이 그렇게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죽은 걸로 보이고 나중에 살았다고 말하는 건 사보뿐이겠지. 루피와 에이스는 사보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은 사보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게 했다.

 

제목 ‘웃음’은 인조 악마의 열매 이름이 아니고 웃는 얼굴이었나보다. 코라손은 로가 자신의 웃는 얼굴을 기억하기를 바라고 웃었다. 그 모습 인상 깊다. 로는 도플라밍고가 동생인 자신을 죽일 리 없다고 한 코라손 말을 믿었는데. 도플라밍고는 동생이라고 죽이지 않을 사람이 아니었다. 아버지도 죽였는데. 로 이야기를 보니 여기 나온 사람은 누군가한테 도움받은 사람이 많다는 게 떠올랐다. 코라손(corazón)은 스페인말로 심장(heart)이라고 한다. 로가 지금 입은 옷 뒤에 그 말 쓰여 있다(다른 옷에도 있었는지 그건 모르겠다). 로는 코라손이 다하지 못한 일을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름에 ‘D’가 들어가는 사람은 친척일까. 갑자기 이런 생각을. 로가 도플라밍고와 싸우는데 그렇게 잘 되지 않았다. 이쪽 싸움은 다음에 끝날지도. 루피가 도플라밍고를 쓰러뜨리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루피가 새로운 기술을 쓴다는 말을 봤다. 지금 루피가 싸우는 기술로는 도플라밍고를 쓰러뜨릴 수 없을지도. 베라미는 자신을 배신한 도플라밍고한테 등돌리지 않았다. 그런 마음 존중해야 하는 걸까. 바로 바뀌는 사람보다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베라미 안됐다(책 속에는 만화를 보는 사람이 그린 그림과 짧은 말이 실려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에는 베라미를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거다 하는 말이 있다. 이 말 이번이 아니고 앞에 책에서 봤을지도).

 

다른 쪽은 싸움이 끝나기도 했다. 조로는 피카를 어떻게 쓰러뜨릴지 생각했지만 아직이다. 거인이 간부 한사람 쓰러뜨렸다. 캐번디시와 바로톨로메오가 싸우는 모습 재미있다. 둘이 싸우는 게 아니고 힘을 합쳐 싸우는데 그게 웃긴다. 캐번디시는 잠들면 다른 인격이 나오는데 반반이 되기도 했다. 돈키호테 패밀리 간부 베이비 파이브는 자신이 죽는 일이 누군가한테 도움이 된다면 죽겠다 하고, 베이비 파이브를 막은 건 베이비 파이브와 싸우던 사람이다. 그 사람 이름이 사이(나루토에도 사이가 나오는데)다. 두 사람 정말 결혼할까. 뜬금없이 이런 말을. 도플라밍고는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을 패밀리에 받아들였다. 밀짚모자 일당도 비슷한데. 도플라밍고는 사람이 괴로운 일을 당하면 그대로 되갚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겠지. 어쩌면 다른 사람이 그러기를 바란 건지도. 루피는 힘든 사람을 도와줘도 그것으로 자신을 따르게 하지 않는다. 도플라밍고는 힘든 일 겪은 사람이 거기에서 벗어난 뒤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일하기를 바랐다. 펑크해저드 때는 모네한테 죽으라고 했구나. 싸우다 쓰러진 간부를 조라가 아주 작은 사람 톤타타 족 공주 만셸리 힘으로 다시 깨우려고 했는데, 레오가 만셸리를 구했다. 스마일 공장에서 프랑키는 세뇨르 핑크와 싸워서 이겼다. 두 사람은 서로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고 다시 일어났다. 누가 더 오래 버티나 한 것으로 프랑키가 더 오래 버텼다. 세뇨르한테도 가슴 아픈 지난날이 있었다.

 

외다리 장난감 병정이었던 퀴로스도 아직 디아만테를 쓰러뜨리지 못했다. 딸 레베카를 지켜야 해서. 거기에 로빈이 와서 퀴로스한테 마음 놓고 싸우라고 했다. 끝나가니 어쩐지 조금 아쉽다. 그렇다고 원피스가 끝나는 건 아니구나. 앞으로도 싸워야 할 상대는 많다. 모험보다 싸우는 일이 더 많이 나올까. 예전에 사보가 죽지 않았는데 연락하지 않은 까닭도 나오겠지. 코라손 죽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로는 그 뒤에 어떻게 살았을까.

 

 

 

 

*더하는 말

 

코라손한테 어떤 힘이 있는지 말 안 했는데, 코라손은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할 수 있다. 방음벽을 친다고 할까, 힘을 쓰면 바깥 소리가 안에 들리지 않고 안쪽 소리도 바깥에 나가지 않는다. 자신이 내는 소리뿐 아니라 다른 소리도 나지 않게 한다. 범위가 그렇게 넓은 것 같지는 않다. 이런 건 스파이한테 어울릴 것 같은데. 코라손 그것과 비슷한 일 했구나. 가끔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 나도 코라손처럼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그림은 수술수술 열매다. 이것을 하트 모양으로 그리다니.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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